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68화 (68/471)

EP.68 유리아 공략 사전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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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쓰레기, 저기도 쓰레기, 주변이 온통 쓰레기들뿐이다.

자신이 왜 이런 놈들을 지키겠다고 나섰을까?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동시에 세화는 자신이 정의의 용사라는 숙명에서 벗어나도록 개안시켜준 주인에게 엄청난 감사를 느꼈다.

그분을 섬기는 것보다 더한 기쁨은 없다.

그분과 함께라면 지고한 행복만이 기다리고 있다.

세화는 다시 태어나기 직전의 그 순간을 상기했다.

주인의 위에서 허리를 튕기는 순간을.

한 번 찔릴 때마다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면서 찾아왔던 충성심과 쾌락.

모든 것을 바치고 타락하고 싶다는 영혼의 외침.

주인의 마력과 감응해 자신이라는 존재가 녹아내리고 새로이 쓰이는 느낌.

그야말로 최고의 열락이었다.

‘주인님... 당신께 영원한 충정을 바쳐요.’

주인의 심복으로서 그분이 지배하시는 세계... 더 나아가 우주를 위해, 그분의 패업을 위해 모든 힘을 바칠 것이다.

그녀가 굴복의 맹세를 다시금 되뇌는 순간,

큐웅...

‘아아...!’

아랫배가 기분 좋게 쑤시더니 환희의 경련이 찾아왔다.

승현과의 약속장소로 가고 있던 세화는 벽에 손을 짚고 잠깐 헉헉거렸다.

이것만으로도 절정에 다다를 것 같아서였다.

절로 허벅지가 오므려지고, 음탕한 미소가 튀어나온다.

“세화야!”

그때, 저 멀리서부터 듣기 싫은 목소리가 세화의 귀를 파고들었다.

승현이었다.

벽에서 손을 뗀 그녀는 자신에게 뛰어온 승현을 보고 방긋 웃어주었다.

인위적인 미소. 하지만 승현은 눈치채지 못했다.

“왔어?”

“응. 근데 세화야... 너... 뭔가 인상이 많이 바뀌었는데?”

바뀐 눈매를 보고 낯선 느낌을 받았으리라.

세화가 변명했다.

“화장을 바꿔서 그런가봐.”

승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확실히 오늘의 세화는 화장이 달랐다.

소프트보다 조금 더한 스모키 화장으로 눈매를 감췄는데,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옷차림이 너무나 과감했다.

민소매와 어울리는 짧은 스커트, 굽이 높은 구두로 섹시한 코디를 연출한 세화.

점점 과감하게 바뀌고는 있었지만 이토록 큰 변화는 준 적이 없었기에, 승현은 세화가 그녀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늘씬한 다리를 바라보고 침을 삼킨 승현이 물었다.

“너 이 옷차림... 너무 과감한 거 아니야?”

“너 좋으라고 입은 건데, 싫어?”

“싫진 않지만... 난 좀 가리는 게 좋은데...”

짜증날 정도로 보수적이다.

당장 목을 따버리고 싶을 만큼.

승현을 사랑하는 마음? 그딴 건 오래 전에 사라졌다.

좋아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다시 태어난 이후 완전히 없어졌다.

그에겐 일말의 정조차도 남아있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런 인간과 서로 사랑을 하며 살았다니... 정말 끔찍했다.

세화는 자신을 구원해준 주인에게 또 다시 감사함을 느꼈다.

주인이 모든 일을 계획하고 자신을 빼앗아갔다고 들었을 땐 기뻐서 소름이 돋았다.

그런 정성을 들여가면서 자신을 원할 정도였으니까.

‘유리아에게 넘길 때까지만 참으면 돼.’

사랑해 마지않는 주인이 그랬다.

유리아를 이블 발키리로 만들어 첩실로 삼을 것이라고.

정실과 첩실은 엄연히 다르다. 위계도 세화 자신이 위일 거라고 확답을 받았다.

유리아의 성향을 받아줄 정도까지 승현을 조교시킨 후 헤어져도 된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때까지만 참으면 된다.

이건 성적 취향이 나쁜 유리아가 승현에게 그 성향을 풀고, 주인에겐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순종적으로 변하도록 하기 위한 포석.

성실히 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유승현을 조교하는 일에 재미도 붙이기로 다짐했다.

왜? 주인이 원하는 일이니까.

자신은 소중한 주인의 뜻대로 움직이는 존재.

그분이 하라면 어떠한 일이든,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할 것이다.

어쨌든 주인은 승현을 섭 성향으로 조교하고 싶어 한다.

그럼 그에 걸맞게 행동해야겠지.

생각을 마친 세화가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

“싫어도 적응해.”

“세화야.”

갑작스레 진중하게 바뀐 그의 목소리.

세화는 승현을 올려다보았다.

“왜?”

“난 언제나 네 편이야.”

“무슨 소리야?”

“그냥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어.”

지금 승현은 자신이 놀이공원에서 급하게 떠났던 일이 잘 풀리지 않았고,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아 패션에 변화를 준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대놓고 비스트 슬레이어의 일을 말하기엔 자신이 싫어할 테니 돌려서 말하는 거다.

의외라는 듯 승현을 바라보던 세화가 말한다.

“어른스러워졌네?”

그 말처럼 진지한 고백을 하는 승현은 어른스러워졌다.

말투도, 표정도. 여러 실수와 실패를 겪어 성장했다.

지금 저 모습이 예전의 승현이었다면 자신은 지금까지도 성스러운 인류의 수호자였을 터였다.

그럼에도 송지혁의 모습으로 변한 주인에게 모든 걸 다 바쳤겠지만.

세화는 환하게 웃었다.

승현이 대견해서도, 저 격려를 들어 기뻐서도 아니다.

그저 저렇게 어른스럽다면 유리아의 성벽도 잘 받아주겠지... 라는 의미에서였다.

“고마워.”

쑥스러운 듯 뒷머리를 긁적이고 얼빵한 미소를 짓는 승현.

부디 유리아와 예쁜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 생각한 세화가 왼손을 내밀었다.

“잡을래?”

승현은 말없이 손을 맞잡고 깍지를 껴왔다.

그러다 흠칫한다.

“손이 왜 이렇게 차? 원래는 따뜻했는데... 수족냉증이라도 왔나?”

재미있지도 않은 올드한 농담을 건네는 그에게, 세화가 밝게 웃어주며 반문한다.

“글쎄? 왜 그럴까?”

“오늘 낯서네. 패션이 그래서 그런가? 말투도 뭔가...”

“됐고, 오늘...”

세화는 승현의 귀에 입술을 가져다대고 속삭였다.

“손으로 한 번 해줄게.”

그 말에 승현이 고개를 홱 돌린다.

얼굴엔 당황함이 묻어있었다.

“지, 진짜? 그...”

주위를 두리번거린 승현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을 잇는다.

“디바이스 에너지가 떨어진 거야?”

“그건 아니야. 계산적인 네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서... 그냥 즐겨줬으면 해. 이게 조건이야.”

오늘따라 퇴폐미를 물씬 풍기는 세화.

그런 그녀를 보던 승현이 침을 꼴깍 삼키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냥 즐기자.”

이후 약지에 낀 노예 반지의 겉을 바라보고 묻는다.

“여전히 잘 어울린다. 샤워할 때는 빼? 금이 조금 벗겨졌나? 흰색이 보이는 것 같아.”

이건 승현이 사준 도금반지가 아니라 주인이 사준 순금반지인데 흰색이라니.

속으로 승현을 가득 비웃은 세화는 그의 팔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돌렸다.

“요즘 운동해? 팔이 굵어진 느낌이네?”

“다 지방이야. 헬스장 끊긴 끊었는데...”

“헬스장? 언제 끊었는데?”

“어제.”

“그래? 열심히 해.”

“그러려고. 근데 어디로 놀러갈까?”

“음... 일단 백화점부터 들르자.”

“백화점은 왜?”

“네 옷 좀 사려구. 얼른 가자.”

세화는 다른 손으로 승현의 팔짱을 껴왔다.

오늘따라 스킨십도 과감해진 그녀의 가슴 감촉을 느낀 승현의 아랫도리가 조금 솟아오른다.

“그래... 가자.”

두 사람은 그렇게 다정한 커플처럼 거리를 거닐었고, 주변에 보이는 큼지막한 백화점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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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아...”

한숨을 푹 내쉰 나.

굳은 얼굴로 내 앞에 서있던 박사가 얼굴을 찌푸린다.

“윽...! 무슨 술 냄새가...!”

“왜... 불렀어요?”

취기가 오른 표정으로 물으니, 박사가 한숨을 푹 내쉬며 반문한다.

“하아... 대낮부터 얼마나 마신 거야?”

“몰라요... 소주 네다섯 병...?”

“많이도 마셨네. 여기 연구실은 어떻게 제대로 찾아왔대?”

“그냥... 택시로 근처에 내린 다음 걸어왔... 우욱...!”

토가 나오려는 척을 하자, 박사가 황급히 쓰레기통을 내 앞으로 가져왔다.

한동안 욱욱거리며 구역질만 하던 내가 그 쓰레기통을 치웠다.

“됐어요... 이제 괜찮아진 것 같아...”

“어제도 술 마셨니?”

“네... 아니요... 아닌가? 마셨던 것 같아요...”

“괜찮아지긴 무슨...”

박사는 이마를 짚었다.

대충 답이 나오지? 지하시설 사람들을 죽인 건 세화가 아니라 나라는 게.

네 옆엔 추적용 마물이 있단다. 네가 뭘 하든 난 전부 알 수 있어.

그러니까 괜한 의심은 접고, 내가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한 거라 확신하고 동정해라.

“지혁아.”

쏭이 아니라 지혁이랜다.

작전이 제대로 먹혀들어간 것 같다.

의자에 앉은 내가 풀린 눈을 한 채 상체를 이리저리 움직이고만 있자, 박사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시리아의 인체실험시설을 불태운 게 너였니?”

“.....”

얼굴이 싹 굳은 나.

박사가 황급히 말을 돌리려고 한다.

“대답하기 싫으면 대답하지 않...”

“.... 으흐흑!”

하지만 내가 얼굴을 감싸고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하자, 낭패한 표정을 짓고는 날 껴안고 진정시켰다.

“미안해. 미안하다, 지혁아.”

“흐윽... 으아아아!!”

그녀의 품에 안겨 괴성을 내지르니 박사가 등을 쓰다듬어준다.

흐음... 역시 풍만한 가슴이라 그런지 느낌이 나쁘지 않구나.

잠깐 이렇게 있어야겠다.

난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박사의 품에서 환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내 울음이 멎어가자, 박사가 날 일으켜 세우더니 자신의 방을 내어주었다.

“조금 자. 자고 일어나서 다시 얘기... 아니, 일단 자고 있어.”

띵띵 부은 눈을 한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네 시간 정도 쉬었다가 일어나면 괜찮겠지?

난 엎드려 누워 곤히 자는 척했다.

중간중간에 박사가 문을 슬쩍 열고 확인했는데, 내가 또 울까봐 걱정을 하는 게 분명했다.

네 시간하고도 십분. 이쯤이면 됐다고 생각한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척 이마를 짚는 연기도 잊지 않았다.

“일어났어? 술은 좀 깼고?”

이블리언 게이지가 있는 모니터를 주시하다가 날 돌아본 박사.

애초에 취한 적도 없단다.

“네... 제가... 그... 죄송합니다. 지저분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말았네요.”

“괜찮아. 씻고 올래?”

“그럴게요.”

욕실에 들어가 몸을 씻은 내가 수건으로 머리를 닦아내며 밖으로 나오니, 박사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리고는 다급하게 소리친다.

“야! 옷 입어야지!”

내 몸이 완전한 나체였기 때문.

박사를 골려주기 위해 일부러 한 행동이었다.

절륜한 거시기를 보라는 의도도 있었고.

“예? 아...”

어벙한 감탄사를 내뱉은 내가 말을 이었다.

“죄송합니다. 집인 줄 알고...”

“됐으니까 옷부터 입어! 빨리!”

“예.”

느릿느릿 옷을 주워 입은 나는 박사의 곁으로 다가갔다.

상황판 의자에 털썩 앉은 내가 다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아무리 편하다고 해도 그렇지... 그렇게 다 벗고 다니면...”

“그게 아니라... 시리아에서의 일을 말한 겁니다.”

그 말에 박사의 표정이 일변했다.

내가 그 일에 대해 말할 준비가 되었음을 확인한 그녀는, 가슴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제가 무슨 생각으로 그랬던 건지 모르겠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죠. 인간의 탈을 쓰고 저런 짓을 벌인 놈들을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 그 때문에 술에 절어있었던 거야?”

“쉰 명이 넘었잖아요.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니, 널 탓할 생각은 없어. 솔직히 말하자면 네가 펑펑 울면서 사실을 시인한 시점에서, 레오나가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그렇군요...”

“만약 그 자리에 있었던 게 나라도 너처럼 했을 거야. 네게 그 실험 이야기를 들었던 것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끼쳤으니까. 인간이 아닌 놈들이었어. 같은 공기를 마신다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날 수준이었다고. 인간이 아니라 악을 처단했다고 생각하면 편해질까?”

“.....”

“내가 아까 화나있었던 건...”

내 흔들리는 눈동자를 본 박사는, 옆에 있던 물을 한 모금 들이켠 뒤 말을 이었다.

“네가 내게 거짓말을 해서야. 그 짐을 혼자 짊어지려고 해서 화난 거지.”

“.... 네...”

“앞으론 꼭 솔직했으면 좋겠다.”

아니, 널 떨어뜨릴 때까지 거짓말을 밥 먹듯 할 거야.

그냥 떨어뜨리면 재미없으니까 천천히 날 사랑하도록 만들어주지.

고맙게 생각해라. 이용가치가 거의 없어지다시피 한 널 시종으로 삼으려는 나의 이 자비로움에.

“예, 박사님...”

“세화는 어때?”

“조금 나아진 것 같아요. 그래도 아직 가슴아파하고는 있지만...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 생각해요. 이 일은 세화에겐 비밀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세화는 그들이 잡혀간 줄 알거든요.”

“알았어. 너는 지금 어떻고?”

“박사님의 위로를 받으니까 많이 괜찮아졌어요. 그 악을 처단했다는 말씀... 그게 큰 도움이 됐어요.”

“다행이네.”

대화를 멈춘 우리.

난 박사를 강렬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가 시선을 슬쩍 피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남은 일 몇 가지를 더 처리하고 유리아에게 집중하자.

솔직히 지금 상황까지 왔으면 유리아를 잡아놓고 조교시켜도 된다.

세화가 완전히 타락한 지금은 주변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설상가상으로 유리아는 디바이스 에너지가 없는 상태.

이블 발키리로 변신한 세화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다.

하지만 유리아의 정신력은 무척 강하다.

아이테르까지 귀속된 상태라 더더욱.

더군다나 나는 유리아의 원수.

강제로 몸과 마음을 다 바치게 하는 시간보다, 세화의 경우처럼 디바이스를 조작한 후 배덕감을 쾌락으로 변하게 하고, 스스로의 의지로 떨어지도록 하는 게 더 빠르다.

결정적으로 그냥 잡아다 교육하면 강대한 힘을 가진 비스트 슬레이어를 내 수하로 만들 수 없다.

마르셀라의 아이테르 복제 연구가 충분하다면야 상관없겠지만, 이건 아예 제자리걸음 수준이니... 본모습으로 유리아를 조교하더라도 최소한 그녀의 아이테르를 개조한 상태는 되어야 진행이 편할 테지.

또 하나, 이제 마르셀라가 아이테르 디바이스를 제작할 수 있는 만큼, 나머지 것들을 다 찾아와야겠다.

캐롤라인과 셀린은 아직 존재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로제는 지구에 살고 있다.

로제의 아이테르를 먼저 침식시키고, 유리아를 공략 완료한 뒤에 바로 시작해주마.

내 곁에서 영원히 함께하며 전 우주를 정복해나가는 이블 발키리들을 생각하니 절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나저나 지금쯤 세화가 유승현의 성향을 변화시키고 있겠지? 즐겁게 감상해야지.

승현아, 조금만 참아줘라.

로제를 타락시키는 데에도 이용하려 했지만... 세화의 타락이 앞당겨졌으니 유리아의 성향만 살짝 받아주는 정도까지만 쓰고 완전히 놓아줄게.

그 이후에 자유의 몸이 돼라. 넌 그럴 자격이 충분해.

다음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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