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3 막간 - 마르셀라
“으웅...”
서서히 눈을 뜬 유리아.
잠깐 눈동자를 데굴 굴려보던 그녀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그리고는 내게 확 안겨왔다.
“주인님...!”
“그래, 나다. 꿈은 잘 꿨겠지?”
“네에...!”
난 말없이 유리아의 등을 두드려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한참동안 날 부둥켜안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자신이 어디 있는지 확인했다.
익숙한 집임을 확인한 유리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고 얼굴까지 끌어온다.
“전... 변하지 않은 거네요...?”
그녀는 권속의 모습이 자신의 진실한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상태.
그러니 변했다는 게 아니라 변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 네 본모습인 상태 그대로다.”
“아아...♡”
뜨거운 콧바람을 내뱉은 유리아가 글썽이는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잘... 부탁드려요... 주인님...!”
“조만간 나와 세화가 사는 오피스텔로 들어오너라.”
그 말에 유리아가 침을 꼴깍 삼켰다.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세화가 그녀 자신보다 더 높은 서열이라는 것을.
“아, 알겠습니다아...”
“너무 두려워하지 말거라. 세화에게 잘 말해두었으니까. 현재 몸 상태는 어떻지?”
“전... 괜찮아요. 상쾌한 기분이에요.”
“그렇군.”
나는 허공에다 남극 비밀기지로 향하는 포탈을 열었다.
그리고는 유리아에게 간단한 티셔츠와 바지를 입혀주고 손을 내밀었다.
“수하들을 소개해주마.”
“아, 네...”
수줍게 내 손을 맞잡은 유리아.
난 그녀와 함께 포탈을 타고 남극기지의 알현실에 도착했다.
그 안엔 마르셀라 혼자 시립해있었다.
그녀를 본 유리아의 눈이 커졌다.
“넌...!”
“비빈마마, 모시게 되어 영광이어요.”
나는 유리아를 비빈이라고 호칭한 마르셀라를 향해 실소를 터뜨렸다.
비빈마마? 사극 좀 봤나보네.
그러자 마르셀라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상당히 쑥스러운 듯했다.
그런 마르셀라의 반응에 긴장을 푼 유리아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넌 주인님의 참모... 마르셀라... 맞지? 그냥 이름으로 불러줬으면 해.”
“아, 알겠사와요... 유리아 님.”
마르셀라는 세화를 만났을 때보다 더 기가 죽어있었다.
사실 그럴 만도 한 것이, 유리아는 마르셀라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나보다는 아니지만 그 다음으로 이를 갈았던 대상이기도 했고.
그래서 마르셀라가 유리아를 크게 두려워하는 것이다.
여태까지 유리아를 괴롭혔다는 이유로 해코지를 당할까봐.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르셀라는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유리아가 타락하기 전이었다면 당연히 마르셀라의 머리통을 깨부수려고 했을 터다.
권속이 된 지금도 아랫것들에겐 냉정할 테고.
하지만 마르셀라만큼은 다르다.
내 오른팔임을 알고 있는 이상, 유리아는 마르셀라에게 감사를 할 것이다.
나를 잘 보필해줘서.
“마왕님을 잘 모셔줘서 고마워, 마르셀라. 앞으로도 잘 부탁해.”
이거 봐라. 왕녀 특유의 참함은 어디 가지 않는다고.
마르셀라의 눈에서 습기가 차올랐다.
세화에게는 다짜고짜 의자로 사용됐는데, 유리아의 반응은 착해도 너무 착하니 감격한 모양이었다.
“충심을... 흐윽...! 다하여 유리아 님을 모시겠습니다앗...!”
훌쩍이며 그리 다짐한 마르셀라는 눈물을 훔치고 드레스를 가져왔다.
고성에서 입었던, 맨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치마 프릴이 짧은 드레스였다.
익숙한 디자인을 본 유리아의 눈이 커졌다.
“이건...”
“내 선물이니라. 에란델에 있던 느낌이 나지 않느냐?”
“가, 감사해요...! 주인님...!”
“갈아입고 오너라.”
“네!”
유리아는 마르셀라와 함께 알현실을 나가 옷을 갈아입고 다시 들어왔다.
드레스를 입고 온 유리아는 자각몽 속과 느낌이 달랐다.
당시엔 타락하기 직전에 이 옷을 입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검은 머리와 보랏빛 드레스, 그리고 구두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새하얗고 기다란 맨다리가 탐스럽기도 하다.
음문이 드러나지 않는 건 아쉽지만 왕녀의 기품이 자연스레 나타나는 느낌이라 나쁘지 않다.
유리아는 고고한 몸짓으로 날 향해 다가왔고, 내가 준비해놓은 자리에 앉았다.
그와 동시에 알현실 카펫 좌우로 마물들이 하나둘씩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아몬부터 시작해서 4기사, 사브나크 등, 자각몽 안에서 죽었던 녀석들도 소환되었다.
기분이 묘했다. 여긴 유리아가 애타게 찾아다니던 내 본거지.
거기에 적이 아니라 아군으로, 그것도 첩실이라는 위치로 와있는 상태다.
알현실의 좌우로 시립해있는 마물들 또한 유리아가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던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유리아는 자연스러운 자태로 앉아 마물들을 마치 수하들 바라보듯 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꼴리면 이상성욕인가? 아니겠지?
“감회가... 새로워요... 분명히 제가 찾아다니던... 죽이고 싶었던 마물들이 여럿 있는데...”
유리아의 서늘한 말에 마물들이 움찔했다.
“지금은 어떻지?”
“지금은... 너무나 예쁜 아이들로 보여요... 제 자식들을 보는 기분이어요...”
마물들이 안도했다.
몇몇은 세화와는 정반대인 유리아의 온도에 마르셀라처럼 감동하기도 했다.
여린 놈들... 이래서야 인간들을 공격할 수 있겠냐?
“그렇군.”
“하지만 아직 적응이 안 돼요... 뭔가 낯설어요...”
“자주 보다 보면 적응이 될 것이다. 세화처럼 이 녀석들에게 장난도 치고 그러겠지.”
“아... 네...!”
“나는 일이 있어 한국으로 돌아가 보겠다. 너는?”
“잠깐 여기 있어도 되나요? 마음이 편안해서...”
세화와는 다른 의미로 적응을 잘하는구나.
그녀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준 나는 혼자 포탈을 탔다.
**
“지혁아!”
휴대폰을 보고 있던 나는,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밝게 웃고 있는, 잘 관리된 검은 단발머리를 찰랑이는 여자.
발랄한 20살답게 상큼한 여친룩이 돋보인다.
난 오연수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오랜만이다.”
“엄청 오랜만이지. 전화했을 때 놀랐어.”
“그냥, 간만에 동기들이 보고 싶더라고.”
“동기들 보고 싶으면 단톡방에 다시 초대해달라고 하지.”
여우같은 년. 꼭 일대일로 만나고 싶었다는 말이 듣고 싶었냐?
난 그냥 능청스런 웃음을 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연수가 내 팔을 툭 친다.
“너 엄청 변했다? 약간... 활동적으로 바뀌었다고 해야 하나?”
대학을 다닐 때의 난 병약한 공부벌레라는 이미지가 박혀 있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셔 핼쑥해진 사람을 연기하느라, 휴학계를 내기 전엔 몸도 탄탄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환골탈태라고 해도 좋은 모습.
안 그래도 내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연수인데, 지금 내 모습을 보고 세화에게 질투하는 중일 테지.
“내성적이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건 그래. 너 세화랑 만난다며?”
“맞아.”
“맨날 붙어 다니더니... 그럴 것 같더라. 개강하면 더 심해지겠네?”
개강하면이라... 대학은 세화를 꼬시기 위해 들어간 곳이다.
이미 타락시킨 지금은 다닐 가치가 없었다.
“대학은 자퇴하려고.”
“진짜? 왜? 너 미래과학 엄청 좋아하잖아.”
“좋아하지. 근데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미래과학과 관련된 일 정도는 할 수 있어.”
“엄청 부자처럼 말한다? 미래과학은 돈 엄청 많이 들잖아.”
재산까지는 세화가 알려주지 않았나보다.
내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연수는 찢어지게 가난하지는 않지만 그냥 서민이다.
길거리 캐스팅으로 뽑혔기에 지금은 그저 배우 지망생 신분이고, 소속사에서 투자해주는 만큼 데뷔를 한 후부터 갚아나가야 하겠지.
쉽게 말하면 연수는 돈으로 꼬실 수 있는 여자다. 그리고 이미 판은 짜놓았다.
“그냥 배 곪지는 않을 정도지. 너 배우 한다면서?”
“응. 소속사에 들어갔어. WW엔터.”
월드 와이드 엔터테인먼트. 연수가 이곳 소속이라는 건 조사해놓아서 이미 알고 있었다.
대형 기획사도 아닌 주제에 이름 한 번 거창해서 비웃었었다.
난 눈을 크게 뜨며 놀란 척을 했다.
“WW엔터? 월드 와이드 엔터테인먼트?”
“맞아. 알고 있나보네?”
“거기... 잘 알지.”
“조금 유명하긴 해.”
콧대를 세우는 연수를 보니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잘 안다고 말한 게 아닌데...
뭐, 자연스럽게 알아가도록 놔둬야지.
그래야 내게 푹 빠질 테니까.
“지혁아, 여기 서있지만 말고 빨리 가자. 너무 더워.”
연수의 말에 웃는 낯으로 고개를 주억거린 난, 그녀를 데리고 공영주차장으로 갔다.
나름 좋은 차를 끌고 왔기에 연수의 얼굴이 제법 밝아졌다.
태연하게 조수석에 탄 그녀가 묻는다.
“세화는? 네가 나 만난다는 거 알아?”
“난 지금 동기 만나고 있는 건데? 세화도 자주 그랬어.”
어깨를 으쓱이며 모호한 말을 하는 내게, 연수가 여우같은 눈웃음을 쳤다.
요망한 년. 넌 아람이의 뒤를 이을 노예 2호기가 될 거다.
연수는 모자란 것처럼 보여도 모범생이다.
왜? 한국대 미래과학과에 합격할 정도면 범재는 아니라는 뜻이었으니까.
아람이만큼은 아니더라도 기지와 회사 운영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난 연수와 함께 미리 예약해둔 고급 레스토랑으로 갔다.
우릴 깍듯하게 대하는 직원들.
연수는 당황해하면서도 그런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애썼다.
가장 좋은 자리에 앉은 내가 연수에게 속삭였다.
“주문은 내가 다 할게. 요리가 전체적으로 맛있긴 한데 함정이 몇 개 있어서.”
“아, 응.”
메뉴판으로 눈을 돌린 난 연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을 눈치챘다.
그래, 네가 이런 곳을 와보기나 했겠냐?
있는 척해 봐도 다 티가 난다 이 말씀이야.
웨이터를 불러 능숙하게 음식을 주문한 나는, 연수에게 물었다.
“남자친구는 있어?”
“있어. 사귄지 3개월 좀 넘었나?”
그럼 내가 자퇴하고 얼마 뒤에 바로 만났다는 건데... 이 갈대 같은 년!
그런 와중에도 나한테 다리를 걸치고 싶어 했단 말이야? 오히려 좋아.
디저트로 맛있게 먹어주마.
나는 은근슬쩍 아쉬워하는 척을 했다.
왜 있잖은가. 좋아했던 여자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실망한 눈치.
그런 내 얼굴을 본 연수가 묘한 미소를 짓는다.
“세화랑은 요즘 잘 안 돼?”
잘 안 되긴 개뿔. 잘 되다 못해 서로 사랑해 마지않는 사이인데.
그나저나 넘어갔구나. 역시 내 연기력은 최고라니까.
이참에 나도 배우로 나가볼까?
“그렇지는 않아. 근데 넌 지망생 신분이지?”
“응. 소속사 사장님이 밀어주신대. 연기 테스트를 봤는데 좋다고 하더라.”
“진짜? 데뷔도 안 했는데 밀어줄 정도로 잘했나보네?”
“그냥...? 그럭저럭?”
“WW엔터에 인재가 그렇게 없나?”
내 농담에 연수가 까르르 웃으며 손을 휘저었다.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고 있자 첫 번째 요리가 도착했다.
연수는 조신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를 썼는데, 칼 잡는 법이라든지, 어떻게 먹는 요리인지를 몰라서 곤란해 하는 것이 보여 웃겼다.
요즘 세상에 그런 걸 누가 신경 쓴다고... 하는 짓만 보면 귀엽긴 하네.
연수가 따라할 수 있게끔 천천히 칼질을 하면서 음식을 입으로 가져간 내가 물었다.
“남자친구는 뭐하는 사람이야?”
“아, 그냥...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동창이야. 지금은 의대 다니고 있어.”
의대라... 잘난 놈이네.
“의예과겠네?”
“응. 의예과.”
“본과 가면 바빠지겠다.”
“그래서 많이 만나두려구.”
네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묵묵히 고개를 주억거린 나는 다시 음식을 입으로 가져갔다.
맛있구나. 연수 너도 이만큼 맛있었으면 좋겠다.
**
그날 밤.
오피스텔에서, 세화는 유리아를 만났다.
난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었다.
잘 대해달라고 말을 해놓긴 했지만, 독점욕이 강한 세화가 유리아를 괴롭힐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우려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언니! 잘 부탁해요!”
발랄한 표정으로 유리아에게 꽉 안긴 세화의 말.
유리아는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솔직히 탐탁지 않아 할 줄 알았는데... 이건 정말 의외의 반응이었다.
같은 마족이 돼서 가족이라고 생각하게 된 건가?
아니면 괴기스런 마물들과 놀던 상황에 어여쁜 유리아가 나타나니 반가운 건가?
뭐가 됐든 내겐 좋은 일이었다.
두 사람이 친하면 시너지도 커질 테니까.
나중에 침대에서도 즐거울 것 같고.
“자, 잘 부탁해요...”
어색한 말투로 인사를 하는 유리아.
세화가 부드러운 말투로 그녀를 나무란다.
“기지 밖에선 연기해야 돼요. 언니도 알잖아요.”
그에 내 눈치를 슬쩍 본 유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응... 그렇지... 미안해.”
“기지는 어땠어? 마르셀라도 봤어요?”
초롱초롱한 눈으로 질문공세를 펼치는 세화.
유리아의 두려움은 그런 세화의 붙임성 덕에 점점 가셔갔고, 그녀는 이내 세화와 함께 재잘재잘 떠들기 시작했다.
난 두 사람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 정도라면 둘만 놔둬도 큰 문제는 없겠지. 마음 편하게 마르셀라와 부산에 가도 되겠다.
“지혁아! 나 언니랑 놀러나갔다 와도 돼?”
소파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세화가 저런 말을 해왔다.
“다녀와. 사고는 치지 말고.”
“알았어.”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가자, 나는 포탈을 타고 기지에 있는 마르셀라의 연구실로 갔다.
여전히 바쁘게 일하고 있던 그녀가 벌떡 일어나 날 맞이한다.
“마왕님, 오셨어요?”
“그래. 뭘 하고 있었지?”
“캐롤라인과 셀린을 찾아보고 있었어요.”
“성과는 여전히 없나?”
“네... 우주로 눈을 돌려볼까요?”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넓은 우주를 어떻게 다 찾으려고? 그냥 두 사람이 지구에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자꾸나.”
“알겠습니다... 죄송해요...”
“네가 죄송할 게 뭐가 있느냐. 마음을 놓고 있던 내 잘못이지. WW엔터 인수 건은?”
“진행 중입니다만... 인수보다는 저희가 가지고 있는 패션기업과의 제휴가 나을 듯싶어요. 연예 기획사는 대중들의 관심이 폭발적인 곳이라... 마왕님이나 제가 대표자가 된다면 큰 주목을 받게 됩니다.”
“아직은 몸을 숨길 때다?”
“네. 그렇게 생각해요. 대표자로 최아람을 올리면 되기야 하겠지만 아직 그녀의 세뇌가 끝나지 않아서...”
나는 마르셀라를 100퍼센트 신용한다.
그녀는 내게 해가 되는 일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녀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니, 결정에 따르는 게 낫다.
“알겠다.”
“아이테르 복제 연구를 다시 시작할까요?”
“그래. 하지만 나흘 뒤부터 시작해라.”
마르셀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나흘 뒤요?”
“너와의 약속을 지켜야지. 부산으로 가자꾸나. 세화에겐 적절한 핑계를 대놓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그 말에 마르셀라의 눈동자가 떨렸다.
감격한 표정이다. 저런 순애보를 그냥 놔두면 안 되지.
마르셀라와 순한 맛 데이트를 즐긴 다음 판을 벌여야겠다.
지금은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는 게 급선무다. 다른 무엇보다 이게 가장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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