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127화 (127/471)

EP.127 캐롤라인과 셀린

질외사정으로 끝난 연수와의 거사 다음 날, 난 박사의 연구실로 갔다.

그곳엔 이미 세화와 유리아가 서로 깔깔거리면서 일부러 박사의 장비 개발을 방해하고 있었다.

박사의 귀엔 이어플러그가 꽂혀 있었다.

한참 어린 여자들에게 뭐라 하긴 그렇고... 장비 개발은 해야겠고... 저 상태로 집중하는 모습을 보니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혁아!”

가장 먼저 날 발견한 세화가 큰 소리를 내며 내게 달려와 점프해 안겼다.

내 허리에 다리를 두른 세화의 엉덩이를 툭툭 쳐준 나는, 그녀를 내려놓고 나무랐다.

“박사님 장비 개발하시잖아. 방해하지 마.”

“방해였어? 죄송해요 박사님!”

고개를 돌리고 발랄하게 사과를 하는 그녀.

그냥 조용히 다가가서 사과하면 되지 또 큰 소리를 내서 박사를 방해하다니... 여우같은 모습 좋아.

박사가 이어플러그를 빼고 온화한 미소를 짓는다.

“아니야.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누가 봐도 방해인데 무슨...

잘했다는 뜻으로 세화의 목 뒤를 만지작거려준 난, 유리아에게 다가가 그녀와 악수했다.

“잘 지냈죠?”

“아, 네... 잘 지내고 있었어요.”

나와 대화할 땐 연기를 잘 못하는구나.

이러면 안 돼. 나중에 세화한테 연기수업이라도 받으라고 해놔야지.

“잠깐 세화랑 자리를 피해주실래요? 박사님이랑 따로 할 말이 있어서요.”

“알겠어요. 그럼...”

고개를 꾸벅 숙인 유리아는 세화와 함께 연구실을 나갔다.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던 박사가 놀란 낯으로 말한다.

“내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네 말은 엄청 잘 듣네...?”

“박사님은 세화나 유리아 씨한테 무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앞장서서 마물들과 싸우는 사람들이라고는 하지만 공과 사는 구분해야죠.”

“어우... 난 그렇게 못하겠어. 기강은 네가 잡아줘.”

이미 꽉꽉 잡힌 상태란다.

두 사람은 내 명령만 따를 거야.

“그럴게요. 할 말이 있어서 왔어요.”

“알아, 네가 오기 전에 전화로 그랬었잖아. 뭔데?”

난 박사의 옆 의자에 앉고 다리를 꼬았다.

여태 보여주지 않았던 거만한 모습임에도, 박사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얕은 미소를 지은 채 내 말을 기다렸다.

의자를 이리저리 돌리던 내가 말했다.

“앞으로 한 달간 회사 일로 바쁠 것 같아요. 연구실엔 들르지 못할 겁니다.”

“하, 한 달...?”

박사가 입을 떡 벌렸다.

이렇게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운다니 불안한 모양이다.

딱히 거절할 명분도 없잖아 넌. 그냥 알겠다고 해.

어쩔까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승낙해주었다.

“어쩔 수 없지...”

박사야, 너도 많이 바뀌었구나.

초창기 때는 날 조수로 신나게 부려먹겠다고 한 주제에, 지금은 내 눈치를 볼 정도까지 오다니.

“감사합니다.”

“직접 말하러 와줘서 고마워. 근데... 마물이 나타나도 못 오는 거야?”

“열흘이 넘도록 게이트가 열리지 않고 있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만약 열리면?”

“열리면 그때는 와야죠. 큰일이니까.”

박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 나 없이 세화와 유리아를 이끌려니까 앞이 캄캄하냐?

그러게 책임자면 책임자답게 부하들을 확 휘어잡았어야지.

지금은 이미 늦어버려서 손을 쓸 수가 없겠지만.

“알았어, 일 열심히 해.”

“알겠습니다. 이만 가볼게요.”

“응. 아, 쏭.”

“예?”

“일 하다가 힘들면 연락해. 커피나 술이라도 한 잔 하게.”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단다.

난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연구실에서 나왔다.

**

집으로 돌아가니 세화와 유리아가 소파에 앉아 과자를 뜯어먹으며 TV를 보고 있었다.

난 두 사람 사이에 엉덩이를 들이밀고 앉았다.

그러자 세화와 유리아가 자연스럽게 손을 올려 내 온몸을 만져주기 시작했다.

야릇한 느낌이 전신에서 인다. 이런 호사를 누리는 걸 기대했다고.

“지혁아. 왜 조용히 있는 거야?”

내 가슴부근을 손톱으로 긁던 세화의 물음이었다.

유리아 또한 공감했는지 애무를 하다 말고 고개를 주억거린다.

“저도 이해가 안 돼요. 아이테르도 없고, 비스트 슬레이어도 없는데다 포탈도 저희 의지대로 열 수 있어요. 저흴 상대할 인간들도 없잖아요. 그러니 지구는 지혁 씨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잠자코 있는 거야.”

“그럼... 박사는 왜 가만히 두시는 거에요? 그냥 강제로 잡아다 조교하면 되잖아요. 그런다 해도 아무도 모를 테고요.”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지구 정복은 곧바로 시작해도 되고, 박사도 기지에 잡아놓고 타락시키면 된다.

내가 이러고 있는 건 그냥 시간을 쓸데없이 허비하는 것과도 같았다.

하지만...

‘뭔가 불안해.’

이상한 기분이 자꾸 든다.

뭘 크게 하려고 하면 큰일이 난다고 뇌리에서 경보를 울려대고 있었다.

본능, 육감이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기분이었다.

박사에게 한 달간 연구실에 오지 못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불안감의 일환 때문에 세화와 유리아의 무기를 빨리 만들어놓기 위해서였다.

낫은 거의 완성이 됐고, 안전가옥을 설치하면서 유리아의 활을 제작하는데 집중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난 마르셀라를 믿는다.

마르셀라는 내게 아직은 몸을 숨기는 게 좋다고 했다.

상황판단이 뛰어나고 똑똑한 그녀가 그렇게 말을 할 정도라면, 그리고 내 마음도 그녀와 비슷하다면 이 상태를 유지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낫다.

예전처럼 말이다.

“재미없잖아. 난 박사를 너희들처럼 천천히 물들이려고 해.”

내가 이렇게 변명하자, 세화와 유리아가 피식 웃는다.

요망한 것들... 그러고 보니 이블 발키리 두 명과 떡을 친 적이 없구나.

오늘 해야겠다.

우웅...!

그녀들의 손길을 느끼고 있던 나는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리자 휴대폰을 꺼냈다.

톡이 하나 와있었다.

발신자는 연수.

[지혁아, 뭐해?]

슬슬 집착을 하기 시작하는구나.

첫 경험 때 열심히 그녀를 만족시켜준 게 주효했다.

시시때때로 몸이 달아올라 미치겠지?

[일하지. 넌?]

[난 연기 연습하다가 쉬는 중. 보고 싶다...]

[오늘 바쁘니까 내일 만나자.]

[어제처럼 밤늦게 만나면 안 돼? 내가 한대 근처에 모텔 잡아놓을게.]

모텔? 너무 명시적으로 하자고 들이대네.

한 번 물꼬를 틀어놓으니 막지를 못하는군.

연수 같은 애들은 한 번 따놓으면 존나게 밝히는 편이다.

아니, 어떤 여자들이든 첫 경험이 만족스럽다면 자연스레 섹스에 거부감이 없어지고 밝히게 된다.

애인에게 큰 정을 가지고 있다면 첫 경험을 누구랑 했던지 간에 그와 관계를 갖겠지만, 연수는 그 정도로 남친에게 정을 주고 있지 않다.

그녀의 입장에서 남자친구 태형은 똥차, 그리고 나는 전용기다.

당연히 내게 마음이 기울 수밖에 없다.

다만 내가 세화라는 완벽한 여자와 만나고 있는 만큼, 마음이 바뀔 것을 우려해 보험 정도는 들어놓고 있을 생각일 터였다.

의대생으로 미래가 보장된 남자친구를 놓지 않으려는 것이 그 보험.

허나 그 보험은 나랑 관계를 가지면 가질수록 흐지부지될 테고, 나중에는 그냥 내게 올인을 하겠지.

[나 새벽에 끝날지도 모르는데?]

[괜찮아. 기다릴게.]

[그럼 지금 내가 법인카드 보내줄 테니까, 모텔 말고 호텔로 잡아놔.]

[소속사로 보내게?]

[그래야지. 왜? 들키기 싫어?]

[응... 우리 몰래 만나기로 했잖아.]

[그럼 네가 적당히 좋은 호텔로 잡아놔. 나중에 돈 줄게.]

[아냐. 돈은 필요 없어. 그냥 잡아놓고 톡으로 주소 남겨놓을 테니까 올 때 전화 줘.]

[알았어.]

톡을 마친 나는 대충 휴대폰을 휙 던져놓았다.

그러자 세화가 입을 삐죽 내민다.

“연수 같은 애랑 만나야 돼? 수준 엄청 낮잖아.”

“복수해달라며? 제대로 해줄 테니까 날 믿어.”

“그냥 죽이면 되지... 안 그래요 언니?”

유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또한 내가 연수 같은 일반인을 만나는 게 탐탁찮은 모양이다.

내 안전가옥을 위한 징검다리라고 설명해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게 안타깝군.

난 말을 돌렸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벗기나 해.”

그 말에 세화가 요염한 미소를 짓더니 날 향해 손을 휘저었다.

화르륵!

그러자 검은 불길이 일어나더니, 내 옷만을 깔끔하게 태웠다.

마력 조절이 제법이다. 강해지고 있구나.

근데 이 옷 비싼 건데...

이블 발키리로 변신한 두 사람은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소파에서 내려와 내 벌린 다리 사이로 들어왔다.

그렇게 두 사람이 내 자지에 혀를 가져다 대자, 온몸에 번개가 치는 느낌이 났다.

다리가 절로 떨린다.

고개를 내려 보니 연보라색 머리카락과 검은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는 두 사람이 혀를 내밀면서 내 자지를 사랑스러운 듯 애무하고 있다.

절경이다 절경. 행복으로 몸이 떨린다는 기분을 아는...

꿀럭...

“흣...?”

“웃...!”

두 사람이 움찔하더니 내 자지에서 튀어나온 정액을 얼굴로 받았다.

그리고는 당황한 듯 눈을 끔벅끔벅거린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멍하니 두 사람을 내려다보던 난, 의지와는 상관없이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고 소파에서 주르륵 내려갔다.

뭐냐 이거? 씨발.

조금 핥아준 것만으로도 쌌다.

퍼뜩 정신을 차린 나는 고개를 털어냈다.

그래... 자극적인 생각을 함과 동시에 아래에서도 쾌감이 밀고 들어오니 찔끔 싼 것뿐이다.

발기는 전혀 풀리지 않았다.

“지혁 씨... 싼 거에요...?”

황당해하던 유리아의 물음.

그녀의 눈가는 초승달 모양이 되어있었다.

비웃었냐? 너 지금 비웃은 거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채찍을 찾던 난, 유리아가 인중에 묻은 정액을 날름 핥아 삼키자 화가 풀렸다.

아... 그래도 자존심이 상한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지.

난 유리아의 팔을 잡아끌고 소파에 던졌다.

“꺄악!”

힘없는 척 풀썩 쓰러진 유리아는 후다닥 일어나 소파에 팔을 대고 다리를 쫙 벌렸다.

난 곧바로 그녀의 보지에 자지를 갖다 박았다.

찌곡!

“흐아아앙...♡”

고개를 치켜세우며 교성을 터뜨리는 유리아.

세화는 마사지 오일을 내 등에 뿌리고는 뒤로 돌아갔고, 자신의 가슴으로 등을 비비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진다. 너무나도 큰 쾌감이 밀려오지만 그래도 아까처럼 곧바로 쌀 것 같지는 않다.

난 유리아의 엉덩이를 잡아 벌리고는 왕복운동을 시작했다.

찌걱! 찌걱!

타락한 이블 발키리들과의 정사.

연수야 뭐... 그냥 아무 때나 가서 박아주고 돌아오면 그만이니까... 오늘은 새벽까지 섹스만 해야겠다.

상념을 털어낸 나는 유리아와의 뒤치기에 집중했다.

그런데 뜻밖의,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쩌어억-!

거실에 포탈이 열리더니 마르셀라가 튀어나온 것이다.

“마, 마왕님...! 엄마야!”

그녀는 나와 두 사람을 보고 화들짝 놀라 몸을 돌렸다.

세화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마르셀라를 쏘아붙였다.

“지금 뭐하는 거야? 누가 연락도 없이 여기 오래?”

“와, 왕비님... 죄송합니다... 너무 급한 일이라...”

포탈에서 튀어나온 마르셀라의 표정이 너무 급박하긴 했다.

뭐지? 불안감이 터지기 직전까지 온 기분인데 이거...

세화를 만류한 나는 마르셀라를 바라보았다.

“뭐냐?”

“캐롤라인과 셀린을 발견했어요...! 방금 지구에 도착했습니다! 동시에 같은 장소에서 나타났어요! 위치는 미국입니다!”

“뭐?”

뜬금없이 온 것도 모자라 두 명이 동시에, 같은 장소에서 나타났다고?

게다가 미국이란다. 로제의 존재를 알고 그녀에게 접근하려는 건가?

설마 변신까지 가능한 상태인 건 아니겠지?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파고든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하더니... 씨발, 계획 세워봐야 다 소용이 없다니까.

‘이럴 때가 아니지.’

일단 직접 보자. 보고 뭘 생각하던지 하자고.

빠르게 옷을 갖춰 입은 내가 말했다.

“기지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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