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227화 (227/471)

EP.227 박사 납치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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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이 아니었다면 할리우드 연예인들이 살고 있다고 착각할 만큼 으리으리한 저택 앞.

박사가 자신의 옆에 서있는, 딱 봐도 요원 포스를 풀풀 풍기고 있는 유리아를 바라보았다.

“이상하지 않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개 교도관이었던 사람이 이런 호화로운 집이라니 말이야.”

긴 롱코트를 입은 유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확실히 의심스럽네요.”

“여기서 분명히 어떠한 사건의 실마리가 나올 것 같아. 근데 약간 무섭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옆에 있잖아요.”

“고마워.”

박사는 유리아가 정말 든든했다.

기초적인 격투실력도 지구에서 견줄 만한 사람이 없었고, 여태까지 조사를 하면서 불만을 표출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타이라트와 관련된 일이라니까 눈에 불을 켜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게 너무나도 믿음직했다.

그녀와 함께라면 자신은 안전하다.

그리 생각한 박사가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폰에서 짧게 치직거리는 소리가 지나가더니,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십니까?

“프레드 싱클레어 씨 계신가요?”

-접니다만... 광고는 사절이요.

“광고가 아니라, 여쭐 말이 있어서 왔습니다.”

-뭡니까?

“미국 중앙정보국 소속 요원입니다. 플로리다 주립 교도소의 교도관이셨죠? 당시 있었던 일에 대해서 몇 가지 질문을 하려고 해요.”

-....

조용한 침묵이 지나가고 잠시 후, 공격적인 말투의 대답이 나왔다.

-금방 나가지. 기다리쇼.

삑-!

인터폰이 끊긴 듯한 소리가 들리고 박사의 의심이 더욱 깊어질 때쯤, 유리아가 말했다.

“말투를 보아하니 총을 들고 나올 듯해요. 잠깐 피해있죠.”

“어디로?”

“엄폐할 곳 아무데나요. 기둥 뒤면 적당하겠네요.”

“알았어.”

박사와 유리아는 대문 양옆에 있는 큼지막한 기둥에 몸을 숨겼다.

유리아의 예상대로, 문을 벌컥 열어 재낀 싱클레어의 손엔 12게이지 산탄총이 들려있었다.

“기둥 뒤에 숨어있는 거, 카메라로 다 봤어! 당장 튀어나와서 손들어!”

싱클레어의 외침.

잔뜩 긴장한 박사가 소리쳤다.

“이거 불법이에요! 체포도 가능하다고요!”

“주거침입인데 불법은 무슨! 영장도 없잖아! 그러니까 정당방위다, 이 씨발새끼들아!”

“대화 좀 하자니까요? 몇 가지만 물어보고 얌전히 돌아갈게요!”

“법무부 연방수사국에서 조사하고 돌아갔어! 난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게 확인됐다고!”

“하아... 미치겠네...”

짜증이 가득 담긴 한숨을 내쉰 박사는, 반대편 기둥에 몸을 숨긴 유리아가 사라져있는 것을 눈치챘다.

그녀가 고개를 갸웃할 시점에,

뻐억-!

“컥!”

둔탁한 소리와 함께 싱클레어의 짧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퍼억!

이어서 풀밭에 사람의 몸이 패대기쳐지는 소리까지.

박사가 얼굴을 빼꼼 내밀어 싱클레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입을 쩍 벌렸다.

유리아가 싱클레어를 제압하고 산탄총을 빼앗아 겨누고 있었기 때문.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문 열어.”

낮게 깔린 유리아의 서슬 퍼런 목소리에, 싱클레어가 두 손을 들고 일어나 철창문으로 향했다.

코피를 줄줄 흘리고 있던 그가 내키지 않는 얼굴로 문을 열어주자, 박사가 사과했다.

“미안해요. 총을 들고 있어서... 제 요원이 조금 과격했죠?”

“하아... 씨발. 무슨 요원이 저리 날쌔?”

“그야... 훈련받은 요원이니까요?”

“말 되네. 중앙정보국 소속이랬지? 신분증부터 내놔. 확인해보게.”

박사가 재빨리 핸드백에서 위조한 신분증을 꺼내 싱클레어의 눈앞에 내밀었다.

그걸 꼼꼼히 살펴본 그가 자포자기한 표정으로 따졌다.

“아무리 중앙정보국 소속이라고 해도 그렇지... 니들 민간인한테 이래도 돼?”

“위협을 받았으니까요. 위험한 세상이니만큼 조심해야죠.”

“하... 거지같군. 좋아, 집으로 들어와서 얘기하지. 저 요원한텐 총 좀 내리라고 말하는 게 어때? 눈빛이 너무 무섭잖아.”

“그러죠.”

박사가 한손을 들어 올리자, 유리아가 총을 내렸다.

역시 그녀를 데리고 온 건 신의 한 수였다.

방금 생각했던 대로, 유리아가 있다면 자신은 안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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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가구들이 즐비한 거실.

소파에 앉은 박사가 수건으로 코를 덮고 있는 싱클레어에게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가족 분들은 외출하셨나요?”

“신경 꺼. 묻고 싶은 거나 말하고 빨리 꺼져. 동료 교도관들 중에서 나만 살아남아있던 게 의심스럽지?”

말을 마친 싱클레어가 박사 뒤에 시립해있는 유리아의 눈치를 흘끗 보았다.

삐딱한 태도로 받아친 게 불안했던 모양.

속으로 실소를 터뜨린 박사가 질문을 했다.

“맞아요. 혹시 교도관을 그만뒀던 때가 언제죠?”

“그 버스 전복사고 전.”

“그만 둔 사유는요?”

“플로리다 주립 교도소는 아주 좆같은 곳이야. 그 미친 범죄자 새끼들이랑 같이 있으면 나까지도 돌아버리는 기분이 들거든. 버티다 못해 퇴직했지.”

그 교도소가 거지같은 곳이라는 데엔 깊은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정신력이 강했던 지혁도 거기 들어가고 나서부터 망가지기 시작했으니까.

안경을 고쳐 쓴 박사가 물었다.

“이 집은 어떻게 구하신 거죠? 교도관 봉급으로는 이런 집에서 살 수가 없을 텐데. 당신의 부모님이나 와이프의 재산도 부유하지는 않았어요.”

“그딴 것도 알아낸 거야?”

“중앙정보국이니 이 정도는 기본이죠. 솔직한 대답을 원하는 만큼, 저희 쪽도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거예요.”

“하아... 그래. 사촌이 불법적인 일을 해. 이건 녀석의 도움으로 얻은 집이지.”

“무슨 불법적인 일이요?”

“이 정도는 니들끼리 알아내야지. 중앙정보국이잖아?”

방금 박사가 했던 말을 그대로 받아치는 싱클레어였다.

박사의 뒤에서 이야기를 듣던 유리아가 한쪽 입꼬리를 미세하게 올렸다.

좋은 연기력이었다. 이 정도면 끄나풀, 수틀리면 총알받이로 써도 괜찮은 수준.

하지만 주인의 명령은 ‘박사가 의심할 시 싱클레어를 제거.’였다.

아직 더 지켜보는 게 맞았다.

“알겠습니다. 교도관 시절 막바지에 들어온 알렉스 송을 기억하시나요?”

“알렉스 송...? 가만있자...”

싱클레어가 눈알을 데굴 굴렸다.

기억을 더듬어보는 것 같은 표정.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박사는, 그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싱클레어의 입이 열렸다.

“아... 그 오자마자 며칠 뒤에 나간 새끼? 송이라는 성이 동양 쪽이라 기억이 나는군. 거긴 동양인이 거의 들어오질 않거든. 헌데 왜? 그놈이 교도관들이랑 함께 뒈지기라도 한 건가?”

“질문은 제가 해요. 그 친구의 수감생활은 어땠나요? 혹시 그에게 수상한 사람이 접촉해오지는 않던가요?”

“낸들 알겠어? 일개 수감자 한 명한테 신경 쓸 만큼 교도관은 한가로운 직업이 아냐.”

“교도소에서 유통됐던 마약의 출처는요?”

“파는 놈들이 한둘이어야지. 몰라.”

“싱클레어 씨에게는 수상한 사람이 접근한 적 있나요?”

“아이스크림 트럭이 그저께 왔다 갔는데, 차 안에서 핏불을 키우고 있더라고. 그놈이 존나게 수상해. 이 외엔 없어.”

다분히 비꼬는 말이었다.

길게 콧바람을 내뱉은 박사는, 싱클레어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감지하지 못했다.

속으로 짜증을 내던 박사는,

“가만... 낯이 익은 얼굴인데...”

저리 중얼거린 싱클레어가 눈을 지그시 뜨자 흠칫했다.

“무슨 말씀이시죠?”

“분명히 어디서 본 기억이 있단 말이지... 아닌가? 눈 색이 다르네... 체형도 차이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지혁의 변호사 신분으로 교도소에 갔을 때, 마주친 적이 있긴 있었다.

현재 컬러 렌즈를 끼고 헤어스타일까지 바꿔 변장한 상태라 몰라볼 줄 알았는데, 눈썰미가 제법이었다.

물론 자신이 지혁의 영어이름을 들먹여 교도소 시절의 기억을 되살린 것도 한몫했을 터였다.

박사가 태연하게 핑계를 댔다.

“저는 싱클레어 씨를 실제로 처음 봅니다만.”

“그래...? 그러면 뭐... 이만 꺼져. 더 알고 싶으면 영장 갖고 와.”

“협조 감사합니다.”

“빨리 나가기나 해.”

소파에서 일어난 박사는, 싱클레어에게 간단한 질문 몇 가지를 더 했다.

이후 그의 귀찮아하는 대답을 듣고 밖으로 나왔다.

“소득이 없어. 뭔가 있을 줄 알았는데...”

한숨을 내쉰 박사의 말.

유리아가 근심어린 얼굴로 박사를 위로했다.

“그러게요. 상황이 우연히 맞아떨어진 건가 봐요.”

“직감은 있어. 증거가 없을 뿐이지.”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재산 이야기를 했을 때, 초점이 흔들리지도, 말을 더듬지도 않았어. 아무리 자신은 깨끗하다고 해도 그렇지, 중앙정보국 소속인 나한테 너무 자연스럽게 사촌이 불법적인 일을 한다고 하잖아.”

유리아가 ‘흐음...’ 하는 감탄사를 터뜨렸다.

박사의 말에 공감해주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녀는 현재 싱클레어의 처우를 고민하는 중이었다.

박사는 조현병 병력이 있었으니, 이게 그저 망상이라면 싱클레어는 생존이 맞았다.

망상에서 의심으로 변한 거라면 죽음인데, 주인은 자신에게 판단을 맡긴다고 했으니... 일단은 살려두자.

지금 일을 벌이면 박사가 눈치챌지도 모르고, 저 메소드 연기를 보았을 때 싱클레어는 쓸모가 많은 인물이었다.

“저도 참고하고 있을게요.”

“응. 이제 비행기 표 끊자. 잠깐 한국에 돌아가 봐야겠어.”

“한국을요?”

“지금부턴 지혁이와 접촉했던 모든 사람들을 알아볼 생각이거든. 지금 장비로는 빠른 파악이 불가능해서, 연구실 장비가 있어야 돼. 해킹 툴은 물론이고, 오늘처럼 위험한 일이 일어나면 안 되니까 초소형 정찰기, 교란기도 필요해. 그리고...”

“그리고?”

“세화도 캐봐야겠어. 네가 넌지시 떠봐줄 수 있을까?”

“접촉한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라는 말씀이시죠? 잘 돌려서.”

“정확해. 연구실 장비도 몰래 가지고 와주라. 내가 가기엔 조금 껄끄러워서...”

박사는 너무 많은 걸 알아가려 하고 있었다.

이건 주인인 지혁을 의심한다는 것과도 다름없다는 방증.

더 이상 활개를 치기 전에 멈추게 해야 한다.

마침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했으니, 그곳에서 잡으면 될 터였다.

지혁에게 넘겨주기도 편하고 말이다.

생긋 웃은 유리아가 대답했다.

“물론이에요, 박사님.”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고마워, 유리아.”

“유리라고 부르셔도 돼요.”

“유리? 뭔가 러시아 남자 이름 같은데?”

“한국에선 여자 이름이에요.”

“둘 다 어울리기는 해. 배고픈데 식사라도 하고 들어갈까?”

“네, 전 좋아요.”

**

[내일 오후 중으로 한국에 들어갈 거예요. 박사는 세화와 협력해서 잡아놓을게요.]

유리아의 메시지를 받은 나는 용접기를 꽉 쥐었다.

결국 이렇게 됐구나. 그러게 왜 쓸데없는 짓을 해선...

제니... 네가 잘못한 거다. 이제부터 일어날 일은 모두 네 탓이라고.

근데 왜 협력 같은 귀찮은 짓을 하지? 박사의 신뢰를 얻고 있는 상태의 유리아라면 그런 수고스런 일 따윈 할 필요가 없을 텐데.

뭐, 알아서 하겠지.

문자내역을 삭제하고 디바이스 제작에 집중하고 있는데, 몇 시간을 더 내리잔 아델이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지혁 씨... 저 이제 집에 갈래요... 짐 풀고 실비아 언니를 봐야 돼요... 태워다주세요.”

“알겠습니다. 가디건이라도 걸쳐요. 밖이 춥습니다.”

“어차피 차 안에 있을 건데...”

“얼른요.”

“네에...”

말끝을 길게 늘어뜨린 아델이 청록색 가디건을 입었다.

그녀의 가방을 한쪽 어깨에 동여맨 내가 말했다.

“방금 회사에서 급한 연락을 받았는데, 내일 회의가 잡혔습니다. 긴 회의가 될 예정이라 어쩌면 늦게까지 만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좋아요. 그렇다면 선물도 없어요.”

눈매가 대번에 날카로워진 아델.

식은땀을 찔끔 흘린 내가 기죽은 투로 중얼거렸다.

“.... 본부를 위한 일인데... 조금 봐주시지 않고...”

“농담이에요. 실비아 언니에게 떼를 써서 하루 종일 놀고 있을 테니, 늦게라도 연락 주세요.”

현 상태의 실비아에게 떼가 통할까?

널 피하려고만 할 텐데?

“알겠습니다.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그 말에 아델이 총총걸음으로 다가와 내 앞에 서서 발뒤꿈치를 세웠다.

그리고는 팔로 내 목을 휘감더니, 입술에 애정이 가득 담긴 입맞춤을 해주었다.

격려해주는 건가? 이거 누구한테 배웠냐? 설레잖아.

이러면 더 힘내서 박사를 납치할 수 있을 것 같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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