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46화 (46/471)

EP.46 아람아, 잘 먹을게

또각거리는 구두소리를 내며 내게 다가온 최아람이 서류를 하나 내밀었다.

“사장님, 이번 분기 광고모델 섭외 건입니다. 김 전무님께서 결재를 요청하셨습니다.”

김 전무는 마르셀라가 위장하고 있는 중년인이었다.

40대 노총각, 일가친척이 전혀 없기에 마르셀라가 영혼을 먹어 변신을 했다.

고개를 끄덕인 내가 서류를 바라보니, 요새 뜨고 있는 걸그룹이 있었다.

귀여운 외모들을 가진 상큼한 아이돌로 인기가 많았다.

요식업과 잘 맞는 이미지, 논란거리도 없어 광고효과가 좋을 것 같다.

‘내가 이걸 왜 자세히 보고 있냐...’

어차피 마르셀라가 다 알아서 할 건데.

속으로 피식 쪼갠 내가 서류를 대충 훑고는 아람에게 앉으라 했다.

그녀가 맞은편에 앉자, 내가 웃는 낯으로 말했다.

“아람 씨 연봉을 좀 인상하려고 하는데요.”

“여... 연봉인상이요?”

표정이 무척 밝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예. 김 전무와 아람 씨는 내가 회사를 인수할 때 많이 도와줬잖아요? 능력도 상당하시니 완전히 내 사람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아람이 침을 삼켰다.

연봉인상은 직장인 누구나 원하는 바람.

이뤄주겠다니까 좋아하는 꼴 좀 봐라.

아람은 똑똑하고 유능한 만큼 마르셀라의 부담을 덜 용도로 쓰기 딱 좋다.

오늘 따먹고 김 전무로 위장한 마르셀라에게 붙여 천천히 세뇌해야겠다.

대충 따먹고 당장 세뇌해도 되는데 내가 왜 이런 짓을 하느냐?

재미있으니까. 애인이 있는데도 내게 자발적으로 다리를 벌리는 게 꼴리니까다.

말을 마친 내가 서랍에서 계약서를 꺼내 내밀었다.

그걸 본 아람이 침을 꼴깍 삼킨다.

“얼마나 받고 싶어요? 적어보세요.”

아람이 종이 양쪽을 두 손으로 집고 말없이 계약서만 내려다보았다.

뒷조사를 해보니까 빚이 많던데... 많이 적어.

달라는 대로 줄 테니까 세화한테 한 대만 맞고, 마르셀라한테 세뇌당해라.

“그... 기존에서 3퍼센트만... 인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쯔쯔... 야망 없는 것.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로 고개를 저은 내가 말했다.

“차 두 잔만 타올래요?”

“아, 네! 알겠습니다.”

아람은 곧 간이부엌에 들어가 차를 타왔다.

책상에 조심스레 차를 내려놓은 아람은, 다시 계약서를 보다가 내가 적어놓은 금액을 확인하고는 크게 놀랐다.

“사, 사장님... 이건...”

“왜요? 싫으신가?”

“그건 절대 아닙니다. 인상률이 너무 높아서...”

“어쨌든 좋긴 하다는 거네요?”

“그렇기는 합니다만...”

나는 한손을 들어 올려 아람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계약서 두 장의 사인란에 이름과 사인을 적었고, 인감도장을 찍어 1부를 아람에게 내밀었다.

“공란은 알아서 채워놓으세요.”

순식간에 벌어진 일.

아람이 몸을 부르르 떨다가 이내 진중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내가 진심으로 하는 말임을 알아차린 것이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오랫동안 잘해봅시다.”

오래, 평생을 다 바쳐서 우리 착한 마르셀라의 부담을 좀 덜어줘라.

“네, 사장님.”

방긋 웃은 나는 아람의 손톱에 광택이 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손톱은 관리를 받고 있는 건가요?”

“아, 네... 어제 했습니다. 앞으로 하지 말까요?”

“그건 아람 씨 마음이지. 내가 이런 취미까지 건드릴 사람으로 보여요?”

“아니요, 죄송합니다...”

생긋 웃어준 난 은근슬쩍 아람의 손을 잡고 손톱을 살살 만졌다.

“앗...!”

놀라기는 하지만 손을 빼려고는 하지 않는다.

그래, 나한테 더 잘 보여서, 더 신임을 얻어서 임원진 자리라도 노려봐야지.

빨리 빚 갚고 승승장구하고 싶잖아.

“손톱이 예쁘네요. 광택이 나는 게 잘 어울려요.”

“가, 감사합니다...”

얼굴이 금세 새빨갛게 변하는 것을 보니 상당히 부끄러운 모양이다.

쯔쯔... 남자친구가 있는데도 이렇게 헤픈 짓을 하다니.

“저... 사장님. 차를 준비할까요...?”

“방금 타왔는데? 아직 식지도 않았잖아요.”

“아...”

무안한 듯 고개를 살짝 숙이는 아람.

놔달라고는 죽어도 하지 않는구나.

난 이제 대놓고 아람의 정장 소매를 들춰 그녀의 시계와 손목을 만지작거렸다.

“이 시계는 얼마나 해요? 상당히 예쁜데...”

“저도 잘... 남자친구가 줬습니다...”

“남자친구는 무슨 일 하시고?”

“대학원... 에 다니고 있습니다.”

이런 씨팔. 이거 엄청 미안해지는데...

누군지 모를 아람의 남자친구야, 넌 행복할 자격이 있어.

그러니까 이런 헤픈 년 말고 다른 여자를 만나.

“대학원생이면 자주 보지는 못하겠네요?”

“네...”

“아쉽겠다. 그죠?”

“조, 조금 아쉽습니다...”

“그렇군요.”

난 검지와 중지를 살짝 세워 소매 사이로 넣었고, 손가락걸음을 하며 아람의 팔목을 만져갔다.

얼굴이 아예 홍당무가 되어버린 아람.

나는 아예 그녀의 정장 소매를 팔꿈치까지 확 걷었다.

얄상한 그녀의 팔이 드러났다.

실핏줄이 보이는 새하얀 팔이었다.

“팔이 얇네요. 다리도 얇던데... 마른 체형인가?”

“맞... 아요...”

내가 아람의 팔을 지그시 잡아당겼다.

그러자 아람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나 내 근처로 왔다.

난 아람을 내 무릎 위에 앉히고, 한 팔로 그녀의 허리를 꽉 붙잡았다.

그러자 아람이 몸에 자연스럽게 힘을 뺀다.

“오늘은 스타킹이 깨끗하네요.”

“네... 올 나간 건 버렸습니다... 후아...”

상당히 더워졌는지 손부채질을 하는 아람이었다.

에어컨 빵빵하게 틀었으니까 진정해.

난 한 팔로 그녀의 허리를 붙들고, 다른 한손으론 치마 위를 쓸었다.

아람이 몸을 움찔 떤다.

하지만 격한 반응은 보이지 않는다.

“항상 긴 정장을 고수하던데, 안 답답해요? 여름이잖아.”

“아니... 아니에요... 전 괜찮... 핫!”

말을 하다 말고 숨을 훅 내뱉는 아람.

내 손이 치마 속으로 들어가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주물렀기 때문이었다.

슬랜더 체질이네. 엉덩이 느낌이 밋밋하다.

아람은 이젠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흔들고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기대를 하면 했지, 두려운 마음은 없었다.

나와의 찬란한 미래를 그리는 모양인데 마음대로 착각해라.

인간들은 매력적인 사람이 접근하면 큰 호감을 느낀다.

남자친구가 있거나 결혼을 했어도 마찬가지. 이건 본능과도 같다.

그런 의미에서 신중하게, 정성을 들여 만든 송지혁은 완벽한 사람이다.

얼굴과 몸, 나이, 재력...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한 사람.

인간보다 정신력이 훨씬 뛰어난 세화도 3개월 만에 내게 완전히 넘어왔는데 아람은 오죽하랴?

하루하루 피폐하게 사는 대학원생 남자친구를 보다가 이런 날 보니 마음이 갈대가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얼마간 아람의 얇은 허벅지를 탐하던 나는 팔을 풀고 그녀를 놓아주었다.

앞으로 몇 발자국 걸어가 휘청거리던 아람이 심호흡을 한 차례 하고는 애써 표정을 관리했다.

다시 다가온 그녀가 애꿎은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다시 내 맞은편에 앉으려고 움직였다.

그러나 내가 그녀의 팔을 잡아끌어 내 앞으로 오도록 했다.

이후 아람의 허리 뒤로 두 손을 뻗어 그녀의 둔부를 살살 주물렀고, 그녀의 복부에 얼굴을 가져다대고 숨을 들이켰다.

세탁소의 용제 냄새가 약간 나고, 그것과 향수냄새가 섞여 꽤나 향긋하다.

의외로 어울리는 조합이로군.

“사, 사장님... 칸막이라도 쳐야...”

“아무도 안 오는데 무슨 상관이에요?”

“네에...”

나는 아예 정장치마까지 들춰버리고 아람의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는데 집중했다.

하복부까지 감싸는 팬티스타킹을 보니 자지가 빳빳해진다.

팬티는... 그냥 대중적인 흰색 브리프. 최아람 답다.

여기까지 하자. 세화가 아닌 사람에게 이런 무상봉사를 해줄 순 없지.

나는 아람의 정장치마를 다시 내려주었다.

아람은 애써 자세를 고쳐 잡고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는데, 연신 가쁜 숨을 내쉬는 것을 보니 상당히 두근거리는 모양이었다.

“아람 씨.”

“네...?”

“오늘 밤에 술 한 잔 할래요? 연봉인상 기념으로 단둘이 조촐하게 축하연이라도 할까?”

“아... 전... 좋습니다.”

“난 지금부터 다른 회사들을 돌아볼 테니까, 업무 보다가 위치 찍어준 곳으로 와요. 시간은 나중에 말해줄게요.”

“네... 살펴 가십시오.”

“이 차림 그대로 입고 오세요. 여분 옷도 챙기시고.”

대놓고 그렇고 그런 짓을 하겠다는 소리를 했음에도, 아람은 거절하긴 커녕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그녀에게 씨익 웃어준 난 곧장 사장실을 벗어났다.

여기서 아람과 하는 그림도 나쁘진 않지만, 난 알리바이를 만들 수 있는 장소를 선호한다.

세화에게 거짓말을 하기 위한.

**

저녁 아홉 시, 명동 호텔 지하의 칵테일 바.

내가 여길 만남의 장소로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여기에 세화의 남자동기 한 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나와 아람을 보고 단톡방에 사진을 찍어 올려주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여자와 함께 있다고 언급만 해주면 끝.

아는 체를 하면 조금 귀찮아지겠지만, 남녀 단둘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눈치가 있다면 끼지는 않을 것이다.

난 멀찍이 떨어져있는 테이블에서 동기가 휴대폰을 들고 우리 테이블을 보는 것을 알아챘다.

찍었구나. 그래, 단톡방에 올려라.

얘 송지혁 아니냐? 라고.

그런 다음 빨리 꺼져. 빠르게 아람이를 따먹고 내려가야 하니까.

나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동기를 살피며 아람과 칵테일을 들이켰고, 일상적인 대화를 했다.

“비서 업무를 보느라고 힘들죠?”

“아닙니다. 사장님도 좋고 적성에 잘 맞습니다.”

“전 사장? 아니면 나?”

아람이 왼손을 입에 가져가 호호 웃었다.

그녀의 약지엔 반지가 빠져 있었다.

여기 올 때 빼고 왔다는 거다.

남자친구를 정리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행동.

짜릿한 배덕감이 내 전신에 감돈다.

이래서 이런 일을 끊지 못하겠다니까.

그런데 어쩌냐? 난 널 소모품으로만 여기고 있는데.

“저는 현 사장님을 좋아합니다. 전 사장님은 너무 사무적이셔서...”

꼬리치는 꼬라지 좀 봐라.

여우같은 계집! 더러운 년!

“휴일엔 뭐해요?”

“집에서 쉬는 편입니다. 사장님께선... 많이 바쁘시죠? 여러 회사를 살피시느라...”

“그냥저냥 바빠요. 믿을 만한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관리하기가 좀 힘드네요.”

이 말을 마르셀라가 들었다면 내게 눈을 흘길 것이었다.

일은 그녀가 다 하고 있었으니까.

미안하다 마르셀라야.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던 나는, 동기가 휴대폰을 마구 두드린 이후 밖으로 나가는 것을 확인했다.

좋아. 세화는 지금 친구와 함께 방화동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단톡에서 동기에게 여기가 어디인지 묻고, 밤이라 플라잉 택시가 별로 없다는 것을 감안해서 잡는 시간까지 합치면... 대략 1시간 정도 걸리겠네.

빠르면 40분. 그 정도면 충분하지.

“대충 다 마신 것 같은데 올라갈까요? 경치 좋은 곳으로 잡아놨는데.”

예약해둔 객실로 가자는 의미.

입술에 침을 묻힌 아람이 적당히 빨개진 고개를 천천히 주억거렸다.

“네, 사장님.”

역시 돈으론 안 되는 게 없다.

만약 안 되는 게 있다면 우리의 돈이 부족한 것이다.

라는 격언이 생각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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