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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128화 (128/471)

EP.128 좆 됐다

연한 빨간색 머리와 같은 색 눈동자를 지닌 여자.

이국적이어도 너무나 이국적인, 냉미녀 느낌을 물씬 풍기는 저년의 이름은 실비아 리즈.

쌍검과 엄청난 속도를 무기로 삼는 비스트 슬레이어다.

활동명은 캐롤라인, 줄여서 캐롤로 부르는 4탄의 히로인이었다.

그 옆에 샛노란 머리카락과 초록색 눈동자를 지닌 여자.

세화보다 더욱 순수하게 생긴 저년의 이름은 아델라인.

큼지막한 전투망치를 사용하는 비스트 슬레이어다.

활동명은 셀린이고, 날 마지막으로 죽인 5탄의 히로인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민첩캐, 힘캐라고 할 수 있겠다.

두 사람 모두 이세계 출신의 히로인이기도 했다.

모니터를 주시하던 나는, 그랜드캐니언의 한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서있는 두 사람을 보면서 턱을 쓰다듬었다.

“어떻게 나타났지?”

“거대한 빛줄기가 땅에 내리꽂혔고, 거기서부터 나타났습니다.”

“당황해하는 기색은 없었고?”

“네, 태연했어요.”

그렇다면 포탈을 탔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는 뜻인데...

저 두 사람은 나처럼 과거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확신할 수 있다.

왜냐? 만약 저들이 과거로 돌아왔다면, 내가 세화에게 접근하기 전에 포탈을 타고 지구에 왔을 터였기 때문이다.

아니면 기지로 뚝 떨어져 마물들을 도륙하고 내 모가지를 땄겠지.

일단은 최악의 상황은 모면해서 안심이지만... 두 사람이 함께 있다는 건 큰 문제다.

“저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저, 저도 모르겠사와요... 방금 도착해서...”

“추적용 마물을 더 접근시킬 수는 없나?”

“해보겠습니다. 잠깐만요...”

마르셀라가 키보드를 따닥거리며 추적용 마물을 두 사람의 지척까지 보냈다.

그때, 키가 다소 작은 아델라인이 실비아를 올려다보면서 어린아이가 떼를 쓰듯 폴짝폴짝 뛰었다.

그러더니 허공을 가리켰다.

거긴 정확하게 추적용 마물이 있는 위치였다.

“무슨...?”

놀란 내가 그리 중얼거리고 있을 때, 실비아가 허리춤에서 자신의 행성에서 가지고 온 암기를 꺼내 던졌다.

그러자 트득! 하는 소리와 함께 모니터에 노이즈가 꼈다.

화면을 송출해주던 마물이 죽은 것이다.

마르셀라가 화들짝 놀랐다.

“이, 이럴 수가...!”

내색하지는 않고 있었지만 나 또한 놀란 상태였다.

대체 어떻게 기척을 감지한 거지? 원래 아델라인에게 이런 능력은 없었다.

빠르게 정신을 차린 마르셀라는 다른 추적용 마물을 내보냈고, 이번에는 먼 곳에서 화면만 확대한 채 두 사람을 지켜보게 했다.

다행히 이 정도 거리에선 기척을 감지하지 못하는지, 둘은 묵묵히 절벽의 선을 따라갔다.

대화도 한 마디 하지 않았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건가? 가능성은 있긴 했다.

두 사람은 각각 다른 행성, 다른 언어를 사용하며 살았었으니까.

하지만 아까 아델라인이 총총거렸던 걸 보면 서로 친한 듯싶은데...

게다가 같이, 동일한 시간에 도착했다면 같은 곳에서 왔다는 뜻.

그러면 기본적인 바디 랭귀지라도 해야 정상이었다.

“감시당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럴 가능성이 높아요.”

“마물을 하나 내보내보자꾸나.”

“어떤 마물로 보낼까요?”

“A급이라면 적당할 듯싶다. 알로켄을 보내라.”

알로켄, 두 마리의 적마가 이끄는 붉은 마차를 탄, 핏빛 보석으로 이루어진 갑옷을 입은 전사였다.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는 강대한 녀석이고, A급 중에서도 S급에 근접한 마물이기도 했다.

“알로켄은 너무 강한 게 아닐까요...? 저들이 변신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넌 저들이 변신이 가능한 상태라고 예상하잖느냐.”

“그, 그렇긴 합니다만... 디바이스는 쉽게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니잖아요. 그저 예상일뿐이에요.”

맞는 말이었다.

디바이스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단 두 명.

박사와 마르셀라 뿐이다.

박사의 남편도 있지만 그는 진작 뒈졌다.

만약 저들이 아이테르를 가지고 있어서 변신을 한다면, 기존의 비스트 슬레이어와는 다른 형태가 될 것이다.

“알로켄에게 일러두어라. 약한 것 같다면 그냥 잡아오라고.”

“알겠습니다! 이블리언 게이지에 감지되지 않도록 보내면 되겠지요?”

“그래.”

**

“@&!*(@&$*!”

아델라인이 흠칫하며 실비아에게 이상한 말을 중얼거렸다.

지구의 모든 언어를 알고 있는 난데 전혀 이해가 안 된다.

저건 그녀가 사는 행성의 언어겠지.

헌데...

우우웅...!

아델라인의 몸 주변에서 나타나는 저 샛노란 빛은 뭐지?

처음 보는 능력이다. 아델라인은 전투망치를 휘두르는 전사지 저런 마법적 능력은 갖고 있지 않은데...

쿠구구...!

그랜드캐니언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미세하게 떨렸다.

아델라인의 주문에 의해 그런 것이 아니다.

알로켄이 등장했기에 나타난 진동이었다.

실비아는 쌍검을 한 바퀴 돌려 역수로 쥔 채 전방을 주시했는데, 아델라인이 저러는 게 익숙해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크워어어어!

그랜드캐니언 전체가 포효로 인해 쩌렁쩌렁 울렸다.

기지에서 빠르게 출격한 알로켄이 도착한 것이다.

놈은 기세 좋게 말에 채찍질을 하며 실비아와 아델라인에게 달려들다가, 거리가 꽤나 가까워질 즈음 고삐를 확 잡아당겼다.

히히히히힝!

두 마리의 적마가 앞발을 들며 제자리에 멈췄다.

왜 멈춘 거지? 이유가 뭐야?

두려워하는 건가? 아니면 경계?

알로켄은 투구를 착용하고 있어서 표정이 보이질 않으니 잘 모르겠다.

잠시 아델라인만을 빤히 바라보는 것 같던 알로켄이 움찔했다.

-도... 도망가야...

뭐...? 도망? S급에 근접한 A급 마물이 도망을 가야된다고 지껄인다?

게다가 호전적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알로켄이?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건가?”

저도 모르게 그리 중얼거리자, 마르셀라가 침을 꼴깍 삼키며 내 말을 받는다.

“저, 저도 들었어요...”

난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간다고 느꼈다.

알로켄은 방향을 틀고 줄행랑을 치려했다.

하지만 실비아가 한 발 빨랐다.

그녀는 어느 샌가 알로켄의 앞을 막아섰다.

그야말로 순간이동과도 같은 움직임. 모니터 상으론 휙 사라졌다가 뿅 나타난 것처럼 보였다.

-으으으...!

아까부터 두려움에 떨고 있던 알로켄이 도끼를 휘둘렀다.

후우웅-!

큼지막한 바람소리. 힘이 가득 담겨있는 일격이었다.

하지만 공포심에 짓눌러 아무렇게나 휘두른 공격이라, 실비아는 손쉽게 피했다.

림보를 하듯 허리를 뒤로 재낀 그녀는, 도끼가 이마를 스쳐지나감과 동시에 알로켄에게 짓쳐 들어갔다.

엄청난 속도로 알로켄의 주위에 원을 그리는 그녀.

알로켄은 도끼를 마구잡이로 휘둘러 실비아가 펼쳐놓은 그물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허나 헛수고였다.

유효타가 단 한 방도 없었던 것이다.

실비아가 알로켄의 시선을 끄는 동안, 이상한 주문을 영창하던 아델라인이 무어라 소리치며 양손을 좌우로 활짝 펼쳤다.

그러자 샛노란 빛무리가 아델라인의 몸을 떠나 알로켄에게 흡수되기 시작했다.

-크... 크아아아아아!

고통스런 비명을 내지르며 온몸을 뒤트는 알로켄.

두 마리의 적마들도 히히힝! 하는 포효를 내질렀고, 앞발을 마구 들면서 발광을 해댔다.

곧이어 알로켄과 적마의 몸에서 거뭇한 기운이 피어올라 노란 빛에 삼켜지기 시작했다.

알로켄은 점점 힘이 빠진 듯 움직임이 둔해졌고, 조금의 시간이 흐르자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못했다.

푸스스...!

그리고 온몸이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알로켄의 존재 자체가 없어진 것 같은 광경.

눈을 부릅뜬 채로 상황을 지켜보던 내가 중얼거렸다.

“정화인가?”

태양처럼 빛나는 노란 빛을 받은 마물의 기운이 점점 빠져나가다가, 먼지화가 되어 소멸.

이게 정화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그리고... 알로켄의 죽음으로 인해 가슴이 차갑게 식은 지금, 난 아델라인이 중세 신전에서나 볼 법한 사제복을 입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난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마르셀라에게 물었다.

“실비아 리즈와 아델라인이 사는 세계에 대한 정보는 없겠지?”

“어, 없습니다...”

뭐 신성력을 쓰는 행성 출신인가? 아델라인이 이세계에서 왔다는 것만 빼면 아무것도 모르니 답답하다.

게다가 실비아의 육체능력이 너무나도 놀랍다.

원래 변신 전은 그냥 평범한 민간인이었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게 움직이다니.

아이테르라도 흡수했나 싶을 정도다.

알로켄을 큰 힘도 들이지 않고 잡을 정도로 강한 두 사람의 등장은 정말 큰일이었다.

게다가 아델라인. 뭔 이상하고 좆같은 힘으로 알로켄을 정화시켰다.

아니, 정화인지 아닌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어이가 없는 건 똑같았다.

알로켄은 현 상태의 세화와 유리아가 일대일로 붙는다고 해도 승기를 장담할 수 없는 마물.

게다가 아델라인의 저 능력을 봤을 때, S급 마물이 나타나더라도 쉽게 무너질 것 같았다.

싸그리 내보낸다면 승산은 있겠으나 저것 외에 다른 기술이 더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 두 사람을 정면에서 상대하기엔 무리였다.

그런 의미에서 마르셀라의 혜안에 감탄이 나왔고, 내 본능에 따라가길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상황이 기회일지 위기일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위기 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건 확실하다.

절대 신분을 드러내선 안 돼.

가만히 있던 게 신의 한 수였고, 천만다행이었다.

“마왕님... 어쩌죠?”

“마기를 어디까지 탐지할 수 있나 봐야겠지. 만약...”

만약 아델라인이 세화와 유리아의 몸 안에 있는 내 기운을 탐지할 수 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실험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 나는 마르셀라에게 물었다.

“여기 잡아놓은 인간이 있나?”

“S급 마물의 각성용으로 잡아둔 인간들이 있습니다. 현재 이지를 상실한 상태에요.”

난 몸에서 악의를 생성해 새끼손가락으로 몰았다.

그리곤 끝마디에 상처를 냈다.

주르륵 흘러나오는 검붉은 피.

마르셀라가 황급히 병을 가져와 피를 담았다.

“세 명의 인간들에게 주입해서 근처에 떨궈놓아라. 양은 각자 다르게. 한 인간은 최소치로 넣어두어야 한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

실비아와 아델라인은 그랜드캐니언 안을 계속 배회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길을 잃은 모습으로 여기저기를 쏘다녔다.

‘그냥 우연히 저기에 떨어졌구나.’

또한 둘은 대화도 나누었다.

저런다는 건 추적용 마물의 존재를 모른다는 증거.

더 이상 감시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실비아의 말투가 어눌하고, 말을 약간 더듬거리는 것으로 보아 아델라인이 살던 행성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 실비아가 아델라인의 행성으로 갔다가, 거기서 지구로 왔나?’

두 사람을 보며 이런저런 추측을 하고 있을 때, 한 명의 인간이 으어어 거리며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마르셀라가 보낸 인간 남자. 내 악의를 상당량 주입한 놈 중 하나였다.

유리아의 자각몽 안의 마법사처럼 이지를 모조리 지워놓았기에, 악의를 주입해도 저런 좀비 같은 모습만 보여주고 있었다.

그 인간을 시야에 넣은 아델라인이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적대적인 눈빛을 보이며 알로켄 때의 그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헌데 조금 이상했다.

아델라인은 알로켄이 멀찍이서 등장할 때부터 경계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야에 담아두고서야 기를 감지한 모습을 보여준다.

추적용 마물도 가까이 붙고 나서야 처리했고, 멀찍이 떨어져있는 새 추적용 마물은 감지하지 못하고 있으니...

“마기의 강함 여하에 따라 감지범위가 달라지는 것 같구나.”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난 마르셀라를 옆으로 불러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움찔한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곧 걱정스런 얼굴로 날 향해 말한다.

“마왕님... 어깨가 아파요...”

“음?”

정신을 차린 나는 마르셀라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풀었다.

불안감 때문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나 보다.

“미안하다.”

“아, 아니에요... 일은 꼭 잘 풀릴 거에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마르셀라의 위로를 들으니 안심이 된다.

라고 생각한 나였지만,

우우웅!

아델라인의 몸에서 예의 그 샛노란 빛이 새어나오자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마물이 아닌 인간에게도 사용하려 하는구나.

아니, 악의가 들어갔으니 아예 마물이라고 생각하려나?

실비아는 이번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아델라인을 보호하며 인간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아델라인이 만들어낸 노란 빛은 곧 인간의 몸속에 들어갔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흐... 으아아아악!”

나사 빠진 목소리만 내뱉을 줄 알던 인간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고통스런 비명만이라면 잠자코 있었겠지만, 악의가 빠져나가면서 인간의 눈에 총기가 돌아오기까지 하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

“.....”

나와 마르셀라는 입을 살짝 벌린 채 모니터만 뚫어지게 주시했다.

상체는 꼿꼿이 세운 채 무릎만 꿇은 남자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모두 빠져나가고,

“으으윽...! 크으으으...”

잠깐 고통스런 신음소리를 내뱉던 그는, 두통이 온 듯 자신의 머리에 손을 가져갔다.

고개를 빠르게 털어낸 그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아델라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무슨... 여긴 지금 어디...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초점이 돌아온 눈, 그리고 똑바로 된 발음.

인간은 아델라인의 빛을 받고 예전의 인격을 가진 상태로 돌아왔다.

악의의 완전한 소실. 저건 정화가 확실했다.

상황을 주시하던 나는 입을 뻐끔거리기만 할뿐이었다.

당황을 감출 수가 없다. 그 어떠한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이 생각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좆 됐다.’

내 카운터 캐릭터도 아니고... 장난 하냐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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