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94화 (94/471)

EP.94 발각

현관의 센서가 날 감지하고 주황색 불빛을 발했다.

“음...?”

구두를 벗은 나는 거실에 한 인영이 있자 눈살을 찌푸렸다.

“유리야, 불도 다 끄고 뭐하느냐?”

그 말에 유리아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유리라고 부르니 송지혁이 생각나는 모양이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날 바라보았다.

“아빠...”

“무슨 일이 있었구나. 목소리에 근심이 가득한 것을 보니.”

“이야기 할 시간 있어요...?”

“물론이다. 옷을 좀 갈아입고 오마.”

“네...”

안방에 들어간 난 빠르게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나왔다.

보조전등을 켠 나는 냉장고에서 병맥주를 꺼냈고, 그걸 유리아에게 내밀었다.

“웬 맥주에요...?”

“고민이 깊을 땐 술을 마시면 좋단다. 도수가 낮은 술이라도 머리가 시원해지는 느낌이 나지. 이 몸으로 살아보니 알겠더구나.”

힘없이 웃은 유리아가 맥주를 받아 손으로 병뚜껑을 땄다.

아무렇지도 않게 저러는 모습이 좀 무섭네.

이어서 내 뚜껑도 따준 그녀가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

캬 하는 소리를 낸 유리아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간다.

“진짜 좋네요.”

“그렇지? 건배는 안 해줘서 서운하지만...”

말끝을 흐리고 유리아의 옆에 주저앉은 나는 그녀를 돌아보았다.

“자, 말해보아라. 어떤 근심이 있느냐?”

“.... 아빠.”

“응?”

“힘으로 아랫사람들을 지배하는 방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네 말은... 폭군을 말함이냐? 아니면 모든 통치권을 지닌 전제군주를 말함이냐? 후자라면 답은 나와 있다. 내가 다스렸던 왕국 시절을 생각해보아라. 그 시절이 어땠는지.”

“전자에요.”

“흐음...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 만약 군주에게 압도적인 힘이 있다면 나라를 말아먹지는 않을 게다. 백성들은 군주를 암군이라 평할지언정 말이다.”

유리아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타이라트를 생각하고 있구나.

“저희 왕국은... 그 압도적인 힘을 가진 타이라트에게 멸망했어요. 아시잖아요. 어머님은 물론 아론도, 왕실마법사들도... 이 외에도 전부 마물들에게 죽었다구요.”

“그렇다.”

“원망스럽지 않으세요?”

“당연히 원망스럽지. 매일 놈을 찢어 죽이는 꿈을 꾼단다. 허나 내 감정과는 별개로, 타이라트가 만약 지구를 정복한다면 그는 에란델에서 통치하던 것처럼 여길 훌륭하게 통치할 거다.”

유리아가 믿어지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말도 안 돼... 지금 아빠가 무슨 말을 하고 계신지 아세요?”

“객관적으로 답했을 뿐이다. 타이라트에겐 힘이 있어. 마왕 아래 모인 수많은 마물들이 그에게 충성을 바치지. 마왕이라는 이름이 곧 놈의 힘이다. 그것도 아주 압도적인 힘. 마물들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소릴 들어본 적 있느냐?”

“아, 아니요...”

“매번 이세화 씨와 네게, 그리고 송지혁 씨에게 죽어나가는데도 아무런 반란도 일으키지 않고 명령을 충실히 수행한다. 왜? 마왕이라는 이름이 두렵고, 존경스러우니까.”

“.....”

유리아의 몸이 크게 떨렸다.

송지혁이 했던 ‘존경은 두려움에서부터 나온다.’라는 말과 비슷한 말이 김태곤의 입에서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힘이 모자라다면 정변, 봉기로 인해 군주가 사라지겠지만... 힘이 그 누구도 넘볼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면, 아랫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킬 마음조차 먹지 못할 정도라면... 힘에 의한 지배는 좋다고 본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개인적인 감정을 떼어놓고 생각해보자면... 그렇다. 내게도 놈과 같은 힘이 있었다면 왕국은 멸망하지 않았을 게야. 우리의 힘을 경계한 타이라트가 침략을 할 생각도 못했겠지. 오랜 시간 평화를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

“만약 전쟁이 발발한다고 해도, 내 이름 아래 모인 수많은 강인한 용사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타이라트의 마물과 싸웠을 것이야.”

유리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맥주병이 옆으로 넘어져 맥주가 쏟아졌지만, 그녀는 그딴 건 개의치 않아 했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유리아는 방문을 쾅 닫았다.

난 묵묵히 쏟아진 맥주를 닦아내고 방에 들어가 씨익 웃었다.

유리아는 이제 세 사람에게 이 주제를 물어볼 것이다.

세화, 박사, 그리고 유승현.

김태곤은 타이라트를 두둔했고, 세화도 마찬가지일 터.

반면 박사와 유승현은 폭군에 의한 통치를 반대하겠지.

그러면 구도는 2:2가 된다.

하지만 2:2니, 4:0이니 하는 숫자놀음은 중요하지 않았다.

진짜 중요한 건 바로 믿음의 정도.

유리아는 이미 절대적인 존재로 각인된 송지혁 다음으로 김태곤을 가장 믿는다.

그 다음은 각각 세화, 유승현, 박사 순이나, 이 셋을 합쳐도 아버지인 김태곤의 신용도와는 차이가 컸다.

더군다나 유리아는 이미 내 패도에 동화되어가는 상태다.

쉽게 말해 유리아는 세 사람에게 어떤 대답을 듣든 김태곤의 의견에 따라간다는 것이다.

현재 김태곤의 대답 때문에 충격을 받은 상태이긴 하지만, 그것만 정리된다면 진심으로 내게 마음을 열 터였다.

**

다음 날 저녁, 유리아는 유승현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승현 씨.

-안녕하세...

유승현은 인사를 하다 말고 멈칫했다.

유리아의 손톱을 봤구나.

연한 빨간색. 게다가 놈은 지금 유리아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보고, 그녀가 비스트 슬레이어임을 아는 상태.

생각이 있다면 수상하다고 확신할 것이다.

어디 한 번 계속 보자.

-왜... 그러세요?

의아한 표정을 지은 유리아의 질문.

유승현이 답한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손톱 새로 하셨네요...?

그 말에 유리아가 쑥스러워하며 자신의 손을 만지작거린다.

-아, 네. 어때요?

-잘... 어울리십니다...

-전혀 그런 표정이 아닌데요?

-잠깐 음... 직장 일이 생각나서요. 식사하시러 갈까요?

유승현이 고개를 털어내고 다시 밝은 얼굴로 돌아왔다.

멘탈이 터질 줄 알았더니 고작 머리를 한 번 턴 것만으로 원상복구 된다?

이거 예상외로 많이 성장했는데?

두 사람은 한대거리를 나와 보도를 걸어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유승현이 예약한 곳은 제법 좋은 레스토랑이었다.

손님들도 점잖고, 고풍스런 분위기가 풍기는.

유리아의 의자를 빼주는 매너를 선보인 유승현은 자리에 앉았다.

-감사해요.

원래라면 다소 과보호 느낌을 풍기는 행동이었겠지만, 유리아는 좋아했다.

저 모습에서 아론이 그려진 것 같다.

유승현은 곧 웨이터에게 음식을 주문했다.

능숙한 솜씨. 유승현의 입장에선 낯선 장소임이 분명한데도 주문하는데 버벅거림이 없다.

미리 조사를 해서겠지. 제법이다.

주문을 끝낸 유승현은 웨이터가 사라지자 유리아에게로 머리를 가까이 가져갔다.

-저... 유리아 씨.

-네?

-저한테 할 말 없으신가요?

-무슨... 할 말이요?

-중국에서 레오나와 함께 괴물들을 물리친 새로운 비스트 슬레이어, 이거 유리아 씨 맞죠? 세계연합의 성명서를 읽고 확신했어요.

유승현의 속삭임에 유리아가 눈을 크게 떴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어떻게... 아셨어요?

-외견은 조금 다르지만... 전 유리아 씨를 가까이서 보는 걸요. 아주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이름도 똑같더라고요. 비스트 슬레이어 유리아라고... 그럼 모를 수가 없잖아요.

유리아는 침음을 삼켰다.

고개를 돌리고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니 이름 정도는 가명으로 할 걸... 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유승현이 말을 이었다.

-놀랐습니다. 당신이 세화... 아니, 레오나와 동료였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어깨를 흠칫 떤 유리아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세화를 아세요...?

그녀는 유승현에게 송지혁이라는 이름만 들었지, 세화의 이름은 듣지 못한 상태다.

저번에 공원에서 나에게 따질 땐 그녀 스스로 세화를 유추해낸 것이고, 유승현에겐 말을 하지 않았었다.

그러니 모르는 척하는 게 맞았다.

-예. 사실 제 전 여자친구가 세화입니다.

-네...?

유리아는 입을 쩍 벌렸다.

놀란 연기 한 번 죽이는구나. 세화보다 연기력이 뛰어나다.

유승현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니라... 여쭤볼 게 있어요.

-뭐, 뭔데요...?

-제게 일부러 접근하신 겁니까?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실제로 유리아는 유승현에게 일부러 접근을 했고.

아론의 환생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접근을 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어쨌든 일부러 다가간 건 맞았다.

또한 헤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세화의 동료인 유리아가 자신에게 호감을 보인다?

누구라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공교롭게도 손톱 색까지 세화와 같았으니... 자신을 갖고 논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으리라.

-전...

침을 꼴깍 삼킨 유리아는 유승현의 진중한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놈의 눈빛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만약 자신이 했던 가정이 사실이라면 실망할 테지만, 말을 듣기 전까진 섣불리 판단하지 않겠다고.

입을 뻐끔거리던 유리아가 실토한다.

-일부러 접근했어요.

-그렇군요. 솔직하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방금 세화 이야기를 꺼냈을 때 놀라셨던 행동은 연기였나요?

-아뇨. 절대 아니에요. 당신이 세화와 사귀고 있었다는 건 정말 꿈에도 몰랐어요. 제가 승현 씨에게 접근한 건... 환생 때문이에요.

-환생...? 그 저번에 말씀하셨던 환생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그것과 관련이 있어요. 지금은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언젠가... 언젠가 꼭 솔직하게 말할게요.

유리아의 말투엔 진실성이 담겨 있었다.

유승현은 그답지 않게 매서운 눈빛으로 유리아의 표정을 바라보다가, 이내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믿겠습니다. 접근하신 이유 중에 세화가 관련돼있지는 않으시다는 거죠?

-하나도 관련 없어요.

-그거면 됐습니다.

둘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음식이 도착했다.

육즙이 좔좔 흐르는 스테이크와 와인.

서버가 음식을 내려놓고 가자, 유승현이 나이프를 들고 밝게 웃었다.

-먹을까요?

-네.

자칫 분위기가 가라앉을 뻔했지만, 유승현은 식사 도중 열심히 아가리를 놀려 복구시켜놓았다.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디저트가 나오자 서로를 향해 마주 웃었다.

이제 슬슬 유리아가 질문을 던질 때가 됐는데...

-저... 승현 씨.

-예?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만약 승현 씨가 군주인데, 힘으로 아랫사람들을 찍어 누르면서 나라를 다스린다면 어떨 거라고 생각하세요?

유승현이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저번처럼 유리아의 뜬금없는 질문을 받아 당황한 것이다.

하지만 이내 깊은 고민에 빠졌다.

묵묵히 디저트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그가 담담한 어조로 답한다.

-이런 쪽은 잘 모르지만 저는 반대입니다.

-왜요?

-백성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게 끝이에요.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왜 백성들이 고통 받을 거라 생각해?

내가 잘 다스려주면 되잖아.

-음... 그러시구나.

유승현은 맥이 빠지는 대답을 했지만, 유리아는 만족했다.

유승현의 말투에서 진심으로 아랫사람들을 생각하는 느낌이 풍겨왔기 때문.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밀회를 우연찮게 목격한 척하기 위해서였다.

원래는 조금 더 재놓았다가 나타나려고 했는데, 유승현의 성장세가 가팔라.

여기서 더 멘탈이 단단해지면 놈을 장난감으로 삼지도 못하고 오히려 귀찮아질 거다.

그러니까 그냥 죽이자.

**

유리아의 가슴 속에서부터 쿵! 하고 심장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만큼 그녀는 충격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유승현과 유리아가 레스토랑을 나가는 시점에 맞춰 레스토랑 앞을 지나친 나는, 두 사람을 보고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어? 송지혁 씨 아니세요?”

어리둥절한 얼굴로 날 바라보던 유승현이 이내 밝은 낯으로 다가와 손을 내민다.

“긴가민가했는데 송지혁 씨가 맞네요. 정말 반갑습니다. 몇 달 전에 파전집에서 만나 뵙고 처음이죠? 이렇게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난 표정을 풀고 유승현이 내민 손을 맞잡았다.

“유승현 씨죠? 정말 반갑습니다. 그런데... 저분은...”

내 시선이 유리아에게로 가자, 그녀가 어깨를 흠칫 떤다.

그녀보다 앞에 있어 그 반응을 보지 못한 유승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데이트하고 있습니다.”

“데이트요...? 분명 유승현 씨는 세화하고...”

“아... 세화랑은 그... 헤어졌습니다.”

“그, 그래요...?”

당황해하는 내게, 유승현이 부드럽게 웃었다.

“연락 못 받으셨나보네요.”

“예... 대학도 휴학계를 냈고... 일이 좀 바빠서 동기들과 연락을 못하고 있거든요...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전 괜찮아요. 너무 신경 쓰시지 마십시오.”

안 써 이 새끼야.

널 죽일 궁리만 하고 있었단다.

“아,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송지혁 씨 덕분에 빚도 다 갚고... 건실하게 살고 있어요.”

유승현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뇨.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그런데... 저분 어디 아프신가?”

“예?”

“유승현 씨와 데이트를 하시는 분이요. 얼굴이 너무 빨간데...”

그 말에 유승현이 뒤를 돌아보며 화들짝 놀랐다.

유리아의 얼굴이 곧 폭발할 정도로 시뻘겋게 변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유승현이 그녀에게 다가가 묻는다.

“유리아 씨, 괜찮아요? 어디 아프세요? 체라도 하신 건가?”

“네...? 네!?”

그렇게 거짓말을 해놓고 나랑 마주치니까 당황스럽겠지.

앞길이 캄캄하기도 할 테고,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도 못할 거다.

유리아가 얼굴을 부르르 떨더니 고개를 가로젓는다.

“저, 전 괜찮아요...”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괜찮다니까요...?”

미간을 구긴 그녀. 유승현이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아, 예...”

그 틈을 탄 나는 두 사람에게 다가갔고, 유승현에게 말했다.

“전 이만 가보려고 합니다. 약속이 있었거든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유승현이 답한다.

“저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혹시 연락처를 얻을 수 있을까요? 꼭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데, 세화한테는 송지혁 씨의 연락처를 물어보기가 조금 껄끄러워서... ”

“아닙니다. 일이 많이 바빠서 언제 시간이 날지 몰라요. 그냥 오늘처럼 우연히 또 만난다면 그때 커피라도 한 잔 하죠.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이만 가볼게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유승현은 다시 한 번 내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예전이었다면 어떻게든 날 붙잡으려 했을 텐데, 간단한 감사인사만 남기는 걸 보니 확실히 어른스러워졌구나.

뭐, 이젠 상관없어졌지만.

인자하게 웃은 나는 유승현에게 귀를 가져다대고 속삭였다.

“그나저나 부럽네요.”

“예...?”

“저분 너무 예쁘잖아요.”

“아...”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쪼개는 유승현.

유리아는 우리의 속닥거림을 들었는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린 내가 말했다.

“수고하세요.”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난 대충 손을 흔들어주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휴대폰에서 불이 났다.

유승현과 헤어진 유리아가 내게 전화를 걸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전화를 무시한 나는 간결한 톡만 하나 남겨놓았다.

[의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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