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125화 (125/471)

EP.125 연수를 이용해야지

서울, 강남구.

나는 WW엔터 소속 여직원의 안내에 따라 사옥을 구경하고 있었다.

“여기는 첫 번째 녹음실입니다. 저희가 가장 신경을 쓰는 곳이고, 한 명 외에는 이용할 수가 없는 장소에요. 개인 녹음실이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잘 관리된 텅 빈 녹음실을 바라보던 내가 감탄을 터뜨렸다.

음향 기기들은 잘 모르겠고, 그냥 놀란 척한 거다.

그런데 한 명밖에 이용할 수 없는 장소라면...

“채보영 씨가 녹음하는 곳인가?”

“아, 네! 맞습니다.”

채보영은 이 소속사의 가장 유명한 연예인.

5년 전부터 국민여동생이라 불리며 큰 인기를 얻고 있었고, 소속사를 혼자 힘으로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23세의 가수였다.

당연히 애지중지 키우고 있겠지. 개인 녹음실은 물론이고 연습실까지 쥐어주면서.

해외에서도 관심이 폭발적인 년이라 스텔라의 멘토로 삼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음 장소는 구내식당이었다.

음식 수준을 보니 막 좋지는 않고, 그냥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중소기업 식당 같았다.

이 외에도 여러 군데를 둘러본 나는, 여직원과 함께 커피숍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다가 WW엔터의 대표와 아람이 나란히 걸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이야기는 끝난 것 같구나.

대표의 표정이 상당히 밝은 걸 보면 협력은 문제가 없겠군.

빠른 걸음으로 내게 걸어온 30대 후반의 남자가 내게 공손히 묻는다.

“앉아도 되겠습니까?”

“예, 물론이죠.”

여직원에게 자리를 피하라는 눈치를 준 대표가 내 맞은편에 앉았다.

이어서 아람이 내 옆자리에 앉자, 대표가 물었다.

“사옥 건물은 어떠십니까?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괜찮네요. 채보영 씨 녹음실도 구경해서 좋았습니다. 개인적인 팬이거든요.”

“보영이요? 오늘 휴일이라 집에서 쉬고 있을 텐데... 한 번 만나보시겠습니까?”

“아니요. 바쁘신 분일 텐데 휴일에 푹 쉬셔야죠. 이야기는 모두 끝나셨나요?”

“예. 협력하고 싶습니다. 저희에게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기업 대표로 왔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옥 구경만 하는 난 남들의 눈에 허접하게 보일 수 있다.

그냥 띵가띵가 노는 금수저 한량이라고 말이다.

여기 연예인들이나 직원에게 인상을 좋게 가져가려면 능력 있는 부하들이 날 포장해줘야 한다.

여기서 능력 있는 부하란 아람.

그리고 아람은 날 포장하는데 도가 튼 사람이었다.

대표가 이런 공손한 반응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아 내 위상을 제대로 끌어올려준 게 분명했다.

마르셀라가 짜놓은 제휴 계획이나 마케팅 부분을 전부 내가 만든 줄 알겠지.

어쨌든 지금 내 평가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한 투자를 할 줄 아는 선구자 정도일 것이다.

“아닙니다. 저희 쪽도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믿어요. 본격적인 계약사항은 법무팀에게 맡기고... 식사라도 하실까요?”

“물론입니다.”

“아, 그리고... 여기 혹시 오연수라는 배우 지망생이 있지 않나요?”

뜬금없이 연수 이야기가 나오자 대표의 눈이 커졌다.

“연수요...? 송 대표님께서 연수를 어떻게 아십니까?”

“친한 대학 동기거든요. 한국대 미래과학과 동기. 저번에 만나서 밥을 먹었었는데, WW엔터에 연습생으로 들어갔다고 하더군요.”

대표의 얼굴이 밝아졌다.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 하하!”

그래, 우연이지. 아주 기가 막힌다고 생각할 거다.

대표가 말을 이었다.

“연수는 저희 회사에서 밀어주는 친구입니다. 연기 실력도 나날이 늘어가는 녀석이라 기대주이기도 하지요.”

“그렇군요.”

“많이 친한 관계이십니까?”

은근슬쩍 저런 질문을 건네는 대표였다.

왜? 많이 친하면 더 푸시해주시게? 나야 좋지.

난 거짓말을 했다.

“그렇다고 생각해요. 일어날까요?”

“알겠습니다. 잘 아는 식당이 있으니 그쪽으로 모셔도 될까요?”

“저야 좋죠.”

웃는 낯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내가 생각했다.

오늘 저녁에 연수한테 전화가 오겠다고.

**

“사... 장님... 흐앙...♡ 전화... 왔는데요...”

내 아래에서 헐떡이는 아람의 말.

호텔에서 그녀의 속살을 탐하던 나는, 발신자에 연수의 이름이 떠있자 피식했다.

나는 자지를 빼고 침대에 걸터앉아 아람의 얇은 허리를 툭툭 쳤다.

그러자 아람이 황급히 아래로 내려와 내 자지를 삼킨다.

“하웁...!”

난 그 상태에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야! 송지혁! 너 뭐야?

“뭐가?”

-우리 회사랑 제휴 맺었다며? 대표님이 네가 우리 회사랑 협력할 예정인 패션, 요식업 기업의 사장이라고 그러시던데... 정말이야?

“맞아.”

태연한 내 대답에 연수는 일순 말을 잇지 못했다.

난 츄르릅거리며 펠라를 하고 있는 아람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아람이 소리를 죽이고 혀를 굴려 자지를 애무했다.

잠시간의 침묵이 지나가고, 연수가 묻는다.

-왜 나한텐 아무 말도 안 했어?

“그게 말할 일인가?”

-아니 좀... 서운해서 그렇지... 난 너랑 엄청 친하다고 생각해서 다 오픈했는데, 넌 비밀이 있으니까...

대표한테 친하다고 거짓말을 해놓긴 했지만, 까놓고 말해서 우리가 그렇게까지 친한 사이는 아니었잖아.

꼬리치는 거 봐라. 급발진 한 번 제대로 하네.

“그랬어? 미안하다. 회사 일이라 얘기하지 않았던 거야. WW엔터는 몇 달 전부터 계속 주시해오고 있었고, 잠재성이 보여서 이번에 한 번 접근해보기로 마음먹었었는데 다행히 이야기가 잘 풀렸어.”

-아... 그래서 저번에 우리 회사를 잘 안다고 했던 거구나? 나 대표님한테 이야기 듣고 엄청 쪽팔렸던 거 알아?

“왜 쪽팔렸는데?”

-난 네가 우리 회사를 유명해서 아는 줄 알았단 말이야. 그래서 콧대를 세웠던 건데... 지금 이불킥 하고 싶어서 미치겠어.

나는 멋쩍은 웃음소리를 냈다.

연수 또한 킥킥 웃으면서 화답했고 말이다.

-지금 어디야? 만날 수 있어?

“일 끝나면 늦을 것 같은데... 내일 저녁 어때?”

-난 괜찮아. 만나서 잠깐 커피라도 마시자.

“그래? 그럼 11시쯤에 내가 그쪽으로...”

-아니, 내가 너희 집 근처로 갈게.

연수가 내 말을 끊고 다급하게 말했다.

왜? 백마 탄 왕자한테 똥마구간은 보여주기 싫냐?

“알았어. 한대 앞에 있는 제일 큰 레지던스 오피스텔 알지?”

-응. 너 거기 살아?

“맞아. 거기 후문으로 올래? 넉넉잡아서 11시 30분까지.”

-알았어. 그때 봐.

“그래.”

전화를 끊은 난 예고도 없이 아람의 입에 사정했다.

꿀럭거리는 느낌과 함께 쌓였던 정액이 폭발하고, 아람이 눈을 크게 뜬 채 그걸 전부 삼키기 시작했다.

정액을 모두 먹은 아람은 물티슈를 꺼내 내 자지를 꼼꼼하게 청소해주었다.

얄상한 그녀의 손길을 느끼던 내가 말했다.

“아람아.”

“네, 사장님...”

“WW엔터 쪽 모든 사항은 네가 도맡아서 처리해. 그쪽에 깊게 파고들어가. 필요한 게 있다고 하면 최대한 맞춰주고. 알았지?”

“알겠습니다...”

“욕조에 물 받아놔. 같이 씻고 가게.”

“네...”

순종적으로 대답한 아람이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저 정도면 충분히 날 신봉하는 것 같은데...

마르셀라가 조금 더 남았다고 했으니 믿어야지.

**

난 시간에 맞춰서 오피스텔 후문에 도착했고,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손에 큼지막한 쇼핑백을 들고 있는 연수를 발견했다.

뭐 선물이라도 주려는 모양이었다.

내가 클락션을 빵! 하고 울리자, 그녀가 화들짝 놀라더니 총총걸음으로 조수석 문을 열었다.

차에 탄 그녀가 약간 토라진 말투로 말한다.

“진짜 딱 맞춰서 오냐? 대단하다 너도...”

“시간 맞추려고 밟으면서 온 거야. 과속 때문에 과태료 고지서 날아올 걸?”

그 말에 연수의 얼굴이 밝아졌다.

“진짜? 어떡해?”

“뭘 어떡해. 내야지. 근데 너...”

말끝을 흐린 나는 연수의 전신을 살펴보았다.

허리춤까지 딱 달라붙는 회색 레깅스, 그리고 검은색 속옷이 훤히 드러나는 흰색 크롭티를 입고 있는 그녀.

슬쩍 보이는 위쪽 옆구리의 맨살이 제법 야하다.

“왜?”

순진무구한 척 의아한 표정을 짓는 그녀를 보니 성욕이 솟구친다.

이년 일부러 이렇게 입고 왔네.

나는 고개를 가로젓고 시선을 전방으로 돌렸다.

“아니야. 손에 든 건 뭐야?”

“아, 이거... 피부에 좋다길래 사왔어. 너 쓰라구.”

“나 쓰라고?”

“응. 일 늦게까지 하면 피부 안 좋아져. 내가 사용법 알려줄 테니까 집에 들어가면 매일 관리해. 알았지?”

의외로 현모양처의 모습이 보이는구나. 물론 허영심이 많은 년이니만큼 날 꼬시면 인생이 핀다고 생각해서 이러는 거겠지만.

스텔라를 이곳으로 불러오기까지 재미나게 놀 수 있을 것 같다.

“안 그래도 요즘 푸석푸석했는데... 고맙다. 건물 아래에 커피숍 있는데 그쪽으로 가자.”

“알았어. 근데 여기 진짜 좋다... 언제부터 살고 있었어?”

“입학하기 전부터. 여기서 내려.”

“여기? 여기 주차하면 안 되는 곳이잖아.”

“앞에 발렛 기사님 나오시잖아.”

“아... 그러네.”

차에서 내린 우린 발렛 기사에게 차를 넘겼다.

그렇게 커피숍으로 움직인 나는 메뉴판을 바라보며 물었다.

“뭐 마실래?”

“아이스 아메리카노.”

“카페인 들어가면 잠 안 올 텐데... 괜찮겠어?”

“안 졸리면 너랑 더 있다 가지 뭐.”

요망한 년! 당장 따먹어 버릴까보다.

고개를 주억거린 나는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연수는 도도하게 다리를 꼬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가 한숨을 내쉬며 귀찮은 얼굴을 한다.

“하아... 미치겠네.”

“왜 그러는데?”

“아무것도 아냐. 그냥... 기분이 좀 그래.”

딱 보니까 날 만나는데 남자친구가 귀찮게 해서 짜증이 났구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서로 잘 사랑하고 있었을 텐데... 슬슬 관계에 금이 가고 있군.

우우웅...!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에 놔둔 진동벨이 울렸다.

우린 커피를 테이크아웃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공원을 거닐며 서로 대화를 나누었다.

연수는 일부러 나와 가까이 붙어서 걸으며 자신의 가슴을 내 팔에 툭툭 닿도록 했는데, 그 모습이 정말 가소로워서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앞의 벤치를 발견한 내가 그쪽에 앉자, 연수가 내 바로 옆에 엉덩이를 딱 붙였다.

누가 봐도 커플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가까이 말이다.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켠 연수는 쇼핑백 안에서 케어용 제품을 하나하나 꺼내 사용법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이건 수분 공급해주는 건데, 세수하듯 바르지 말고 손가락 두 개로 펴 바르듯 해야 돼. 그리고 이건....”

쉬지도 않고 재잘재잘 떠드는 걸 보니 신이 난 모양이다.

그녀는 쇼핑몰의 쇼 호스트마냥 제품을 설명하다가, 시큰둥한 표정의 날 보고 깔깔 웃으며 내 허벅지를 쳤다.

“딱 보니까 귀찮아하는 것 같다 너?”

“솔직히 진짜 귀찮아. 그냥 대충 다 바르면 안 되냐?”

“그러지 말고 내가 톡으로도 남겨줄 테니까 따라해 봐. 한 사흘 정도 바르다보면 적응될 거야.”

“네가 발라주면 되잖아.”

“그래, 내가 발라주면 되... 뭐?”

말을 하다 말고 눈을 큼지막하게 뜨는 연수.

상당히 놀란 표정이다.

왜? 나는 풀악셀 밟으면 안 되냐 이년아?

“네가 발라달라고.”

“가, 갑자기...? 야... 좀 당황스럽다...?”

당황스럽다니. 술자리에서, 혹은 클럽에서 눈 맞고 원나잇하는 년놈들이 수두룩한데 너도 그쪽 아니냐?

아니, 잠깐만... 연수의 당황스런 얼굴은 진짜다.

말을 더듬으면서 의외로 보수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걸 보면... 처녀인가?

그런 사람들이 있다. 겉은 오픈 마인드인 것처럼 보여도 속은 단단한 사람들이.

물론 신중하게 접근하는 타입일 수도 있지만 만약 연수가 처녀라면... 좋잖아.

자고로 청순한 여자가 처녀인 것보다, 색기가 가득한 여자가 처녀인 것이 더 꼴리는 법이다.

포기하고 데려다주는 척하다가 자동차에서 따먹어야지.

“그럼 다음에 발라줄래?”

내 미끼를 덥석 받아 문 연수가 허겁지겁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응... 다음에 발라줄게. 지금은 너무 늦었잖아.”

“그럼 돌아가자. 네 부모님이 걱정하시겠다.”

“벌써...? 커피도 다 안 마셨는데?”

“태워다줄 테니까 가면서 마셔.”

“그... 럼 우리 집 근처에 24시간 마트 있거든? 거기까지만 태워다주라. 뭐 사갈 거 있어서...”

곧 죽어도 집은 보여주기 싫은가보다.

난 대수롭지 않은 듯 승낙했다.

“알았어.”

문득 마르셀라가 내게 했던 조언이 생각난다.

현재 두 비스트 슬레이어와 세 아이테르의 존재가 없는 만큼 불안하고,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누구도 몰래 뒷구멍을 하나 파놓는 게 좋겠다고.

그 뒷구멍이란 쉽게 말해 안전가옥이라고 생각하면 됐다.

현재 세뇌 중인 아람이 그 안전가옥이긴 했지만, 마르셀라조차도 모르도록 하라 했으니...

‘그러면... 이참에 인간에게 악의를 한 번 주입해볼까?’

원래는 비스트 슬레이어 외엔 하기 싫어했다.

하지만 마르셀라의 말은 안 들으면 후회한다.

연수를 이용해서 WW엔터 소속 배우와 가수한테 손을 뻗어봐야겠다.

결심을 마친 나는 연수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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