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02 나의 아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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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잘하는 법]
[1. 키스를 하기 전 눈빛은 최대한 그윽하게 한다.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쯤……]
[2. 만약 남자가 먼저 키스를 해올 경우 입술을 조금 내밀어주는 것이 좋다. 입술을 내밀면 접촉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2. 고개를 남자의 반대쪽으로 젖힌다. 코가 맞닿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함이므로……]
[3. 남자가 혀를 내밀면 받아들여주어라. 입은 혀가 들어올 정도로만 오픈하는 게 좋다. 또한……]
아델은 인생 최대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키스에 대한 정보글을 읽어 내려갔다.
마지막 열 번째 문단까지 읽은 그녀는, 다시 첫 번째로 돌아가 글을 달달 외우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끝에 키스방법을 머릿속에 완전히 집어넣은 그녀가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후아아...”
그 상태에서 숨을 길고 크게 내쉬니 후끈한 느낌이 양 뺨에서 일었다.
느낌이 마치 현재 자신의 마음속 같다고 생각한 아델은, 양발을 교차하며 침대를 찼다.
오늘 오후에 있었던 일 때문이었다.
공격적으로 들어오는 지혁의 혀를 받아낸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혀를 굴리면서 겨드랑이를 꾹꾹 눌러대자 놀라선 이빨을 콱 닫아버렸다.
천만다행히도 피는 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혁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워해서 몸 둘 바를 몰랐었다.
그는 호들갑을 떠는 자신을 다독였지만... 너무 미안했다.
그래서 밥을 다 먹을 때까지도 기가 팍 죽어있었고, 돌아올 때까지 지혁과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오늘의 데이트를 완전히 망쳐버리고 말았다.
‘나는 바보야...!’
그냥 가만히만 있으면 중간은 가는데... 정말 바보였다.
지혁은 분명 자신에 대한 정나미가 뚝 떨어졌을 것이다.
한숨만 푹푹 내쉬던 아델은, 휴대폰 벨소리가 경쾌하게 울리자 깜짝 놀랐다.
황급히 발신자를 확인해보니 지혁이었다.
침을 꼴깍 삼킨 그녀는, 떨리는 마음을 뒤로한 채 전화를 받았다.
“여, 여보세요...?”
-아직도 꽁해있는 건 아니죠?
“지혁 씨... 괜찮아요?”
-괜찮다고 몇 번을 말해요. 끄덕도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 아팠잖아요...!”
-아픈 척했을 뿐입니다.
‘끄억!’하는,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비명소리를 분명히 들었는데 아픈 척을 했다니.
지혁은 아델 자신을 위해서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냥 솔직하게 아팠다고 말하지, 저러니까 더욱 미안하다.
“죄송해요...”
-사과 받아줄게요. 그러니까 그만 미안하다고 해요.
“아, 알겠어요... 내일도 만날 거지요...? 바쁜 일 없지요?”
만나지 않겠다는 말이 들려올까 가슴을 졸이던 아델은,
-당연한 소리를 하시네요. 내일은 오전에 데리러 갈게요.
원하는 대답이 들려오자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게다가 오전부터 지혁을 볼 수 있다? 완벽 그 자체였다.
안색이 환해진 아델이 냅다 대답했다.
“좋아요...!”
그러자 휴대폰 너머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너무나도 좋은 음색에 아델의 입가가 절로 치켜 올라가고, 몸이 배배 꼬였다.
-지금 뭐하는 중이에요?
“그냥 누워있는데에...”
-자려고요?
“아니요...”
-졸린 말투인데?
“아닌데요? 하나도 안 졸려요!”
누가 봐도 연기톤. 지혁이 또 듣기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만 끊어야겠네요.
아델은 울상을 지었다. 정말 안 졸린데... 그냥 쑥스러워서 목소리가 낮아졌던 건데... 지혁은 또 눈치없이 이러고 있다!
지혁에게 더 통화하자고 조르려던 아델은, 이어지는 그의 말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잘 자고 내일 봐요. 사랑해요, 아델.
“.....”
아델은 전화가 끊겼음에도 한참 동안이나 귀에 휴대폰을 대고 있었다.
믿어지지 않았다. 듣고 싶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실제로 들으니 기대를 한참이나 초월했다.
마치 신도들이 모여 로사리오에 대한 찬송가를 불렀을 때처럼 황홀한 기분을 느낄 정도였다.
입이 함지박 만하게 벌어진 아델은 이불을 마구 걷어찼다.
너무 덥다. 심장은 빠르게 쿵쾅거렸고, 얼굴은 화끈거렸다.
전화로만 들었는데 이 정도. 직접 얼굴을 맞댄 상태에서 듣는다면 어떨지 도저히 감히 잡히질 않았다.
연신 좋아라하던 그녀는 애꿎은 디바이스를 만지작거리다가 충전량 표시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는 화들짝 놀라고야 말았다.
[53%]
‘5... 53퍼센트...?’
키스만으로 3퍼센트나 올랐다는 말인가?
아니, 키스 도중 지혁은 자신의 허리, 그리고 겨드랑이를 만졌다.
그로 인해 기분이 좋아지긴 했는데... 그걸 감안해도 이해가 안 됐다.
놀라 자빠질 뻔해서 지혁의 혀를 깨물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3퍼센트가 충전되다니... 혹시 자신은 놀란 게 아니라 흥분을 해버린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했다.
‘아냐... 혼란스러워하지 마!’
이미 각오한 일이었다. 지혁과 충전을 하겠다고 다짐했잖은가!
그러니 충전이 된 건 좋은 일이었다.
지금은 지혁이 했던 사랑한다는 말만 신경 쓰자.
-사랑해요, 아델.-
방금 들었던 고백을 복기하니 혼란스런 마음이 잦아들었다.
내외가 금세 평온해진 아델은 헤벌쭉해진 상태로 눈을 감았다.
**
오늘따라 아델의 안색이 무척 밝다.
사랑한다고 말해줘서 그런 모양인데... 저 해맑은 표정을 보니 나 또한 기분이 좋아진다.
조수석에 탄 아델은 그녀답지 않게 조신한 척을 하고 있었다.
무릎을 딱 붙이고, 허벅지 위에 손을 교차해 올린 상태.
그러면서도 눈동자를 굴려 날 몰래 살피는 것이, 어제의 일을 잔뜩 신경 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사랑고백, 그리고 키스 중간에 내 혀를 깨물었던 일 말이다.
그 일 때문에 충전계획이 어긋났지만 뭐 어떤가. 귀여우면 그만이지.
아델을 향해 이를 드러내며 웃은 내가 물었다.
“신분증 가지고 왔어요?”
“신분증이요...? 가지고 오긴 했는데... 왜요?”
“제주도 여행을 가려고 합니다. 아델이 바다 보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당일치기로 보고 다시 올라올 거에요.”
그 말에 아델이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정말요?”
“예. 좋으세요?”
“네! 근데 왜 제주도로 가요? 가까운 바다는 인천도 있고, 강원도도 있는데.”
왜겠냐. 최소 1박 2일 정도는 묵을 계획이라서 그런 거지.
우리 꽤 오래 만났잖아. 이 정도 기다려줬으면 떡 치기 직전까지는 가봐야지. 안 그래?
머리를 긁적인 내가 난처한 투로 말했다.
“그게... 여행 겸 조사를 가려고 합니다.”
“조사요?”
“예. 제주도에 설치된 이블리언 탐색기가 이상반응을 보이고 있어요. 계속 미약한 마기를 찾아내고 있는데, 제주도엔 마물이 나타나지 않았거든요. 본부에 경고음도 안 울렸고... 그래서 한 번 확인해볼 겸 그리로 가는 겁니다.”
“아... 그럼 일하러 가는 거네요?”
“금방 끝내고 아델과 놀아야죠.”
“금방 끝내다니요! 탐색기가 고장이라도 난 거라면 큰일 아닌가요!?”
아니, 실망할까봐 애둘러 말한 건데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설명했을 때 시무룩한 표정을 짓지 말든가...
“옳은 말씀입니다. 죄송해요.”
“마물과 관련된 일은 무척 중요해요! 그런데도 금방 끝낸다니... 정신 차리세요!”
“예...”
깨갱한 나는 차를 출발시켰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공항으로 향하던 나는, 아델이 흐흠! 하며 헛기침을 하자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물었다.
“왜요?”
“화나셨나요?”
“전혀요.”
“그런데 왜 제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으시지요?”
“운전 중이잖습니까.”
“자동운행모드가 있잖아요.”
“비행기 시간이 빠듯해서 직접 운전하는 게 낫습니다.”
“전용기로 가는 게 아니었나요?”
“제주도에 가는데 전용기를 타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전방에 시선을 둔 상황에서도 아델이 입을 삐죽 내미는 것이 보인다.
귀엽다... 근데 내가 왜 이런 장난을 치고 있는 거지?
아델과 있다 보면 나도 덩달아 유치해지는 기분이다.
난 결국 차를 자동운행모드로 바꿔놓고 아델을 바라보았다.
“화나지 않았습니다.”
너그러운 내 목소리에 안도한 아델이 말없이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그윽한 눈으로 날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 어색한 연기는 뭐지?
당황한 내가 가만히 있자, 아델이 미간을 좁히며 눈을 부릅떴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재촉을 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녀를 골려주기로 했다.
“어디 아프세요?”
그 말에 아델의 얼굴이 기상천외하게 바뀌었다.
아랫입술을 꽉 문 그녀가 손을 홱 빼내더니 몸을 돌렸다.
“아니요!”
빼액 소리친 그녀가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급하게 찾기 시작했다.
또 인터넷에서 이상한 걸 봤구나. 어이가 없다.
**
삐쳐있다가도 공항의 인파를 보고 감탄하고, 비즈니스석에 탈 땐 좋아라하던 아델.
그녀는 비행기가 제주도에 거의 도착했을 때부터 불안한 얼굴을 했다.
안절부절 못하고 있어서 사무장이 괜찮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애써 아무 일 없다고 말한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고는, 옆에 앉은 내게 상체를 가까이 가져오더니 속삭였다.
“마기가 느껴져요... 제가 처음 지구에 왔을 때, 그리고 그 까마귀 마물과 싸웠을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해요...”
나도 알아. 지금 제주도 바다 깊숙한 곳에 어떠한 일이 진행되고 있거든.
놀란 척한 내가 물었다.
“어디서부터 풍겨지고 있나요?”
아델은 창밖을 가리켰다.
“정확히 저기에요.”
그녀의 손가락은 제주도 서쪽 바다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블리언 탐색기가 있는 곳이기도 했다.
이마를 짚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탐색기는 고장이 났던 게 아니로군요.”
“그런 것 같아요. 본부에 연락해야하지 않을까요?”
“마기가 위험할 정도로 풍기고 있습니까?”
“그건 아니에요...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쉽게 비유하자면 공기가 조금 안 좋은 정도에요.”
“공기가 조금 안 좋은 정도라? 범위가 넓다는 뜻도 되겠군요.”
“맞아요. 정확해요. 약한 마기, 그리고 넓은 범위.”
“그 정도라면 우리끼리 해결해보죠. 본부에 연락은 하지 않습니다.”
“네...?”
입을 꾹 다문 채 기다란 콧바람을 내뱉은 나는, 내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아델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박사님께 연락을 할 경우, 공식적인 활동을 했다는 성명서를 세계연합에 발표해야 해요. S급 마물의 습격을 받은 지도 얼마 안 된 상태에서 또 마물과 관련된 일을 처리한다? 세상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겠습니까? 불안해하겠죠.”
“아...”
“위험하지 않다고 했으니 이번 일은 그저 탐색기 보수... 정도로만 끝내는 게 좋다고 봅니다. 사태가 커질 것 같으면 그때 연락해도 늦지 않아요. 세화와 유리아의 지원도 빠르니까요.”
“네... 이해했어요.”
나는 최대한 면목이 없다는 투로 아델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관광이 업무가 되어버렸네요.”
아델이 허겁지겁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니에요. 저는 비스트 슬레이어인 걸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에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하네요.”
내가 제주도 서쪽 바다에 풀어놓은 마물은 뒈져 없어진 거프의 다운 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됐다.
전투 말고도 아델의 아이테르 에너지가 소비될 수 있게끔 판을 짜봤는데, 얼마나 효과가 좋은지 한 번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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