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168화 (168/471)

EP.168 앞으로는 오지 마

“지, 지혁아... 난... 갑자기 이런...”

박사가 말을 더듬으며 손발을 꼼지락거렸다.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 그녀가 묻는다.

“지, 진심이야...?”

“난 진심이에요. 하지만 누나가 두렵다면 거절해도 좋아요.”

“나는 난임에다 나이까지 있어서... 힘들지도 몰라...”

“강요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그저 내가 이렇게 말할 만큼 누나를 생각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해.”

내가 한 말은 무게감이 굉장히 크고, 박사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녀의 안색이 매우 밝아졌다.

서운했던 마음이 일시에 사라진 듯한 모습.

그런 박사의 툭 튀어나온 쇄골라인에 애정이 담긴 키스를 하고 있는데, 그녀가 돌연 이런 말을 해왔다.

“지혁아... 그... 앞으로는 누나라고 부르지 않으면 안 돼?”

“그럼 어떻게 불러? 이름으로?”

“응... 난 그래줬으면 좋겠는데...”

“싫어요.”

단호한 거절에 박사가 흠칫한다.

“왜?”

“누나 남편이 불렀던 이름이잖아.”

박사가 내 머리를 끌어안아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왔다.

질투를 하는 날 기꺼워하는 것 같은 행동.

그녀가 툴툴거렸다.

“유치하다 진짜...”

“누가 할 말인데.”

“내가 어떻게 하면 네가 만족해줄까?”

“난 지금도 만족하고 있어요.”

“너한테 모든 걸 맞추고 싶어.”

그 말을 들은 난 박사를 번쩍 안아들었다.

그러자 내 허리에 자연스럽게 감기는 박사의 다리.

그녀의 엉덩이를 팔로 받친 나는, 거실을 천천히 배회하며 물었다.

“진짜?”

“진짜. 난 널 위해서라면 뭐든 할 준비가 됐어.”

“근데 그거 알아요? 모든 걸 맞추고 싶다는 건 궤변이야. 누나는 나랑 가치관이 다르잖아요. 이런 건 쉽게 바뀌기 힘들어요.”

“그건...”

“너무 성급하게 말했어요. 인정하죠?”

박사의 이마가 내 어깨에 닿았다.

그 상태에서 고개를 천천히 위아래로 민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인정해.”

“하지만 누나 마음만큼은 충분히 느껴졌어요.”

“.....”

내 목과 허리를 감은 박사의 팔다리에 힘이 꽉 들어갔다.

내가 낮은 웃음을 터뜨리자, 박사가 무언가를 다짐한 듯 자세를 고쳐 제대로 안기더니 날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지혁아.”

“왜.”

“안 먹을게.”

피임약을 끊겠다는 뜻이었다.

제자리에 우뚝 멈춘 내가 물었다.

“정말 안 먹을 거에요?”

“안 먹어... 하, 하지만 한 가지 꼭 알아줬으면 하는 게 있어. 아까도 말했듯, 난 난임에 나이까지 있어.”

임신시킬 생각으로 자신과 섹스를 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는 소리.

그녀의 말뜻을 파악한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해도 우리 사이가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거면 됐어...”

난 말없이 박사를 침실로 데리고 가 눕혔고, 그녀와 열정적인 키스를 나누었다.

그 상태에서 한손으로 박사의 팬티를 슬며시 내린 뒤 보지에 중지와 약지를 올렸다.

이후 천천히 비비기 시작했다.

“흐움... 츕... 후아...♡”

나와 키스를 하는 사이사이 뜨거운 숨결을 내뱉는 박사.

내가 얼굴을 떼어내자, 그녀의 얼굴이 따라 올라오면서 내 입술을 집어삼키려고 했다.

고개를 한 차례 가로젓는 것으로 그녀를 만류한 내가 부드러운 투로 말했다.

“누나.”

“응...”

“갖고 싶기는 해?”

“가, 갖고 싶어...♡ 생기면 정말 기쁠 것 같아...”

“누구 아이?”

“너... 네 아이...”

“남편 아이는?”

“필요 없어... 네 아이만 원해...”

찌극...

보짓살 사이로 파고든 중지와 약지가 지스팟 근처를 꾹꾹 누르기 시작하니, 박사가 허리를 한 차례 크게 팔딱거렸다.

“후아...♡”

애무를 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보지가 축축하게 젖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아이를 갖자는 진심이 제대로 통한 모양이었다.

한쪽 입꼬리를 올린 내가 물었다.

“이걸론 모자라죠?”

“모자라...”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넣어줘... 빨리이...♡”

“지금 바로?”

“응...”

앙탈을 부리듯 하반신을 흔들기 시작하는 박사.

불이 꺼져있는 침실 안에서 꿈틀거리는 실루엣이 너무나도 관능적이었다.

애간장을 태우는 건 여기까지. 오늘은 박사가 바라는 대로 맞춰줘야겠다.

나는 잔뜩 발기된 자지를 꺼낸 뒤 박사의 보지에 가져다 댔고, 귀두로 음순을 벌리며 천천히 자지를 밀어 넣었다.

찌끄윽...

“후으...♡”

길고 거친 숨을 내뱉던 박사는,

찌고옥!

“햐아아악♡”

자지가 완전히, 뿌리까지 들어가자 하악질을 했다.

그녀의 다리가 사선으로 곧게 뻗고, 발끝이 세워졌다.

나는 양팔을 박사의 겨드랑이 사이에 두고 상체를 조금 낮췄다.

이 상태에서 천천히 왕복운동을 시작했다.

찌걱... 찌걱...

“호오옥...!”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하는 박사의 다리.

평소보다 훨씬 부드러운 삽입임에도 흥분이 최고조에 달한 것 같았다.

마음가짐을 새로이 다잡은 만큼, 자신에 대한 내 사랑을 확인한 만큼 넣어만 줬는데도 엄청난 오르가즘을 느끼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오늘따라 박사의 조임이 워낙 강해서 몇 번 왕복하지도 않았는데 온몸에서 간질간질한 느낌이 일었다.

설마 난 조루였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쾌감이 장난 아니었다.

난 사정감을 애써 참아내며 왕복속도를 올렸다.

찌걱찌걱찌걱!

“햐앙...♡ 하아앙...!”

신음소리가 점점 격해지는 박사.

그녀가 내 골반으로 팔을 뻗더니, 삽입 때에 맞춰 힘을 주었다.

더 강하게 박아달라는 행동. 나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

파앙! 팡!

“흐야악! 지, 혁아...! 너무, 깊어... 햐악! 깊어어...!”

“싫어요?”

“아니이... 좋아...”

“사랑해, 누나.”

“흥으읏...!”

감미로운 말투로 사랑고백을 하니 박사의 허리가 활처럼 튕겼고, 보지에 힘이 들어가면서 자지를 서서히 밀어내려고 했다.

이때를 틈탄 나는 자지를 더욱 깊숙이 찔러 넣었다.

찌꼭!

“허어어억!”

턱을 치켜세우며 온몸을 바르르 떠는 그녀.

내가 점점 미쳐가기 시작하는 박사의 얼굴을 바라보자, 어둠에 적응한 박사의 눈동자가 내 눈으로 향한다.

그녀가 헉헉거리며 입을 연다.

“흐우으... 사랑해... 사랑해요...♡”

야릇한 사랑고백에 히죽 웃은 나는, 말없이 박사를 만족시켜주는데 집중했다.

@@

다음 날 아침.

회사를 나가려는 지혁에게 아침을 차려주고 배웅까지 마친 박사는 옷을 갈아입었다.

발목이 드러나는 회색 골지 롱 원피스를 입고, 화장대에 앉아 비싼 돈을 주고 배운 기술로 화장을 했다.

이후 드롭 귀걸이를 끼우려고 하다가, 너무 올드해 보일 것 같아 이개와 귓볼에 이어커프를 착용하는 것으로 끝냈다.

흰색 얇은 가디건을 걸쳐 외출 준비를 끝마친 박사는, 신발장 옆에 있는 전신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이유는 다름 아닌 옷 때문이었다.

지혁이 입으라고 해서 입은 건데 몸매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그래도 지혁이 좋아하니까 됐다고 생각한 박사는, 흰색 파우치를 들고 현관문을 열었다.

지혁의 고급 세단 운전석에 타고 시동을 켠 박사는, 아래에서 짜릿한 감각이 느껴지자 상체를 약간 수그렸다.

“흐아...”

어제의 섹스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럴 만큼 만족스럽긴 했다.

질 안이 완전히 지혁의 형태로 변한 것 같은 느낌.

그의 정액도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

솔직하게 얘기해서, 남편... 아니, ‘전’남편 따위는 생각도 하지 못할 만큼 황홀한 섹스였다.

또한 이래서는 안 됨에도, 자신이 난임이었던 건 하늘이 점지해준 축복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에드워드의 아이를 갖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

아이가 있는 미망인... 지혁이 좋아하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으니까.

-♬♪♬♪♬♪

핸들에 이마를 거의 대다시피 한 채로 어제의 열락을 되새기던 박사는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자 발신자를 바라보았다.

사랑해 마지않는 지혁의 전화가 온 것을 확인한 그녀는, 자신의 아래가 후끈해져오는 것을 느끼면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응, 지혁아.”

-어디야?

“이제 밖에 나가려고.”

-벌써?

“너 출근하면 반지 맞추러 간다고 했잖아.”

-맞다, 그랬지. 반지 맞추고 회사 들를래? 같이 점심 먹게.

지혁은 어제의 섹스 이후로 말을 편하게 했다.

거북하진 않았다. 오히려 행복했다.

박사 자신을 완전히 받아들이겠다는 뜻처럼 생각되었으니까.

얼굴이 상기되고 텐션이 업 된 박사가 얼른 대답했다.

“알았어. 회사는? 도착했어?”

-아니. 차 막혀. 답답해서 전화한 거야.

“어떡해? 회의에 늦는 거 아니야? 플라잉 택시라도 타고 가라고 할 걸 그랬나?”

-제 시간에 도착할 것 같기는 해. 이번 일만 끝나면 한가해질 것 같으니까, 조만간 연구실에 가서 디바이스 만들자.

박사는 크게 기뻐했다.

실비아와 아델, 그리고 또 한 명의 비스트 슬레이어 적합자를 위한 디바이스.

그걸 만들지 못해 못내 미안했었는데, 지혁이 먼저 말을 꺼내줘서 다행이었다.

“알았어.”

-막힌 거 슬슬 풀린다. 나 끊을게.

“응, 이따 봐.”

전화를 끊은 박사는 기분 좋은 표정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날씨도 좋고, 마물도 나타나지 않고...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지혁이 마약에 또 손을 댈까 걱정스럽긴 했다.

하지만 자신이 케어해주면 금방 벗어날 수 있을 테니, 박사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어제 인터넷으로 찾아둔 웨딩 링 전문점으로 향하던 그녀는,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다용도실에 있는 남편의 유품을 정리해야 되는데... 어떡하지? 라고 말이다.

순간 걱정스럽긴 했으나, 오늘 지혁과 함께 처리방안을 토론해보자고 다짐하니 다시금 상쾌해졌다.

그러나 박사의 기분을 순식간에 다운시킬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가 신호에 걸렸을 때였다.

-제니... 제니...!-

‘전’남편 에드워드의 다급한 목소리.

박사가 미간을 구겼다.

지혁은 자신을 제니라고 부르길 꺼려했다.

이게 전부 남편이 불렀던 애칭 때문이다.

물론 제니는 제니퍼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흔하게 불리는 애칭지만, 그래도 기분이 조금 그랬다.

‘이젠 제니라고 부르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제니... 왜 이러는 거야? 넌 내가 이렇게 부르는 걸 좋아했잖아.-

오늘 에드의 목소리는 평소완 달랐다.

예전엔 서로 할 말만 했었다면, 지금은 마치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정신과라도 들러봐야 하나 싶던 박사는 머리를 털어내며 산만해진 정신을 바로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심지어 제발 떠나지 말라는 둥, 날 항상 기억해달라는 둥... 듣기 싫은 말만 골라서 했다.

마침 잘 됐다. 이참에 떠나보내자.

그리 생각한 박사가 에드워드의 목소리를 향해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

-나만 사랑하겠다면서? 평생 나만을 바라보겠다면서?-

‘미안하지만 마음이 변했어.’

-제니... 사랑해... 제발 날 잊지 마...-

‘나도 널 사랑해. 지금도 마찬가지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하지만 이젠 서로 놓아줄 때라고 생각해. 네가 정말 날 사랑한다면... 내 행복을 위해 이만 놓아줘.’

-어째서 이러는 거야?-

‘난 너한테 모든 걸 줬어. 내 가치관도 네게 맞췄고, 젊은 청춘을 너에 대한 그리움으로 보냈지. 이 정도면 충분했다고 생각해. 너와의 추억 때문에 진작 받아야 했을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었어.’

-우리의 모든 추억을 버리겠다고?-

‘네 유지는 계속 받들어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

-.....-

조용해진 머릿속. 마치 에드워드의 실망한 표정이 보이는 것만 같다.

심란하긴 했지만 예전만큼 슬프지는 않았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게 쳐내야 한다.

여기서 에드워드를 또 받아들인다면 지혁과의 관계가 빠그라질 가능성이 컸다.

‘네가 나한테 심어놓은 것들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싫어해.’

-말도 안 돼... 그건 네 스스로 받아들인 것들이야. 가치관부터 그리움, 사랑... 모두 네 의지가 만들어낸 거라고!-

‘후회하고 있어.’

-제니... 네가 날 포기하지 않았듯, 나도 널 포기하지 않을 거야. 다음에 또 올게.-

‘오지 말아줬으면 해.’

-또 올게. 사랑해, 제니.-

“그렇게 부르지 말랬잖아!!”

분을 참지 못하고 버럭한 박사가 핸들을 쾅 내리쳤다.

빠앙! 하는 짧은 클락션 소리가 도로에 울려 퍼지고, 인도를 걷던 사람들이 자동차를 흘긋거렸다.

거친 호흡을 몰아쉬던 박사는 정신을 차리고는 비상등을 켰고, 두어 번 깜박이게 한 후 다시 껐다.

박사는 순간 인간은 폭력적인 생물이라는 지혁의 말에 격한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끼어들었다고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다니... 이건 매사에 침착하고 냉정했던 자신 답지 않았다.

그래도 예전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은 없다.

이게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생각하니까.

여태 숨기려 해왔던 게 잘못된 것이다.

더 이상 에드워드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그때,

빠앙!

“악! 깜짝이야!”

뒤에서 자동차의 클락션 소리가 들려왔다.

화들짝 놀란 박사가 신호를 보니, 어느새 초록불이 되어있었고 앞차는 저 멀리 간지 오래였다.

‘피해가기가 그렇게 어렵나? 비상등까지 켰는데...’

오늘처럼 기쁜 날에 웬 재수 없는 사람들이 끼어드는지.

꿍얼거린 박사는 악셀을 천천히 밟으면서 지혁을 생각했다.

그러자 가슴속에 봄바람이 불더니 다운됐던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그래...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 말자. 지혁만 생각하는 거야.

마음을 다잡은 박사는 음악까지 틀고 운전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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