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224화 (224/471)

EP.224 밀회 #2

저번 그랜드캐니언에서 실비아를 만질 땐 자제하는 경향이 없잖아 있었다.

그녀와 첫 스킨십이라서, 실험일 뿐이라서, 온갖 생고생을 한 상태라 심신이 지쳐서, 그리고 주변에 마물들도 있어서 맛보기로 몇 차례 성감대를 터치해주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마물도 없고, 비는 오고, 잠자리 따숩고, 분위기도 좋고...

가장 중요한 실비아의 마음도 날 향해 있고.

스스로 목줄을 찰 이유가 전혀 없었다.

실비아는 목, 가슴, 명치, 아랫배로 이어지는 키스 세례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내게 꽉 잡힌 손발을 가만 두려고 하지 않았으며, 얼굴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옷 위로 그러는데도 이 정도의 반응. 침낭 안은 벌써부터 후덥지근해진 상태였다.

“지혁아... 너무 더워...”

“좋아요?”

“좋아... 좋다구... 근데 잠깐만 멈춰봐... 난로라도 끄... 으앗...!”

입을 벌려 실비아의 봉긋한 오른쪽 가슴 가운데를 살짝 깨무니, 그녀가 하던 말을 멈추고 다소 우악스런 신음을 터뜨렸다.

황급히 고개를 든 그녀가 놀라선 날 나무란다.

“뭐하는 거야...!”

“쫑알쫑알 말이 많아... 가만히 있어요.”

“미친놈아... 그거 하지 마... 허억...!”

이번엔 왼쪽 가슴을 깨물자, 아래에 깔린 실비아가 몸을 버둥거렸다.

“떨어져... 이 또라이 새끼야...!”

“아델보다 더 심하게 엄살을 피우면 어떡해요. 가만히 있으라고 했어요.”

아델은 여리다. 그건 실비아 또한 아주 잘 알고 있는 사실.

그런 그녀보다 심하다고 하니 자존심이 상했는지, 실비아가 자신의 입술을 꽉 깨물었다.

“비교하지 마...!”

“비교가 되는데 어떡해. 난 얌전한 여자가 좋아요.”

“얌전한 여자가 좋다고 해서 내가 맞춰줄 것 같아? 이, 이건 그냥 실험이야... 나한테 남자가 생겼을 때, 어떤 느낌인지 확인해보려는 실험일 뿐이라구...”

“그러시겠죠.”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툭 내뱉은 나는, 실비아의 윗가슴에 입을 대고 뜨끈한 바람을 후 불었다.

“흐읏...! 야...!”

“또 왜요.”

“이렇게 하는 거 맞아...? 저번보다 심하잖아...”

“이왕 실험하는 거, 제대로 해야죠.”

“소, 손부터 놔주라... 미끄럽잖아...”

그 말마따나 맞잡은 손은 자꾸 균형이 틀어지며 미끄러지고 있었다.

실비아가 땀을 많이 흘려 일어난 일.

난 비웃음 섞인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놔주면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싫어요.”

“아무 짓도 안 할게... 놔줘...”

“안 믿어요.”

“부탁이야...”

흠칫한 내가 고개를 들었다.

실비아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떨려왔기 때문.

자세히 살펴보니 실비아의 눈가가 촉촉해져있었다.

강한 척은 해도 두려웠던 모양. 곧 죽어도 자존심만은 지키다가 저자세로 나온 것을 보면 확실했다.

다시 그녀의 머리 근처로 올라간 내가 물었다.

“손만 놔드리면 돼요?”

“응...”

“가만히 있을 건가요?”

“가만히 있을게... 약속해...”

“알겠습니다.”

조심스레 깍지를 풀자, 실비아가 한쪽 팔을 자신의 눈가로 가져가 가렸다.

입을 살짝 벌리고 거친 숨을 내뱉는 그녀.

저 가련해 보이는 모습이 욕구를 더 자극했다.

잠깐 가만히 있으면서 실비아를 바라보던 나는, 그녀가 진정이 됐다는 생각이 들 때쯤 손을 내렸다.

그리고는 그녀의 니트를 슬며시 들춰 그 안으로 손을 넣었다.

“흣...!”

움찔하는 실비아의 탄탄한 복부 라인을 거슬러 올라간 손은 이내 브라에 닿았다.

거기서 오른쪽 가슴의 브라 밴드를 당겼다가 놓길 몇 번 반복하니, 실비아가 기다란 콧바람을 뿜어내며

“그거 풀지 마...”

“하지 말라는 게 왜 이렇게 많아요. 독재하려고?”

장난기가 가득한 말투로 그리 말한 나는, 양손을 세워 실비아의 옆구리를 살살 긁으면서 내려왔다.

“하아악...!”

살쾡이 같은 소리를 낸 실비아가 몸을 바르르 떨었다.

간지럼과 동시에 엄청난 쾌감을 느낀 듯한 모습.

실비아의 옆으로 자리를 옮긴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겨주고 귀에다 입술을 가져다댔다.

이후 입술을 오므린 채로 얕은 바람을 길게 내뱉었다.

“후앗! 귀에 바람 불지 마...”

깜짝 놀라선 어깨에 턱을 붙이는 실비아.

그녀의 아랫배에 한손을 대놓은 내가 물었다.

“또 하지 말라고 하시네? 이렇게 겁이 많아서야 아이테르 충전은 어떻게 하려고요? 경각심이 있긴 한 겁니까?”

“이게 대체 경각심이랑 무슨 상과... 허억!”

실비아가 말을 하다 말고 내 옷자락을 덥석 잡았다.

내 손이 그녀의 트레이닝 바지 가운데를 만지작거렸기 때문이었다.

손바닥 전체로 치구와 엉밑살 부근을 지그시 움켜쥐자, 실비아의 입에서 미세하게 딱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최고치로 긴장한 그녀가 이빨을 맞부딪친 것이다.

손바닥에 힘을 주었다 풀었다 하며 실비아의 정신을 쏙 빼놓고 있던 나는, 그녀가 마치 오작동을 일으키는 로봇처럼 삐걱거리며 고개를 돌리자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의 눈빛에 탐욕이 서려있어서였다.

본능만 남아버린 모양새. 딱 여기까지가 적정선이었다.

나머지는 실비아에게 맡기면 된다.

나는 곧장 손을 떼어내고 상체를 일으켰다.

“....? 왜 그래...?”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오는 실비아에게, 내가 대답했다.

“너무 힘들어하는 것처럼 보여서요. 여기까지만 해요. 저도 죄책감이 들고... 죄송합니다.”

“.....”

“왜요?”

“아냐... 여기까지만 해. 나 잠깐 빗소리 좀 들으러 다녀올게.”

애써 쿨한 척하고 있지만 정말 아쉬울 거다.

한창 흥분하고 있는데 중간에 툭 끊긴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거든.

**

난로의 온도도 최소한으로 낮추고, 모닥불마저 끈 동굴 안.

그 실험이라는 걸 한 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다.

실비아를 등진 채 옆으로 누워있던 나는, 그녀가 은근슬쩍 내 허리에 팔을 두르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지혁아, 자...?”

“.....”

“자니?”

재차 물어오는 실비아에게 대답을 하지 않으니, 그녀가 내 등에 착 달라붙어 복부를 만졌다.

얇디얇은 손가락이 복근을 하나하나 음미하듯 스쳐지나간다.

뒤이어 티셔츠가 사르르 들려지더니, 안으로 실비아의 손이 파고든다.

이런 모습을 바라서 중간에 멈춘 거다.

실비아의 성적 호기심을 증폭시켜, 그녀가 내 몸을 만지도록 하려고.

다시는 안 할 것처럼 죄책감 이야기를 한 것도, 지금 이 실비아의 충동적인 행동에 큰 축을 차지했을 테지.

나는 그녀가 자유롭게 내 몸을 살필 수 있도록 최대한 자는 척을 했다.

얕게 코까지 골면서 안심시켜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자나보네...? 그치...?”

“.....”

“후아... 춥다...”

되도 않는 거짓말을 한 실비아는 곧 내 온몸을 터치하기 시작했다.

아까의 나처럼 목, 가슴, 명치, 아랫배를 순서대로 쓰다듬다가,

“앗...!”

살짝 부풀어 오른 고간을 만졌을 땐, 저 혼자 놀라선 움찔하기도 했다.

그녀는 행여나 내가 깨어날까 두려워, 몇 분간 복부와 고간에 손을 올려놓은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내 규칙적인 숨소리와 미동도 없는 몸에 안도했는지, 다시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후우... 후...”

내 뒷목에 긴장한 한숨을 열심히 불어넣으면서, 이번엔 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보는 그녀.

잔뜩 발기된 자지 윗부분을 건드려본 그녀가 다시 묻는다.

“자는 거 맞지...?”

“.... 으음... 아델...”

나는 소리 때문에 깨어날락 말락 하는 척, 아델의 이름을 부르며 몸을 뒤척여 정자세로 누웠다.

그러자 방금처럼 가만히 있던 실비아가 내 다리에 자신의 다리를 은근슬쩍 올려놓았고, 대담하게 사타구니 전체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아델이 그렇게 좋아...? 응...?”

“.....”

“너 일부러 나랑 이런 짓 하려고 여기 온 거잖아... 근데 왜 여기서도 아델을 찾아...?”

“.....”

“대답해봐. 이 나쁜 새끼야...”

집중하지 않으면 들리지도 않을 정도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리 중얼거리던 실비아가 돌연 내 입술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댔다.

이후 혀를 집어넣어 이빨을 핥아대다가, 얼굴을 떼어내고는 자괴감이 가득 담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만두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정도로 진한 스킨십을 했음에도 깨어나지 않는 날 살피는 것 같더니, 더욱 과감하게 손을 놀렸다.

이젠 자지를 거의 주무르다시피 하는 실비아.

심지어는 부스럭거리며 아래로 내려가면서, 내 고간에 코를 가져다대고 냄새를 맡아보기까지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팬티를 열어젖혀 자지에 바람을 후 불었다.

그녀는 지금 내가 자신에게 했던 짓들을 비슷하게 해보고 있었다.

수위를 더욱 높인 채로 말이다.

실비아가 이러는 이유 중엔 아델의 성적인 묘사도 한몫했을 것이다.

제주도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묘사를 아주 자세하게 해주어서 호기심이 더욱 증폭됐겠지.

나로선 좋은 일이었다. 근데 당하는 입장이 되니 껄끄럽다.

이제 슬슬 일어나야겠다.

실비아의 음흉한 짓거리를 받아주면서 일어날 타이밍을 재던 나는, 뜻밖의 구원투수가 등장하자 안심했다.

-♬♪♬♪♬♪!

침낭 옆에 놓아둔 휴대폰이 울림과 동시에, 실비아가 재빨리 모든 행동을 멈추고 나와 거리를 두었다.

이후 쌔근거리는 숨소리를 내뱉으며 자는 척을 했다.

“끄응...!”

끙끙대면서 손을 놀린 내가 피곤에 찌든 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지혁 씨, 목소리가 왜 그래요?

“그냥... 잠깐 눈을 붙이고 있었습니다.”

-오후 세 시인데 벌써요? 혹시 낮잠을 잔 거예요?

한국 시간은 오후 세 시긴 하지.

여긴 자정이고.

“예...”

-죄송해요. 제가 깨워버리고 말았네요. 얼른 다시 주무셔요.

“아닙니다. 일어나야죠. 지금 어디세요?”

-서귀포에요! 방금 세화랑 바다를 보면서 전복라면을 끓여먹었는데, 엄청 맛있었어요! 서울로 돌아가면 실비아 언니에게도 해드려야겠어요!

스피커폰이 아니라지만 휴대폰 음량이 제법 높았기에, 실비아가 아델의 말을 듣고 흠칫했다.

어깨가 떨리는 게 눈에 보일 정도. 상당히 찔려하는 것 같다.

그런 그녀를 모른 척해준 내가 말했다.

“착하네요. 빨리 보고 싶습니다.”

-저도 보고 싶어요. 올라갈 때 선물 사가지고 갈게요!

“알겠습니다. 재미있는 시간 보내요.”

-네!

전화를 끊은 나는 나른한 듯 기지개를 켜다가, 실비아를 향해 조용히 물었다.

“실비아 씨, 주무세요?”

“.... 방금 일어났어... 소리가 너무 커서...”

왜 대답을 하고 난리야.

가만히 있었으면 네가 했던 짓을 똑같이 해주었을 텐데, 눈치가 없구나.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아냐...”

“근데... 혹시 제가 잠꼬대를 했나요?”

“그, 글쎄...? 나도 자고 있어서 잘 모르겠는데... 왜?”

혼란스런 티가 팍팍 나는데, 연기 좀 제대로 하지?

“옷이 올라가있어서요... 이상하네...”

“잠결에 네가 뭐라고 지껄이는 소리를 듣긴 했어... 잠자리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거겠지.”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근데 지껄이다니요... 고운 말 씁시다.”

“시끄러.”

날 돌아보지도 않고 화를 내는 실비아.

그녀의 뒤에 딱 달라붙어 허리에 팔을 두른 내가 다시 말했다.

“고운 말.”

아까 실비아가 내게 했던 행동 중 하나였다.

그걸 알아차려서일까? 실비아가 당황해하며 말을 돌렸다.

“다, 닥치고 잠이나 자... 나 졸려...”

“이대로 껴안고 자도 되죠?”

“.....”

“부탁할게요. 아델이 없어서 외로워요.”

“내, 내가 무슨 아델 대용품인줄 알아?”

대용품이 되기 싫으면 아델과 내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들이대라고.

네 감정도 확실하게 드러내. 아까 변태마냥 내 몸을 만질 때처럼 말이야.

말없이 실비아를 꽉 껴안으니, 잠시간 몸을 흔들던 그녀가 이내 얌전해졌다.

“짜증나...”

죄책감, 흥분, 회한 등등...

실비아의 저 중얼거림엔 온갖 감정이 섞여 들어가 있었다.

아델을 향한 미안함이 무척이나 크겠지만 뭐 어떡하랴.

이미 넌 낯선 스스로의 모습을 본모습이라고 인정해버리게 됐는데.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제 자신을 제어할 수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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