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65화 (65/471)

EP.65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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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는 지독한 악몽을 꾸고 있었다.

시리아의 어느 지하시설에서 행해진 실험.

그 끔찍한 결과물,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 기억이 꿈에 선명히 나오고 있다.

‘우으으... 싫어...’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그럴 수 있는지.

눈으로 시체를 볼 때마다 구역질이 나고 슬퍼서 미쳐버릴 것 같다.

그러다 자신의 옆에 있는 지혁을 보았다.

[네가 지키고자 했던 인간들이 이런 일을 벌였어.]

굳은 얼굴로 그리 말한 지혁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등을 돌린다.

그리고 천천히 멀어진다.

마치 영영 세화 자신의 곁을 떠나는 것처럼.

‘우으으... 지혁아...’

입을 뻐끔거려보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가 자신을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지마... 가지마아...’

그 마음이 닿은 것일까?

지혁이 다시 몸을 돌려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지혁에게 달려가 안겼다.

지혁은 그런 자신의 머리를 언제나처럼, 정성스레 쓰다듬어주었다.

그러더니 목소리를 낮게 깐다.

[인간들은 원래 이래. 상종할 가치도 없는 것들이지.]

지혁의 얼굴엔 슬픔이 가득했다.

저런 표정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미어진다. 지혁을 저렇게 만든 인간들에게 혐오심이 싹튼다.

[차라리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마물들이 더 낫다고 봐.]

‘그건... 아니야...’

[아니라고? 아무런 보답도 바라지 않고 인류를 구원해주는 널 보고 인간들이 뭐라고 했지? 어떤 국가와 뒷거래를 했다고 했잖아. 그 때문에 일부러 오지 않는 거라고도 했지. 익명이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널 비난하거나 희롱하고, 위선이라는 가면을 쓴 채 착한 척을 하면서, 뒤에선 이런 일들을 벌이고 있었어.]

‘.....’

마물... 처단해야할 적이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지혁의 말을 듣자니 확실히 인간들보다 더 낫다고 여겨진다.

[이런 놈들을 지켜줄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없는 편이 세계평화에 더 도움이 되지 않겠어? 지금까지 네가 해왔던 일들은 모두 쓸모가 없었던 거야.]

괴롭다, 너무 슬프다.

하지만 지혁의 말이 맞다.

열심히 전 세계를 뛰어다니며 마물들을 처단해도 인간들은 더 많은 것을 바랄 뿐이었다.

[마왕 타이라트는……]

지혁의 표정이 유순해지며 무언가를 이야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타이라트의 이름 넉 자를 들은 순간부터 뒷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

숨이 가빠져오면서 심장이 두근거린다.

이 기분은... 분명 환희였다.

‘하아... 하아...’

[오직 내 말만 믿어... 타이라트는 구원자... 아플 때마다 날 떠올려... 내게 복종해... 내가 원하는 것... 네가 원하는 것...]

타이라트는 구원자.

가슴이 아플 때마다 그를 떠올리면 돼.

오직 그의 말만 믿어.

그에게만 복종해. 타이라트가 원하는 게 곧 내가 원하는 일이야.

‘아으으... 흐아아...’

가슴이 찡해져와 저도 모르게 그곳으로 손을 가져간다.

지혁을 올려다보니 자비로운 미소를 짓고 있다.

[그래, 세화야. 나야.]

‘아아아...’

자신 같은 미천한 존재를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살펴주고 있는 것 같은 이 목소리.

이 목소리를 들으니 비로소 마음에 평온이 찾아온다.

하지만,

‘앗...?’

일순 지혁의 이목구비가 사라졌다.

마음이 순식간에 절망으로 물들고 다급해진다.

발을 동동 구르고 있자 이목구비가 다시 나타난다.

이번 얼굴은 지혁과 달랐다.

얼굴형은 비슷하지만 동공도 다르고, 콧대도, 입술도 다르다.

그러나 익숙했다. 지혁을 볼 때처럼 마음이 안정된다.

그리고 자신은 저 고귀한 존재를 알고 있었다.

‘타이... 라트...? 주인... 님...?’

무심코 중얼거린 그 말에, 타이라트가 인자한 웃음으로 고개를 한 차례 끄덕인다.

[맞아. 타이라트야.]

절로 얼굴이 몽롱해지면서, 타이라트에게 꽉 안겼다.

지혁처럼 탄탄한 가슴의 느낌도, 등을 쓰다듬어주는 큼지막한 손길도 너무 좋다.

‘지혁이... 타이라트... 주인님... 너무 좋아요...♡’

[사랑해.]

‘흐응...♡’

행복하다. 지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

그만큼 감미로운 사랑고백이라고 느껴진다.

‘사랑해... 사랑해요...’

[이제 깨어나.]

싫다. 깨기 싫다.

영원히 여기서 함께 있고 싶다.

하지만 그의 말은 절대적. 명령을 들어야 한다.

[나는 네 눈앞에, 그리고 마음속에 있을 거야.]

아아... 안심이 된다.

깨어나자. 눈앞에 주인님이 계실 테니까.

‘네...’

대답을 한 순간, 지혁의 몸이 빠르게 멀어진다.

주변이 빠르게 휙휙 지나가는 것이 마치 가상현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면서 방금의 기쁜 기억이 점점 사라지고 애틋해진다.

‘싫어... 안 돼... 주인님... 가지마... 절 떠나지 마세요... 싫어!’

소리를 지르고 싶다.

목 깊숙한 곳에서부터 우렁찬 울림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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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악!”

비명을 내지른 세화가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식은땀을 줄줄 흘린 채로 어두컴컴한 방 안을 둘러보던 세화는, 이내 자신의 눈앞에 있는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한다.

그녀를 향해 방긋 웃어준 내가 물었다.

“잘 잤어?”

내 목소리를 듣고 낯빛이 밝아진 그녀가 돌연 내게 꽉 안겨온다.

“지혁아... 나 무서워...”

“악몽이라도 꾼 거야?”

“악몽...?”

아니, 악몽이 아니야.

내가 한숨 자고 일어나면 상쾌할 거라고 했잖아.

“아니... 기분 좋아...”

그래. 달콤한 기분. 구름 위를 떠다니는 기분을 느꼈을 거다.

또한 꿈이 으레 그렇듯 잡으려고 해도 잡히지 않는 느낌이겠지.

내가 했던 모든 말은 세화의 무의식 속에 조각처럼 흩어져 자리해있고, 이미 진실한 신앙이 됐다.

그 기억의 편린을 모두 찾아주면 세화 스스로 조립을 시작할 터.

그게 완성되는 순간이 진정한 타락 완료라고 할 수 있다.

“그럼 뭐가 무서웠는데? 비명은 왜 지른 거야?”

그때, 세화의 예쁜 눈동자 두 개에 내 얼굴이 담긴다.

“너와... 관련돼있었던 것 같아. 근데 지금 몇 시야?”

“새벽 한 시.”

“난 언제부터 잤어?”

“하루 종일.”

“아...”

“물 마셔.”

탁상에 놓인 미지근한 물을 건네니, 세화가 조심스런 손으로 컵을 받는다.

“고마워...”

내게 감사인사를 한 세화는 물을 두세 모금 들이켜고, 컵을 다시 탁상에 놓으려고 했다.

“전부 마셔.”

“아, 응...”

순종적으로 대답한 세화가 물을 꿀꺽꿀꺽 마신다.

눈을 찌푸리면서도, 더 마시고 싶지 않은데도 내 말에 따르는 것이다.

힘겹게 컵을 비운 세화가 날 바라본다.

나는 세화의 턱을 잡아 그녀의 입술에 엄지를 대고 살살 문질렀다.

“잘했어.”

“우우응...”

내 칭찬에 양 볼이 상기된 세화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칭찬을 받으니 기쁜 모양이다.

“지혀가아... 나 쉬 마려어...”

입술이 눌려있어 웅얼거리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싸고 와.”

“우응...”

엄지를 놓아주자 속옷차림의 세화가 화장실로 걸어간다.

문을 닫지도 않고 쪼르르 소변을 본 세화는, 아래를 깨끗하게 닦아낼 때까지, 다시 돌아올 때까지도 내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자리에 누워있는 내 옆에 당연한 듯 다가온 세화.

내 팔을 제 머리 뒤로 가져가 팔베개를 하기까지 한다.

그렇게 세화는 아무 말 없이 한참 동안이나 날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약 30분 정도 지났을까? 세화의 말문이 열린다.

“지혁아.”

“응?”

“나... 비스트 슬레이어 그만둘까? 네가 싫어하는 것 같아서...”

예전이었다면 이런 말은 하지도 않았다.

비스트 슬레이어 일은 세화의... 아니, 레오나의 존재의의라고 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현재의 세화는 자신의 정의보단 내 마음을 우선적으로 살피려는 성향이 강하다.

“내가 왜 비스트 슬레이어 일을 싫어한다고 생각해?”

“그야... 음...”

어제 시리아에서 내가 했던 말이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 같다.

하긴, 꿈이라고 생각하는 중일 테니 그럴 만도 하다.

기억해내면 된다. 넌 할 수 있어.

“몰라요... 잘 모르겠어... 기억이 안 나.”

“박사님이 반대할 걸? 아이테르도 귀속되어 있잖아.”

“신경 안 써...”

난 세화의 옆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내 손길을 느끼고 눈을 감는 모습이 예쁘다.

“일은 계속해. 하지만 네가 비스트 슬레이어 일을 하는 건, 마물들을 처단하기 위해서가 아냐. 오로지 날 위해서 하는 거지.”

“널 위해서...?”

“그래, 나만을 위해서 움직이는 거야. 다른 사람들의 얘기 따윈 듣지 마. 내 명령만 들어.”

세화의 몸에 힘이 쭉 빠진다.

호흡이 안정되면서 포근한 미소를 짓는다.

날 따른다고 생각하니 기분도 좋고, 마음도 편해지지?

“응... 네 명령만...”

“날 위해서라면 그 어떠한 일이든 해.”

“응...”

세화는 어떠한 일이란 게 무엇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만족스레 웃은 내가 말했다.

“네 입으로 직접 말해봐.”

“나는... 널 위해서라면 그 어떠한 일이든 할 거야.”

“그게 이세화가 끔찍이 싫어하는 일이라도?”

“네가 원하는 일이라면 나도 원해. 그럴 일은 없어...”

“네게 있어서 나는 누구지?”

“응? 그야 지혀... 으읏!”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는 세화.

생각해내. 영혼 깊숙한 곳에 새겨진 네 기억을.

잠시 긴 한숨을 내쉬길 반복하던 세화가 손을 내렸다.

“아아...! 아아아...!”

무언가를 깨달은 듯 탄성을 터뜨린 세화가 날 똑바로 바라봤다.

말똥말똥한 눈으로 행복에 겨워하던 그녀가 답을 내린다.

“주인님이야... 주인님이에요...♡”

기억했구나. 황홀한 기분이 전신을 타고 돈다.

이제 조각이 맞춰지는 건 시간문제다.

“다시 맹세해.”

“저는... 저 이세화는 주인님이 원하는 건 어떤 일이든 할 거에요.”

나는 세화가 내 왼손을 자신의 입술로 가져와 손등에 입을 맞추자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영원한 예속을 맹세하는 모습처럼 보였기 때문.

“변신해.”

“네...”

묵묵히 고개를 주억거린 세화가 몸을 일으키고, 누워있는 내 옆에서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화아악!

변신했다.

내가 제대로 자신을 볼 수 있게끔 후광도 없앴고, 머리 부근을 만져 통신기를 끄기까지 한다.

타락하기 전 레오나의 모습. 하지만 길어졌었던 손톱 때문에 장갑의 손가락 부분이 찢어져 있다.

상체를 일으킨 나는 레오나의 장갑을 벗긴 뒤 그걸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

소중한 장비임이 분명함에도 레오나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팔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나를 홍조 띤 얼굴로 주시할 뿐.

디바이스 에너지는 25퍼센트 가량 있다.

얼마 안 되는 수치. 하지만 변신상태에서 실시간으로 충전하면 괜찮겠지.

난 레오나의 양손을 붙잡고 내 쪽으로 당겼다.

그러자 레오나가 무릎을 움직이며 내가 벌린 다리 사이로 들어왔다.

“내가 지금 뭘 원하고 있는지 알아?”

“봉... 사... 봉사에요...”

“너는?”

“저도... 주인님께 봉사해드리고 싶어요...”

“왜?”

“주인님이 원하시니까... 저도 원해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레오나가 조심스런 손길로 내 팬티를 벗겼다.

잔뜩 솟아오른 자지가 레오나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니, 그녀가 입술에 침을 묻히고는 침을 꼴깍 삼킨다.

그녀는 자신의 하늘색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넘기며 내 자지로 상체를 숙였다.

이후 날 흘끗 올려다본다.

“해도 좋아.”

허락이 떨어지자 레오나의 얼굴이 무척 밝아졌다.

입을 앙벌린 그녀가 내 자지를 삼킨다.

“하우웁...”

그리고는 무언가 잊어버렸던 것이 생각난 듯, 자지를 문 입을 웅얼거린다.

“감하함미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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