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4 마지막 공정, 사전준비 #2
“헤우으... 헤으...”
간헐적으로 경련을 일으키는 유리아.
그녀의 벌어진 다리 사이에서 새어나온 애액은 이미 침대보를 가득 적신지 오래였다.
한 시간 가까이 그녀의 몸에 전기패들을 댄 나는, 패들을 휙 던져놓고 유리아의 전신을 주물러주었다.
평소보다 물을 많이 뿜어낸 것을 보니 이미지 트레이닝을 잘 한 모양이다.
유리아의 몸을 살살 마사지한지 한참, 흥분이 가신 그녀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는 내게 다가와 꼭 안긴다.
“지혁 씨...”
“말해.”
“영화보고 싶어요... 잔인한 거...”
상상력을 제대로 동원했구나. 기특하다.
또한 잔인한 영화는 고어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는 괜찮은 방법이었다.
거부할 생각 따윈 당연히 없다.
“일어나 그럼.”
“흐응...”
콧소리를 내뱉는 유리아.
안아주길 기대하나보다.
그래, 오늘은 풀어주기로 했으니까... 원하는 대로 해주지.
침대에서 내려온 나는 유리아에게 속옷을 입혀준 뒤, 번쩍 안아들고 거실로 나왔다.
이후 그녀를 무릎 위에 앉혀놓고 홈시어터를 조작해 스크린에 영화 목록을 띄워놓았다.
“보자... 살인자가 주인공인 그런 영화를 원하는 거지?”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왜 모르겠어? 넌 내 손바닥 안에 있는데.”
“우응...”
유리아가 쑥스러워했다.
제 입으로 수긍하기가 창피했던 것 같다.
아까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외국인 관광객 하나를 기절시키고, 남은 하나는 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팔을 꺾은 뒤 졸도하게 만들었으면서... 웃기는 애네.
목록을 살펴보던 내가 물었다.
“‘살인귀의 습격’... 이거 어때?”
“재밌겠다... 그걸로 볼래요.”
영화소개란엔 산골에 혼자 살고 있는 살인마가 인간들을 도륙하고 다닌다고 쓰여 있었다.
딱 봐도 B급 막장 슬래셔 무비. 평점도 10점 만점에 2점이었다.
이거 지뢰 고른 것 같은데... 일단 틀자. 잔인하기만 하면 장땡이지.
유리아는 영화가 시작하자 고개를 앞으로 빼고 스크린에 빠져들었다.
딱 봐도 자비가 없어 보이는 인상의 살인마 주인공.
그의 첫 등장을 본 유리아가 말한다.
“진짜 잘 죽일 것 같이 생겼다... 그쵸?”
“그래 보이긴 하네.”
우린 곧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유리아는 살인마의 다양한 살인 장면이 나올 때마다 몸을 얕게 떨었다.
살인마가 자신이라고 감정이입을 한 상태라 흥분을 하는 것이다.
마을로 내려와 인간들을 전기톱으로 도살하는 장면에선 격하게 움찔했다.
“어때?”
“.....”
내 말까지 씹을 정도로 재미있냐? 이년...
빈정이 상한 나는 유리아의 몸을 확 잡아끌어 그녀의 상체를 주물럭거렸다.
열심히 만져주고 있음에도 유리아의 집중력은 떨어지지 않았다.
가슴의 성감대를 건드렸을 때는 반응을 보이긴 했다.
“지혁 씨... 하지 말아주세요... 저 영화 볼래요.”
이렇게 말이다.
어지간하다 너도. 그래도 몸은 솔직하네.
점점 달아오르면서 숨이 가빠지고 있었다.
꾸준히, 오랜 시간 애무를 계속하니 유리아가 뾰로통한 목소리로 말한다.
“지혁 씨이이... 하지 말라니까요...”
“영화 재미없잖아.”
“전 재미있어요.”
“지금 한 번 할래?”
유리아가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반문한다.
“영화 끝나고 하면 안 돼요?”
“그 정도로 재미있어?”
“네...”
카가가가각!
유리아가 대답을 함과 동시에 살인마가 한 선량한 시민의 머리를 붙잡고 대형 분쇄기에 집어넣었다.
살인마는 자신의 얼굴에 튄 시뻘건 선혈을 날름 핥으며 사이코패스 특유의 미소를 지었고.
“.....”
결정적인 장면이 나오자 다시 스크린으로 눈을 돌리는 그녀.
좋아하는 만화가 상영될 때의 어린아이처럼, 완전히 빠져든 모습이 어이가 없다.
맥이 빠져버린 나는 유리아를 천천히 소파에 앉혀놓고 현관문을 열었다.
그러자 유리아가 속옷바람으로 후다닥 달려 나온다.
“지혁 씨! 죄송해요!”
신발도 신지 않고 울먹거리는 그녀.
내가 화났을까봐 걱정했군.
“들어가.”
“싫어요! 같이 있을래... 영화 안 볼게요. 절 떠나지 마세요!”
“누가 떠난대? 편의점 들러서 간식거리라도 사오려는 거였어.”
“.... 정말이에요?”
“그렇다니까. 얼른 다시 들어가서 마저 영화 봐.”
이렇게 말을 했음에도 유리아는 의심어린 눈초리를 했다.
헛웃음을 켠 나는 그녀의 입술에 애정이 담긴 키스를 해주었다.
그제야 안심한 표정을 지은 유리아가 총총걸음으로 집에 들어갔다.
편의점에서 여러 과자와 음료수를 사들고 돌아간 나는, 유리아가 초조해하면서 날 기다리고 있자 피식했다.
그런데 영화는 일시정지 해놨네. 이런 요망한 기집애.
“지혁 씨... 말 잘 들었어야 하는데... 정말 죄송해요...”
“괜찮아. 하루 동안 어리광 다 받아주기로 했잖아. 내가 약속한 걸 어기는 사람인가?”
“아, 아니요...”
너그럽게 웃어준 나는 봉투를 소파 앞 테이블에 내려놓고 유리아를 잡아끌었다.
그리고는 리모컨을 들어 재생 버튼을 눌렀다.
과자를 하나 뜯은 난, 그걸 정성스레 유리아의 입에 넣어주었다.
내 이런 행동이 낯설었는지 처음엔 머뭇거리던 유리아는, 이내 적응하고는 좋아라하며 과자를 받아먹기 시작했다.
귀여운 녀석이로다. 타락시킨 이후에도 저런 성격을 유지하게 해볼까?
**
무지성 살인만 해대던 영화의 크레딧이 올라간다.
유리아는 감격에 겨운 얼굴을 했다.
이 정도면 적응은 충분히 한 것 같은데...
난 엔딩 음악을 들으며 영화의 여운을 느끼고 있는 유리아의 아랫배에 손을 올려 마력을 천천히 흘려 넣어보았다.
음문은... 아직 진해지지 않았다.
고작 고어물 영화 한 편을 감명 깊게 본다고 해서 진해질 거라는 생각 따윈 하지 않았기에 그러려니 했다.
크레딧이 전부 올라갔을 때쯤, 유리아가 속옷을 벗더니 몸을 돌린다.
“지혁 씨. 지금 하실 거에요?”
뺨이 벌겋게 상기된 걸 보니 무척 하고 싶나보다.
나는 장난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왜요...”
“네가 하기 싫어했잖아.”
“흐응...”
심통이 났다는 듯 콧소리를 내뱉은 유리아.
그녀의 탄력적이고 매끄러운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다.
보기 좋게 두 갈래로 갈라진 허벅지를 보니 서긴 서는데... 일단 좀 놀려줘야지.
“앞으로는 거절 같은 거 안 할게요... 제가 올라탈 테니까...”
“싫은데.”
“지혁 씨이...”
유리아가 하체를 내 고간에 부비적댔다.
영화의 살인마를 보고 상당히 흥분했는지 조금 젖어있는 상태였다.
바지를 벗는 즉시 넣어버릴 기세. 나는 히죽 웃었다.
“영화 한 편 더 볼까?”
“싫어요... 지혁 씨랑 할래요. 하게 해주세요.”
안달이 난 상태로 몸을 들썩거리는 반응이 재미있다.
“아 해봐.”
“아앙...”
순종적으로 입을 앙 벌리는 유리아.
난 손가락을 넣으려고 간을 보다가 쌀보리 게임을 하듯 확 빼냈다.
그러자 유리아가 으응! 하며 앙탈을 부렸다.
그녀의 풀어헤쳐진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겨주던 내가 말했다.
“누가 널 예전의 유리아라고 생각할까? 이제 어른스러운 면이 단 하나도 보이질 않네.”
유리아가 흠칫했다.
내가 그녀의 어른스러운 면을 보고 좋아지기 시작했다는 걸 상기해낸 것이다.
“전... 죄송해요... 앞으로 의연한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할게요...”
“그럴 필요 없어. 오히려 지금이 더 좋으니까.”
“네에...”
“넌 왜 날 좋아하기 시작한 거야? 네겐 아론이 있었잖아. 솔직하게 말해봐.”
“그게...”
우물쭈물하던 유리아가 고개를 푹 숙이고는 답한다.
“승현 씨랑 얼굴을 튼 상태에서 지혁 씨를 카페에서 만났잖아요. 거기서 아론의 습관이 지혁 씨에게 보여서 관심이 갔어요...”
“내가 그 병신처럼 행동했다고? 기분 나쁜데.”
“오,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지혁 씨는 아론보다 훨씬 멋있어요... 비교조차 할 수 없어요.”
“계속해.”
“지혁 씨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이 꽤 잘 통한다는 걸 확인했고, 공원에서... 그... 키스했던 이후로 당신이 더 좋아졌어요. 절 강압적으로 대해주시는 모습에 완전히 빠졌고, 호텔에서...”
유리아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져가더니 기어들어가는 수준으로 변했다.
내가 반강제로 처녀를 빼앗았던 일을 말하기 부끄러운 모양이다.
“호텔에서 뭐.”
“호텔에서... 지혁 씨가 절 안아주신 이후로 사랑하게 됐고, 의존하고 싶어졌어요.”
눈을 딱 감고 속사포처럼 고백을 하는 유리아의 모습은 사랑에 빠진 소녀 그 자체였다.
하지만 넌 큰 잘못을 했잖아. 너도 알지?
“그랬는데 유승현도 만나고 있었잖아.”
그 말에 유리아가 면목이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맞아요. 제가 바보였어요. 지혁 씨에게 들킨 이후로 심장이 철렁했어요. 절 버리시면 어쩌나... 하고요. 자비를 베풀어주셔서 감사해요...”
“지금 내가 유승현을 만나라고 하면 만날래?”
“절대 안 만날래요. 며칠 전까지 연락이 오고 있었는데 전화와 문자도 다 차단해놨어요. 지혁 씨에게 맹세한 이후로 만난 적도 없고요. 전 지혁 씨를 사랑해요. 다른 사람은 필요 없어요...”
“나만 있으면 된다?”
“네.”
“김태곤은?”
“아빠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 이후로...”
유리아가 말끝을 흐렸다.
솔직한 심정을 입 밖으로 꺼내기가 두려운 것 같다.
내가 인자한 미소를 보여주니, 유리아가 용기를 내어 말한다.
“그가 제 아빠라는 게 창피해요. 더 이상 쳐다보기도 싫어졌어요.”
허어... 김태곤이 들으면 슬퍼하겠는데?
“한 번 죽고 환생까지 했는데 불쌍하네.”
“불쌍한 사람은 저라고 생각해요. 아빠가 제대로 된 판단을 내렸다면 전 왕국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겠죠.”
“그랬다면 날 만나지 못했을 거야.”
“아뇨. 저와 지혁 씨는 운명으로 이어져있어요. 제가 가든, 지혁 씨가 오시든 어떻게든 만났을 거라고 생각해요.”
헛다리 한 번 제대로 짚고 있구나.
난 네게 계획적으로 접근했는데.
운명으로 이어져있다는 건 동의한다. 넌 나한테 복종할 운명이야.
“네가 아무것도 모른 채 잘 살고 있었다면 아론과 결혼했을 텐데?”
“그것도 아니에요. 예전에는 아론과 제가 운명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달라요. 지혁 씨가 제 운명의 상대이고, 그렇기에 아론과의 관계는 어떻게든 정리되었을 거에요.”
“내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난 세화와 만나고 있는데도 네게 유승현을 버리라고 말했잖아.”
“그런 생각은 전혀 해본 적 없어요.”
“오늘따라 예쁜 말만 골라서 하네?”
유리아가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부끄러워해했다.
이제 슬슬 하자. 굳건했던 여기사의 녹아내린 사랑고백을 들으니 꼴려서 미쳐버릴 것 같다.
내가 말없이 바짓단에 손을 가져가자, 유리아가 하반신을 슬쩍 들었다.
바지단추를 풀고 엉덩이를 움직여 바지를 무릎까지 내린 내가 물었다.
“지금까지 네가 했던 말들, 전부 진심이지?”
“제가 지금까지 지혁 씨에게 거짓말을 많이 한 건 알지만... 믿어주세요, 진심이에요.”
“알았어, 믿을게. 꿈에서도 꼭 그렇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네.”
“네...?”
고개를 갸웃하는 유리아.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로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조만간 알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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