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7 전초전 #2
나는 어느 방구석에서 쪼그려 앉아 울먹이고 있는 한 청년을 보았다.
빼빼 마르고 발가벗은 몸, 영락없는 거지였다.
이놈의 이름은 아스타로트. 생명체의 무기력감을 힘으로 삼는 상당히 강력한 마물이었다.
지금은 힘을 제공받지 못해 쭈구리가 된 상태지, 무기력한 감정을 좀 넣어준다면 곧바로 성장해 강대한 놈이 될 터였다.
문에서 아스타로트를 주시하던 내가 그를 불렀다.
“아스타로트.”
“예... 마왕님...”
마치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것 같은 소름끼치는 목소리였다.
목소리로 힘을 달라고 시위라도 하는 것 같다.
얼굴을 찌푸린 내가 마르셀라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마르셀라가 방문을 닫았다.
“천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군. 이 상태로 내보낸다면 한낱 꼬맹이에게도 뒈지겠지?”
“네...”
“A급 정도가 되려면 얼마나 필요하겠느냐?”
“한 명 분만 주입하고... 생명체들이 많은 곳에 던져놓는다면... 흐응...♡ 알아서 힘을 키워갈 거에요.”
고개를 끄덕인 난 마르셀라를 데리고 연구실 중앙으로 향했다.
그녀는 거사 이후 날 만날 때마다 내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부끄럼을 타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냥 바라보기만 했을 뿐인데 시도 때도 없이 가려고 했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네헤에... 아스타로트에게 줄 힘을 모을까요...?”
“내가 모으겠다. 한 명 분만 있으면 된다고 하지 않았나?”
“네에...”
“재미있는 방법이 생각났다.”
“재... 미있는... 방법이요...? 그냥 인간 하나를 잡아다가...”
그냥 주면 재미없잖아.
메인메뉴를 먹기 전에 에피타이저도 챙겨먹어야지.
마르셀라의 얼굴을 쓰다듬어준 난, 그녀가 힘없이 쓰러지는 모습을 뒤로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여니 소파에 누워 과자를 먹으며 빈둥거리던 세화가 벌떡 일어나 달려온다.
“일은 잘 봤어?”
“잘 봤지. 근데 또 나가봐야 돼. 연구실로 자금을 돌리려니 쉽지 않네. 오늘은 새벽까지 못 들어올지도 몰라.”
“아... 어쩔 수 없지 뭐...”
금세 시무룩해져선 어깨를 늘어뜨리는 세화.
그녀의 이마를 애정 어린 손으로 툭툭 쳐준 내가 낮게 웃었다.
“유리아 씨한테 연락해봐. 같이 술 한 잔 하자고. 만약 승낙하면 아예 그 호텔에서 자고 와.”
그 말에 세화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떴다.
“그래도 돼?”
“괜히 나 기다리면서 외로워하는 것보단 낫잖아. 아님 유승현이라도 만날래?”
“음... 유리아 언니가 바쁘다고 하면 만날래.”
불쌍한 승현아, 완전히 후순위로 밀려 버렸구나.
세화는 신나하며 휴대폰을 들더니 유리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리아는 세화를 좋아하는 만큼 당연히 승낙했고, 세화는 내게 폴짝 뛰어 안기고는 사랑이 가득 담긴 키스를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화들짝 놀라 내게 사과한다.
“미안... 넌 일하는데 나 혼자 놀아서...”
“그런 말 하지 말랬잖아.”
“응... 나 다녀온다?”
“실컷 놀다가 와.”
세화를 보낸 나는 곧바로 노트북을 들어 트윙클을 켰다.
선별해서 고른 백 명의 맞팔들.
모두 활발히 활동하는 왜곡된 성벽을 가진 것들이었다.
메시지는 하나도 없었다.
백 명을 채운 뒤에 DM을 닫아놓았기 때문이다.
난 세화의 휴대폰에 연동된 트윙클 계정을 잠시 위장시켜놓았다.
내가 뭘 하는지 보지 못하도록 말이다.
이후 DM을 열고 첫 맞팔 상대이자 부부커플만남을 즐겨 하는 쭈쭈커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쭈쭈커플 님, 저녁이입니다. 접속 중이신가요?]
메시지를 보내놓고 다른 팔로워들을 찾아보고 있는데, 곧 답장이 왔다.
[안녕하세요! 아침이와 저녁이 님! 저희 접속 중입니다! 올려주신 사진은 엄청 잘 봤어요!]
메이드복을 입은 세화의 노예 사진? 그거 꼴렸지.
[감사합니다. 혹시 부커 외에 초대도 하시나요?]
[당연히 하죠. 근데 왜요?]
[오늘 영상을 찍어야 하는데 아침이가 너무 아파서요. 만약 오늘 저랑 영상 하나만 찍어주시면... 광고 섭외는 보장해드릴게요. 저희가 지금 은밀히 연락하는 업체가 있거든요.]
[광고? 지금 비계 아닌가요?]
[광고업체와 이야기가 끝나면 공계로 돌릴 예정이에요.]
[어... 잠시만요.]
예전 팔로워 70만의 초대형 계정이었다.
나와 세화 모두 완벽한 몸매를 가지고 있고, 포스트를 얼마 올리지도 않았었는데 이 정도.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만큼 친해지면 좋으니 거절할 수는 없을 걸?
얼마 뒤 쭈쭈커플에게 답이 왔다.
[여친한테 물어보니까 좋대요. 사진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몸은 저번 계정을 봐서 아는데 얼굴 사진을 좀... ㅎㅎ...]
난 노트북 캠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 얼굴을 그대로 보내면 남자 쪽에서 부담스러워할 테니, 약간 못생기게 보이도록 만들고 보내자.
어차피 오늘 이후로 너희들은 사라져 없어질 텐데 이 정도 수고쯤은 감수해주지.
[와... 엄청 잘생기셨네요. 여친이 좋아할 것 같아요. 영상 찍고 저희 유료 컨텐츠 사이트에 올려도 돼요? 물론 얼굴은 가리겠습니다.]
유료 컨텐츠 사이트는 이런 커플의 주 수입원.
트윙클은 홍보로만 간단하게 올려 사용하고, 영상을 찍어 돈을 받고 판다.
보통 홍보가 잘 된 인기계정은 어마어마한 돈을 만질 수 있지만 나와 세화는 해당사항이 없는 얘기다.
돈이 썩어 넘치니까.
나는 키보드를 두드렸다.
[당연히 되죠. 올릴 영상 컨셉은요?]
[음... 일단 저녁이 님과는 처음 만나는 거니까 그냥 부드럽게, 연인끼리 하는 섹스로 부탁할게요. 중간에 제가 들어와서 사진이랑 영상을 찍을 거고... 준비물은 아시죠?]
준비물이라면 성병 진단서, 콘돔 같은 것들을 말함이다.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럼 2시간 뒤에 화곡동 XX모텔로 오실래요? 호수는 따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넵. 아, 제 전화번호는…….]
전화번호까지 알려준 나는 DM을 삭제하고 침대에 누워 휘파람을 불었다.
아스타로트여, 저놈에게서 네가 좋아하는 무기력감을 얻어주마.
**
시간에 맞춰 쭈쭈커플이 알려준 모텔로 간 나는 남자 측에게 도착했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7층 창문이 슬쩍 열리더니 누군가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이후 미리 맞춰놓았던 행동을 하고 있는 날 바라보았다.
그 누군가는 나와 DM을 했던 남자였다.
창문이 다시 닫히고, 내 휴대폰에 답신이 왔다.
[701호에 노크 네 번 하시고 여친이 열어주면 인사 나눈 다음, 준비물 보여준 뒤에 씻고 본방하시면 됩니다. 전 옆방에 있을게요.]
[알겠습니다.]
이런 일탈계 만남은 언제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오늘 니들은 그 위험에 잘못 걸린 거다.
7층으로 올라간 나는 701호를 찾아 노크를 네 번 했다.
똑. 똑. 똑. 똑.
그러자 조금 뒤 문이 열리더니, 꽤나 예쁜 여자가 나와 나를 바라보았다.
목욕가운을 입고 있는, 제법 도도해 보이는 여자였다.
그녀는 간단한 반팔티를 입은 내 얼굴을 보더니 무척 놀라워했다.
실제로 보니까 더 마음에 들지? 고르고 고른 얼굴인데 당연히 들겠지.
“아, 안녕하세요?”
쑥쓰러운 듯 고개를 살짝 숙이는 그녀.
내가 웃는 낯으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들어가도 되나요?”
“아, 네...”
문고리에서 손을 뗀 여자.
나는 방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주머니를 뒤적거려 준비물을 꺼냈다.
성병 진단서와 콘돔이었다.
그것을 대충 훑어본 여자가 희미하게 웃었다.
“샤워 마치시면... 그... 다 벗고 나와 주시면 돼요.”
“초대 경험은 별로 없으신가 봐요? 좀 떠시는 거 같은데... 부드럽게 할게요.”
“아... 사실 좀 많은데... 저녁이 님 같은 분은...”
“송지혁이라고 불러주세요.”
“앗, 네. 지혁 님 같은 분은 처음이라... 전 민정이라고 해요. 김민정.”
“알아요. 저희한테 맞팔 신청 보내실 때 DM으로 신분증 보여줬잖아요.”
“맞다... 그랬죠.”
여유롭게 씨익 웃어준 난 옷을 훌러덩 벗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대충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민정이 이불을 가슴까지 올려놓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중이었다.
민정의 가운은 침대 옆에 고이 접혀있었다.
내 옷은 가운 옷걸이에 잘 걸려있었는데, 그걸 본 나는 이미 갑을관계가 완전히 바뀌어있다는 걸 자각했다.
알몸으로 나온 내 몸을 본 민정이 저도 모르게 헉... 하는 감탄사를 터뜨린다.
완벽한 몸을 봐서 그런 게 아니라, 아직 발기되지 않은 자지를 보고 감탄하는 것이다.
잘 만족시켜줄게. 걱정하지 마.
입꼬리를 슬쩍 올린 내가 물었다.
“바로 할까요?”
“아... 그... 마사지 오일... 가지고 왔는데...”
마사지로 달궈놓고 싶다? 난 그럴 생각이 없는데.
“마사지는 못하는데... 남자친구 분께서 물어보지 않으셔서 안 해도 될 줄 알았어요.”
“그... 래요?”
“그냥 돌아갈까요?”
그 말에 민정이 화들짝 놀란다.
“아뇨...! 그럼 제가 해드릴까요...?”
“영상 찍으시려고요?”
“그건 아니에요... 그냥 서비스?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그거 괜찮네.
고개를 끄덕인 난 말없이 민정의 옆에 앞으로 누웠다.
그러자 민정이 커피테이블에 놓인 마사지 오일을 주워들더니 내 등에 조금 뿌렸다.
미지근한 점액의 감촉과 함께 민정의 얇은 손이 내 등을 쓰다듬는 것이 느껴졌다.
“지혁 님도 영상을 찍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들어보니까 광고... 그거 때문에 찍으셔야 한다고...”
“광고는 사실이긴 한데, 그냥 남자친구분이 찍으신 영상의 일부를 사용하려고요.”
“아하...”
고개를 돌린 나는, 이불이 내려가면서 몸매가 드러난 민정을 감상했다.
운동을 해서 탄탄한 몸이 아닌, 그냥 마른 몸이었다.
약간 아람이 생각나는.
그러나 왼쪽 허벅지에 자리한 월계관 문신과 배꼽에 피어싱 때문에 아람과는 다른 색기를 풍겼다.
“으음...”
민정의 터치에 내가 나긋한 목소리로 낮은 신음을 내뱉자,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서리더니 내 등 전체를 손톱으로 살살 긁기 시작했다.
간지럽고 야릇한 느낌. 민정의 손톱이 엉덩이를 긁었을 땐 제법 흥분됐다.
내가 몸을 살짝 뒤척이니 민정이 아예 내 엉덩이 위로 올라와 본격적인 애무를 시작한다.
상체를 숙여 가슴을 비비기도 하고, 손을 내 상체와 침대 사이로 집어넣고 젖꼭지를 은근슬쩍 건드렸다.
갈비뼈 사이사이도 지그시 누르고, 귓볼을 혀로 핥으며 콧바람을 귀 안에 흘려 넣기까지.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너무 천하다.
정조관념 따윈 하나도 없는 문란한 창녀 같은 느낌.
세화가 했다면 달랐겠지.
더 이상 마사지를 표방한 애무에 가치를 느끼지 못한 난 민정과 자세를 바꾸었다.
그녀가 아래로, 그리고 내가 위로.
민정은 잔뜩 발기된 내 자지를 보고는 절로 침을 삼켰다.
네 남친보다 훨씬 두껍나보지?
민정의 두 다리를 모으고 한쪽 어깨에 걸친 난, 상체를 낮춰 그녀의 다리를 지그시 눌렀다.
콘돔 따윈 착용하지 않았고, 민정도 딱히 착용하길 바라는 눈치는 아니었다.
난 민정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자지를 보지에 쑤셔 넣었다.
“흐아앙...!”
남자의 물건을 여럿 받아서 그런지 안이 무척 헐렁했다.
본격적으로 피스톤질을 시작하니 민정의 진심 반, 가식 반이 섞인 신음소리가 쾌락으로 덧칠된다.
얼마 후 그녀의 남자친구가 조용히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하아앙...! 너무 커...! 너무 커요...! 좋아... 햐응...♡ 너무 좋아...!”
그는 여자친구의 교태 섞인 신음소리에 조금 놀란 듯했다.
민정이 이런 신음소리를 내는 건 처음이었던 모양.
조명이 어두워서 그런지 내가 콘돔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하지만 알아도 상관없었다. 저놈은 아무것도 하지 못할 테니까.
그는 영상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도 잊은 채 우리 둘의 섹스를 멍하니 지켜보았다.
무기력감은 어디에서나 나온다.
직장 상사에게 깨져 일할 의욕이 사라지는 상황에서부터, 극심한 공포를 느껴 생존에 위협을 받을 때도,
또 이런... 압도적인 수컷이 튀어나와 암컷을 거의 겁탈하듯 빼앗아가는 부분에서도 나온다.
민정의 남자친구는 자신보다 모든 면에서 상위호환인 나와 그 자신을 비교했고 점점 초라해져갔다.
원래라면 분노하여 당장 나를 떼어놓아야 했지만 그럴 수 없다.
미리 이런 플레이를 하기로 약속한 건 둘째치고서라도 짐승처럼 애인을 탐하는 내게 압도됐으니까.
또 내가 은연중으로 내뿜는 위압감이 효과가 컸다.
그를 향해 비웃음 섞인 미소를 날려준 내가 박는 걸 멈추지 않고 민정에게 물었다.
“좋아?”
“좋아... 좋아요... 좋아요오...♡”
굴곡위 자세만으로 가기 직전까지 갔는지 흰자위를 드러내며 몸을 배배 꼰다.
그녀의 남자친구를 보니 아예 뭘 할 의욕을 상실한 것 같다.
카메라는 들고 있었지만 녹화가 안 되고 있었고, 그저 축 늘어진 초라한 자지에 손을 올린 채 가만히 있었다.
모든 의욕을 상실하고 무기력해졌구나. 일반인들 정신력이 이 정도긴 하지.
아스타로트의 좋은 양분이 되겠어.
한참 민정의 보지 안을 탐하던 나는, 남자의 몸에서 일어나는 회색 기운을 모조리 코로 빨아들였다.
아스타로트에게 줄 무기력감을 모은 것이다.
“어디에... 어디에 싸줄까?”
“안에... 안에 싸주세요...! 안에...!”
“남자친구가 보고 있는데?”
“상관없어... 상관없어요...! 으흐응...! 그냥 싸줘...♡”
“지금 쌀게.”
“네... 네...!”
내 허벅지에 힘이 빡 들어감과 동시에 민정이 비명을 터뜨렸다.
“하아아아악!!”
허리를 아치형으로 구부리며 내 정자를 받아내는 그녀.
파르르 떨리는 민정의 몸에 손을 올리고 지그시 누르던 내가 생각했다.
아까운 인재를 잃었다고 말이다.
잘 가라. 일탈계 걸레들아. 덕분에 아스타로트가 힘을 얻을 수 있을 테니 감사하다고 말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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