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71 미쳤구나 #2
천장을 향해 빳빳하게 선 자지.
그걸 본 박사가 한쪽 입꼬리를 올린다.
내가 지금 이 상황을 무척 좋아하고 있다고 확신한 것 같았다.
내 어깨를 밀어 소파에 털썩 주저앉힌 박사는 자신의 속옷을 휙 벗어던졌다.
그 상태에서 내 허벅지 위에 올라탄 그녀는, 분노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묻는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즐기고 있는 거야?”
“맞아. 내가 이긴 것 같거든.”
“뭘 이겨?”
“누나 전남편한테서.”
그 말에 박사가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애초에 상대조차 안 됐는데...”
“예쁜 말만 골라서 하네?”
“그럼 빨리 넣어줘.”
“왜? 이번엔 환청이 들려? 전남편 목소리도 지워줬으면 해?”
내 이런 비아냥에 박사의 미간이 구겨졌다.
말없이 뒤로 손을 가져간 그녀는 내 자지를 움켜쥐어 힘을 줬다 뺐다 했다.
그러면서 말한다.
“너만큼은 날 믿어야 돼. 내가 아무리 황당한 말을 해도 넌... 날 믿어줘야 해.”
“믿어. 누나가 이렇게 흥분한 건 저번 이후 처음이잖아.”
나와 크게 다투었던 날. 그날을 상기한 듯, 박사의 눈이 아련해졌다.
당시 있었던 일을 생생하게 복기하는 모양.
나는 박사가 복잡한 생각을 할 수 없게끔, 그녀의 가슴 사이에 얼굴을 묻어 혀를 살짝 내밀었다.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를 할짝거리자, 박사가 상념에서 벗어났는지 내 뒤통수를 끌어안았다.
“너 때문에... 정말 미치겠어.”
몇 번이나 들었던 고백이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너무 야릇했다.
고개를 슬며시 들어 올린 나는 방긋 웃었다.
“조금 진정됐어?”
“응...”
“아직도 그 마음은 그대로야?”
에드워드 파슨스에 대한 것들을 말함이었다.
박사가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그대로야. 그놈이 다시는 너와의 시간을 방해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마음에 드는 말이네.”
“그놈이 원망스러워. 그리고 너도 마찬가지야.”
나는 박사가 ‘왜 하필 날 꼬셔서 미치게 만드냐’, ‘네가 없으면 못 살겠다.’ 같은 말을 할 줄 알았다.
예전부터 계속 그런 식으로 해왔었으니까, 이번에도 그렇게 말하며 날 흥분시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박사의 말은 내 예상범주를 한참이나 벗어났다.
“네가... 네가 더 빨리 태어나서 그놈보다 먼저 나한테 왔었어야 됐어... 만남부터 시작해서 연애, 결혼까지... 그 새끼가 나한테 접근하기 전에 먼저 했었어야 됐어.”
잠시 정신이 멍해진 나는 입을 살짝 벌렸다.
환각이 어지간히 충격적이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의 박사는 행동거지부터 말투까지 상당히 거칠었다.
내 전신에 굉장한 흥분감과 정복감이 퍼질 정도로 말이다.
아무리 내게 빠진 상태라 했기로서니 5년간 사랑했고, 10년간 그리워했던 놈을 저런 식으로 매도하다니...
이 정도면 연구실에서 보여주기 섹스를 할 경우 칼 맞고 뒈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누나... 지금...”
내 서혜부... 즉, 사타구니에서 찐덕하고 따스한 촉감이 일었다.
박사의 아랫도리에서 애액이 흘러나온 것이다.
박사의 얼굴에 홍조가 서리고, 몸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면서 눅진한 느낌까지 자아낸다.
전남편을 매도해서 흥분한 걸까? 아니면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을 해서 흥분한 걸까?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
“내 처음도... 네가 가져갔었어야 했어. 그게 가장 안타까워...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애틋함이 뚝뚝 묻어나오는 박사의 말투.
나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절로 뜨겁게 달아오르는 몸. 이토록 흥분한 건 세화의 처녀를 앗아갈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진심이야?”
“진심이야. 내 마음은 지금 명확해. 내가 지금 화가 나서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걸로 보여...?”
아니다. 박사의 눈은 굳건했다.
진심으로 저리 생각하고 있는 거다.
일순 할 말을 잃어버린 내가 침묵하고 있자, 박사가 사과한다.
“미안해.”
“뭐가?”
“여태까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전남편과 널 비슷하다고 말해서 미안해. 넌 모든 면에서 그놈과 비교할 수 없는 사람인데... 난 지금까지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었어.”
쿠르릉...!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박사가 에드워드 파슨스의 조각상을 밖으로 꺼내는 소리가.
더군다나 정성껏 톱질을 하여 서서히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단숨에 와장창 깨버리려고 하는 의지마저도 느껴진다.
그만큼 오늘의 일이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박사는 자신의 머리를 수차례나 털어냈다.
에드워드 파슨스의 처절한 절규라도 듣고 있는 건가?
아니다. 놈의 상이 단단해 한 번에 부수기가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해지는 점토. 놈의 조각상은 그랬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시간은 길다.
에드워드 파슨스의 조각상은, 오랜 시간동안 땅속에 잠들어 있다가 발굴된 직후, 또는 발굴하는 와중 풍화되어 바스러지는 토용 유물과 비슷하다.
다른 작용이 없는 완전히 밀폐된 장소에서 봉인된 상태라면 괜찮겠지만, 박사는 지금 조각상을 개방된 장소로 꺼내고 있었다.
꺼내기만 한 뒤 단단한 무언가로 툭 건드리기만 한다면, 그래서 자그마한 구멍이라도 난다면 완전히 가루가 될 것이었다.
그리고 박사는 그럴 준비가 됐다.
그녀가 애처로운 투로 호소한다.
“나 힘들어... 바꿔줘...”
남편의 유지를 받든 자신을 변화시켜달라는 의미였다.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박사의 얼굴이 환해지더니, 엉덩이를 들고는 내 자지를 소중한 물건을 쥐듯 잡아서 보지에 가져다댔다.
그리고...
찌꺽!
자세를 확 내려 자지를 단숨에 집어삼켰다.
“하으으응...♡”
교태가 섞인 콧소리, 그리고 쥐어 짜내지는 듯한 엄청난 조임.
잠깐 정신이 아찔해진 나는 눈을 한 차례 끔벅 감았다 떴다.
내 어깨에 올라간 박사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나와 비슷한 강도의 쾌감을 느낀 듯 전신을 오들오들 떨기까지 했다.
그녀의 양 골반을 잡은 내가 물었다.
“어때? 잊혀져?”
“아, 아직 몰라아...!”
말을 마친 박사가 허리를 튕기기 시작하려 했지만, 내 손이 골반을 꽉 잡고 있어 그러지 못했다.
“지혁아아... 제바알...”
거의 읍소를 하며 내 머리에 자신의 이마를 맞대는 그녀.
히죽거리며 잠시 간을 보던 나는 손을 놓았다.
그러자마자 박사의 허리가 앞뒤로 유연하게 꿀렁거렸다.
스으윽...! 스윽...!
깔끔하게 제모 된 매끈한 살이 맞닿는 소리가 너무나도 야릇하게 들린다.
얼마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땀으로 범벅이 된 박사의 얼굴이 내 입술로 거칠게 들어온다.
게걸스럽게 서로의 입술을 탐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
딥키스를 하며 허리를 놀리던 그녀가 돌연 얼굴을 떼어내더니 소리친다.
“흥아앗...! 꺼져... 꺼지란 말이야...!”
환청이라도 듣는가보군.
나는 박사가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끔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하웁...! 후움...♡ 하라해... 사라해여...”
입술을 맞부딪친 상태에서 연신 사랑고백을 하는 그녀.
허리놀림이 점점 빨라지면서, 앞뒤로 움직이던 것이 위아래로 방향을 바꾸었다.
박사는 둔부를 내 가랑이에 강하게 부딪치며 의도적으로 팡팡소리를 냈다.
마치 환청을 듣기 싫어하는 양 말이다.
땀은 비 오듯 쏟아졌으며, 땀 때문에 허벅지와 엉덩이 사이에 마찰력이 낮아져 박사가 몇 번 미끄러질 뻔하기도 했다.
허나 누구 하나 그걸 의식하지 않았다.
아니, 의식하지 못했다고 해야 옳았다.
나도, 박사도 쾌락에 젖어있었기 때문이다.
욕정에 완전히 미쳐선 서로를 탐하던 우린, 박사의 허리놀림 속도가 서서히 늦춰지자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동시에 정신을 차렸다.
“하아... 하아...♡”
힘겨운 숨소리를 내뱉는 박사.
한참동안 여성상위 상태에서 신나게 박아댔으니 힘들 만도 했다.
나는 박사의 허리를 부여잡고 몸을 확 돌려 자세를 바꾸었다.
박사를 소파 아래에 파묻다시피 하고, 서서 무릎을 살짝 굽혀 자지가 빠지지 않도록 했다.
이후 박사가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도록 텀을 두었다.
그녀의 호흡이 규칙적으로 돌아올 때쯤,
찌걱!
난 자지를 깊숙이 찔러 넣고 뺐다.
“하앙...♡”
몸을 크게 달싹인 박사가 간드러지는 신음을 내뱉었다.
그녀는 완전히 풀린 눈으로 날 바라보더니 양팔을 뻗었다.
포옹해달라는 것 같은 행동. 평소엔 하지 않던 어린아이 같은 애정표현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나는 박사의 바람대로 그녀를 꼭 안아준 뒤, 하체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찌이걱... 찌걱...
한 번 찔릴 때마다 쾌락으로 젖어가는 박사의 얼굴.
아까 박사가 보여준 여성상위가 워낙 강렬해서 몇 번 왕복하지도 않았는데 사정감이 찾아왔다.
그윽한 눈빛으로 박사의 뺨을 어루만진 나는, 그녀가 내 손바닥에 얼굴을 대고 부비적대자 씨익 웃었다.
“누나.”
“흐응...♡ 왜애...”
“좋아?”
“조아... 좋아...”
“쌀 거 같은데...”
“흥웃!”
그 말에 박사가 다리를 뻗어 내 허리를 휘감아 힘을 빡 주었다.
두 갈래로 갈라진 그녀의 바깥 허벅지.
그 중앙에 생긴 도랑을 아래에서 위로 쓰다듬은 내가 물었다.
“안에 싸줘?”
“응...! 안에... 안에 싸줘...!”
“부탁하는 입장인데 태도가 안 되어있네.”
“안에 싸주세요...”
“뭘?”
“정액... 정액 싸주세혀...”
“마음에 안 드는데.”
조금 더 천박하게 이야기하라는 소리를 돌려 하니, 박사의 동공이 떨려왔다.
박히면서 앙앙거리던 그녀가 힘겨움을 참아내며 똑바로 말한다.
“지혁이... 정액으로... 임신할래...”
“될 거라고 생각해? 난임이었잖아. 지금은 가임기도 아니고.”
“돼요... 무조건 돼요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 하니까...”
웅얼거리며 무어라 말을 하는 박사.
그녀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댄 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뭐라고?”
“우월하니까요... 당신 유전자는... 하찮은 전남편 유전자보다 훨씬 우월하니까아... 임신할 수 있어요...”
자고로 그 어떤 야릇한 행동보다 말이 더 야할 때가 있는 법이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매도 강도는 낮았고 어색한 게 티가 나지만, 저렇게까지 아양을 떨어주는데 참는 놈이 병신이지.
찌꺽!
“하악...♡”
자지를 자궁구가 닿을 정도까지 박아 넣은 나는, 허리를 곧추세운 상태로 사정을 시작했다.
꿀러억-!
거칠고 힘차게 튀어나간 정액이 박사의 자궁을 가득 채운다.
평소보다 더욱 뜨겁고 진한 그것들을 온몸으로 느꼈는지, 박사가 눈을 까뒤집고 입을 살짝 벌렸다.
허리는 생선마냥 팔딱거렸고, 다리는 사시나무가 떨리듯 흔들렸다.
그녀의 아랫배를 꾹 누른 채로 가만히 있던 나는, 사정이 마무리될 때쯤 자지를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박사가 젖 먹던 힘을 다해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티자 그러지 못했다.
“빼, 빼지마... 한 방울도 놓치면 안대애...”
기꺼운 말을 해주는 박사.
난 그녀의 뜻을 따라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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