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32 밝혀지는 진실 #3
난 오랜 시간동안 실비아와 아델라인에게 모든 이야기를 전달했다.
암두시아스와 박사의 등장, 세화의 각성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단 하나의 가감도 없이 모조리 말했다.
재는 것보다는 싸그리 까는 게 낫다.
어차피 언제고 알게 될 사실인데 내 입으로 말하고 이들에게 신임을 받으면 좋잖은가.
단, 아이테르의 장난꾸러기 같은 특성은 제외다. 이건 숨기고 있다가 교차검증부터 하고 까는 게 나았다.
그녀들은 내 이야기를 듣고 역시... 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놀라는 눈치가 별로 없다. 신탁의 내용을 미리 알고 있어서 그렇겠지.
이번엔 내가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을 차례였다.
잠깐 생각을 정리하는 듯 천장을 올려다보던 실비아가 내 눈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말했다.
“가장 먼저 에테르... 아니, 아이테르라고 부른댔지. 우린 아이테르를 가지고 있어.”
예상하고 있었다.
그럼 그랜드캐니언에서는 나도 모르게 아이테르를 조작해서 알로켄과 싸운 건가?
시동하는 방법이 따로 있는 모양이네?
묵묵히 고개를 주억거리는 내게, 실비아가 말을 이었다.
“네가 디바이스라고 부르는 물건처럼, 우리도 비슷한 물건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그... 세화 씨와 유리아 씨처럼 변신하지는 못해.”
“아하...”
“아이테르는... 너도 알지? 신체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영구적인 에너지가 아니라서 아껴 써야 해.”
영구적인 에너지가 아니라고? 아껴 써야 해?
아이테르를 잘 모르고 있구나.
이건 정말 다행이다.
“제게 보여주실 수 있어요?”
“미안해. 널 믿지만 이건 우리 목숨보다 소중한 에너지라서...”
저런 반응은 이해한다.
날 완전히 신용하게 된다면 보여주겠지만 그때까지 기다리긴 힘들지.
안 보여줄 수 없게 만들어주마.
“뭔가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아서 그래요. 아이테르는 영구적인 에너지고 충전도 가능하거든요.”
그 말에 실비아와 아델라인이 크게 놀랐다.
“지혁 씨, 그게 정말이에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아델라인의 물음.
그녀를 진정시켜 다시 앉도록 만든 내가 침착하게 대답했다.
“네. 충전방식이 조금... 그렇긴 하지만요. 세화와 유리아 씨도 떨어지면 충전해서 싸워왔어요.”
“아이테르의 에너지를 영구히 잃어가면서 싸우고 있던 게 아니었다는 말씀이신가요?”
“전혀요. 저흰 디바이스로 충전량을 제어합니다.”
아델라인이 실비아를 바라보았다.
간절한 눈빛. 내게 아이테르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이 분명했다.
이런 충격적인 정보까지 들었는데 당연히 보여줘야지.
결국 실비아의 고개가 작게 끄덕여졌다.
중요한 결정은 실비아가 하는 모양이군. 저 결정권은 곧 내가 갖게 될 거다.
“지혁 씨, 제 손목을 잘 봐주세요.”
“예.”
아델라인이 눈을 감고 오른손을 내밀었다.
잠시 심호흡을 한 그녀가 주먹을 한 번 쥐었다가 펴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우웅...!
휘황찬란한 무지개색 빛이 아델라인의 손목에서부터 피어나더니, 그 가운데에 아이테르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날것 그대로의 모습은 아니다.
어딘가에 담겨있는 모습. 무지개빛은 일정한 정사각형 범위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머물고 있었다.
“이건...”
“실비아 님의 행성에서 만든 보관함이에요.”
흥미롭다. 고도의 기술이 압축된 기계.
이것 외에도 다른 신기한 물건들을 몇 개 가지고 왔겠지? 나중에 철저히 파헤쳐주겠다.
난 얼굴을 앞으로 쭉 빼고 보관함을 살폈다.
자세히 보니 우측 상단에 자그마한 원기둥 형태의, 무지개색 액체가 거의 꽉 찬 막대가 있었다.
“저 막대가 충전량을 표시하는 건가요?”
이 질문에 대답한 사람은 실비아였다.
그녀는 아델라인에게 아이테르를 집어넣으라고 말한 뒤, 날 향해 고개를 주억거렸다.
“맞아. 9할 정도 남았어.”
“아직 많이 남았네요?”
“아델은 딱히 신체능력 강화가 필요 없거든. 신의 힘을 사용해서 악을 멸해.”
뭐? 씨발 그럼 정화가 그냥 패시브란 말이야?
아이테르의 힘까지 사용하면 완전히 괴물이 된다는 거잖아.
상향 한 번 제대로 받았네. 짜증난다.
애써 침착함을 유지한 내가 물었다.
“실비아 씨 게이지는요?”
“난 7할 정도.”
“지금까지 얼마나 힘을 쓰셨죠?”
“내가 살던 행성에서 탈출할 때 많이 썼고, 아델라인의 행성에서도 썼어. 최소한 스무 번 정도는 사용했을 거야. 여기서도 한 번 썼지.”
알로켄을 죽일 때를 말함이로군.
그런데 탈출이라?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이지만 하나도 안 궁금하다.
“흐음...”
정리하자면 실비아와 아델라인이 가진 아이테르는 용량이 아예 큰 상태였던 건가?
용량개조를 할 필요가 없는 건 좋다.
“그리고 우리에겐 또 하나의 아이테르가 있어. 여기 있는 누군가를 위한 건데...”
로제를 위한 아이테르겠군.
좋아, 아이테르와 비스트 슬레이어들의 행방은 모조리 찾아냈다.
이제 상세한 계획만 짜면 돼.
“누군가를 위한 아이테르라? 그게 누군데요?”
“우린 몰라. 넌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네.”
아주 잘 알지. 나중에 우연을 가장해서 만나게 해줄게.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댄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테르는 운명의 상대를 찾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적합자가 나타나면 작은 반응이라도 보일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응.”
“그래도 다행이네요. 여러분들이 저희 편이라서요. 타이라트의 침공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있었는데... 숨을 덜어도 될 것 같아요.”
“아직 우리는...”
“저흴 도울지 말지 결정하지 못하셨다고요? 압니다. 저희 쪽 패는 다 오픈했으니까 천천히 생각해보시고 결정해주세요.”
내 말에 실비아의 낯빛이 밝아졌다.
“그럼... 그렇게 할게. 이제 우리가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말해줘야겠지?”
“아뇨. 아델 씨가 신탁을 받았고, 악에 맞서 싸울 동료들을 찾는 운명에 이끌려 지구에 도착했다... 지금은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나중에 두 분께서 절 더 믿게 된다면 그때 말씀해주셔도 됩니다.”
“그래도 돼? 우릴 너무 믿는 거 아니야?”
“아이테르는 선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을 적합자로 선정해요. 두 분께서 그런 아이테르를 가지고 있고, 제가 눈으로도 확인했으니까 믿을 수밖에 없죠.”
아델라인이 감격한 듯 두 손을 모았다.
어때? 너와 딱 어울리는 마음씨 아니냐?
“감사해요, 지혁 씨...”
“아닙니다. 두 분은 여기서 쭉 사시면서 언어를 배웠으면 좋겠어요. 이 지구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방인에게 관대하지 못해요. 지금 이 통역기 같은 낯선 물건을 꺼냈다간 눈총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 지구인들과 최대한 섞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놓은 책과 자료들로 공부하시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정도까진 금방 익힐 거에요.”
실비아가 대답했다.
“알았어. 열심히 배울게.”
“조만간 박사님도 소개해드릴게요.”
“비스트 슬레이어 본부의 총책임자... 맞지?”
“맞아요. 조금 깐깐한 분이지만 친절하시고, 마음씨도 넓어요.”
말을 마친 나는 가방에서 휴대폰 두 개를 꺼내 두 사람에게 줬다.
저장해둔 내 번호로 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나는, 그녀들에게 또 보자고 말한 뒤 집을 나섰다.
너무 빠르게 가까워지려고 해서는 안 된다.
천천히... 세화 때처럼 천천히 접근하는 거다.
착한 척, 순진한 척을 하면서.
**
어두컴컴한 호텔방 안.
나는 알게 모르게 받아온 스트레스를 연수에게 전부 풀었다.
내 밑에 깔린 연수의 아랫배를 꾹 누르면서 자지를 삽입했다 빼냈다 하니, 그녀가 격한 반응을 보인다.
“하응...♡ 지... 혁아아... 너무 세... 아파아...”
“아파? 빼?”
“아니이... 살살... 해주라아...”
연수의 부탁을 상큼하게 씹어준 나는 그녀의 엉덩이에 내 사타구니를 강하게 부딪쳤다.
팡! 팡!
“아아앙...♡”
간드러지는 교성이나 내는 주제에 살살은 개뿔.
난 연수의 보지에 자지를 박아 넣으면서 고조되는 쾌감을 느꼈다.
찌봅찌봅!
“흐응...! 지혁아아...!”
“태형이한테 전화 오는데?”
그 말에 연수가 몸을 달싹거리면서 고개를 돌렸다.
진동이 울리고 있는 그녀의 휴대폰.
연수가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고는 말한다.
“받기 싫어...”
“자극적인 게 끌린다며. 받으면 만족할 걸?”
“무... 서워... 하앙...♡”
찌걱... 찌거억...
난 속도를 천천히 줄인 뒤, 휴대폰을 집어 통화버튼을 터치했다.
예전에 차에서처럼 스피커폰으로 바꿔놓은 나는 연수를 향해 히죽 웃었고, 휴대폰을 슬쩍 내밀었다.
원망스런 눈으로 날 바라보는 그녀.
하지만 이내 체념어린 얼굴을 하고는 말한다.
“여보세...”
찌끄윽...
“콜록! 여보세요...?”
위기 때 기침하는 건 세화와 똑같구나.
제주도 호텔에 있을 때가 생각나는군.
-연수야. 요새 바빠?
찌끄윽... 찌극...
“조그음... 바쁘다고 말했잖아... 왜애...?”
-아니... 최근에 만나지 못하니까 서운해서. 같은 동네인데도 얼굴 한 번 보기가 너무 힘들다.
찌봅!
이번엔 강한 삽입.
연수가 허헙... 하며 숨을 삼켰다.
“.... 그러네... 태형아... 미안한데 내가 나중에 전화하면 안 될까...?”
-그래? 그럼...
찌끅... 찌끅...
-잠깐만... 너 지금 딴 데 있냐?
태형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조금 성난 말투. 목소리에 의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놈은 어떤 병신과는 다르게 눈치가 없지는 않구나.
연수가 당황한 눈초리로 자지를 빼내려고 하며 대답한다.
“집... 인데...?”
-집이라고? 지금 가본다?
“늦었잖아. 부모님 계셔...”
-그럼 어머님한테 전화 한 통 넣어볼게.
연수의 눈이 표독스러워졌다.
잠시 멈추라는 듯 내 가슴에 손바닥을 댄 그녀가 목소리 톤을 올리며 따졌다.
“네가 왜 우리 엄마한테 전화를 하는데?”
-왜냐니... 이 정도는 물어볼 수 있는 거 아니야?
“넌 예의도 없어? 지금 오후 11시야. 엄마 자고 있는데 깨우려고?”
-그건...
“진짜 이기적이다 너... 실망했어.”
-아니, 실망한 건 난데? 왜 거짓말해?
“내가 무슨 거짓말을 했는데?”
-집에 있으면 잠깐 나올 수 있는 거 아니야? 바로 옆 아파트라 3분이면 가잖아. 자는 것도 아닌데 이걸 거부할 정도면 뭔가 있는 게 맞지.
음... 논리정연하군. 마음에 든다.
“안 그래도 연기연습 힘들어서 스트레스 받고 있는데, 너까지 왜 이러는 거야!? 그냥 혼자 있고 싶단 말이야!”
반면 연수는 말을 돌리며 더욱 화를 낸다.
상황이 재미있었던 나는 다시 왕복운동을 시작했다.
찌끄윽...
그러자 연수가 화들짝 놀라 날 쳐다본다.
하지만 방금처럼 제지하지는 않았다.
-혼자는 무슨... 다른 남자랑 있잖아.
“뭐? 장난해 지금?”
-옆에서 다른 사람 숨소리랑 부스럭거리는 소리 들렸어. 너나 장난하지 마.
이걸 들었다고?
스피커폰이라서 소리가 증폭된 모양이다.
“개소리하지 마! 왜 넘겨짚고 지랄이야!?”
-그럼 영상통화 걸어봐.
“이거 완전 미친 새끼였네? 왜 이렇게 집착이 심해?”
-이거 봐, 피하는 거 보니까 뭔가 있네. 너 지금 씨발 딴 새끼랑...
뚝.
연수는 더 이상 듣기 싫었는지 통화종료버튼을 눌렀다.
전화는 곧바로 다시 걸려왔다.
아... 하며 짜증 섞인 탄식을 내뱉은 연수가 아예 전화기를 꺼버렸다.
그리고는 날 쏘아붙였다.
“너 때문에 이렇게 됐잖아!”
찌꺽!
“아...! 박기만 하지 말고 말 좀 해보라고! 이 미친 변태새끼야!”
“까불래? 한 번만 더 욕해봐.”
“.... 헤어지면 어떡하냐고...”
저자세로 돌아간 연수.
난 한손으로 그녀의 단발머리 끝부분을 잡고 뱅글뱅글 꼬았다.
“화해하면 되지. 빨리 끝낼 테니까 돌아가서 미안하다고 해. 외로웠다고, 연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선배랑 술 한 잔 했다고 핑계 대면 돼.”
“그게 말처럼 쉬운 줄...”
“너만 발뺌하면 끝인데? 태형이는 네가 누군가와 같이 있다는 것만 알지, 이러고 있는 건 모르잖아. 그냥 전화 끊고 정신 차려서 돌아왔다고 해.”
“.....”
“대답.”
“아, 알았어...”
순종적인 대답이 마음에 들었던 나는 다시 삽입을 시작했다.
찌걱!
“흐응...♡”
“연수야.”
“아 왜애...”
박히면서 앙탈을 부리는 그녀.
히죽 웃은 내가 말했다.
“너 전화할 때 콘돔 뺐다.”
“그랬어...? 그럼 밖에다...”
“밖에다 쌀 테니까 내 부탁 좀 들어줘.”
“뭔데...?”
“저번 주부터 TVI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알지? 거기 단역으로 나온 너네 회사 소속 배우 연습생... 이름이 지혜였나? 걔 연락처가 필요해.”
“지혜...? 왜...?”
불안해하는 그녀의 뺨을 쓸어준 내가 대답했다.
“친구가 엄청 좋아하더라. 만나서 사진 한 방 찍게 해주려고.”
“아... 그런 거였어? 난 또...”
꼬셔서 따먹으려는 건 줄 알았냐?
사실 그게 맞아. 악의를 주입해서 내 안전가옥으로 만들 예정이거든.
아니, 잡아가는 거니까 꼬시는 건 아니지.
눈에 호선을 그린 연수가 말을 잇는다.
“알았어. 그 정도는 해줄게.”
할게도 아니라 해줄게? 아직 교육이 덜 됐군.
속도를 높여 신나게 박아대던 나는, 사정감이 찾아오자 연수의 안에 정액을 들이부었다.
꿀럭-!
예상외로 많이 나오지는 않네.
연수의 허리를 잡고 몸을 부르르 떨고 있으니, 그녀가 자신의 큰 눈을 더욱 치켜뜬다.
“야... 너 지금...”
“책임진다고 했잖아. 뭐 어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 어떡해...? 지금 들어온 거야? 이거 어떻게 씻어...?”
맞다, 얘 질내사정은 처음이었지.
그런데도 크게 화를 내지는 않는 걸 보니 책임진다는 말이 만족스러웠나보다.
히죽 웃은 내가 말했다.
“알아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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