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07 오일 마사지
“하아... 하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벤치에 앉아있는 아델.
그녀의 이마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저 모습을 보니 너무 미안했다. 나중에 다 보상해줘야지.
손수건을 꺼낸 나는 아주 조심스런 손길로 그녀의 이마를 닦아주었다.
“괜찮아요?”
“아니요... 힘들어요... 하지만 마물들이 도처에 있는데, 가만히 두고만 보고 있을 수는 없지요...”
“신성력을 두 차례나 썼습니다. 인간에게 영향을 주는 마물도 아닌데... 쉬엄쉬엄 하면 어디 덧납니까?”
다소 가라앉은 내 목소리에, 아델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힘없는 미소를 지은 그녀가 내 손을 잡는다.
“그런 말씀 마셔요... 다행히도 마기는 이제 감지되지 않으니까... 관광을 할 수 있겠어요...”
“관광은 무슨... 지금 완전히 해가 저물었다고요.”
“내일 하면 되잖아요...”
일단 내가 원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긴 했는데, 난 네가 활발한 게 좋단 말이야.
가슴이 아파. 근데 애초에 이런 식으로 계획을 해서 할 말은 없어...
“이렇게 힘들어해서야 관광할 수 있겠어요?”
“자고 일어나면 나아져요... 이제 지혁 씨는 차로 돌아가 조수석의 등받이를 내린 뒤, 저를 안고 거기 눕혀주도록 하셔요.”
명령이 너무 구체적이라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런 날 향해 히히 웃은 아델이 재촉한다.
“어서요.”
“알겠습니다.”
내가 조수석을 정리하고 다시 돌아와 자세를 낮추자, 아델이 양팔을 뻗어 내 목을 감았다.
“지혁 씨...”
“예.”
“오늘 묵을 장소는 24시간 내내 룸서비스로 땅콩 아이스크림과 당근케이크를 시킬 수 있고, 제주도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호텔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또 있나요?”
“네. 모든 채널이 나오는 TV와, 스파를 즐길 수 있는 욕조도 있어야 해요.”
“찾아볼게요.”
고개를 주억거린 나는 아델을 안아들고 조수석에 태운 뒤 안전벨트를 채워주었다.
이후 열심히 아델이 말한 조건을 만족하는 호텔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 나를 보던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음이 녹는다, 녹아...
**
멀찍이서 내 눈치를 보며 디바이스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아델.
딱 보니 상당한 힘을 사용해서 충전에 대한 강박관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얼마나 썼을까? 최소한 50퍼센트는 까진 것 같은데...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TV를 끄고 침대에 누워있는 아델에게 다가갔다.
“아델.”
“네...?”
“아이스크림이 다 녹았잖아요.”
“.... 맛이 없어요...”
거짓말하지 마. 아까까지만 해도 큰 숟가락으로 퍼먹고 있었잖아.
그러려니 하고 있는 내게, 아델이 명령을 내린다.
“이, 이거 치우시고 당근케이크를 주문하세요... 포크는 작은 것이 필요해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딸기우유도 추가하세요.”
“예.”
룸서비스를 시키러 가려고 하던 나는,
“저... 지혁 씨...!”
아델이 다급하게 날 부르자 몸을 돌렸다.
“하실 말씀이 있나요?”
“제가 오늘 힘을 많이 사용한 것... 알고 계시지요?”
“물론입니다.”
“몸에 힘이 없으니... 트, 특별히 어깨마사지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드리겠어요...”
나는 빵 터져버리고 말았다.
선심 쓰듯 말하는 아델이 너무나도 웃겼기 때문이다.
박수까지 치면서 박장대소를 하는 내게, 아델이 입을 삐죽 내밀고는 소리친다.
“누, 누가 마음대로 웃으라고 했지요!? 당장 멈추세요!”
나는 입을 꾹 다물면서도 잔웃음만은 막지 못했다.
솔직히 주물러달라고 할 것 같긴 했다.
호텔로 오는 내내 내 눈치를 보면서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곤 했으니까.
그래서 체크인을 하기 전에 오일도 사놨다고. 오늘 진짜 기분 좋게 해줄게.
어떻게든 마음을 가다듬은 나는 눈가를 훔치며 한손을 들어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죄송합니다. 근데 웃는 것도 마음대로 못하나요?”
“그건 아니지만... 절 비웃으셨잖아요!”
“비웃지 않았습니다. 아델이 너무 좋아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온 거에요. 아델은 그런 경험이 없나요?”
아델이 입을 앙다물었다.
할 말이 없는 모양. 그녀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웃은 내가 물었다.
“케이크를 다 드시고 나면 주물러드릴까요?”
“지, 지금도 괜찮을 것 같은데...”
“룸서비스는요?”
“어차피 24시간 되잖아요...”
“알겠습니다.”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 나는 이동식 테이블을 치우고, 아델의 뒤로 가서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는 잔뜩 긴장해서 빳빳해진 아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힘 빼세요. 마사지를 힘주고 받으면 안 받느니만 못할 테니까.”
“네...”
나는 조금 늘어진 아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면서 마사지를 시작했다.
정말로 마사지만 했다. 정성을 다해 어깨만 주물렀고, 다른 부위엔 손도 대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지압을 느낄 때마다 나른한 소리를 내뱉던 아델이 날 흘끔거렸다.
“지혁 씨... 힘들지 않으셔요?”
“끄덕도 없습니다.”
“.... 그렇다면 계속 하세요.”
“예.”
“힘드시면 목 뒤를 주물러주셔도 돼요...”
“안 힘들다니까요?”
“그, 그럼... 흐얏!?”
화들짝 놀란 아델.
내 손이 돌연 앞으로 향했기 때문이었다.
라운드 넥 좌우로 약간 튀어나온 쇄골을 부드럽게 만지작거리던 나는, 아델의 목 앞쪽을 살살 쓸어주면서 그녀의 머리 위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이건 월권행위인가요?”
“후아... 아니에요...”
“뭔가 아델의 기분에 따라 징계내용이 달라지는 느낌이네요. 불공평한데요?”
“지, 지금 따지시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저 힘든데 그만해도 될까요?”
“.... 끄덕도 없다고 하셨으니 거짓말로 간주하겠어요... 어서 계속하세요...”
“그럼 앞으로 누워보실래요?”
아델이 흠칫하며 되묻는다.
“앞으로...?”
“예. 아델의 어깨는 전혀 굳어있지 않았습니다. 오늘 많이 걸어 다녔으니 다리 마사지를 하는 게 낫다고 봐요.”
말을 마친 나는 자리를 비켜주었다.
아델이 편하게 누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함.
‘아하...’ 하며 순진한 감탄사를 내뱉은 아델이 앞으로 누워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그 상태에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누웠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나는 후다닥 거실로 달려가 오늘 몰래 사두었던 라벤더 향 마사지 오일을 꺼냈다.
이후 다시 침실로 돌아와 아델의 옆에 앉았다.
일단 그냥 맨손 마사지로 시작하자.
그녀의 종아리 위로 손을 올린 내가 물었다.
“시작해도 될까요?”
“네...”
아델은 정강이 아래쪽이 드러나는 8부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있는 상태.
난 침대 아래로 내려가 아델의 바지 밑단을 살짝 올리면서, 그녀의 뽀얗고 얇은 발목을 잡고 아킬레스건을 살짝 주무르는 것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아프면 말씀하세요.”
“네에...”
분위기가 야릇해졌음을 직감했을까? 아델의 목소리가 무척 낮아졌다.
나는 손가락으로 아델의 발등을 받치고, 엄지로 그녀의 발을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자그마한 발바닥 곡면을 살살 문지르니, 간지럼을 탔는지 발가락 전체가 앙증맞게 안쪽으로 오므려졌다.
“후... 후...”
긴장을 한 듯 긴 날숨을 뿌리는 그녀.
발뒤꿈치를 엄지손톱으로 사르르 긁고 지나가게 했을 땐, 양팔을 몸 쪽으로 당기고 배갯잎을 꽉 쥐기까지 했다.
어떻게든 얌전히 있으려는 아델의 발가락을 하나하나씩, 정성을 들여 누른 나는 그녀의 다리를 양쪽으로 벌렸다.
그리고는 그 사이에 들어가 앉아 종아리 밑부분을 주물렀다.
“후으...”
“좋으세요?”
“조, 좋아요...”
“지압은요? 적당해요?”
“딱 적당하니 이런 식으로 계속하셔요...”
힘을 주면서 주무르는 것도 아니고, 그저 오싹한 기분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 훑고 지나간다고 봐야 옳았다.
그런데도 지압이 적당하다라? 이 마사지를 가장한 애무를 신나게 즐기고 있구나.
아델은 자신의 오른손을 베개 아래로 넣었다.
울려대기 시작하는 디바이스를 감추고 싶어 하는 행동. 속내가 다 보여서 웃겼다.
조금 과감해져보기로 한 나는, 종아리를 따라 올라가 허벅지에 손을 대고 살살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델이 자신의 두 다리에 힘을 빡 주며 상체를 한 차례 움찔 떨었다.
“후으으...”
“어디 불편하신 곳이 있는 것 같은데요.”
“어, 없어요... 계속해요... 그리고 이제 잡담은 금지에요...”
“너무하시네요.”
“징계를 받고 싶으신 건가요...? 집중... 후으아... 하세요...”
“알겠습니다.”
나는 이번엔 손가락을 세워 아델의 엉덩이 밑 부분과 허벅지 사이... 즉, 엉밑살을 눌러보았다.
말캉한 감촉. 탄력도 적당하니 좋다.
그와 동시에 아델이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폴리에스테르 재질인 바지의 주름이 쫙 펴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시각적인 만족도도 훌륭하구나.
아델의 탄력적인 둔부 위에 손을 올린 나는, 그 부근을 손바닥만으로 누르며 상하좌우로 밀고 당겼다.
이 상태에서 한손을 아델의 가랑이 사이에 넣고, 손날을 세워 대음순 부근을 스쳐지나가듯 왕복하자,
“후으...! 후...!”
아델이 몸을 꿈틀거리며 아까보다 훨씬 격해진 신음을 터뜨렸다.
흘러나오는 웃음소리를 간신히 참아낸 내가 말했다.
“아델.”
“잡담은 금지...! 라고 분명히 말씀드렸을 텐데요...?”
“마사지와 관련된 얘깁니다. 오일을 발라드리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오일...?”
“일단 발 먼저 해드릴 테니까, 한 번 체험해보고 괜찮으면 더 해달라고 말씀하세요.”
“조, 좋아요...”
아델의 승낙이 떨어지자, 난 옆에 놓아둔 오일의 뚜껑을 따고 발바닥에 주르륵 떨어뜨렸다.
눅진한 액체가 떨어지는 느낌이 간지러웠는지, 그녀의 발가락이 다시 오므려졌다.
반대쪽 발에도 오일을 떨어뜨린 난, 아주 약한 힘으로 발 전체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엉덩이를 만질 때처럼 살과 살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천천히 쓰다듬었고, 어떨 땐 손가락 전체를 사르르 움직여 아델이 최대한 야릇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후아...! 흣...♡”
아델의 입에서부터 튀어나온 교태 섞인 신음소리.
그녀의 발은 오일을 바른 순간부터 오므렸다 펴졌다 하고 있었다.
오일 특유의 미끈한 감촉과 내 손길이 마음에 들었나보다.
여기서 조금 더 아델의 발을 간지럽혀 흥분감을 높여놓은 나는 마사지를 멈추었다.
“....?”
그러자 아델의 고개가 좌우로 왔다갔다 거렸다.
왜 그만하는지 의아해하는 것 같은 행동.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내가 물었다.
“체험은 여기까지입니다. 다리도 받아보시겠어요?”
“다리... 다리... 좋아요... 하세요...”
나는 방의 조명을 완전히 낮췄다.
아주 은은한 불빛만 감돌도록, 아델이 최대한 부끄러움을 숨길 수 있게끔.
이후 그녀의 골반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골반을 위로 들어주세요.”
“.... 골반은 왜요...?”
“바지 위에 오일을 떨어뜨릴 수는 없잖습니까. 벗겨야 해요.”
“무, 뭐라구요...?”
눈에 띄게 당황해하는 아델의 엉덩이를 토닥여준 내가 부드러운 말투로 그녀를 안심시켰다.
“방 안이 너무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물론 거짓말이었다. 아무리 조명을 낮췄다 해도 볼 건 다 보인다.
“.....”
“기분이 정말 좋을 겁니다. 피로가 완전히 풀릴 거에요.”
“읏...”
이런 내 유혹에 잠깐 망설이던 그녀는,
스으윽...
무릎을 위로 당겨 자신의 골반을 약간 들었다.
히죽 웃은 나는 아델의 바지 허리부분을 잡고, 힘을 주어 아래로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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