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189화 (189/471)

EP.189 나는 멀쩡하다

“하아... 하아...”

내 오른쪽 귀에서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

아래에 깔려선 다리를 벌린 채 기나긴 사정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던 박사는, 호흡을 고르면서 내 등을 툭툭 두드렸다.

“오늘 너무 난폭해...”

박사의 위를 덮은 상태였던 나는 고개를 들고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입술에 애정이 가득한 키스를 해준 뒤 물었다.

“난폭해? 그럼 다음부터는 살살 할게.”

“아니... 이것도 좋았어...”

“샤워하러 가자.”

“아, 안 돼...!”

급하게 소리를 지른 박사가 내 허리에 다리를 감고 힘을 꽉 주었다.

“이대로 있고 싶어... 부탁해요...”

난 오늘따라 애정표현이 과한 박사의 목 뒤로 팔을 넣어 그녀를 안아주었다.

박사 또한 내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어 땀으로 젖어버린 등을 꽉 붙잡았다.

오랜 시간 그러고 있던 우린 샤워실로 들어가 다정하게 샤워를 마쳤다.

난 물기 젖은 몸을 제대로 닦지도 않은 채 침대에 털썩 누웠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무음으로 해놓은 상태였던 휴대폰엔 아델의 톡이 다섯 개나 와있었다.

[지혁 씨, 내일도 연구실 갈래요. (❛⌄❛)]

[대답 안 해요?]

[왜 안 읽으세요? (-`д´-)]

[내일 딸기우유 가져갈까요?]

[아델라인 님께서 선물을 보냈습니다.]

마지막은 낚시성 톡이었다.

저렇게 적어놓은 뒤, 상대방이 홈 화면에 나타난 내용을 보고 선물을 받았겠거니 착각하도록 해서 톡을 읽게끔 만드는.

유치한 장난에 어이가 없어진 나는 헛웃음을 켰다.

이후 아델에게 답장을 보냈다.

[죄송합니다. 뭘 좀 하느라...]

[원래는 무시할 생각이셨죠? 하지만 제가 선물을 보냈다니까 궁금해서 읽어보신 거죠? 그럴 줄 알았어요.]

곧바로 온 답장. 내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절대 아닙니다. 내일도 오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๑>ᴗ<๑)]

[아니다. 내일 저녁에 제가 의정부로 갈게요.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해요.]

[(๑ŏ_ŏ๑) 저녁이요?]

정색하는 이모티콘을 보니 아침부터 만나고 싶었나보다.

[선물 사갈 테니까 참고 기다려주세요.]

[오전은 안 돼요?]

[안 됩니다.]

[알았어요... 전 이제 잘 거에요.]

[좋은 꿈 꿔요.]

아델의 톡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평소였다면 그녀 자신이 끝맺음을 했을 텐데, 말을 씹는 것으로 보아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아니면 엄청 졸린 상태거나.

코웃음을 친 나는 오늘의 일을 상기해보았다.

상당히 위험했다. 묘한 분위기에 휩쓸려 집중을 하지 못해 아델의 퀴즈를 죄다 틀렸고, 성경도 제대로 외우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완전히 나아지긴 했는데... 그 기이한 기분은 분명 아델에게서 비롯된 일.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확실한 답을 내리지 못하겠지만, 그녀는 어떠한 식으로든 내게 영향을 주고 있었다.

마르셀라는 내게 유해졌다고 했다.

아델이 내 정신을 알음알음 갉아먹고 있는 건가?

그녀의 착한 심성에 감화가 된 건 아닐 텐데... 짜증이 난다.

나는 나다.

에란델 은하의 총수이자, 마계의 마왕이고, 인류를 무너뜨릴 침략자.

내가 달라지는 일 따윈 절대 없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내일 다시 확인해보자.’

뺨을 약하게 툭툭 친 나는, 박사가 긴 수건을 가지고 나와 내 다리 위에 올려놓자 물었다.

“뭐해?”

“몸 제대로 닦아야 돼. 감기 걸려.”

말을 마친 박사는 꼼꼼히 내 하체를 구석구석을 닦아주었다.

발가락, 무릎, 허벅지... 아래에서 위로 서서히 올라가면서 물기를 닦아내던 그녀는, 자지에 수건을 올려놓은 다음 그 위에 손을 대고는 살살 만지작거렸다.

부드러운 압박감. 오늘 세 번 사정했던 자지가 다시 서서히 발기되어간다.

“누나.”

“응?”

“와봐.”

순순히 내 위로 올라와 눈을 마주치는 박사.

그녀의 큰 젖가슴이 내 가슴에 닿아 간질간질한 느낌을 자아낸다.

“왔어요.”

“누나는 내가 착한 사람 같아?”

뜬금없는 질문에 박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대답해봐.”

진중한 얼굴을 한 그녀는 내 상체 위에 자신의 몸을 포개더니, 내 윗머리를 옆으로 살살 넘겨주었다.

“아니, 전혀. 넌 나쁜 사람이야.”

“그건 또 왜?”

“날 이렇게 만들었잖아.”

“누나가 어떻게 됐는데?”

“전남편을 영원히 간직하려고 했던 나였는데... 이제 그런 사람은 생각도 안 나. 너 때문에...”

박사와 내가 만난 시간은 짧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 만에 에드워드 파슨스와의 추억을 모두 덮어씌운 것도 모자라, 그를 박사의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애절한 사랑을 박살내버렸고, 굳건했던 도덕성마저 흔들고 내게 맞춰지게 만들었다.

이 모든 게 악의도 없이 이뤄낸 성과. 나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박사는 내 사악한 미소가 마음에 들었는지 온 얼굴에 키스를 퍼부어댔다.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예전엔 착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틀렸어. 너는 가면을 썼어. 그리고 나는 네게 속았던 거야. 맞지?”

“맞아.”

“그러니까 넌 정말 나쁜 사람이야.”

“이런 내가 싫어?”

“아니... 사랑해요... 난 이제 당신이 없으면 안 돼요...”

박사의 이런 고백을 들을 때마다 압도적인 정복감이 느껴진다.

난 박사의 팔을 잡고 순식간에 자세를 바꾸었다.

내가 위, 그리고 박사가 아래.

얼굴이 벌개진 그녀가 내 팔뚝을 잡으며 시선을 피하고는 중얼거린다.

“샤워했는데... 그리고 오늘도 아래가 아파...”

“다리 벌려봐.”

“.... 오늘은 힘든데...”

부정적인 말과는 달리 박사의 입가는 쭉 찢어져있었다.

살이 빠져 보기 좋아진 그녀의 다리가 좌우로 서서히 벌어진다.

요즘 요가를 해서 그런지 유연성이 남다르다.

나는 잔뜩 발기된 자지를 박사의 하복부에 툭툭 쳐댔다.

“누나.”

“응...?”

“그냥 잘까?”

“아니... 넣어주세요...”

“어디에?”

“보지...”

“그게 끝이야?”

“보지... 당신의 자지 형태로 만들어진 보지에 넣어줘요...♡”

만족스런 대답이다.

박사의 둔덕진 치구, 그 음순 사이에 자지를 대고 비비던 내가 말했다.

“모레 피 검사하러 가보자.”

임신을 했는지 확인해보자는 말이었다.

박사가 수줍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

다음 날 저녁.

나는 의정부 별채 앞에 차를 세웠다.

시동을 끈 채 등받이를 내리고 몇 분간 가만히 있으니, 조수석 문이 열리면서 아델이 탄다.

“지혁 씨!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안전벨트를 크게 맨 그녀는, 가만히 있는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왜 출발 안 하세요?”

나는 아델의 얼굴만을 빤히 주시했다.

어제의 그 느낌이 다시 드는지 확인해보기 위함.

만약 오늘도 그렇다면 성경을 배우는 일을 그만두고 당분간 아델을 피할 생각이었다.

“.....”

아델은 내가 이러는 것이 부끄러웠는지 가방에 턱을 댔다.

그러면서 눈동자를 굴려 날 흘긋거렸다.

“왜요...”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채 따지듯 묻는 아델.

그녀는 내가 대답하지 않고 자신만을 뚫어지게 보자 이내 얼굴 전체를 가방에 묻어버렸다.

귀여운 행동이었다. 그러나 나는 몸 상태를 체크하느라 그런 그녀의 행동에도 웃지 못했다.

일단 어제의 요상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정신도 멀쩡했고, 잡스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한 가지 확인만 더 해보자.

“아델.”

그녀가 얼굴을 들더니 말끝을 길게 늘어뜨렸다.

“네에...”

“기도해주세요.”

“갑자기요...? 기도는 스터디카페에서...”

“절 위해 기도해줘요.”

“아, 알았어요...”

수줍게 대답한 아델이 가방을 발아래에 내려놓았다.

목을 가다듬은 그녀가 기도를 시작했다.

“전능하신 주님……”

곧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차 안.

썬팅이 잘 되어있더라도 다른 사람이 본다면 수상하게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괜찮다. 이걸 볼 경우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면 되니까.

나는 진심으로 로사리오에게 기도를 올리듯 손깍지를 끼고 눈을 감았다.

수 분 뒤,

“…… 아멘.”

아델이 기도를 끝맺었다.

휘황찬란한 광채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있는 것을 확인한 나는 안심했다.

‘아델은 내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다.’

정면에서 신성력을 받았는데도 괜찮다.

어제는 그냥 피로해서였을 뿐이다.

다만 안심은 하되, 방심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아델과 함께 있으면서 언제든 그 느낌을 받는다면 곧바로 거리를 둘 거다.

무리하게 공략하다가 정화당하는 것보다는 낫지. 나는 착하게 살기 싫단 말이야.

“지혁 씨... 괜찮으신가요?”

아델의 걱정스런 물음에 정신을 차린 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네.”

“이제 선물 주세요... 어제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머뭇머뭇 손을 내미는 아델.

그녀의 반응에 실소를 터뜨린 나는, 주머니를 뒤적거려 포장도 뜯지 않은 사탕상자를 꺼냈다.

아델이 좋아하는... 아니, 좋아하게 된 민트향 사탕이었다.

“여기요.”

“고맙습니다...”

격한 반응을 보일 줄 알았는데 눈도 마주치지 않다니.

아델 또한 나만큼 어제의 묘한 기류를 신경 쓰고 있나보다.

나는 조심조심 포장지를 뜯는 아델을 향해 물었다.

“실비아 씨는요?”

“언니는 격투기 도장에 갔어요. 저는 저녁이 될 때까지 혼자 있었죠. 정말 심심했어요.”

은근슬쩍 늦게 왔다고 꼽을 주는 아델이었다. 달래주자.

“저희 스터디카페 말고 다른 데 갈까요?”

“어디요...?”

“피크닉요.”

그 말에 아델이 기대감 어린 표정을 지었다.

“정말요?”

“네. 어둑해지는 시간이긴 하지만 저녁 피크닉도 운치가 있어요. 낮과는 다른 느낌이죠.”

“성경공부를 해야 하는데...”

“가서도 할 수 있어요. 야외에서 돗자리 깔고, 맛있는 거 먹으면서 공부해요.”

“조, 좋아요...!”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밖에 있을 땐 기도를 하셔서는 안 돼요.”

기도를 하면 자연스럽게 신성력이 드러나니, 함부로 능력을 내보이지 말라는 소리였다.

아델이 냅다 승낙했다.

“알겠어요!”

소심했던 모습이 싹 사라지고 활기차게 변한 그녀.

감정을 알기 쉬워서 좋다.

“그럼 갈까요?”

“네!”

힘찬 대답을 들은 나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멀리는 나가지 말고, 근처에서 놀다가 들여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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