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40 박사님이 잘못한 거에요
“난 내 감정을 잘 모르겠어...”
고뇌 끝에 나온 박사의 답이었다.
사실 그럴 만도 하다.
지금 박사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친 상태.
이런 상태에서 고백해오니, 내가 한 사람의 남자로 보이는 건지, 아니면 남편의 대용으로 보이는 건지 헷갈리는 것이다.
하지만 저건 나로 인해 올라온 감정이다.
예전의 박사는 남편을 생각하긴 했어도 지금처럼 힘들어하지는 않았다.
내가 박사를 챙겨주고 좋아하는 감정을 내비치니까, 나에게 마음이 있으니까 남편과의 풋풋했던 추억들이 생각나는 거다.
이걸 상기시켜줘야 한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미안해...”
이어지는 박사의 말.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투로 물었다.
“방금은 잘 모르겠다고 하셨잖아요. 제가 싫으세요?”
“그, 그건 아냐. 내가 왜 널 싫어하겠어? 똑똑하고, 친절하고... 착하기까지 한데...”
“남자로서 싫으시냐고요.”
“.....”
박사가 다시 침묵했다.
즉답을 피하는데다 흔들리는 눈빛을 보니 마음속에 내 조각상을 만들어두긴 했다.
나는 땀이 식어 꼬불꼬불해진 박사의 옆머리 몇 가닥을 쓸어 귀 뒤로 넘겨주었다.
그러자 박사의 입술이 파리하게 떨렸다.
그녀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하지 말라고 했잖아...”
말은 그렇게 해도 제지하려고 하지 않는다.
박사의 말을 상큼하게 씹은 나는, 이번엔 그녀의 윗머리를 정리해 옆으로 넘겼다.
“하아...”
한 차례 한숨을 내뱉고는 내 손길을 받아들이는 박사.
난 포근한 미소를 지었다.
“남자로서 싫은 건 아닌가보네요.”
“.....”
“죄송해요.”
뜬금없는 사과에, 박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의아해했다.
“왜 사과를 하는 거야?”
“저 때문에 남편 분이 그리워지신 것 같아서요.”
흠칫한 박사의 눈가가 순식간에 촉촉해졌다.
알아차린 모양이다. 나 때문에 남편과의 추억이 되살아났다는 것을.
곧 투명한 눈물을 흘릴 것 같던 그녀였지만,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눈 밑이 붉어지는 것만으로 끝났다.
나는 깨끗한 손수건을 꺼내 박사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손수건을 받아 눈가를 닦아냈다.
그리고는 말한다.
“.... 난 너와 어울리지 않아.”
자신감이 결여되어있는 눈빛을 보면 에둘러 거절하는 건 아니다.
진심으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하기엔... 넌 너무 멋있는 사람이야...”
“스스로를 너무 깎아내리지 마세요. 박사님도 멋있는 사람이에요. 저보다 훨씬.”
박사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숨을 죽이고 있던 그녀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넌 세화가 있어. 이래서는 안 돼...”
“그럼 처음부터 딱 잘라서 거절하셨어야죠. 호텔에서 박사님의 머리를 묶어줄 때, 그리고 지금 머리를 넘겨줄 때 절 밀어냈어야 했어요. 하지만 박사님은 그러지 않았죠.”
“.....”
“사실 술을 마신 날부터 박사님을 좋아하게 된 건 아니에요. 더 전부터 좋아했어요.”
“무슨... 소리야?”
“시리아에서의 일을 기억해요? 그때 박사님이 절 보듬어주시면서 아픔을 함께 나누자고 말했잖아요. 그때부터 박사님을 마음에 뒀습니다. 세화에게 해주는 위로를 박사님이 제게 해주셨을 때부터요.”
박사가 눈을 질끈 감았다.
마음을 제대로 기울여놓은 것 같다. 나는 말을 이었다.
“박사님이 아니었더라면 전 지금쯤 매일 술에 절어 사는 폐인이 됐을 거에요. 박사님 덕분에 제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던 거였어요.”
“이러지 마... 이건 잘못된 거야... 네겐 세화가...”
나와 좋은 관계를 쌓아간다면 세화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저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내게 마음이 있다는 증거였다.
세화나 지구의 미래가 걱정됐다면 당장 거절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죽은 남편에게도 죄책감을 가지고 있겠지.
순애보 같던 사랑이 나로 인해 조금씩 금가고 있으니까.
나는 박사에게 바짝 다가가 앉아 그녀를 조심스레 안았다.
그녀의 어깨 위로 팔을 뻗어 목을 감았고, 내 품으로 당겨왔다.
“아...!”
짧은 감탄사를 내뱉은 박사는, 내 가슴팍에 손을 대고 날 밀치려고 했다.
하지만...
“좋아해요.”
그녀의 목에 얼굴을 들이댄 내가 나긋한 목소리로 저리 말하니 힘이 쫙 빠졌다.
내게 안긴 채 안절부절 못하던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내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뻗어 등을 감쌌다.
내 가슴팍에 박사의 큼지막한 가슴이 눌리면서 젤리 같은 감촉을 자아냈다.
아아... 빨리 저 큰 젖통 사이에 끼우고 싶다.
오랜 시간 박사를 껴안고 있던 나는 포옹을 풀었다.
박사의 얼굴은 상당히 상기되어있었다.
부끄러움을 타는구나. 집으로 돌아가면 남편에게 미안해서 펑펑 울려나 싶다.
추적용 마물로 관음 해야지.
“박사님.”
포근한 미소를 지은 내 부름에, 박사가 어깨를 움찔하더니 답한다.
“왜...?”
“다 쉰 것 같으니까 다시 탈까요?”
“.... 그냥... 돌아가면 안 될까? 마음이 너무 복잡해. 다음에 만나자...”
“다음이라는 말 말고, 구체적으로 정해줘요. 언제 만날래요?”
“그...”
난처한 듯 입을 오물거리던 그녀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내일...?”
“내일 몇 시?”
“자, 잘 모르겠는데...”
“오후 네 시 어때요? 네 시에 연구실에서 만나요.”
박사에게 있어서 연구실은 또 다른 집이다.
거기서 만나자고 하면 붕 뜬 마음이 가라앉을 테고, 지금 가지고 있는 불편함도 최소화될 터.
박사는 내 시선을 피하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의도가 먹혔구나.
만족스레 웃은 나는, 벤치 위에 올라간 그녀의 손등에 내 손을 덮었다.
그리고는 위에서 깍지를 꼈다.
내 행동에 놀라 손을 쓱 뺀 박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만 돌아가자. 추워지네...?”
손깍지는 안 되네. 아쉽다.
“그래요. 자전거 반납하고 모셔다드릴게요.”
“아냐. 혼자 갈게... 혼자 가고 싶어.”
고민이 많은 모양이다.
여기서 괜히 더 나서서 이미지를 깎아먹지 말자.
“알겠습니다.”
**
다음 날, 나는 시간에 맞춰 연구실로 갔다.
박사는 다 죽어가는 얼굴로 장비를 개발하고 있었다.
전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숙취가 올라온 것이다.
게다가 감기까지 걸려 연신 기침을 해대고 있었다.
어제 집에 돌아가자마자 씻지도 않고 술을 퍼마시니까 그렇지.
나는 추적용 마물을 통해 그 모습을 봤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 다가가 걱정스런 얼굴을 했다.
“괜찮아요? 안색이 안 좋으시네?”
“그냥 몸이 조금 안 좋아서... 콜록!”
“감기 걸렸어요?”
“그런가봐...”
“그럼 의료기기에 들어가셔야죠.”
“이런 바이러스성 질환은 치료하기가 힘들어. 몇 번... 아니, 열 번 이상 들어갔다 나와야 될지도 몰라. 의료기기에 한 번 들어가면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알아? 비싸서 안 돼. 감기 정도야 며칠 쉬면 자연스럽게 낫는 병이기도 하니까...”
이런저런 핑계를 늘여놓는 박사.
고개를 주억거린 나는 그녀의 옆에 앉았다.
이제 조금 떨어져서 앉으라 하겠지. 감기 옮는다고.
“조금 떨어져서 앉을래...? 감기 옮아.”
저 봐라. 다 예상이 되는 수준이다.
이러려고 의료기기에 들어가지 않았던 거지?
얕은 한숨을 내쉰 내가 말했다.
“저랑 거리를 두려고 하시네요?”
그 말에 박사가 인두기를 내려놓고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아, 아냐...! 그럴 생각은 없었어. 순전히 네가 걱정...”
말을 하다 만 박사가 팔로 입을 가리더니 고개를 돌렸다.
“에취!”
그러더니 제법 큼지막한 재채기를 했다.
“후아... 이거 봐... 감기가 심해서...”
“치료해요.”
“비싸다니까...”
“이러다 마물이 나타나기라도 하면 제대로 된 오더를 내릴 수 있겠어요?”
“.....”
박사가 입을 앙다물었다.
콧물 때문에 훌쩍거리면서 벙 쪄있는 모습이 무척 귀엽다.
그래, 할 말 없지?
피식한 나는 박사의 이마에 손을 대보았다.
“열이 심하네.”
“.... 지혁아.”
“네.”
“너한텐 세화가...”
어제부터 앵무새마냥 세화를 언급하는 박사였다.
이런 씨발, 막말로 너도 뒈진 남편을 그리워하면서도 날 마음에 뒀잖아.
근데 세화 이야기가 왜 나오냐? 죄책감을 덜고 싶어?
너까지 책임전가를 할 줄은 몰랐는데 실망이다.
그 풍만한 가슴으로 위로해주라. 그럼 봐줄게.
“지금 저는 박사님 몸을 걱정하고 있는 건데요?”
“난 괜찮은데...”
“얼굴도 빨갛잖아요. 독감인 것 같으니까 의료기기에 들어가요. 비용은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 안 된다니까...”
“강제로 들여보내기 전에 일어나요.”
박사가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어제부터 고민이 깊었다.
안 그래도 심력을 상당히 소모하고 있었는데, 내가 연구실에 온 이후부터 더해졌다.
게다가 감기까지 심하게 걸린 상태라, 일어나자마자 휘청거리는 건 예견된 수순이었다.
“아...!”
바닥에 넘어지려고 하는 박사.
난 순식간에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잡았고, 몸을 부축했다.
“이렇게 힘들면서 괜찮긴 무슨...”
“.... 이거 놔줘...”
깐깐하고 강압적이었던 박사다.
헌데 지금은? 내게 저자세를 취하고 있다.
인천에서 첫 답사를 갔을 때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온도차.
크나큰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뿌듯하다. 내가 이제까지 연구실을 위해, 비스트 슬레이어를 위해 했던 노력이 헛되지 않아서.
“놓으라고... 들어가기 싫어... 비싸...”
“시끄러워요.”
“아 싫다니까...!”
박사가 팔을 강하게 흔들어 날 뿌리쳤다.
그러면서 내 턱을 강하게 쳤다.
퍽!
의도성이 전혀 없는 실수. 박사가 화들짝 놀라 묻는다.
“괘, 괜찮아?”
턱을 이리저리 돌린 나는 박사를 향해 인자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확실히 많이 아프신가보네요. 이렇게 애 같이 굴 정도면.”
“미안해... 고의는 절대 아니었어...”
“제가 그렇게 불편하세요?”
난 좋아하는 사람이 마음을 받아주지 않아 슬퍼하는 사람의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내 얼굴을 살핀 박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 아니야...”
“껄끄러우면 말하라고 했잖아요. 그러면 앞으론 박사님이 싫어하는 짓 같은 건 하지 않겠다고 말했잖아.”
“불편한 게 아니라...”
“그럼 뭔데요?”
“그...”
말을 흐리는 박사.
난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내가 들이대면 들이댈수록 날 향한 마음이 강해지니까, 남편의 거대하고 단단한 조각상에 금이 갈 것 같으니까 두려운 거겠지.
두렵지만 외롭기도 할 거다. 그래서 날 냉정하게 밀어내지 못하는 거고.
“앞으로 이러지 말까요?”
“.....”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대답을 못하겠어...”
이거 봐라. 갈팡질팡하고 있잖아.
현재 박사는 남편에 대한 생각, 그리고 내 생각 때문에 감수성이 풍부해졌다.
더군다나 감기 때문에 몽롱한 상태다.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는 뜻. 그렇다면 풀악셀 한 번 밟아봐야지.
나는 박사의 앞으로 성큼 다가갔다.
그러자 박사가 반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나는 이빨을 악물고 멀어지려 하는 그녀를 보기가 힘든 사람처럼 눈을 내리깔았다.
박사는 그런 내 표정을 보고 흠칫하더니 가까이 다가왔다.
“지, 지혁아... 난 그러려고 한 게 아니라... 네가 갑작스럽게 오니까... 앗!”
박사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을 했다.
내가 그녀의 팔을 확 잡아서 품으로 끌어왔기 때문이었다.
나는 넋 나간 표정을 짓고 있는 박사를 떨리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누가 봐도 순간의 욕망에 져버린 사람처럼.
“박사님.”
“.....”
“박사님이 잘못한 거에요.”
“무슨...?”
“박사님이 잘못한 거야.”
“대체 무슨 소리... 흡!”
내 입술이 박사의 입술을 덮치자, 그녀의 눈이 두 배는 더 커졌다.
입술 사이로 냅다 밀고 들어가는 내 혀.
박사는 어떻게든 입을 닫아보려고 노력하면서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감기까지 걸린 데다 애초에 힘에서부터 상대가 안 됐기에, 박사는 꼼짝없이 내 키스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혀를 깨무는 짓 따윈 할 수조차 없겠지. 내가 남도 아닌데.
“후븝! 쿠흡!”
박사는 내 입술에 입이 막힌 상태로 기침을 해댔다.
뜨뜻미지근한 숨결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이 괜찮다.
감기 때문에 거의 점액이 될 정도로 찐득해진 침은 내 혀와 얽혀 그물을 만들었다.
“크훕! 지혀... 히어이 아...”
몇 번 기침을 하고는 이러지 말라고 웅얼거리는 박사.
나는 박사와 완전히 밀착한 상태로 질척한 키스를 이어나갔고, 양손을 내려 그녀의 엉덩이를 지그시 움켜쥐었다.
박사의 양팔은 내 가슴과 그녀의 가슴 사이에 끼어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
발로 내 정강이를 두드리고는 있지만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츱...! 후으으...”
박사의 뜨거운 콧바람이 내 입가를 간질인다.
그녀의 눈이 점점 풀려갈 때쯤, 나는 얼굴을 떼어냈다.
서로의 아랫입술에 붙어 쭈욱 늘어진 타액이 위태롭게 흔들린다.
난 혓바닥을 내밀어 그 침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박사의 입술을 엄지로 닦아내주었다.
발광을 하던 박사의 몸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당황스럽고, 충격적인 모양.
얼굴은 완전히 터질 것처럼 빨개져있었다.
히죽 웃은 나는 박사의 입술에 쪽! 소리를 내며 뽀뽀를 했다.
“아...!”
그제야 정신을 차린 박사가 인상을 있는 대로 찌푸리더니, 아직까지 엉덩이를 움켜잡고 있는 내게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손... 치워... 떨어져...”
나는 순순히 박사에게서 떨어져 반 발자국 뒤로 갔다.
손이 자유로워진 박사는, 오른팔을 크게 휘둘러 내 뺨을 때렸다.
짜악!
짜릿하다. 신난다.
홱 돌아간 고개를 다시 제자리로 돌린 내가 말했다.
“이제 시원하세요?”
“입 닥쳐... 너... 이런 건...”
“박사님이 애매한 태도를 고수하셨으니까 이럴 수밖에 없잖아요.”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해...? 책임전가 하지 마...!”
“책임전가는 박사님이 먼저 하셨어요. 세화를 언급하면서.”
“이...!”
박사가 내 뺨을 한 대 더 때리려고 했다.
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양팔을 덥석 잡아채고는 벽으로 밀었다.
벽에 등을 쿵 부딪친 박사가 날 노려본다.
“이거 놔...! 콜록!”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거절의 의사를 내비친 나는, 한쪽 무릎을 들어 박사의 다리 사이에 끼웠다.
그리고는 입술을 천천히 가져갔다.
박사의 얼굴이 뒤로 쭉 빠졌다.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모양. 하지만 소용없다.
입술을 지척까지 들이댔을 땐, 박사의 고개는 이미 벽에 딱 달라붙어있었다.
“좋아해요.”
“그런 식으로 넘어갈... 으읍!”
나는 박사의 말을 끊고 입술을 들이댔다.
첫 번째 키스는 격정적으로 했다면, 두 번째 키스는 아주 부드럽게 했다.
잠깐 발버둥을 치려고 하던 박사는, 내 애정이 잔뜩 담긴 키스에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빠져갔다.
결국 그녀는 내 혀를 완전히 받아들였다.
눈까지 감은 박사의 입이 더 벌어졌을 때, 난 그녀의 팔을 풀어주었다.
그러자 박사가 자유로워진 손으로 내 양 뺨을 잡더니 공격적으로 혀를 얽혀왔다.
고팠구나. 아주 고팠어.
“후으응... 츄읍...! 크붑!”
긴 콧바람을 내뱉으며 기침을 한 박사의 볼이 살짝 부풀려졌다.
아까보다 더욱 뜨거워진 숨결이 내 입 안에 들어와 맴돈다.
이런 키스도 나쁘지 않네. 그냥 감기 걸린 채로 둘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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