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51 절여졌으면 다음 단계로 가야지 #2
박사의 집에 온지 일주일.
박사는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듯 행동했다.
연구실에 가자는 이야기 따윈 하지도 않았으며, 매 분 매 초 나와 붙어있길 원했다.
쾌락과 달달함으로 가련한 미망인을 절여놓는데 성공했다.
날 향한 마음도 크게 키워놓았으니까... 상황을 봐서 다음 단계로 가자.
시간을 내서 비밀기지에 들른 난, 긴 꼬리를 살랑거리며 손을 쉬지 않고 있는 마르셀라를 발견했다.
유리아의 활을 만들고 있구나.
슬쩍 훔쳐보니 30퍼센트 정도는 된 것 같다.
그런데 실망이네. 내가 왔음에도 뒤 한 번 돌아보지 않다니.
장난기가 생긴 나는 마르셀라의 뒤에 다가가 그녀의 등을 툭 쳤다.
“꺄아아악!”
마르셀라가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양손을 번쩍 들고 만세까지 부르며 깜짝 놀란 그녀가 몸을 돌린다.
“마, 마왕님...!”
웃고 있는 나를 놀란 눈빛으로 바라보던 그녀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했다.
뭐지? 사고 친 거라도 있나?
의아한 눈으로 마르셀라를 살피고 있는데, 그녀의 80데니아 쯤 되어 보이는 스타킹이 짙어지는 게 보였다.
“.... 너 지금 가려고 한 거냐?”
마르셀라가 어쩔 줄 몰라 했다.
“죄, 죄송합니다아...”
놀랐음에도 내 손길이 닿았다는 것을 상기하고는 절정에 도달하려 한 것이다.
역시 세계 최고의 허접보지다.
어이가 없었던 나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허, 언제까지 이럴 것이냐? 천박하기가 짝이 없구나.”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손가락만 꼼지락거리는 그녀.
피식한 내가 말을 이었다.
“농담이다. 그게 네 매력이니 변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후야아아...♡”
이번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로 조수를 뿜어내려는 그녀였다.
이젠 말로만으로도 가버리는 경지에 이른 건가? 아니, 원래 그랬지.
테이블에 놓인 미완성 활을 쓰윽 바라본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멋지게 생겼구나. 짙은 보랏빛이 감도는 것이 딱 봐도 사악해 보인다.
완성된다면 착용했을 때 내 마력으로 인해 검은 불길이 일어나겠지?
“앞으로 2주 정도면 완성되겠느냐?”
“아, 아마 그럴 것 같사와요... 헌데 무슨 일로 들르셨는지...”
“집에 오는데 이유가 필요한가? 심심해서 들러보았느니라. 널 보고 싶기도 했고.”
“허헉...”
숨을 삼키는 그녀.
헤롱헤롱거리는 얼굴을 보니 감격한 것 같다.
“고생이 많구나. 이만 수고해라.”
“넷...!”
기지에서 나온 나는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휑하다. 세화와 유리아는 어디 놀러갔나 보구나.
활이 완성될 시점에 스텔라도 한국으로 불러들여야겠다.
옷을 갈아입은 나는, 여벌을 쇼핑백에 담아 차를 몰고 박사의 집으로 갔다.
현관문을 여니 박사가 미심쩍은 눈으로 날 기다리고 있었다.
거실 전체에 맛있는 냄새가 풍기는 것으로 보아 요리를 하다가 달려 나온 모양이었다.
“어디 갔다 와? 전화는 왜 받지도 않고?”
“산책하고 오겠다고 했잖아요. 전화는 무음으로 해놔서 몰랐어요.”
“산책을 이렇게 오래 해? 옷은 또 왜 바뀌었는데?”
“이참에 옷이나 더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해서 집에 들렀다 온 거에요. 옷은 비를 꽤 많이 맞아서 갈아입은 거고.”
저번에 가져온 것보다 작은 쇼핑백을 내민 나.
그걸 받아든 박사가 옷가지를 확인해보더니 다시 묻는다.
“우산은?”
“집에 놓고 왔어요.”
“그럼 여긴 어떻게 온 거야? 지금은 옷이 하나도 안 젖었잖아. 비가 저렇게 많이 내리는데.”
꼬치꼬치 캐묻는 박사의 눈빛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좋다, 좋아. 더 의심해라.
“차타고 왔으니까.”
“.... 차키 줘봐.”
박사가 손을 내밀었다.
미간을 구긴 나는 뒷주머니에서 차키를 꺼내 다소 강한 힘으로 그녀의 손에 들려주었다.
“됐어요?”
“.....”
눈썹을 찌푸린 박사는 거실 창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커튼을 살짝 들춰보았다.
내 차가 두 대 있는 것을 확인한 그녀의 눈빛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하지만 여전히 의심하는 상태였다.
“차는 왜 또 끌고 온 거야?”
“비오니까 끌고 왔지. 택시 타려면 기다려야 되잖아요. 대체 왜 이러는 건데? 오늘 누나 이상해요.”
그 말에 박사가 기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사과한다.
“미안해. 날씨가 계속 이래서 예민해져있었던 것 같아. 배고프지? 저녁 먹어.”
고개를 끄덕인 나는 자리에 앉았다.
의자를 대리석 바닥에 마찰시키면서 기분이 살짝 나쁘다는 티를 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런 내 행동에 잠시 날 노려보던 박사는, 큼지막한 라자냐가 담긴 접시를 식탁 가운데에 탁!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았다.
나는 정색을 하며 박사를 올려다보았다.
“뭐하는 거에요 지금?”
“뭐가?”
“불만 있으면 말로 해요. 유치하게 이러지 말고.”
그 말에 박사가 기가 찬 듯 헛웃음을 켜더니, 선 자세로 팔짱을 꼈다.
“유치하다고? 먼저 의자를 끈 건 너야.”
“하, 진짜 어이가 없네. 말을 말지...”
빈 접시에 라자냐를 덜어낸 나는 조용히 식사를 시작했다.
고요한 식탁, 가라앉은 분위기.
맞은편에 앉아 조신하게 라자냐를 먹던 박사가 다시 묻는다.
“집에서 옷만 갈아입었어?”
이런 반응은 당연했다.
산책을 간다면서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고, 전화도 안 받고, 옷도 갈아입고.
그 어떤 여자가 의심하지 않고 배기겠는가?
날 무척 좋아하고 있으니까 의심하는 마음이 더 커진 것도 있겠고...
어쨌든 이 정도면 다음 단계로 나가도 될 것 같다.
사전작업을 해놓고 사흘 정도만 애정을 더 키워놓은 뒤에 시작해야지.
나는 포크를 식탁에 탁!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았다.
그러자 박사가 어깨를 움찔 떨었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겠다는 눈빛으로 날 노려보고 있다.
“대답 다 했잖아요.”
“똑바로 대답해. 솔직하게 말하면 용서해줄게.”
“내가 거짓말이라도 하고 있다는 거에요?”
“아니야?”
“진짜 어이가 없다... 뭘 그렇게 불안해하고 있는 건데요? 내가 세화랑 하고 왔을 까봐?”
박사가 흠칫하며 내 시선을 피했다.
기가 팍 죽었음에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질투심이 물올랐구나. 소유욕이 장난 아니다.
근데 여자친구랑 하는 게 뭐 어때서?
난 성난 투로 말을 이었다.
“안 했어요. 집에 들어갔을 때 세화는 없었어. 걔 지금 대학 빼먹고 친구들이랑 1박 2일로 놀러갔다고요. 애초에 세화가 없는 걸 알았으니까 옷도 가지고 온 거에요.”
“.....”
“정 의심스러우면 세화한테 전화해서 확인이라도 해보든가.”
물론 세화에게 전화해보려는 생각은 계속 하고 있었을 터다.
하지만 미안하니까. 그녀를 볼 면목이 없으니까 연락하지 못했던 거겠지.
난 아예 휴대폰을 쥐고 흔들었다.
“내가 직접 전화해줘요?”
그 말에 박사가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럴 만도 했다. 밀회를 즐기고 있는 상황에서 세화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죄책감이 폭발할 테니까.
“믿을게... 안 해도 돼...”
애꿎은 땅만 바라보던 박사의 항복 선언.
나는 휴대폰을 식탁에 던져놓고 포크를 다시 들었다.
“나는 뭐 할 말 없는 줄 아나... 짜증나게...”
내가 뭔가를 알고 있다는 것을 은연중으로 풍기는 게 중요하다.
박사가 스스로 찔리게끔.
“무, 무슨 소리야? 나한테 할 말 있어?”
이거 봐라, 미끼를 제대로 물었다.
난 말없이 라자냐를 먹는데 집중했다.
박사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불안해하면서도, 방금 자신의 행동이 마음에 걸렸는지 더 이상은 뭐라 하지 않았다.
그렇게 묵묵히 식사를 하고 있는데, 박사가 나긋해진 말투로 날 부른다.
“저... 지혁아.”
속으로 끅끅 쪼갠 내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왜요.”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외로운 미망인은 정말 다루기가 쉽다니까.
점점 집착하려는 모습도, 먼저 숙이고 들어오며 관계를 풀어나가려는 저 행동을 보는 것도 짜릿하다.
맛이 아주 좋아.
“이제 의심은 풀렸어요?”
“응...”
전혀 그런 얼굴이 아닌데.
여기서 더 다툴 수도 있겠지만, 사전작업도 쳐놓았겠다... 오늘은 그냥 넘어가주지.
포크로 라자냐를 쿡쿡 찌른 나는 화제를 돌렸다.
“이거 맛있네. 내일 또 해줘요.”
반색한 박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았어.”
**
안방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온 나는, 갈아입었던 옷이 없자 박사를 불렀다.
“누나!”
그러자 박사가 황급히 달려오더니, 내 알몸을 보고 욕망이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옷장에서 드로즈 팬티를 꺼낸 그녀가 내게 내밀며 말한다.
“불렀어? 왜?”
“내 옷 어디 갔어요?”
“그거? 빨고 있는데... 세탁기 돌려놨어.”
그럴 줄 알았다.
저번처럼 냄새를 지우려고 하는 거다.
팬티를 갈아입은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을 했다.
“갈아입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걸 빨아요?”
“입고 밖에 있다가 온 거니까 당연히 빨아야지. 수박 잘라줄까? 시원한 거 있는데.”
“양치질 했어요. 근데 내 휴대폰은 또 어디 갔대?”
박사가 고개를 두리번거리더니, 컴퓨터책상 위에 놓여있는 휴대폰을 가져왔다.
“여기. 정신 좀 차려. 이 정도도 기억 못해?”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휴대폰을 받았다.
“까먹고 있었나보다. 나 수박 줘요.”
“양치질 했다며?”
“또 하면 되지.”
그 말에 못 말리겠다는 듯 웃은 박사가 내 팔을 약하게 치고는 주방으로 향했다.
컴퓨터를 켜고 의자에 앉은 나는 열린 문틈을 슬쩍 살펴보고는 휴대폰을 켰다.
겉으론 이상이 보이지 않지만... 박사는 내가 샤워를 하는 사이 이 휴대폰으로 뭘 했다.
난 이걸 컴퓨터책상 위에 올려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히 침대 위에 올려놨었다.
조용히 낄낄거린 나는 휴대폰 내부를 잘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필수 폴더에 감춰져있는 새로 생긴 파일들을 발견했다.
얼핏 보면 필수어플로 위장한 파일처럼 보였다.
날짜도 휴대폰 제작일과 맞춰져있는.
‘귀엽긴...’
박사야. 나는 천재 공돌이란 말이야.
수상한 파일을 발견한 내가 그냥 넘어갈 것 같냐?
파일을 열어 세부사항을 살펴본 나는 한손으로 입을 가려 웃음을 참았다.
박사가 설치해놓은 건 위치추적기였다.
박사의 휴대폰이 전산망과 연결되어 있다면, 내 휴대폰이 꺼진 상태에서도 확인이 가능한 추적기.
무인 정찰기에 설치해놓는 프로그램을 떼어서 여기 넣어놓았구나.
그 짧은 시간 안에 일을 진행하다니, 확실히 천재긴 천재다.
일단 위치추적은 강력하긴 하다.
하지만 딱 그 기능 외엔 없었다.
통화나 문자내역까지 탐색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는 건, 양심의 마지노선에 닿았거나 거기까지 설치할 시간이 없었다는 뜻.
보통사람이라면 이 집착에 무서워하거나 학을 떼겠지만, 내 입장에선 귀여운 짓이었다.
나중에 살짝 조작해놔야지.
“지혁아! 수박 먹어! 다 됐어!”
밖에서 박사의 외침이 들려왔다.
휴대폰을 대충 던져놓은 나는 밖으로 나와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박사가 식탁 위에 놔둔, 수박이 담긴 접시를 들고 와서 소파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방에서 뭐하고 있었어?”
“게임하려고 했어요.”
“아... 어제 네가 깔아놓은 거?”
“응. 컴퓨터 하나 더 사서 누나랑 같이 할까? 어제 재밌게 구경하던데.”
“난 싫어. 구경만 하는 게 좋아.”
포근한 미소를 보여준 박사는 내 얼굴을 조심스레 만지작거렸다.
그러더니 타박한다.
“너 또 얼굴에 뭐 안 발랐지?”
“귀찮아요.”
“바르랬잖아. 클렌징은 했어?”
“그건 샤워할 때 했어.”
고개를 주억거린 박사는 안방에 들어가서 기초화장품을 가지고 왔다.
나와 거리를 두고 앉은 그녀가 화장품을 와르르 쏟아내고는 자신의 허벅지를 툭툭 쳤다.
“누워봐. 발라줄게.”
난 수박을 우물우물 씹으며 박사의 다리에 뒤통수를 대고 누웠다.
그러자 박사가 내 앞머리를 위로 올려 정돈한다.
“눈 감아.”
내가 눈을 감자 박사가 토너를 분사하더니 얼굴 전체를 톡톡 두드렸다.
나는 일부러 입을 우물거리며 그녀를 방해했다.
그러자 박사가 웃음을 터뜨리며 내 뺨을 지그시 누른다.
“가만히 있어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내 입에서부터 즙이 흘러나와 입술이 촉촉해졌다.
그게 뺨을 타고 흐르기 직전, 박사가 냉큼 고개를 숙이더니 혀를 내밀었다.
내 입술에 묻은 즙을 핥아 빨아들인 그녀는, 자연스럽게 다른 기초화장품을 발라주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동안 정성을 들여 내 피부를 관리해주던 박사가 말했다.
“다 됐어. 일어나.”
상체를 스르륵 일으킨 내가 말했다.
“누나도 발라야지.”
“난 발랐는데...?”
누가 화장품 얘기하나? 정액 얘기하는 거지.
네 얼굴에 좆물 바를 거라고.
팬티를 내려 발기된 자지를 꺼낸 나는,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오른 박사의 흰색 레이어드를 위로 들추고 가슴을 쿡쿡 찔렀다.
내가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알아차린 박사가 입을 열었다.
“자, 잠깐만 기다려...”
자리에서 일어난 박사는 레이어드를 추스르더니 방으로 들어갔다.
이후 윤활제가 들어있는 작은 통을 가지고 왔다.
새 거네. 저건 또 언제 샀대? 준비성 한 번 철저하다.
태연하게 수박을 먹고 있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바싹 붙은 그녀는, 내게 윤활제 통을 들려주더니 안경을 벗었다.
그리고는 레이어드까지 벗은 다음, 자신의 풍만한 가슴 사이에 자지를 끼웠다.
히죽 웃은 나는 윤활제 입구를 열고 거꾸로 들었다.
통에 힘을 주자 약한 점성을 지닌 투명한 액체가 가슴골에 툭 튀어나온 귀두 옆으로 주르륵 떨어졌다.
어깨를 달싹이며 뜨거운 숨을 내뱉은 박사는, 이내 자신의 가슴 양옆을 손으로 고정하고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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