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45 망가뜨려야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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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주택으로 돌아온 박사는 가슴에 손을 올리고 기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정말 열락이 뭔지 알 것만 같은 시간을 보냈다.
절륜한 지혁의 남근은 섹스가 끝나도 시들을 생각이 없었다.
보통 사람들은 한 번 하면 최소한 몇 시간은 쉬어야 할 텐데... 지혁의 자지는 십 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발기됐고, 그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이틀 동안 호텔에서 섹스만 했다.
정신을 몇 번이나 놓아버렸는지 모른다. 게다가 그런 상태에서도 느껴서 조수를 줄줄 뿜어내는 자신이 어이가 없었다.
여태까지 참아왔던 욕구를 폭발시켰다. 지혁은 과연 미친 듯이 자지를 탐했던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걸레 같다고 느낄까? 부디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어쨌든 지혁과의 섹스는 남편과 전혀 달랐다.
길이도, 굵기도, 스킬도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남편이 한심하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오히려 그가 더욱 그리워졌다.
죽은 그가 살아 돌아와 지혁과 했던 섹스를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 생각하자... 그만해!’
고개를 세차게 휘저으며 슬퍼지려는 감정을 날려버린 박사는, 안방에 들어가 침대에 여러 화장품을 와르르 쏟았다.
지혁과 헤어진 이후 백화점에 들러 여러 업체의 화장품 코너를 죄다 쓸어 담다시피 했다.
당시엔 충동적인 마음이었다. 그냥 젊었을 적 전성기였던 느낌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 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지혁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전신을 지배하는 상태.
자신 같은 아줌마를 좋아해주는 그를 위해서라도 예뻐지고 싶었다.
‘토너부터 사용하라고 했지...? 이건 똑같긴 한데...’
화장은 지금도 하긴 한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면 화장법도 변화하는 법.
지금 자신이 알고 있는 화장법은 시대에 뒤떨어져있을 것이 분명하다.
백화점 직원의 설명을 곱씹어본 박사는 세수를 하고 나와 화장대에 앉아 거울을 보았다.
“예쁜... 건가...?”
지혁은 예쁘다고 하긴 했는데, 자신이 보기엔 영 아니올시다 였다.
안경도 촌스러운 것 같고... 피부도 조금 푸석한가 싶다.
한 가지를 흠잡기 시작하니 그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고, 종국에는 자신의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지혁은 이런 자신을 좋아해줬다. 그게 너무 기쁘다.
지혁이 새긴 키스마크를 보고 희미하게 미소 지은 그녀는, 사온 토너와 화장솜의 포장을 뜯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열심히 제품 설명서를 읽던 그녀는 갑작스럽게 현자타임이 찾아오자 자괴감이 가득 담긴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지금 무슨...”
40줄에 접어드는 주제에 젊은 사람들을 따라하려고 하다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박사는 화장대에서 일어나 컴퓨터 책상으로 가 앉았다.
그리고는 컴퓨터를 켜고 애꿎은 바탕화면을 드래그하다가, 인터넷에 들어가 의류 쇼핑 사이트를 뒤적거렸다.
자신과 어울릴 만한 옷들을 장바구니에 넣고 주문한 그녀는, 유명한 동영상 플랫폼에 들어가 기초화장법을 검색했다.
가장 최근 날짜를 찾아 조회수가 많은 영상을 클릭한 박사는, 방금 들었던 자괴감 따윈 싹 날려버린 채로 토너와 세럼, 에센스, 오일 같은 기초화장품을 책상 앞에 쫙 늘어놓았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예쁘고 젊은 여자의 설명에 정신없이 빠져있던 박사는, 이 화장법과 자신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제품에 따라 화장법도 달라지는 게 정상일 텐데, 조회수만 믿고 따라해 보려고 했다.
한숨만 나오는 수준. 여태까지 화장에 너무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닌가 싶었다.
그냥 시간을 내서 메이크업 숍에 다녀와야겠다. 전문가한테 배우자.
그리 생각한 박사는 컴퓨터를 끄고 침대에 누웠다.
아랫배가 쿡쿡 쑤셔왔다. 격한 섹스를 너무 많이 해서 생긴 통증.
이마저도 상당히 완화된 상태인 거다.
속초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선 정말 미친 듯이 아팠었다.
-미안해요, 누나. 진통제라도 사서 들어가자.-
지혁의 부드럽고 따뜻한 말을 상기한 박사는, 고통이 쾌감으로 변화하자 저도 모르게 아래로 손을 가져갔다.
자신의 안이 지혁의 자지 형태로 바뀐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의 우람한 자지가 보지에 삽입될 때를 생각하니 점점 팬티가 젖어왔다.
마치 질벽 점막에 딱 달라붙어있는 남편에 대한 사랑이 긁어져 내려가면서, 지혁의 것으로 채워지는 느낌.
생각만 해도 이 정도라니... 여태까지 고파도 너무 고팠었나보다.
조용한 침실에 혼자 있으니 외로움이 밀려왔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에드워드가 생각났다.
고개를 돌린 박사는 에드워드와의 결혼사진을 빤히 바라보다가, 침대에서 일어나 옷장 문을 열어 앨범을 꺼냈다.
먼지가 쌓여 있는 앨범을 대충 털어내고 펼쳐보니, 남편과의 행복했던 추억들이 찍혀있었다.
절로 눈물이 나온다. 아까도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오늘따라 감수성이 너무 풍부했다.
흘러나오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다.
에드워드에게 너무나도 미안했다.
아직도 가슴 깊숙이 품고 있으면서 지혁과의 섹스에 빠져들어 가랑이를 벌리고, 후반부엔 직접 허리를 흔들기까지 하다니...
심지어 당시 남편에 대한 생각은 싹 잊어버리고 지혁을 자신의 애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달달한 이틀이었다.
‘정신병이라도 걸렸나봐... 내가 미쳤지...’
감정선이 이랬다저랬다 널뛰기를 하는 걸 보면, 확실히 미쳐가기 직전인 것 같다.
에드워드를 생각하던 박사는, 문득 남편의 얼굴에 지혁의 얼굴이 오버랩되자 볼에 홍조를 띄웠다.
그녀는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남편의 몸마저도 지혁의 몸으로 덧씌웠다.
“아아...♡”
너무나도 선명하게 생각난다.
땀으로 젖은 지혁의 잘생긴 얼굴과 몸이, 그리고 자신을 수십 번이나 보내버린 자지가, 안을 가득 채웠던 뜨겁기 그지없었던 정액이.
-♬♪♬♪♬♪
“헉!”
야릇한 생각을 하던 박사는 휴대폰에서 벨소리가 울려 퍼지자 화들짝 놀랐다.
앨범을 대충 덮은 그녀가 침대에 앞으로 누워 휴대폰을 확인해보았다.
발신자는 지혁이었다.
집에 도착한 모양. 박사는 냅다 전화를 받았다.
“응, 지혁아.”
-잘 쉬고 있었어요?
“그냥... 이제 자려고 누웠어. 졸려서...”
-그래요? 아쉽다.
아쉽다고? 왜 저런 말을 하는 걸까?
박사의 마음이 초조해졌다.
“아쉽다니, 뭐가?”
-아니에요. 푹 쉬세요.
“왜 아쉬운데? 말해봐.”
박사는 자신이 지금 약한 집착을 하고 있는 것도 모르는 상태로 지혁에게 답을 갈구했다.
-죽이라도 사갈까 했지.
“죽...? 죽은 갑자기 왜?”
-그냥... 차 안에서 너무 아파했던 게 마음에 걸렸어요. 보기 힘들더라.
그 말에 박사의 마음속에 봄바람이 찾아왔다.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잔뜩 올린 그녀가 말한다.
“무음모드로 설정해놓지 않아서... 벨소리 때문에 잠 다 깼어. 만나도 돼.”
-그래도 자요. 괜히 무리하면 더 아파져.
만나자고 에둘러 표현한 걸 눈치채지 못한 듯싶었다.
그래, 그냥 만나지 말자. 지혁은 언제든지 볼 수 있잖아.
“아냐. 나갈게. 죽은 한 번도 안 먹어봤는데... 이참에 먹고 싶다.”
-그래요? 그럼 30분 뒤에 연구실에서 만날래요?
“응, 알았어.”
-알았어요. 그럼 끊는다?
“자, 잠깐만! 지혁아!”
-응?
“세화는... 뭐라고 안 했어? 이틀 동안 집에 없었잖아.”
-오늘 안 만났어. 지금 세화는 대학 동기들이랑 술 마시고 있어요. 그리고 회사 일이 바빠서라고 미리 핑계 대놨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요.
이틀 만에 남자친구가 왔음에도 술을 마시고 있다고?
따끔하게 뭐라고 해주고 싶었다.
동시에 야리꾸리한 감정이 들었다.
지혁이 세화보다 자신을 우선시하는 것 같아 좋기도 하고, 껄끄럽기도 하다.
“알았어...”
-지금 출발할게. 이따 봐요.
“응.”
박사는 지혁이 전화를 끊을 때까지 기다렸다.
뚝. 하고 신호음이 끊기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그녀는 휴대폰을 침대에 던져놓고 욕실로 달려갔다.
그때,
덜컥!
소중하게 생각하던 남편과의 액자가 바닥에 떨어졌다.
침대에서 벗어날 때 협탁을 쳐버린 것이다.
화들짝 놀란 박사가 우뚝 멈췄다.
원래라면 당연히 액자를 먼저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박사의 가슴 한켠에서, 액자 따위보다 욕실을 먼저 가야 한다는 욕망이 튀어나왔다.
잠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어정쩡하게 있던 박사는, 눈알을 데굴 굴리더니 돌아와 액자의 상태를 확인해보았다.
“휴...”
어디 깨진 구석 없이 멀쩡한 액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 박사가 액자를 협탁 위에 올려놓고 다시 욕실로 향했다.
옷을 대충 벗어던지고 샤워기를 튼 그녀는 방금 자신이 했던, 도리에 어긋났던 생각을 가슴속 깊숙한 곳에 묻었다.
그리고는 지혁의 여자친구인 세화를 생각했다.
나올 데 나오고, 들어갈 데 들어간 세화의 몸.
뭐든 과하게 튀어나온 자신과는 정반대인, 환상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얼굴은 또 어떠한가? 조막만한 얼굴에 이목구비가 오밀조밀 들어가 있어 완벽했다.
“이게 뭐람...”
자신의 가슴과 배, 허벅지와 엉덩이를 바라보던 박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세화 같은 몸매는 못되더라도, 최소한 건강미만은 풍기고 싶다.
내일부터 꼭 운동을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한 그녀는, 자신이 세화를 향해 질투를 하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로 샤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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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에 도착해있던 나는, 문이 열리며 박사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들어오자 피식했다.
날 보고 싶어서 급하게 왔구나. 좋은 징조다.
그런데 옷차림이 마음에 안 든다.
몸매에 자신이 없어져버린 건가? 박시한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모습이 조금 구려 보인다.
하지만 괜찮다. 나중에 내 멋대로 코디할 수 있으니까.
“어, 언제 왔어?”
연구실 벽에 붙어있는 시계를 바라본 박사의 물음.
만면에 미소를 지은 내가 대답했다.
“5분 전에. 얼른 앉아요.”
“아, 응.”
간이식탁에 앉은 박사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전복죽을 바라보더니 물었다.
“이건... 전복죽이야?”
“죽은 한 번도 안 먹어봤다더니? 잘 아네?”
“그야... 전복죽 색이 어떤지는 알고 있었으니까... 그냥 먹으면 돼? 숟가락으로?”
“맞아요. 뜨거우니까 식히면서 먹어.”
“너는 안 먹니? 하나밖에 안 사온 거면... 이거 같이 먹자.”
난 방긋 미소를 지어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얼굴을 붉힌 박사가 눈을 내리깔더니 숟가락을 들었다.
그러더니 죽을 떠서 후후 분 다음 입 안으로 가져가 오물오물 씹었다.
꼼꼼히 죽을 씹고 목으로 넘긴 그녀의 얼굴이 밝아진다.
“맛있다...”
“다행이네.”
“너도 먹어봐. 진짜 맛있어.”
“괜찮아요. 폴리머스는 안 왔어요?”
“아직 안 왔어. 내일이나 모레쯤에 올 거야.”
“그래요? 다행이네.”
“다, 다행이라니...? 빨리 와야 디바이스를 만들지...”
무슨 말을 하는지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박사가 웃기다.
바퀴 달린 의자를 끌어 박사의 옆으로 다가간 나는, 내 눈치를 보며 죽을 먹기 시작하는 그녀의 목 뒤를 살살 만졌다.
“야... 나 먹고 있잖아... 이러면 신경 쓰이는 거 몰라?”
박사의 타박.
코웃음을 친 내가 물었다.
“목 뒤를 만지는 게 신경이 쓰여요? 간단한 애정표현인데?”
“시도 때도 없이 그러니까...”
“아랫배는? 아직 아파?”
“조, 조금... 그래도 많이 괜찮아졌어.”
“그래요?”
난 슬쩍 손을 내려 박사의 등을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지압으로 척추 양옆을 눌러주며 허리춤까지 내려가니, 어느 샌가 숟가락을 내려놓은 박사가 몸을 떤다.
“송지혁... 그만해.”
애써 냉랭하게 말해보려 하고 있지만, 떨리는 목소리는 감출 수 없다보다.
박사의 경고를 무시한 나는 손을 아래로 쭉 내렸다.
그러자 박사가 내 손이 들어오기 쉽게 살짝 둔부를 들었다.
본능적인 행동. 한쪽 입꼬리를 올린 내가 비아냥거렸다.
“그만하라며?”
“.....”
입을 꾹 닫은 채로 날 노려보는 박사.
난 박사의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면서,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바지 안으로 손을 넣어 팬티 위를 살살 눌렀다.
“흐읏...!”
보지를 애무하기 시작하니 박사의 허리가 오므려졌다.
그녀가 힘겹게 말한다.
“아직 아프다니까...”
“걱정하지 마. 오늘은 안 할 거니까. 그냥 풀어주는 거에요.”
박사의 눈빛에 아쉬움이 스쳐지나갔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섹스를 하고 싶은 마음 하나만큼은 강렬하나보다.
한 번 균열을 만들어놓으니 부서지는 속도가 빠르다.
근데 오늘은 애무만으로 끝낼 생각인데 어쩌냐? 집에 돌아가서 자위나 해라.
“다행이네. 오늘 했으면...”
주제도 모르고 강한 척하려는 박사.
난 두 손가락을 붙여 보짓살을 꼬옥 눌렀다.
“흥앗...♡”
“했으면 뭐?”
“아니, 아니야... 그냥... 힘들 뻔했다고... 하려고 했어...”
“그랬어요?”
“응... 후아아...”
벌써부터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하는 박사를 보니 웃음만 나온다.
난 박사에게 죽을 먹으라고 턱짓하고는 애무를 계속해나갔다.
연구실에 야리꾸리한 구름이 끼는 것 같은 느낌이다.
박사가 내게 집착하려는 기미는 약간이지만 이미 보이고 있다.
악의주입 같은 건 일체 없이 교육시켜서, 내가 없으면 자살이라도 하겠다고 울며불며 매달릴 만큼 정신을 망가뜨려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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