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42 거사 #2
조수석에 탄 박사는 안경을 벗었다가, 다시 착용했다가 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사이드 미러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안경이 어울리는지, 어울리지 않는지 보려는 행동.
룸미러로 그 모습을 살펴보던 내가 말했다.
“뭐든 어울려요.”
그 말에 헉! 하고 놀란 박사가 묻는다.
“뭐, 뭐가?”
“안경을 끼든 벗든 어울린다고요.”
“난... 그냥 눈이 얼마나 나빠졌는지 확인하려고...”
귀여운 대답.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박사가 안경을 고쳐 쓰고는 눈을 지그시 뜨며 날 노려보았다.
“못 믿는 거야?”
“아뇨. 믿어요.”
박사는 할 말이 없어졌는지 전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현재 그녀는 애정결핍으로 갈 수 있는 불안정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
내게 푹 빠지도록 만들고, 집착하도록 해야지.
매일매일 나만을 생각하고,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녹여가야겠다.
그냥저냥 일반적인 부부관계였다면 이렇게까지 흔들리지는 않았을 텐데, 박사는 남편과 서로 열렬히 사랑하는 상태에서 사별을 겪었기에 심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은 나로 인해 터지기 직전까지 온 풍선인 상태.
예전까지는 어떻게든 꼭꼭 숨겨놓았겠지만, 나와 야릇한 행동을 함으로서 바람이 점점 빠지고 있었다.
그 바람을 전부 빼낸 다음 내가 분 공기로 가득 채워놓으면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내 조각상의 크기가 커져갈 테고, 종국에는 남편의 조각상을 산산조각 낼 것이다.
솔직히 며칠 만에 마음을 이렇게나 많이 열 줄은 몰랐는데, 이 정도면 악셀을 조절할 필요가 없다.
“밥은 먹었어요?”
“아니...”
“배고프겠다. 점심먼저 먹어야겠네요? 드시고 싶은 거 있어요?”
“난 아무거나 괜찮아.”
“아까부터 아무데나 괜찮다, 아무거나 괜찮다... 내가 다 결정하라는 거야?”
그 말에 박사가 눈을 흘겼다.
“너 저번부터 은근슬쩍 말을 놓는데... 원래 그런 성격이었니?”
“왜요? 싫어?”
“.....”
박사는 입을 다물고 침묵했다.
싫지 않다는 뜻이네.
나와의 관계에서 우위에 서고 싶었나본데, 이미 늦었다.
그 어떤 짓을 해도 넌 내 말에 따를 수밖에 없을 거다.
“휴게소에서 간단하게 먹어요.”
“휴, 휴게소...? 지금 어디 가려고...?”
“속초. 바다 보러 갈 거에요.”
“그렇게 멀리 가도 돼?”
“아무데나 괜찮다며.”
침을 꼴깍 삼킨 박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았어...”
고속도로를 탄 나는 가장 가까운 휴게소에 들러 주차를 마쳤다.
그리고 내리기 전에, 박사의 입술에 쪽 소리가 나도록 기습적인 뽀뽀를 했다.
그러니 박사가 벙 쪘다.
당했다는 표정. 하지만 날 나무라려고 하지는 않는다.
거사 전은 물론이고 할 때도, 그 후에도 최대한 달달하게 해줘야지.
완전히 푹 빠뜨려서 오늘 이후 나와 섹스를 하지 못하면 안달이 나게끔 만들어야겠다.
차에서 내린 나는 아무 말 없이 박사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
휘둥그레진 눈을 하면서도 저 스스로 깍지를 껴오는 박사.
그런 그녀가 귀여웠던 나는 씨익 웃었다.
“누나, 어제 술 마셨죠?”
“어떻게 알았어...?”
“그럴 것 같았어요.”
“그럴 것 같았다니... 그게 무슨... 그리고 손 빼. 남사스럽다고 욕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박사는 자신의 나이가 무척 늙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물론 나이로만 따지자면 늙긴 했다. 하지만 늙어보였다면 내가 박사를 꼬시려 했겠는가?
그녀는 따로 관리를 하지 않았음에도 동안이었다.
얕은 화장을 한 지금은 더 젊어보였고, 몸매야 뭐 말할 것도 없이 탄탄했다.
“뭐라 할 사람 없어요. 누나가 눈치를 보는 거지. 게다가 직접 깍지까지 꼈으면서 왜 빼라고 하는 건데요?”
“.... 그건...”
“자꾸 말이랑 행동을 틀리게 하는데, 이러면 더 미칠 것 같아. 더 좋아지잖아요.”
박사의 얼굴에 홍조가 서렸다.
그녀의 뺨을 한 차례 쓰다듬어준 내가 말했다.
“오늘도 술 마셔야 되니까, 국 같은 걸로 속 풀어요.”
“아, 알았어...”
“가요.”
기다란 속눈썹을 내리깐 그녀는, 내가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
해변을 걷던 박사의 머리카락이 바닷바람에 흩날린다.
너무나도 아름답다. 머리를 정리하려고 손을 가져가는 것도, 바람에 셔츠가 나부끼는 것도, 맨발바닥에 모래가 묻은 것도 모조리.
농염한 미모. 당장 따먹고 싶어 미치겠다.
나중을 위해 욕구를 간신히 참고 있던 나는, 나란히 걷고 있던 박사가 쫙 뻗은 수평선을 지그시 바라보며 이런 말을 하자 정신을 차렸다.
“옛날 생각난다.”
“옛날 생각?”
“강화도에 갔을 때... 네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장비를 옮겼잖아.”
아, 그 옛날? 난 또 남편과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줄 알았네.
“그랬죠.”
“촉수 마물이 내뱉은 산성액에 팔을 다치기도 했고.”
“맞아요.”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어? 날 원망했니?”
“솔직히 말할게요. 엄청 원망 많이 했어요.”
박사가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고생시켜서 미안해.”
괜찮아. 이번엔 네가 나 때문에 고생하면 돼.
육체적인 고생이 아니라, 마음고생.
부드럽게 웃어준 나는 박사를 이끌어 해변가에 있는 평평하고 큰 돌덩이에 엉덩이를 붙였다.
서로 바짝 붙어 앉은 우리.
나는 박사의 머리를 정리해주면서 말했다.
“앞으로도 마음껏 고생시키세요. 절 이용해도 좋아요. 옆에 있게만 해주세요.”
“이용하다니... 난 그럴 생각은...”
“말이 그렇다는 거에요.”
난 그윽한 눈빛으로 박사를 바라보며 그녀의 입술에 엄지를 가져갔고, 촉촉하고 말랑한 입술을 꾹꾹 눌렀다.
꿀렁거리는 목젖을 보니 긴장한 것 같다.
오랜만에 이런 스킨십을 당하니 가슴이 벌렁거리기라도 하나보다.
“조금 더 걸을까요?”
“응...? 아, 그래... 그러자.”
박사가 허겁지겁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을 보니 이 이상 무언가를 하지 않아서 아쉬운 것 같다.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박사의 뒤통수를 부드럽게 잡아 당겨왔고, 이마에 키스를 했다.
“아...”
짧은 탄성을 내뱉은 박사.
그녀가 흔들리는 눈으로 날 바라본다.
“일어나요. 계속 걷게.”
“알았어...”
**
그날 저녁, 우린 해변가가 보이는 맛집에서 여러 음식과 소주를 시켰다.
박사는 술을 거의 고래마냥 마셔대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맨정신으로는 나와 함께 있기가 무서워서 그런 것 같았다.
난 일부러 그녀가 술을 마시는 걸 방해했다.
완전히 취한 상태에서 떡을 치면 제대로 느끼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
우람한 자지 맛을 오롯이 느껴봐야 내게 더 매달리지.
“왜 이래!? 이리 줘!”
박사는 잔을 치워버린 날 보고 성을 냈다.
목소리가 커진 걸 보니 혀가 꼬이지만 않았지, 취하긴 취한 상태구만.
빨리 따먹어야겠다. 더 이상은 못 참겠어.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계산을 마치고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는 나발을 불려는 박사에게서 소주병을 빼앗았다.
그러자 박사가 이를 뿌드득 갈더니 말한다.
“내놔...!”
“일어나요.”
“더 마실래. 너도 얼른 앉아.”
콧방귀를 낀 나는 박사의 팔을 잡아끌었다.
힘없이 딸려와 내 몸에 달라붙은 그녀가 경고한다.
“까불지 마... 네가 뭐라고...”
“뭐.”
“.... 네가 뭐라고 나한테...”
“똑바로 말해. 웅얼거리지 말고.”
“또 반말... 이... 나쁜...”
좋아. 이 정도면 박기 전에 정신을 차리겠군.
나는 박사를 끌고 나와 근처 호텔로 향했다.
내게 거의 반강제적으로, 죄인마냥 잡혀가는 상태의 그녀는, 호텔의 거대한 마천루를 보더니 가기 싫다고 칭얼거렸다.
“싫어...! 안 가...”
“왜요?”
“너 일부러 날 어떻게 해보려고 여기 온 거지...? 다 알아...”
“이상한 생각하지 마세요. 방은 두 개 잡아놨으니까.”
“그... 그래...?”
박사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었다.
사실 네 말이 맞아. 널 어떻게 해볼 생각이고, 방은 하나만 잡아놨어.
네가 순순히 따라오게 거짓말을 한 거야.
“네. 그러니까 얌전히 따라오세요. 누나가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박사는 제 발로 호텔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휘청거리는 그녀의 몸이 너무나도 위태로워 보인다.
난 그녀의 팔을 내 어깨에 둘러 부축했다.
“나 혼자... 갈 수 있어...”
“시끄러워요. 빨리 가게.”
박사가 순순히 입을 다물었다.
나는 그렇게 호텔로 향했고, 엘리베이터를 탄 뒤 로얄층을 찍었다.
조용하고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하는 엘리베이터.
박사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묻는다.
“여긴 언제 예약한 거야...? 즉흥적인 여행이었잖아.”
“누나가 화장실 갔을 때 예약했어요. 쓸데없는 소리 말고 가만히 계세요.”
“아, 알았어... 후아...”
안도의 한숨인지 아쉬움의 한숨인지 모를 날숨.
진득한 술 냄새가 풍겨온다. 많이 마시긴 했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우린 가장 구석에 있는 방으로 움직였다.
카드키를 대고 문을 여니 고풍스런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우릴 반겼다.
방을 본 박사가 한 차례 감탄을 터뜨리더니 날 돌아본다.
“고마워. 이제 너도 방으로 들어가 봐...”
내가 미쳤냐? 이 상태에서 나가게?
게다가 방은 하나밖에 없다니까.
대답하지 않은 나는 박사에게 한 걸음 성큼 다가갔다.
그러자 박사가 겁을 집어먹었는지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왜 이래...? 방은 두 개 잡아놨다며... 히끅!”
“네. 근데 누나랑 더 있고 싶어요.”
“.....”
“그래도 되죠?”
“.... 히끅!”
거절하지 못한 채 딸꾹질만 해대던 그녀는 자신의 얼굴에 손부채질을 했다.
분위기가 벌써부터 무르익었다고 판단한 나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 위로 들어 올렸고, 벽으로 천천히 밀었다.
“잠깐...! 지혁아... 흐끅!”
“왜요.”
“꼭 이래야... 끅! 겠... 후웁!”
난 박사의 말을 다 듣지도 않은 채 그녀의 입에 내 입술을 들이댔다.
박사는 오늘 각오하고 왔는지 반항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혀가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입술을 살짝 벌렸다.
술맛이 가득한 그녀의 입 안. 아마 박사도 나와 같은 맛을 느끼겠지.
“후으... 하가마아...”
얘는 키스를 하면서 말하는 게 취미인가?
잠깐만... 이라고 하는 것 같다.
들어줄 생각은 당연히 없었다.
나는 연구실에서처럼 그녀의 다리 사이에 내 다리를 끼웠다.
그러자 박사의 가랑이가 내 허벅지 윗부분에 닿는다.
치골이 묵직한 느낌을 자아내며 내 무게중심을 아래로 내리눌렀다.
나는 다리에 힘을 빡 주면서, 한 손으로 그녀의 양 손목을 꽈악 눌렀다.
그리고 남은 한 손으로 박사의 셔츠 단추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하나하나씩 풀어나갔다.
툭.
첫 번째 단추를 풀자, 박사의 눈이 번쩍 뜨였다.
하지만 내 눈과 마주치고는 다시 지그시 감긴다.
툭.
두 번째 단추를 풀었을 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고개를 옆으로 빼고 내 입술에서 벗어났다.
“후아... 지혁아... 이건 아니야... 제발 그만해...”
“정말 그만해요?”
“응... 그만해줘...”
팔에 힘을 준다면 내 손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박사는 가만히 있었다. 그저 말만 지껄이고 있을 뿐.
그러는 주제에 그만하라고?
한쪽 입꼬리를 올린 난, 말없이 박사의 세 번째 단추를 풀었다.
툭.
좌우로 벌어진 셔츠 안으로 박사의 탄력적인 가슴이 모습을 드러낸다.
눈을 슬쩍 내리깐 나는, 박사의 풍만한 젖통을 보고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까보니까 더욱 대단했다.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크기는 아니다.
그러나 크긴 컸다. 브라로 압박하고 있었지만 모양이 완벽한 게 느껴질 정도다.
심장이 절로 뛰면서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아직 절반도 채 보이지 않는 상황인데도 이 정도라니...
‘미쳤다...’
저 아름다운 가슴을 봤으니 네가 싫다고 울며불며 매달려도 끝까지 갈 거다.
물론 거절할 일 따윈 없겠지만.
허리를 두르고 당기자 박사의 몸이 밀착해왔다.
“흣...!”
딸꾹질은 언제부턴가 멎어있는지 오래.
난 다시 그녀에게 키스하며 네 번째 단추를 풀어나갔다.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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