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63화 (63/471)

EP.63 번민하는 세화 #3

@@

승현을 떨어뜨려놓은 세화는 박사의 전투기를 타고 시리아로 향하는 중이었다.

“지혁이가... 포탈을 탔다구요?”

“그래. 너희 집에 있는 포탈이 사용됐다고 나타났어. 목적지는 시리아야.”

“대, 대체 왜요? 왜 혼자 시리아로 간 건데요?”

“그건 지금부터 알아봐야지. 지금 시리아는 내전으로 위험한 상태야. 잘못하면...”

말끝을 흐리긴 했지만 세화는 박사가 하려는 말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알아차렸다.

잘못하면 지혁의 신변에 큰일이 생길 수도 있다.

박사는 그렇게 말하려고 했다.

세화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얼굴이 빨개지고 손발이 덜덜 떨려오면서 가만히 있질 못한다.

그 모습을 흘끗 본 박사가 세화를 진정시키려고 했다.

“지 몸 하나는 죽도록 잘 챙기는 애야. 그렇게까지 큰일은 아닐지도 몰라.”

“제가... 제가 지금 포탈을 타고...”

“아니, 그러지 마.”

“박사님이 뭔데 저한테...!”

버럭 소리를 치려다 흠칫한 세화.

박사가 놀란 낯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죄, 죄송해요...”

세화의 사과에 얕은 한숨을 내쉰 박사가 말했다.

“쏭을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해. 하지만 쏭이 나나 네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포탈을 탔다면... 뭔가 이유가 있어서일 거라고 생각해. 목숨이 위험한데 우리에게 아무 말도 않고 멋대로 행동하는 놈은 아니잖아?”

“네... 그건 그래요...”

“이거부터 보고 있어.”

박사는 모니터를 조작해 포탈 근처의 카메라를 비췄다.

몇 시간 전 녹화영상.

세화는 번쩍 하는 빛과 함께 나타난 지혁이 토악질을 해대는 것을 보았다.

다행히 포탈 근처엔 아무도 없었다.

빈곤국가라고 할 수 있는데다 내전까지 벌어진 시리아라 방어병력이 없기도 했거니와, 포탈에 둘러진 방어막 덕분에 일반인들은 접근 자체를 못하니... 그럴 만도 했다.

토를 하고도 한참 구역질을 하던 지혁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걸음을 옮겼다.

옷은 또 언제 구했는지 뒷모습이 딱 이슬람교도처럼 보였다.

지혁은 곧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카메라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세화가 물었다.

“추적은 가능해요?”

“지금 쿠네이트라에 있는 것 외엔 모르겠어. 추적기를 달아놓던가 해야지...”

“거기가 뭐하는 곳인데요?”

“예전에 군사요충지로 사용하던 지역인데... 지금은 사람이 거의 살지 않아.”

“그럼 왜 거길...”

“말했잖아. 지금부터 알아봐야 된다고. 거의 다 왔으니까 저거 써.”

박사는 턱짓으로 니캅과 아바야를 가리켰다.

위험한 곳이니만큼 세화 같은 사람은 얼굴을 드러내면 표적이 되기 딱 좋다.

괜히 디바이스 에너지를 낭비할 게 아니라면 얼굴과 몸을 꽁꽁 싸매는 게 나았다.

“네... 박사님은요?”

“나도 쓸...”

삐빅!

[송지혁 님의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두 사람의 고개가 모니터로 홱 돌아갔다.

박사가 황급히 메시지를 열었다.

[박사님. 듣고 계세요? 제가 실수를... 젠장...!]

탕!

다급한 지혁의 목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총성.

세화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박사도 마찬가지, 소중한 동료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했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어...! 메시지를 듣는 즉시 당장 와줘요. 시리아의 쿠네이트라, 경도 33.12778, 위도 35.82905... 이런 씨발! 꺼져!]

타앙!

욕지거리와 함께 다시 들려오는 총성.

뒤이어...

[크아악!]

지혁의 비명소리와 함께 지지직거리는 노이즈가 들리더니 메시지가 끊겼다.

세화가 두 손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아... 안 돼...! 안 돼...!”

울음보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 그녀.

박사가 다급히 말했다.

“세화야, 침착해. 디바이스에 좌표부터 찍고...”

“빨리... 빨리요...!”

세화의 재촉에 고개를 끄덕인 박사가 디바이스에 좌표를 전송하려는 순간,

콰아아앙!!

전투기의 왼쪽 날개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꺄아악!”

“아악!”

엄청난 충격 때문에 기체가 갑작스레 큰 폭으로 휘었다.

벨트를 꽉 잡은 두 사람은 다행히도 무사했지만... 전투기가 추락하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이런...! 스틱이 안 먹...”

콰과과곽!

모래밭에 볼품없이 나뒹군 전투기.

몸에 큰 충격을 받은 박사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것도 개의치 않은 채, 낑낑거리며 벨트를 풀어 정신을 잃은 세화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녀의 팔을 움직여 디바이스를 두 번 터치했다.

화아악!

벨트를 뜯어버리며 콕피트까지 뚫어낸 세화의 몸이 솟구치고, 그녀가 레오나로 변신했다.

정신이 돌아왔는지 눈을 끔벅이던 그녀는, 박사를 보고 황급히 내려갔다.

“박사님...! 제가 안전한 곳으로...!”

“난 됐으니까 쏭한테 먼저 가...! 좌표는 방금 전송해놨어...”

“하지만 공격을 받았잖아요!”

“감지기를 보니 공격은 엄청 먼데서 날아왔어... 내가 몸을 뺄 시간은 충분해... 게다가 쏭이 저렇게 급한 말투로 말한다는 건... 상황이 좋지 않다는 얘기잖아...?”

맞는 말이었다.

지혁은 마물들과 싸울 때도 침착함을 유지했었으니까.

“죄송해요... 죄송해요 박사님!”

박사에게 사과를 한 레오나는,

뻐어엉!

있는 힘껏 허공을 걷어차며 디바이스에 찍힌 좌표로 몸을 날렸다.

@@

누군가가 그랬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지금 내가 있는 시리아의 쿠네이트라에서 벌어지는 인체실험도 그 욕심이 만든 결과물이었다.

“끄아아아아악!”

내 앞에 있는 실험대에 포박된 한 죄 없는 인간의 비명은 더없이 끔찍했다.

테러리스트 연구원의 이상한 세포 주입으로 온몸이 기포처럼 부글부글 끓어올랐고, 곧 진물을 뿜어내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 이상한 세포는 마물들의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레오나와 각국 군대에게 죽은 마물들의 시체를 밀수입하고, 거기서 뽑아낸 죽은 세포였다.

이들은 그 세포로 키메라 비슷한 실험체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나는 여기 일부러 잡힌 상태였고.

“아아아... 사, 사려저어어어...!”

치이이익!

몸에서 연기가 피어나기 시작하는 인간.

마물의 피는 너희와 상극이란다. 그러니 곱게 삶을 포기해라.

널 그렇게 만든 저놈은 처리해줄게.

결박된 채로 온몸을 버둥거리던 그 인간은, 이내 형체도 없이 녹아내려 엄청난 악취를 풍겼다.

여긴 나나 마르셀라가 알고만 있었지, 따로 손길을 뻗지 않은 곳이다.

그 말인 즉, 이 실험은 테러단체의 소행이라는 거다.

보통사람이라면 상상조차 하지 않을, 인륜을 져버린 추악한 짓거리.

그런 짓거리를 이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하는 중이었다.

호스에서 나오는 물을 대충 뿌려 실험대를 청소한 연구원은, 부하들을 시켜 나를 끌고 왔다.

내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던 연구원이 흥미로운 눈을 한다.

“아시아인이군. 아시아는 괴물이 처음 나타났던 곳이었지 아마?”

연구원의 입에서 나온 말은 유창한 영어였다.

생긴 건 무슬림 뺨 때릴 정도로 현지인 같이 생겨가지고는... 아니, 차별하지 말자.

모두 동등하게 모가지를 따줄 것이다.

누가? 바로 비스트 슬레이어들이.

내가 태연한 표정을 하고 있자, 연구원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얼굴을 찌푸린다.

“여기선 잘 볼 수 없는 아시아인인 만큼 특별한 선물을 주지. 한국에 나타났던 말머리 괴물의 세포인데 잘 버텨보라고. 네가 잡힐 때 크게 반항했다고 들었는데 지금도 그 정도로 팔팔한 것 같으니까... 꽤 오래 버틸 수 있겠지?”

암두시아스의 세포로군.

나타난 지 꽤 오래된 마물인데 놈의 시체를 밀수입하다니... 칭찬해줄게.

그나저나 레오나가 왜 이렇게 늦는 거지?

이러면 내 힘을 내보여야 하는데... 마르셀라가 전투기를 너무 멀리서 공격했나?

퍼엉!

아, 멀리서 공기를 찢는 소리가 들려온다.

레오나가 오는구나. 이젠 가만히 있으면 되겠군.

눈에 호선을 그린 내 얼굴을 본 연구원이 고개를 갸웃할 때였다.

쿠우우웅! 쩌저적!

내 위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오더니, 천장이 조각조각 부서져 떨어져 내렸다.

연구원은 신음도 내지르지 못하고 부서진 천장의 잔해에 깔렸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어차피 니들은 여기서 다 죽을 테니까 신경 끄자.

위에서부터 슈퍼히어로 랜딩을 보여준 레오나는 내게 다가와 결박을 풀었다.

달칵거리는 소리와 함께 튼튼한 구속구가 엿가락 부러지듯 박살났다.

레오나는 이어서 내 입에 걸린 재갈마저 끊었다.

“크헉! 허억...”

참아왔던 숨을 내뱉은 내가 잠시 헉헉거리다가 레오나를 바라보았다.

“레오나...!”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날 무척 걱정하는 얼굴로. 원망스런 표정마저 보이는 것 같다.

“바보야...! 왜 혼자 이런 위험한 곳엘 오는데...? 다친 곳은...? 없어?”

울먹거리는 말투로 이리 말해오는 레오나.

뒷걸음질을 치다 벽에 등을 부딪친 내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레오나가 버럭 소리친다.

“다친 데는 없냐니까!?”

“없어... 죽기 직전까지 갔는데 네 덕분에 살았어. 흐아... 마물들과 관련된 수상한 단체가 있다는 정보를 얻어서 알아보려고 왔는데...”

“이러려고 날 승현이한테 보냈던 거야...? 혼자 움직이려고?”

“확인만 하고 온다는 게 그만... 잡혀버렸...”

쾅!

내가 핑계를 늘어놓는 사이, 실험실 문이 열리며 화기를 든 테러리스트들이 뭐라고 씨부렁거렸다.

그들의 총구가 내게로 향하는 그 순간, 레오나가 움직이더니 그들을 죄다 박살내기 시작했다.

콰직! 콰드득!

뼈가 부러지고 살점이 뜯겨나가는 잔인한 소리와 함께 속절없이 쓰러지는 테러리스트들.

사정 봐주지 않고 쓰러뜨리는 걸 보니 날 잡은 놈들에게 자비를 베풀어주는 일 따윈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찌뿌둥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복도로 나왔을 땐, 쉰 명 가까이 있던 테러리스트들은 모조리 혼절한 상태였다.

개중엔 팔다리가 기이하게 뒤틀린 놈들도 더러 있었다.

비전투원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기절하자 레오나가 변신을 풀었다.

그리고는 내게 걸어오더니...

퍽!

제주도 호텔에서마냥 내 어깨를 강하게 때렸다.

“이...”

퍼억!

“나쁜...!”

퍽!

“새끼...!”

3연타 좋고.

나는 힘 빠지는 한숨을 내뱉으며 세화를 꼭 안아주었다.

“흐아아아앙!”

그러자 세화가 엉엉 울음을 터뜨린다.

박사야, 지금부터 작업에 들어갈 거니까 최대한 늦게 와라.

나는 그녀의 등을 두드려주면서 내 발치에 널브러진 무기를 주워들었다.

그러자 세화가 눈을 벅벅 닦더니 날 올려다본다.

그걸로 뭘 할 거냐는 눈빛.

나는 말없이 세화의 손을 잡아 디바이스를 두드렸다.

화아악!

다시금 변한 레오나는 심각하게 굳어진 내 표정을 보고 의아해했다.

“왜...? 이래...? 아직 남았어?”

난 묵묵히 레오나를 지나쳐 멀쩡한 실험실 문을 열었고, 레오나에게 보라는 듯 턱짓했다.

고개를 돌려 실험실 안의 모습을 바라본 그녀는 얼마 후,

“.... 이, 이건...”

경악에 경악을 거듭했다.

다음화 보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