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234화 (234/471)

EP.234 자발적 사육 #2

[실비아 언니의 상태가 좋아졌어요. 지혁 씨의 말씀이 맞았어요. (๑˘ꇴ˘๑)]

좋아졌다고? 그건 그냥 허례허식일 걸?

속내는 타들어가고 있을 거다.

[다행입니다. 오늘은 뭘 하실 예정인가요?]

[오늘은 연속으로 영화를 보려고 해요! 조조영화로 시작해서 다섯 편을 볼 예정인데, 2인용 VIP룸을 예약했어요. 거기서 열띤 토론을 나눌 거예요!]

[잘하셨습니다.]

[지혁 씨는요? 일은 잘 되어가요?]

일? 솔직히 잘 돼가고 있다는 말을 하기엔 조금 그렇다.

직접 등장해서 박사의 멘탈을 깨부수려 해도 기다리라고 하고... 유리아를 내보내자고 해도 안 된다고 하고...

세화에게 박사의 일을 일임하긴 했지만, 이럴 거면 그냥 한국에 있을 걸 싶었다.

솔직히 세화의 마음은 이해가 갔다.

그녀는 지금 복수를 하고 있었다.

자신보다 먼저 임신한 박사에게, 그리고 그녀를 임신시킨 나에게.

다른 이유도 있었다. 이게 가장 중요했다.

냅다 피를 먹이면 그냥 허접한 졸개가 된다.

지금은 정화된 지혜나, 스텔라를 가르치고 있는 보영이 그런 쪽이었다. 마력도 사용할 수 없는 약한 권속.

허나 박사처럼 정성을 들여 녹이면서 정신을 붕괴시키고, 가치관을 악한 쪽으로 재구축시키면 마물이 되었을 때 가용할 수 있는 힘이 늘어난다.

지금 세화가 느릿하게 박사를 조교하는 이유도 힘 있는 권속을 두기 위해서였다.

아델 때문에 마계에서의 내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어서,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려고 말이다.

[그럭저럭 잘 풀리고 있습니다.]

[많이 힘드시죠? 돌아오시면 제가 위로해드릴게요.]

하나도 안 힘들어. 심심해 죽을 것 같아.

그래도 네 위로는 받고 싶구나.

[알겠습니다. 힘내서 열심히 일해야겠네요.]

[٩(♡ε♡ )۶]

아델과의 톡을 끝낸 나는 옥좌에 등을 기댔다.

똑똑한 박사가 세화의 피를 먹고 바보처럼 변해버리는 것이 안타까웠다.

지금 저 마약 중독자나 순종적인 애완견이 보일 법한 행동을 보라.

그 누가 현 상태의 박사를 보고 디바이스를 개발한 천재라고 생각하겠는가?

그래도 작업이 끝나면 다시 총명한 박사로 돌아오게 될 테니, 그건 안심이었다.

악의가 담긴 피를 매일같이 먹어 대서, 변화는 시작되고 있었다.

점점 창백해지는 피부와 뾰족해지는 손톱, 그리고 피를 갈구하는 행동이 그 증거.

나중엔 홍채도 빨개지고 동공 또한 세로로 찢어지게 된다.

아이테르도 없는 인간이 세화의 피를 견딜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미 탐하는 지경까지 왔다. 원래대로 돌아갈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난 그냥 세화가 나오랄 때 짜잔! 하고 등장한 뒤에 마무리 일격을 가하면 된다.

믿고 맡기자.

@@

“하필이면 눈보라가 치는 날씨여서... 미안해요.”

자신의 옷에 묻어있는 눈을 털어주며 그리 말하는 세화를, 박사가 정색을 한 채 바라보았다.

“.....”

“왜 그런 눈으로 봐요? 조금만 있다 오니까 서운해?”

“.....”

“미안하다고 했잖아요. 다음에 꼭 다시 데리고 나올게요.”

온화한 미소를 지은 세화.

박사가 그녀를 불렀다.

“세화야.”

“응?”

“이번 장난은 너무 심했어.”

“무슨 장난이요?”

박사가 말없이 뒷주머니에 있는 무전기를 꺼내 세화에게 내밀었다.

그걸 본 세화의 눈썹이 꿈틀했다.

“이거 어디서 찾았어요?”

“모르는 척하지 마. 네가 일부러 떨어뜨려놨잖아. 날 시험해보려고. 이딴 건 초등학생도 수상하다고 생각했을 거야. 네가 날 믿지 못하는 건 알지만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 그렇게 날 괴롭히고 싶어?”

세화는 정말 서러운 듯 따지고 드는 박사의 손에서 무전기를 가져갔다.

이후 그걸 땅바닥에 던져버린 뒤, 박사에게 다가가 엉덩이를 토닥여주었다.

“미안해요. 박사님이 어디까지 날 따르는지 알아보고 싶었어. 솔직히 발견하지 못한 척 놓고 왔어도 만족했을 텐데... 직접 저한테 건네주기까지 하니까 감격했어요. 내가 어떻게 하면 박사님의 화가 풀릴까? 뭐든 들어줄게요.”

그 대답을 바란 박사가 재빨리 요구사항을 전했다.

“방에 있는 카메라 치워줘. 날 감시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저번에 부탁했을 땐, 전자제품의 부품을 하나씩 빼서 무언가를 만들어낼 것 같다는 이유를 들먹이며 거절했었다.

과연 지금은 어떨까? 각오를 보여줬으니 승낙하지 않을까 싶었다.

얼마간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세화가 한손가락을 들며 말했다.

“아까처럼 자해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치워줄게요. 그리고 매일 의료기기에서 뇌 검사를 받아요.”

뇌 검사를 받으라? 조현병이 도질까 우려해서임이 분명하다.

자해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 세화의 요구조건은 자신을 걱정하는 것들뿐이었다.

감사한 마음을 느낀 박사가 대답했다.

“그렇게 할게.”

“오늘 진짜 짜증났었는데, 박사님 덕분에 힘이 나네요.”

“짜증이 났다고? 왜?”

“박사님 방에 들르기 전에 유리아 언니를 깨우고 대화를 나눠봤는데... 나한테 엄청 적대적이에요.”

당연하다.

본부를 배신하고 뒤통수를 친 사람에게 좋은 감정을 가질 리가 없다.

자신조차 세화의 변절을 안 상태에서도 욕지거리를 쏟아낼 정도였는데, 오늘 처음 그 사실을 알아차린 유리아는 오죽하겠는가.

배신감이 무지막지할 터였다.

“세화야... 유리아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해. 나도 그랬었잖아.”

“잘못은 잘못이에요. 그래서 벌을 내리려고 해요. 박사님이랑 비슷한 벌로.”

박사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신과 비슷한 벌이라면 일반인을 죽이는 것과 관련된 일임이 틀림없다.

아마 손에 스위치를 들려주고 죽이라 명하거나, 세화가 죽이는 걸 지켜보라 하겠지.

안 된다. 만약 유리아에게 그런 벌이 내려졌다간, 그녀의 멘탈은 완전히 바스라질 것이다.

인간을 끔찍이도 생각하는 사람이 버튼을 누를 수 있을 리가 없다.

게다가 유리아는 마물이 되어버린 세화의 명령을 귓등으로도 들으려 하지 않을 터.

공격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이런 유리아의 반응을 본 세화는 당연히 분노할 테고, 매일매일 큰 벌을 내리게 될 것이었다.

악순환의 악순환이 이뤄진다는 뜻. 차라리 자신이 대신하는 게 나았다.

“세화야... 그러지 말아주라... 내가 대신할 테니까 유리아는 그냥 놔두면 안 돼?”

“박사님은 스위치를 누른 직후 기절했었잖아. 또 할 수 있겠어요?”

“하, 할 수 있어... 아니, 내가 해야 돼...”

유리아는 자신 때문에 잡혀왔다.

지금까지 너무나 고생했는데 더 힘들게 할 수는 없었다.

이 외에도 자원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바로 세화에게 자신이 이럴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더 많은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서다.

“흐음...”

“나중에... 유리아가 네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설득까지 해볼게.”

“유리아 언니가 설득당할 사람은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긴 하지만, 유리아는 내 말이라면 엄청 잘 듣거든? 내가 너 때문에 고생한다고 말하면 얌전히 있을 거야...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세화야, 내가 대신 벌 받을게. 유리아는 건들지 말아주라...”

“하아... 진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세화.

박사는 더 이상 재촉하지 않고 세화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얼마 뒤, 세화에게서 승낙의 말이 떨어졌다.

“좋아요. 특별히 허락해주는 거예요.”

역시 세화는 자신을 아꼈다.

여기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박사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전의를 다졌다.

@@

현재 박사는 벽면에 등을 기댄 세화의 벌린 다리사이에 앞으로 안겨있었다.

그녀의 오른손엔 예의 그 버튼이 달린 스위치가 하나 있었고, 눈앞에 있는 거대한 스크린 안엔 서른 명의 인간들이 옹기종기 모여 벌벌 떠는 중이었다.

“하아... 하아...”

다짐을 하긴 했지만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다시 한 번 그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까 정신이 아득해져온다.

숨이 절로 가빠져오고, 식은땀이 마구 난다.

세화는 그런 박사의 아래쪽 가슴에 양팔을 두르고 당겼다.

그리고는 회의적인 투로 말했다.

“이렇게나 떨고 있으면서 왜 대신 받겠다고 나서는 건데? 지금이라도 취소해요.”

“세 번인 줄은 몰랐어...”

그랬다. 유리아는 세화의 심기를 너무 많이 거슬러서 총 세 번의 벌을 받을 예정이었다.

원래는 여덟 번이었으나, 세화가 박사의 사정을 봐주어서 세 번으로 줄어든 상태.

유리아가 받을 벌의 횟수를 들었을 때, 박사는 놀라기도 했지만 어이가 없었다.

세화는 분명히 경고했을 것이다. 기어오르려 한다면 무고한 인간들이 죽을 거라고.

헌데도 왜 그렇게까지 반항하는지... 그냥 얌전히 있으면서 기회를 도모하면 안 되는 건가?

이해가 안 됐다. 따끔하게 혼을 내고 싶을 정도.

속으로 유리아를 원망하던 박사가 말을 이었다.

“지금 눌러...?”

“편할 때 눌러요.”

“같이 눌러주면 안 돼...?”

“많이 힘들어요?”

“응...”

얕은 한숨을 내쉰 세화는 자신의 검지 첫마디를 이빨로 땄고, 박사의 입술 근처에 가져다댔다.

희미하게 올라오는 혈향. 박사는 눈살을 찌푸리려다가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자 고개를 갸웃했다.

저번에 세화가 입술에 피를 묻혔을 땐 기분이 더러워져서 불같이 화를 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약간... 익숙하고 유혹적이었다.

그리고 박사는 이 느낌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건 분명히 죽과 미숫가루를 먹었을 때 받았던 느낌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

혼란스러워하던 박사가 움찔했다.

설마 여태까지 세화의 피가 섞인 음식을 먹었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저 피를 보고 그런 느낌이 날 리가 없었다.

세화가 분홍색 컵을 사용했던 이유도, 투명한 물에 피가 섞이면 티가 나니까 그런 거였나?

“세화야... 너 설마 나한테...”

“아무 말 말고 맛만 보세요. 죽을 먹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을 거야.”

역시 예상이 맞았다.

거절해야 한다. 당장 싫다고 말해야 한다.

하지만... 맛보고 싶다. 희석된 상태에서도 엄청난 중독성을 갖고 있었는데, 그대로 먹는다면 어떨까?

유혹에 넘어갈락 말락 하던 박사는, 손끝에 맺힌 핏방울이 아래로 떨어지려고 하자 세화의 검지를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순식간에 일어난본능적인 행동이었다.

‘아아...!’

그리고 박사는, 피가 혀끝에 닿음과 동시에 어마어마하게 황홀한 기분이 온몸을 잠식하자 눈을 까뒤집었다.

머릿속이 구름 위를 떠다니듯 몽롱해지고, 쾌감이 느껴지면 그 위에 더 강한 쾌감이 덧씌워졌다.

최고급 치사량이 훌쩍 넘어가는 마약을 주입한 느낌이었다.

아니, 마약 따위와 비교하는 게 실례일 정도다.

“흐움...! 헤웁...!”

입 안에서 정신없이 세화의 손가락을 굴리던 박사는, 이빨로 검지 위아래를 고정하고는 상처가 난 부위를 쪽쪽 빨아대기에 이르렀다.

완전히 망가져버린 그 모습에, 세화가 낮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말한다.

“어때요? 좋아요?”

흐리멍덩한 눈으로 고개만 약간 주억거리는 박사.

그녀는 왜 마르셀라가 바닥을 추잡하게 핥아가면서까지 피를 탐닉했는지 이해했다.

세화의 성혈은 정신이 나가버릴 정도로 맛있었고, 의존성이 심했다.

그 누구라도 마르셀라처럼, 그리고 지금의 자신처럼 할 것이었다.

박사의 귀에 후끈한 숨결을 불어넣던 세화의 손이 점점 아래로 향했다.

단추가 없는 편한 스판 바지의 안으로 차가운 손가락이 들어오고, 더 나아가 팬티 사이에 집어넣어진다.

이윽고 볼록한 치구에 세화의 중지가 닿자, 박사의 몸이 꿈틀거렸다.

다리가 오므려지고, 발가락을 가만히 놔둘 수가 없다.

전신이 후들후들 떨린다. 쾌락의 파도가 밀려온다.

세화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중지를 더욱 내려 대음순을 위에서부터 좌우로 밀어냈고, 촉촉해진 소음순 주름을 하나하나 느껴보듯 천천히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후읍...! 흡...!”

박사의 얼굴이 터질 듯 빨개졌다.

전신에 자극적인 전류가 계속 흘렀다. 이것만으로도 가버릴 것 같았다.

그럼에도 세화의 피를 쪽쪽 빨아대는 일을 멈추지 않았는데, 이런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자... 이제 누를까요?”

멍해진 정신을 뚫고 들어오는 세화의 감미로운 목소리.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힘이 담긴 명령에, 흥분으로 인해 떨어지려고 하던 스위치를 제대로 고쳐잡은 박사가 버튼을 눌렀다.

딸깍! 딸깍딸깍!

세 번을 빠르게 누르자마자, 화면에 있던 인간들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뻐버버벙-!

목만 남긴 채로 휘청거리다 쓰러지는하찮은 인간들의 몸.

저번과는 다르게 화면은 꺼지지 않았다.

비명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핏물로 가득해진 조용한 감옥을 본 박사가 숨을 삼켰다.

‘아아... 내가... 내가...!’

고개를 돌린 박사의 마음속에 죄책감이 휘몰아치려는 순간, 세화가 이런 말을 해왔다.

“우리 박사님 너무 예쁘다... 잘했어요.”

그러자 죄책감이 씻은 듯이 사라지고 기쁨만이 피어올랐다.

예쁘다, 잘했다... 간단한 칭찬이지만 세화가 해주니 너무나도 들떴다.

다시 화면을 보자, 평소였다면 구역질을 했을 피웅덩이와 시체도 아름다운 호수 안에서 자고 있는 물고기처럼 보였다.

관점의 차이인가? 아마 그런가보다.

지금 생각해보니 스위치를 누를 때 약간... 아니, 많이 흥분했던 것도 같다.

세화가 만져주어서가 아니라, 인간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생각에 말이다.

또한 같잖고 화가 났다.

버튼 한 번에 사라질 하등한 생명인 주제에 자신을 음해하고, 연구 성과를 훔치려 하다니...

대체 왜 이들을 지키겠답시고 고생을 하고 있었을까?

“내가 박사님을 잘못 생각하고 있었네. 이렇게 행동력 넘치는 사람을 마음이 약하다고 오해해버렸어요. 미안해.”

이어지는 세화의 칭찬에 박사의 머릿속이 다시금 몽롱해졌다.

그렇게 쾌락에 절어버린 박사는, 희미한 미소를 띠운 채로 몸에 힘을 쭉 빼고 세화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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