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101화 (101/471)

EP.101 패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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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아-!

오랜만에 김태곤의 집에서 샤워를 마친 유리아는, 개운한 표정을 지으며 거실로 나왔다.

조용한 장소. 아버지는 지금 일을 나가서 없다.

유리아는 맥주를 꺼내 해가 뉘엿뉘엿 저가는 저녁노을을 감상했다.

그러다가 자신의 음부에 손을 가져다댔다.

“흐응...♡”

무려 나흘.

문란하기 짝이 없는 섹스를 나흘 동안 끊임없이 했다.

유리아는 티셔츠를 슬쩍 들어 올려 자신의 가슴과 허리에 생긴 새파란 멍을 바라보았다.

폭군에게 복종하는 쾌락을 완전히 깨우쳐버린 그녀는 아려오는 고통마저 쾌감으로 변화시킬 정도가 된 상태.

지혁에게 채찍질을 당한 기억을 상기하니 아래가 절로 젖어왔다.

“하아...”

한숨을 푹 내쉰 그녀는 아버지를 원망했다.

의정부에 더 있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지혁과 상담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며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 요청을 받아들인 지혁이 회사로 가버렸다.

나가기 전에 그가 그랬었다.

이참에 집으로 돌아가서 아비 얼굴이나 한 번 보고 오라고.

그녀는 의정부에서 지혁을 기다리고 싶었으나, 명령을 거부할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여기로 왔다.

괜히 아버지가 짜증나진 유리아는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면서 지혁이 섹스 중간중간에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정말 아빠가... 왕국을 망하게 했을까?’

지혁이 그랬다. 무능력한 아비가 왕국을 망하게 한 거라고.

처음엔 말로만 수긍하고 애써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지혁에게 계속 정을 받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매번 자신을 절정으로 보내줄 정도로 사랑을 주는 사람이 거짓말을 할 리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정말 왕국을 망하게 했다면... 생각만 해도 미쳐버릴 것 같았다.

수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권력을 위해 희생시키고, 환생해선 타이라트에게로 화살을 돌리는 아버지를 생각하니 너무 슬펐다.

유리아는 이참에 아버지에게 이 일을 물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오랜 시간동안 거실에서 지혁을 생각하고 있던 유리아는, 해가 완전히 질 때쯤 현관문이 열리며 김태곤이 들어오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빠! 왔...”

아비를 반기려던 그녀가 흠칫 놀랐다.

김태곤의 얼굴에 시퍼런 멍이 들어있었기 때문.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한쪽 눈은 부어올랐고, 입술은 부르터졌으며 온 얼굴에 자잘한 상처가 가득했다.

절뚝거리는 모습을 보니 몸도 다친 것 같다.

유리아가 당황해하며 물었다.

“이게 대체... 대체 무슨 일이에요?”

“유리야... 끄응...”

“이, 일단 앉아요.”

김태곤을 부축한 유리아는 그를 소파로 데리고 와 앉혔고, 구급상자를 찾기 위해 선반을 뒤적거렸다.

하지만 김태곤이 그녀를 말렸다.

“됐다.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다. 멍만 조금 들었지 뼈에 이상은 없다더구나. 며칠 쉬면 나아진다고 한다.”

“누가 이랬어요? 말씀해보세요.”

분노에 가득 찬 유리아의 말투.

김태곤이 허허 웃다가 이를 빠드득 갈았다.

잠시 유리아의 눈치를 보던 그가 실토한다.

“송지혁이다.”

그 이름 석 자를 들은 유리아의 눈이 커졌다.

“뭐, 뭐라고요...?”

지혁이 아버지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대체 왜? 왜 그랬을까?

잠깐 엄청난 혼란에 빠진 유리아가 그 다음으로 생각한 감정은 분노가 아니라 이해였다.

지혁은 예전부터 유리아 자신의 아버지를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환생 전의 김태곤이 일궈놓은 기업에 숟가락만 얹은 ‘한심한’ 아버지를 손봐주고 싶어 했다.

하지만 지혁은 김태곤을 유리아의 아비라며 봐주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이 정도로 때렸다? 뭔가 이유가 있음이 틀림없었다.

그녀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김태곤이 턱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말한다.

“본성을 보니 사업을 같이 하자고 했던 게 후회된다.”

그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유리아가 물었다.

“왜... 왜 싸우셨어요?”

“솔직하게 말할 테니, 송지혁에게 화내지 말거라.”

그럴 일은 당연히 없다.

감히 자신이 뭔데 하늘같은 지혁에게 화를 내겠는가?

그래도 아버지 앞이니만큼 이런 생각은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

그리 생각한 유리아가 고개를 주억거리자, 김태곤이 말을 이었다.

“넌지시 네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너와의 관계가 좋다고 하길래... 같이 낚시나 가자고 했다. 그놈 또한 동의했고, 우린 경기도에 있는 낚시터로 갔지.”

‘그놈’이라는 호칭에 유리아의 눈썹이 꿈틀했다.

무능한 아버지 ‘따윈’ 쳐다보지도 못할 사람이다.

그런데 낮잡아 부르다니...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요?”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미래의 사위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고요하게 낚시를 하며 송지혁에 대한 정보를 캐보려고 했지.”

유리아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아버지가 그렇게 자신을 생각하고 있었다니 기뻤던 것이다.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아버지는 아버지였다.

“처음엔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했다. 묻는 질문에 착실하게 대답해주고, 날 존중하는 모습이 보였으니까. 그런데... 부모님 이야기를 하니 버럭 화를 내더구나.”

“부모님이요? 지혁 씨 부모님은 교통사고로 사망하셨는데...”

“알고 있다. 거기까진 순순히 말하더구나. 부모님이 뭘 했는지까지도 잘 대답해줬다. 조상들에 대한 것들도 물어봤지.”

유리아는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조상 얘기가 왜 나온다는 말인가?

그녀가 고개를 갸웃한 채 김태곤의 이야기를 마저 들었다.

“너와 맺어질 사람이라면 혈통이 좋아야하는 게 당연하잖니. 하지만 송지혁이 모른다고 대답했다. 근본이 없는 조상이라 그렇냐고 말했더니 혈통은 잘 모르겠다고 하더구나.”

“.....”

유리아의 표정이 심상찮게 변했다.

하지만 김태곤은 그녀의 표정을 보지도 못한 채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래서 알아오라고, 허접한 집안엔 널 시집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송지혁은 그 말을 듣고 불같이 화를 냈다. 봐주니까 기어오르려는 거냐며...”

“하...”

긴 한숨을 내쉰 유리아.

김태곤이 피식 웃는다.

“그래, 송지혁이 한심했나보구나. 어쨌든 장유유서도 모르는 애송이에게 나 또한 화가 나서 말싸움을 하다가 일방적으로 맞았다. 조만간 고소할 생각이야.”

“아빠!!”

유리아가 버럭 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태곤이 흠칫하며 몸을 뒤로 빼 소파에 등을 기댔다.

“왜... 왜 그러느냐?”

유리아는 자신의 아버지가 이토록 한심할 수가 없었다.

시대가 어느 땐데 조상 이야기란 말인가?

게다가 장유유서라니... 먼저 꼰대짓을 한 게 누구인데...

아직도 왕국의 군주마냥 행동하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정도로 끝내준 게 다행이라도 생각될 정도였다.

지혁은 유리아 자신을 생각해서 손속에 사정을 둔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버지는 지금 쯤 낚시터에 빠져 물고기 밥이 됐을 터였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다니시는 거에요! 조상 얘기는 왜 하셨는데요?”

“네 신랑감이면 당연히 혈통을 따져야지. 아론도 그랬다.”

뿌드득!

이빨을 간 유리아가 신경질적으로 허공에 팔을 휘둘렀다.

“아론 같은 건 집어치워요!”

“무어라...?”

“여기가 왕국인 줄 아세요!? 아니면 아빠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라도 돼요? 일개 인간이고 국민인 주제에 왜 갑인 것처럼 행동하시냐구요!”

“유리야... 너 지금...”

“제가 아빠를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데... 왜 그딴 한심한 짓거리를 하는데요? 왜!? 왜!!”

집이 떠나가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그녀.

엄청난 목소리에 기가 죽은 김태곤이 한 풀 꺾였다.

“난 그냥 널 생각해서...”

“절 생각하면 그냥 가만히 계시라구요! 제가 말했잖아요! 지혁 씨가 거슬려하는 일 같은 건 하지 말라고! 아빠도 동의했잖아!”

“이게 송지혁이 거슬려하는 일이더냐...? 미래의 장인이 물어볼 수 있는 질문...”

“지구인들에게 그런 얘기를 하면 반응이 어떨지 생각은 해보셨어요? 제발 사람 마음을 좀 헤아려보고 말해요! 나오는 대로 막 지껄이지 말고!”

딸의 반항을 더 이상 참지 못한 김태곤이 벌떡 일어났다.

폭행을 당한 몸의 고통이 상당했는지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그녀를 나무란다.

“유리아 엘레나르! 아비가 되어선 이런 것도 못 물어보느냐!?”

“물어볼 수는 있어요! 하지만 방법이 잘못됐잖아요! 대체 뭣도 없으면서 왜 그따위로 말하는데요? 그렇게 물어보면 누구라도 기분이 나쁠 거라고요!”

“네 투정을 받아주는 건 여기까지다! 입 다물고 방에 들어가 근신하도록 해라!”

“제가 아빠가 하란 대로 할 것 같아요? 예전의 아빠는 현명했는데... 왜 이렇게 권위주의적이고 낡아빠진 사고방식을 가지게 됐죠? 지구의 거지같은 물만 먹은 거에요!?”

“네 이년!”

김태곤이 한 발자국 성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유리아는 두려워하는 기색 따윈 하나도 없이 김태곤을 정면으로 쏘아보았다.

그녀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경고한다.

“다시는 저한테 이년이라고 하지 마세요.”

“이익...!”

얼굴이 폭발할 듯 시뻘개진 김태곤.

분노를 했음에도 따지지는 못한다.

유리아는 그런 김태곤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힘이 있어서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한낱’ 인간인 아버지보다 훨씬 강하고, 아버지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에게 반항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버지가 이성적인 판단을 못하는 지금이라면 진실을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유리아가 목소리를 더욱 키웠다.

“이게 아빠 본성이죠? 무능력하지만 권력은 갖고 싶은 한심한 사람! 그래서 타이라트가 침략해왔는데도 병사들을 비롯한 기사, 마법사들을 사지로 내몬 거잖아요!”

유리아는 아버지를 오랜 시간 봐왔기에, 아버지가 찔끔할 때면 눈썹 한쪽을 위로 올리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아버지의 습관이 지금 눈앞에 보이자 유리아가 충격에 빠졌다.

설마 했는데 정말인 것 같았다.

지혁이 말했던 대로, 아버지는 권력을 위해서 타이라트에게 반항한 것이다!

유리아의 눈이 순식간에 습기로 가득 차더니, 이내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흘려대기 시작했다.

“아빠가 엄마를...! 엄마를...!!”

주먹을 꽉 쥔 채로 부들부들 떠는 유리아.

김태곤이 다급하게 말한다.

“유리아 엘레나르! 지금 넌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가있는 상태다! 머리를 식히고...”

“닥쳐! 닥쳐요! 아빠만 타이라트에게 무릎을 꿇었다면 엄마도 살 수 있었어요! 왕국이 멸망할 일도 없었다고요! 대체 왜 그런 거야!? 왜!”

“.....”

김태곤이 겁을 먹은 표정을 지었다.

기세를 탄 유리아가 그를 계속 몰아붙였다.

“지혁 씨한테 한 것처럼 생각나는 대로 지껄여보라고요!”

“머리를 식혀라. 그럼 말해주겠다.”

“지금 당장 말해!”

유리아는 김태곤의 멱살을 잡고 밀었다.

굳게 믿어왔던 아버지가 꼰대 같은 모습을 보여준 것도 모자라서, 지혁이 말했던 것처럼 왕국 멸망의 장본인이라니.

그녀의 눈이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유리아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

지혁의 말을 철석같이 믿으면서, 타이라트가 온갖 사람들을 죽였던 건 기억 저편으로 날려버린 채 눈앞의 아버지에게로만 화살을 돌리고 분노를 쏟아내고 있었다.

김태곤의 입을 꾹 다문 모습도 지혁의 말에 신빙성을 보태주는 요소 중 하나였다.

더 이상 참지 못한 유리아가 김태곤의 목을 아주 강하게 졸랐다.

그러자 김태곤의 동공이 위로 올라가 흰자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커... 커헉...! 유... 리...”

힘겹게 유리아의 이름을 부르는 김태곤.

그에 유리아의 초점이 돌아오고, 화들짝 놀란 그녀가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는 자신의 양손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 나... 나는...! 내가 지금 무슨...!”

혼란스러워하던 그녀는 폭력을 행사함으로서 얻은 쾌락으로 아랫도리가 살짝 젖어온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죄... 죄송해요... 죄송해요...”

떨리는 목소리로 연신 사과를 한 유리아는, 바닥에 주저앉아 켁켁대고 있는 김태곤을 본체만체하며 집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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