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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196화 (196/471)

EP.196 두 번 충격받은 성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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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은 폐부가 쿡쿡 찔리는 느낌을 받았다.

지구에 처음 도착했을 때, 전차를 타고 다가온 도끼 마물이 내뿜었던 마기와는 차원이 다른 강대한 마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직 마물이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이런 마기가 풍길 정도라면, 등장했을 땐 어찌나 위험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전투기를 조종하고 있는 지혁을 바라보았다.

세 마리의 S급 마물이 각기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며 재빨리 오더를 내린 그.

그로 인해 세화와 유리아는 미국으로, 실비아와 박사는 캐나다로 향했다.

연구실에서 지혁이 보여주었던 빠른 상황판단, 그리고 결단력을 상기해보던 아델이 중얼거렸다.

“믿음직해요...”

그러자 지혁이 아델을 흘긋거렸다.

“제가요?”

“네... 지혁 씨가 있어서 지구는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아니라 비스트 슬레이어 덕분이죠. 아델에게도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부드러운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힘이 난 아델.

그녀가 자신의 양손을 꽉 붙잡고 기도문을 외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루도 빠짐없이 로사리오교의 가르침을 복기하며 키운 신성력이 몸에서 피어나오며, 전투기 밖으로 새어나갔다.

짧은 기도를 통해 주변 마기를 지워버린 아델이 눈을 뜨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지혁 씨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요. 저를 믿어주세요.”

“언제나 믿어요.”

침착한 말투에 안정감이 찾아온 아델은 나타난 마물을 빨리 정화시킨 다음, 다른 동료들을 지원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전의를 다졌다.

전투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 북부에 도착했다.

그리고 아델은 공중에 떠있는 거대한 마물의 아가리를 보고 인상을 구겼다.

너무나도 징그럽게 생긴 포탈이었다.

불길함 그 자체. 타이라트는 취향이 참 독특한 것 같았다.

“후아!”

짧고 굵은 한숨을 한 차례 내뱉은 아델이 지혁에게 물었다.

“지혁 씨, 지금 아이테르의 힘을 사용할까요?”

“예. 저 입이 열리면 곧바로 사용하십...”

지혁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고오오오...!

마물의 닫힌 이빨 사이사이에서부터 어마어마한 마기가 새어나오더니, 사람 한 명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작게 열렸다.

그 안에서 나온 건 까마귀 머리와 인간의 몸을 한 마물이었다.

아델은 마물의 괴상망측한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기보다는, 녀석의 마기가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아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녀는 곧바로 품에서 아이테르 보관함을 꺼내며 지혁에게 소리쳤다.

“문 열어주세요!”

“알겠습니다.”

재빨리 고개를 끄덕인 지혁이 조종석 옆에 있는 초록색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전투기 문이 위로 열리면서, 강풍이 안으로 들어와 아델의 밝은 금발머리를 휘날리게 했다.

아델은 침을 꼴깍 삼키고 문 앞으로 다가갔다.

‘간다!’

정말 오래간만에 사용하는 아이테르지만 의연해야 한다. 지혁에게 공식적으로 처음 선보여주는 힘이니까.

그리 생각한 아델은,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지혁을 향해 생긋 웃어주고는 전투기 바깥으로 냅다 뛰어내렸다.

‘전능하신 주님, 악을 멸하는 힘을 주소서...!’

우우웅...!

천계의 주인이자 빛의 신, 로사리오의 지고지순한 신성력이 신비한 에너지인 아이테르와 감응하며 기이한 공명음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낙하하던 아델의 몸에서부터 태양과도 같은 황금색 빛이 퍼져 나가며, 마물이 등장하면서 주변에 흩뿌려진 마기를 일시에 소멸시켰다.

아델은 자신의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압도적인 힘, 그리고 깨끗한 정신.

눈앞에 있는 거대한 악을 멸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쿵-!

아이테르의 힘을 받고 굉음을 내며 땅에 착지한 그녀는 텅텅 빈 독일 도심의 건물들을 둘러보았다.

지혁과 박사의 노력에 힘입어 선진국, 후진국 가리지 않고 전 세계에 인프라가 구축됐고, 이블리언 게이지가 탐지된 순간 대피방송이 나온다고 했다.

비스트 슬레이어가 마물들과 싸우다 건물이 파괴되면 세계연합에서 복구를 지원해주기까지...

‘대단해...!’

역시 지혁과 박사는 지구에 꼭 필요한 인재들이었다.

이들이 힘을 써준 덕분에 비스트 슬레이어들이 맘 놓고 싸울 수 있는 거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 아델은 본부에 완벽하게 소속되기 위해 오늘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비스트 슬레이어로서의 첫 걸음을 떼겠다고 다짐했다.

“@*!#&$([email protected]”

눈앞의 까마귀 마물은 경망스럽게도 아델 자신을 기다려주지 않으려 하는 듯했다.

무어라 말을 한 마물이 부리를 달싹이며 한손을 뻗자, 주변의 공기가 요동쳤다.

그리고,

푸화악-!

녀석의 손바닥 중앙에서부터 시꺼먼 기운이 아델의 머리를 향해 쏘아졌다.

뇌리에서 나는 경고음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든 아델은 재빨리 허리를 뒤로 튕겼다.

쐐애액!

엄청난 파공성과 함께 아델의 콧대를 살짝 스쳐지나간 기운은, 몇 개의 건물을 깔끔하게 관통하더니 폭발했다.

콰아앙-!

폭음과 함께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든 공격.

눈을 가라앉힌 아델은, 저 못생긴 마물이 다시 공격을 감행하기 전에 달려들었다.

“이얍!”

마물이 나타나기 전에 들었던 디바이스 충전방식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초반엔 신성력은 배제하고 싸운다. 실비아가 알려준 격투기술을 활용해서 지혁의 인정을 받고 말리라!

**

나는 여유로운 눈으로 아델과 아몬의 전투를 감상했다.

쩌억! 쩌적!

아델이 발을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그녀가 디딘 곳이 지진이라도 난 듯 갈라지고 있었다.

자신의 자그마한 주먹을 이리저리 휘두르고 있는 그녀.

“얍! 얏!”

후웅! 후우웅!

여리여리하고 귀여운 기합과는 다르게, 그녀의 펀치는 무척 강맹했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파공성이 여기까지 들려오니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다.

순둥이 같던 아델이 맞나 싶을 정도. 자세도 제법 나왔다.

다만 아직은 서툴러서 아몬이 피하고 반격할 여지를 쉽게 내어주었다.

전용무기인 망치가 없는 것도 한몫했겠지.

아몬은 시종일관 여유롭게 아델을 상대했다.

아델의 공격은 절대 맞아주지 않았으며, 마기로 그녀에게 공격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효타는 전혀 입힐 수 없었다.

그녀의 몸에서부터 찬란한 노란빛이 새어나와 아몬의 공격을 무효화시켰기 때문.

신성력이 자동으로 마기를 방어해주는 것 같았다.

‘사기로군.’

슈트에 무기조차 없는, 장기로 따지면 차포 떼고 싸우는 상황인데 무적에 가까운 방어력 때문에 생채기조차 나지 않다니...

안 그래도 맷집이 좋은 아델인데, 로사리오가 아주 개좆같은 능력을 줬구나.

혀를 끌끌 찬 나는 모니터에 공유된 박사의 전투기 화면을 바라보았다.

흰 눈이 가득한 캐나다의 로키 산맥, 그 정상에서 붉은 섬광이 거프를 난도질하고 있는 게 보였다.

고유능력을 만개할 수 없는 장소인 것을 감안해도 거프는 S급 마물이다.

기본적인 육체능력이 있다는 뜻. 그런데도 저 정도로 밀리다니...

전투센스는 실비아가 아델보다 수십 수는 위다.

떠어엉-!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거프의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나는, 아래에서부터 경쾌한 종소리가 울리자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입을 떡 벌렸다.

아몬의 몸이 연 날리듯 펄펄 날아가 건물 안에 처박혔기 때문이다.

“저게 뭔...”

뭔가 싶어 눈동자를 굴리니, 양손으로 휘어진 가로등의 몸통을 잡은 채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델이 보였다.

상황을 보니 주먹으론 안 되겠다 싶은 그녀가 가로등을 뽑아 아몬에게 갈긴 모양.

과연 힘캐다운 모습이었다.

-이년...!

방심했는지 당황했는지는 몰라도 의외의 일격을 맞아버린 아몬은, 주변으로 마기를 줄기차게 뿜어대면서 힘을 불렸다.

점점 거대해져가는 아몬의 몸집. 얼마 지나지 않아 놈의 몸이 건물 4층 크기 정도로 불어났다.

“으아아...! 엄청 크다...!”

위기상황이 분명한데도 감탄만 터뜨리는 아델.

아몬은 그런 그녀를 향해 마기가 둘러진 주먹을 내려찍었다.

힘도, 속도도 더할 나위 없는 일격.

피할 틈을 찾지 못한 아델은 어쩔 수 없이 양팔을 교차해 위로 들어올렸다.

쩌어어엉-!

무지막지한 소리와 함께 아몬의 주먹이 바닥까지 꽂혔다.

남들이라면 아델이 쥐포가 됐을까 걱정했겠지만, 나는 그녀가 멀쩡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꾸드득...!

아스팔트 바닥에 박혀있던 아델이 아몬의 주먹을 위로 천천히 밀면서 기어 올라왔다.

그녀의 몸에서 발해지던 금빛 기운은 강도가 더욱 강해진 상태.

이제부터 신성력을 공격용도로 쓸 생각인가보다.

깍지 낀 손을 뒤통수에 댄 나는, 조종석 등받이에 몸을 묻으며 두 사람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

나는 아델이 본격적으로 신성력을 사용할 시점에 승부가 금세 판가름 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착오였다.

아몬은 전투가 시작된 지 여섯 시간이 넘은 지금까지도 아주 잘 싸우고... 아니, 버티고 있었다.

반격은 제대로 날리지 못할지언정 아델의 정화는 어떻게든 알아차리고 피했다.

다만 여기까지가 한계였는지, 아몬의 몸은 곧 쓰러질 듯 위태위태해보였다.

그래도 아주 기특했다. 아델의 아이테르 에너지를 쫙쫙 소모시켜주어서.

괜히 코가 시큰해진 나는 껌을 입 안에 집어넣고 씹어대며 다른 곳의 전황을 살펴보았다.

‘오르바스도 곧 끝나겠군.’

거프는 진즉 죽었고, 오르바스가 세화, 유리아, 그리고 실비아에 맞서 분투하고 있었다.

세 비스트 슬레이어, 그리고 세계 최고의 군사력을 가진 미군의 합동공격.

수만이 넘는 군단이 아니었다면 진즉 뒈졌을 텐데, 명줄 한 번 질기다.

난 다시 아몬에게로 눈을 돌렸다.

-크윽...!

만신창이가 되어있는 녀석의 몸.

놈의 한쪽 어깨는 완전히 짓눌렸고, 부리는 절반이 깨진 상태였으며, 온몸에서 검은 피를 줄줄 흘려대고 있었다.

몸을 둘렀던 거대한 마기는 거의 사라진 상태.

기세등등하던 초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인간들의 눈치를 보며 쓰레기나 주워 먹는 가련한 까마귀만이 그 자리에 있었다.

반면 아델은 아주 멀쩡했다.

그러나 표정만큼은 지쳐있었다.

“헤엑... 후아...”

귀여운 숨소리를 내뱉으며 호흡을 고른 아델은, 초토화된 주변을 보고 화가 났는지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우웅-!

아까보다는 조금 약해진 금빛 기운이 그녀의 주먹으로 모여들고,

“이야압!”

쩌엉!

힘차게 기합을 내지른 아델이 땅을 박차고 위로 돌진했다.

이번 공격은 아까와 달랐다.

이전까지는 정화의 기운을 피하느라 틈이 생긴 아몬을 무식한 힘으로 두들겨 팼다면, 지금은 아예 신성력을 주먹에 두르고 접근하고 있었다.

타격을 줌과 동시에 정화도 하려는 모양.

속도는 무척 빨랐지만 투로가 눈에 보일 정도로 단순한 공격이었기에, 나는 아몬이 저 공격을 피할 거라 확신했다.

하지만,

-크으...

누적된 충격으로 인해 어지럼증을 느꼈을까?

아니면 신성력의 힘에 압도된 탓이었을까?

아몬의 몸이 잠깐 휘청거렸다.

순간의 실수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결과는 처참했다.

콰직!

-끄르륵...!

아델의 주먹에 의해 가슴이 꿰뚫린 아몬이 가래가 끓는 소리를 냈다.

동시에 살점이 타오르는 소리도 들렸다.

이제는 거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희미해진 마기가 완전히 사라지고, 아몬의 시커먼 눈동자에 힘이 풀리는 것을 본 아델이 주먹을 빼내고 땅에 착지했다.

뻥 뚫린 아몬의 가슴에서 주르륵 흘러내리는 검은 피.

그건 곧 상처부위에서 맴돌고 있는 금빛 기운에 의해 따닥거리는 소리를 내며 타올랐다.

그런 자신의 상처를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아몬이 무릎을 꿇었다.

쿵!

집채만 했던 몸이 원래대로 돌아온 녀석은, 잠시 아델을 주시하다가 앞으로 쓰러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기지개를 켰다.

‘최면 없이 아주 잘 싸워줬다.’

최면능력을 쓸 수 없는 열악한 상황이었음에도 기대이상이었다. 좋게 보내줘야겠다.

라고 생각하던 나는, 쓰러진 아몬에게서부터 마기가 넘실대기 시작하자 고개를 갸웃했다.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려는 건가?

스으으으...!

마기는 무너진 건물의 잔해 사이에서 벌벌 떨고 있던 새끼고양이의 몸으로 쏙 들어갔다.

아몬의 최면에 걸린 그 고양이는 거리 한복판으로 나와 아델을 뚫어지게 주시했다.

신성력을 사용해 마기를 정화하려던 아델은, 고양이의 입에서 원래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인간의 언어가 튀어나오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희들은 가증스런 타이라트에게 속고 있다.

아몬 특유의 칼칼거리는 목소리.

그 경고를 끝으로, 아몬의 몸이 완전히 가루가 되어 공기 중으로 흩날렸다.

마계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절대강자인 아몬, 그는 그렇게 최후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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