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103화 (103/471)

EP.103 마지막 공정, 사전준비

까드득!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관광객 한 명이 입에 거품을 물었다.

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팔이 꺾인 그는 곧바로 혼절했다.

그의 동료는 이미 유리아의 하이 킥을 맞고 턱주가리가 돌아가 쓰러져있는 상태.

유리아가 두 사람을 처리하는 시간은 5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골목길에 있던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정의감 있는 몇몇이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허공에 아주 은밀하게 나타난 마물의 아가리에 집어삼켜지고 말았다.

유리아는 자신의 손과 쓰러진 관광객의 팔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번갈아보며 몸을 떨고 있었기에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녀에게 다가간 내가 물었다.

“통쾌하지?”

그 말에 화들짝 놀란 유리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신발에 피 묻기 전에 나가자.”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주제도 모르고 기어올랐는데 거기까지 책임져주려고? 아니잖아. 죽지만 않았으면 됐지.”

“기분이... 이상해요... 뭔가... 제가 아닌 듯 한 느낌이 들어요...”

유리아가 혼란스러워했다.

하지만 이내 씁쓸한 미소와 함께 무언가 묵었던 것이 내려간 표정을 지었다.

그 틈을 탄 내가 말했다.

“여태까지 참아왔던 것을 터뜨렸고, 쾌감을 얻어서 그래. 지금 이 모습이 진정한 너야. 답답한 고치에서 나오게 됐네? 축하해.”

“가, 감사합니다...”

얼떨떨한 채로 내게 감사를 전하는 그녀였다.

“바로 기절해버려서 아쉽네. 무릎을 꿇고 빌어대는 모습을 보면 더 좋았을 텐데... 나중에 해보자.”

“아, 네...”

나는 쓰러진 남자 두 명의 머리통을 발로 툭 찼다.

힘없이 꺾이는 고개.

유리아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의 얼굴엔 은은한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내 행동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었다.

“갈까?”

흐뭇하게 웃는 내가 손을 내밀자, 유리아가 자신의 입술을 핥고는 내민 손을 맞잡았다.

그녀는 골목에 있던 몇 곳의 상점이 무척이나 고요하다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반대쪽 손으로 내 팔을 잡고 골목을 빠져나왔다.

그나저나 한 명을 거의 불구로 만들 정도라... 제법 만족스럽다.

눈알을 파 뽑거나 팔다리를 뜯는 정도가 아니어서 아쉽긴 하지만 조만간 그 정도가 되겠지.

유리아는 죄책감 같은 건 전혀 느끼지 못할 터다.

왜냐? 악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을 때려잡은 거니까.

“후... 후으...”

태연하게 거리를 걷고 있는데 유리아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많이 흥분했구나.

“지혁 씨... 저... 돌아가고 싶어요... 집에 갈래요...”

“두 선택지 중에서 골라. 하나는 집에 가는 것, 나머지 하나는 아까처럼 하찮은 것들을 찾아 구제하는 것.”

“전...”

내 팔을 잡은 유리아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간다.

두 선택지 모두 괜찮다고 생각하는 모양.

잠깐 고민하던 그녀가 답한다.

“집에... 갈래요. 안아주세요...”

어수선한 분위기보다는 정적인 곳에서 마음을 정리하고 싶은 것 같다.

“그래. 그러자.”

유리아를 품으로 끌어당긴 나는, 그녀를 꽉 안은 채 이마에 진득한 키스를 해주었다.

**

보조등이 켜진 침실.

유리아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연신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 상태였다.

진정한 폭력성을 처음 드러냈던 순간이니만큼 잊혀지지 않겠지.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만져주던 내가 물었다.

“괜찮아?”

“지혁 씨... 저... 기분이 너무 좋아요... 아까는 몰랐지만 지금은 확실히 알겠어요... 이게 진짜 저에요...?”

“그렇다니까. 앞으론 거슬리는 놈들이 있으면 미련하게 참지 말고 감정을 해소해. 이 지구상에서 널 통제할 수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어. 뒤처리는 내가 전부 해줄게.”

“아아...♡”

유리아는 자신의 봉긋한 가슴을 꽉 잡아 쥐면서 흥분했음을 표현했다.

그러다가 화들짝 놀라 내 말을 부정한다.

“아, 아니에요!”

“뭐가?”

“지혁 씨는 절... 통제하실 수 있잖아요.”

기특한 유리아의 대답을 들은 나는 씨익 웃었다.

“물론 그렇지. 난 인간이 아니라서 제외한 거야.”

“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는 유리아.

난 유리아가 이 말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잠자코 지켜보았다.

“인간이 아니에요...?”

혼자 그리 중얼거리면서 내 말을 곱씹던 유리아가 손뼉을 쳤다.

“아! 그런 인간들과 한데 묶이는 게 싫으신 거네요! 그렇죠?”

약간 아쉽긴 하지만, 내가 마왕이라는 걸 모르는 상태에서 도출된 결론이라 나쁘지는 않다.

유리아는 자신의 말이 정답이라 생각했는지 까르르 웃었다.

저 천진난만한 모습에 나 또한 실소가 터져 나왔고 말이다.

잠시 그러고 있던 나는 유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가 배시시 웃으면서 눈을 지그시 감는다.

“나만 믿어. 그러면 네가 가슴아파할 일은 전혀 없을 거야.”

“네...! 전 예전부터 지혁 씨만을 믿고 따를 거라고 다짐했어요.”

“장하네. 그리고 솔직히... 아까는 별로 마음에 안 들었어.”

“뭐가요?”

“살아있는 게 죄악인 놈들이야. 고작 기절시키는 걸론 구제하지 못해.”

“우음... 그럼 어떻게 해야 돼요?”

“죽여야지.”

싸늘한 말투에 유리아가 흠칫한다.

살인에 대한 원초적인 거부감을 느낀 그녀가 머뭇거린다.

“주... 죽여요?”

“벌레들이 산소를 축내면서 곡식을 갉아먹고 있는데 당연히 구충해야지. 내 말이 틀려?”

“그건 아니지만...”

“시리아 사건을 알아?”

“알아요. 지혁 씨가 내준 숙제를 하면서 세화와 박사님에게 들었어요.”

“어디까지?”

“인간들이 끔찍한 실험을 했잖아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소름끼쳤는지 몰라요. 아, 그리고 박사님이 뭔가 숨기고 있었어요. 제 눈을 피하면서 대화를 끝내려고 하던데... 혹시 지혁 씨는 아세요...?”

박사는 유리아와의 면담에서 거짓말을 했다.

끔찍한 실험을 한 장본인들이 모두 잡혔다고 말이다.

당시 유리아는 박사가 시선을 피하자 의심스런 마음을 가졌었다.

숙제를 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잊어버리고 있었겠지만, 내가 이야기를 꺼냄으로서 상기해냈다.

“난 알아. 그것도 전부.”

“아! 지혁 씨도 잡혔었잖아요! 괜찮아요? 후유증이 있는 건가요?”

“아니. 하나도 없어.”

“다행이다...”

“그리고 난 잡힌 게 아니라, 내 발로 걸어 들어가 잡혀준 거야. 놈들이 어떤 실험을 하나 보려고.”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앞선 이야기들은 두 사람에게 들었을 테니까 넘어가고... 결론만 말할게. 난 쉰 명이 넘어가는 동굴의 인간들을 전부 죽였어.”

“네...?”

눈을 크게 뜬 유리아.

하지만 내가 뜻밖의 일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만 놀랐을 뿐, 살인에 관해선 딱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눈치였다.

왜? 그녀는 인간들을 악으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악을 벌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떨어지지 않은 박사마저도 내게 이렇게 말했었는데, 음문이 생성된 유리아가 이해하지 못할 리는 없었다.

“같은 공기를 마신다고 생각하니까 짜증나더라고. 그래서 그냥 모조리 태워버렸지.”

엄밀히 말하면 내가 죽인 놈은 얼마 안 되고 마르셀라가 전멸시켰지만 뭐... 거짓말은 내 아이덴티티니까.

“저, 정말요...?”

“내가 거짓말하는 거 봤어?”

“아니요...”

“실험할 땐 눈 하나 깜짝하지도 않고 상대방을 조롱하던 것들이, 내가 동굴을 불태우니까 비명을 지르면서 살려달라고 소리치더라. 머릿수만 믿고 까부는 기회주의적인 것들...”

유리아가 침을 삼키며 눈을 초롱초롱하게 떴다.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 모양이다.

“흥미로운 표정이네?”

“더 해주세요... 궁금해요.”

“뭐가 궁금한데?”

“그때... 기분이 어땠어요...?”

“당연히 좋았지. 너도 그 자리에 있었어야 하는데... 아쉽네.”

유리아가 침을 꼴깍 삼켰다.

고개를 치켜세우며 천장을 바라보는 것이, 동굴 전체에 불을 지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가라앉았던 숨소리가 다시금 거칠어지고, 가쁜 심호흡을 내뱉던 그녀가 묻는다.

“양심의 가책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어요?”

“전혀. 왜? 넌 느낄까봐 불안해?”

“네... 사람들이 죽는 건 많이 봐왔지만... 제 손으로 죽였을 때의 기분은 상상할 수 없어요...”

“걱정하지 마. 넌 나랑 비슷한 본성을 가졌잖아. 내가 느끼지 않는다면 너도 느끼지 않아.”

“그, 그럴까요...?”

좋아, 흥미를 가졌구나.

“자, 쉽게 설명해줄게. 너 아까 샤워하기 전에 모기 한 마리 잡았지?”

“네.”

“왱왱거리던 하찮은 생명을 잡아 죽였는데 양심의 가책을 느꼈어?”

“아뇨... 오히려 시원했는데...”

“그 기분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 아니, 오히려 더하지. 그런 인간들을 죽이는 건 모기 따위를 잡는 일보다 훨씬 짜릿해.”

유리아는 자신의 손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으스스해진 듯 팔을 싹싹 비비고,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으면서 가쁜 숨을 내뱉었다.

마지막 공정은 유리아가 살인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 빨리 적응토록 하는 게 필수요소다.

지금 그 거부감이 상당부분 사라졌겠지? 공정 때까지 최대한 줄여나가자.

“벗어.”

“아, 네!”

유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옷장 문을 연다.

옷을 다 벗고 목줄을 찬 뒤, 여러 BDSM 플레이용 도구들에 시선을 돌리고 잠깐 고민하다가 전기패들을 가지고 와 내 앞에 무릎을 꿇는다.

저걸 사용해달라고? 오늘은 찌릿찌릿한 느낌을 받고 싶은가보다.

내가 패들을 들자 유리아가 위를 바라보면서 누웠다.

아래는 이미 젖어있는 상태.

아까 외국인 관광객들을 폭행할 때 느꼈던 감정이 남아있고, 지금 내 설명으로 인해 흥분이 더해진 결과였다.

“시작할까?”

“네에...”

버튼을 누른 채 패들 윗부분을 살짝 만져본 내가 살짝 놀랐다.

전류가 제법 강해서였다.

조절은 안 되네. 그래도 이 정도면 적응했을 때 어마어마한 쾌락을 느끼겠지.

“미션을 하나 줄게.”

“미션이요...? 뭐에요?”

“내가 이걸 네 몸에 댈 때마다, 시리아에서 불타 죽어가는 사람들을 상상해봐. 되도록이면 디테일하게. 알겠지?”

“네... 알겠어요...”

대답을 들은 나는 손잡이의 버튼을 누른 채로 패들을 유리아의 하복부에 가져다 댔다.

툭.

“꺄아앗!”

그러자 유리아가 격한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몸을 생선마냥 팔딱 떨었다.

후들대는 몸을 애써 잡아낸 유리아가 말을 더듬는다.

“지, 지혁 씨... 이거어...”

“짜릿해?”

“네헤에... 계속해주세여...♡”

한 방에 적응한 거야? 심하네.

아예 고문 수준으로 한다면 고통을 참아내느라고 정신이 없을 테니, 이미지 트레이닝 미션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조금씩 터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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