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42화 (42/471)

EP.42 배덕의 끝은 음문 #3

승현아, 빨리 트윙클에 들어가 봐.

동영상이 무려 두 개!

뒤치기, 그리고 핸드잡으로 네가 딸 잡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놨단다.

세화의 쭉 뻗은 기립근과 허리보조개를 보고 싶지 않냐?

뒤치기 영상은 엄청난 신음소리가 들리니 만족할 거다.

아, 네가 혹시라도 눈치챌 수 있을까 우려해서 목소리를 조금 변조해놨고, 세화의 머리에 블러 처리를 해놨어.

지금 세화 전화를 기다릴 때가 아냐. 며칠 뒤에 삭제할 예정이니까 빨리 쳐라.

그나저나 세화의 비키니 차림이 정말 관능적이다.

가슴도 평균이상이고 몸매가 완벽한데다, 최근 색기를 가득 머금은 얼굴 덕에 새빨간 스트링 비키니가 더없이 어울렸다.

포니테일로 화룡점정을 찍은 그녀의 전신은 화보 그 자체였다.

“뭐해! 빨리 들어와!”

스위트룸에 마련된 개인용 풀장의 비치베드에 누워 세화가 수영하는 모습을 감상하던 난, 그녀의 호통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자리에서 일어난 내가 수영장에 대충 점프해 들어갔다.

첨벙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팔방으로 물이 튀기고, 얼굴과 머리카락에 그 물이 튄 세화가 짜증을 낸다.

“아이 씨...!”

아이 씨? 욕 한 번 귀엽게 하네.

저 예쁜 입에서 병신, 개새끼 같은 말이 나오면 얼마나 꼴릴까?

나중에 유승현을 매도할 때 해보라고 해야겠다.

눈썹을 꿈틀한 내가 톤을 살짝 높였다.

“아이 씨?”

“아니... 얌전히 들어오면 되는데 굳이 난리를 치면서 들어오니까...”

“난리를 쳐?”

“.... 네가 잘못했잖아!”

벤치에서의 일 이후로 삐쳤는지, 이렇게 따박따박 개기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

“네가 들어오라며.”

“미안해...”

금세 시무룩해져선 내게 안겨오려는 것도 귀엽고.

나는 가까이 다가온 그녀의 머리를 잡고 물속으로 집어넣었다.

당황해선 짧게 버둥거리던 세화가 푸하! 하며 물 밖으로 나오더니, 표정을 와장창 구긴다.

“야! 죽을래!?”

점점 본색을 드러내고 있구만. 레오나로 변신했을 때도 이런 모습을 보여 봐.

인간들이 까불면 검으로 모가지를 잘라버려.

나는 양팔을 쫙 벌리고 생긋 웃었다.

“이리 와.”

세화의 표정이 미심쩍게 변한다.

경계심 가득한 눈초리로, 마치 야생동물이 처음 보는 사람을 탐색하듯 머리를 뒤로 빼면서 다가오던 그녀는, 내가 가만히 있자 표정을 풀고 쏙 안겨왔다.

물을 먹은 세화의 머리카락을 살살 쓰다듬어주던 내가 말했다.

“어떡하냐? 너 때문에 미치겠다.”

“.... 나도...”

“내일도 비 온다니까 호텔 안에서 호캉스나 즐기자.”

“응...”

**

다음 날,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누리고 싶다며 예약제 식당을 취소한 그녀는, 뷔페식 레스토랑에서 유승현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접시를 다소 강하게 내려놓은 세화가 스피커에 대고 말한다.

“아파서 잠들었었어.”

-그렇구나... 한참 기다려도 전화가 안 오길래 걱정했었어.

“그래서 전화 건 거야? 왜?”

-아니, 차단을 풀어줬길래 연락해도 되는 줄 알았지.

“핑계대지 마.”

-미안... 감기는 괜찮아?

“약 먹으니까 나아졌어. 내가 연락할 테니까 그때 만나. 지금 아침 먹으러 나왔으니까 끊어.”

-그래, 알...

유승현이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세화가 통화를 종료하고 내 맞은편에 앉았다.

통화할 때 차가웠던 그녀의 표정은 날 보는 순간 사르르 녹았다.

저 이중적인 모습에 또 자극이 온다.

모닝빵에 버터를 바른 나는, 그걸 세화의 접시에 옮겨주었다.

“언제까지 화난 척할 거야? 너무 냉정해서 공기가 싸늘해진 것 같다 야.”

“조식 먹으려고 하는데 전화하니까 짜증나잖아.”

“그럼 차라리 받지를 말던지.”

“안 받으면 계속 전화할 게 뻔하니까. 근데 지금 승현이 편드는 거야?”

“그럴 리가 있겠어? 아침이나 먹자.”

눈앞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이 편안한 분위기.

너무 좋잖아. 지구정복이니 뭐니 다 팽개치고 세화와 단둘이 살고 싶다.

“히히...”

헤픈 웃음소리를 내며 빵을 입으로 가져가던 세화는, 눈앞에서 뛰어다니는 어린 여자아이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았다.

하지만...

쿠당!

테이블에 팔꿈치를 대고 세화에게 줄 다음 빵에 버터를 발라주던 나는, 꼬마가 우리 테이블을 지나치면서 실수로 몸을 부딪치자 팔을 크게 움직였고, 버터나이프로 손가락을 찌르게 되었다.

날이 뭉툭하긴 하지만 순간적으로 확, 그것도 약한 부위를 찔렀기에 피가 슬며시 새어나왔다.

상처는 크지 않았다. 거의 애교라고 봐도 무방할 수준.

화들짝 놀란 세화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달려온다.

“괜찮아? 어떡해... 피나잖아.”

“괜찮...”

내가 웃는 낯으로 세화를 진정시키려는데, 그녀의 눈빛이 일변했다.

세화가 당황해하는 꼬마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야!”

식당 안을 쩌렁쩌렁 울리는 그녀의 고함소리.

모든 사람들이 대화를 멈추고 우리 테이블을 주시했다.

덜컥 겁을 먹은 꼬마가 제 어미의 품 안으로 우다다 달려가고, 꼬마의 부모로 보이는 30대 초반의 부부가 황급히 다가와 사죄를 한다.

“죄송합니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공공장소에선 얌전히 있게 하라구요! 여기가 집인 줄 아세요!?”

“저, 정말 죄송합니다. 꼭 주의를 주겠습니다.”

“피가 나잖아요! 눈이라도 찔렸으면 어떡할 뻔했는데!?”

부부가 연신 죄송하다고 진심이 담긴 사과를 했지만, 세화의 화는 풀리지 않았다.

세화가 무언가를 더 쏘아붙이려고 하자, 내가 손을 뻗어 그녀의 말을 싹둑 자르고는 부부에게 인자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괜찮습니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

“죄송... 죄송합니다.”

“많이 베인 것도 아닌데요 뭘.”

“실례가 안 된다면 치료비를...”

“가족여행 잘 보내세요.”

더 이상 대화하기 싫다는 의미가 들어가 있는 말.

그것을 눈치챈 부부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딸을 데리고 구석자리로 갔다.

평소처럼 행동하다가도 시답잖은 이유 때문에 욱할 때가 있다.

마치 진공처리를 한 유리병의 뚜껑을 처음 딸 때처럼.

요령이 없는 상태에서 낑낑거리며, 어떻게든 따려고 돌리다가 확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보통은 다혈질인 사람이 이러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지금의 세화가 그랬다.

당사자인 내가 괜찮다고 했음에도, 세화는 뭐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들을 다시 잡으려 했다.

“지금 어딜...”

하지만 내가 그녀를 제지했다.

“그만.”

낮고 엄한 말투.

세화가 멈칫하더니 콧바람을 훅 내뿜는다.

날 보며 이빨을 빠드득 간 그녀가 다시 맞은편에 앉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서 조용했던 뷔페식 식당이 다시 왁자지껄하게 변했다.

세화는 연신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는데, 빵을 우악스럽게 뜯어 씹는 것이 무척 귀여웠다.

냅킨으로 검지에 묻은 피를 닦아내던 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세화를 불렀다.

“세화야.”

“시끄러.”

“다 먹었어? 일어날까?”

“음식 남은 거 안 보여?”

크크... 좋다 좋아.

더 해. 자신이 과했다는 걸 속으로 인정하면서도 더 화를 내란 말이야.

내가 다 수습해줄게. 걱정하지 마.

고개를 주억거린 나는 묵묵히 세화를 기다려주었다.

그러자 세화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녀가 한숨을 푹 내쉰다.

“하아... 나 다 먹었어.”

“그래. 그럼 돌아가자.”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나선 우리에게, 매니저가 찾아와 오늘의 모든 뷔페를 무료로 제공해주겠다고 했다.

내가 세화의 허리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툭 건드렸다.

직접 괜찮다고 말하라는 뜻임을, 그녀는 모르지 않았다.

“저흰 괜찮아요. 점심부턴 예약제 식당으로 갈 거라서...”

“그러시다면 제가 윗선에 말해 호텔의 모든 식당에서 무료로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처리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지 마세요. 저도 홧김에 그런 거고, 남자친구도 크게 다치진 않았으니까 정말 괜찮아요. 소리 질러서 죄송하고...”

“아닙니다.”

매니저가 상체를 꾸벅 숙였다.

이 틈을 탄 나는 세화의 뒷주머니에 내 카드를 슬쩍 넣었다.

그러자 세화가 내 얼굴을 흘긋 바라보더니, 그 카드를 빼내 매니저에게 건넸다.

“그 꼬마아이랑 부부에게도 미안하다고 대신 전해주세요. 그분들 아침 값은 저희가 지불할게요.”

“예...?”

매니저는 의아해하다가, 세화가 내민 카드를 보고는 안색이 무척 밝아졌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은행의 최고등급 프리미엄 카드.

이 카드가 어마어마한 부자에게만 발급되는 카드임을 알고 있는 눈치다.

눈썰미가 좋군. 호텔 짬밥을 오래 먹었나보다.

세화 착하지 않냐? 너도 책잡히지 않을 거고.

그러니까 우리한테 잘해.

너 우리가 스위트룸에 묵고 있는 거 알잖아.

우리 같은 부자를 단골로 만들면 네 성과가 오르겠지? 고급 아이스크림이라도 방에 하나 넣어주고 극진히 모셔라.

그 부부에게 큰 소리로 생색도 팍팍 내주고. 그래야 식당 안 사람들이 듣잖냐.

두 번 만날 사람들은 아니지만 이미지가 좋아지면 좋잖아?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카드는 결제 후 곧바로 올려 보내겠습니다.”

매니저가 거듭 인사를 하며 떠난 이후, 우린 객실로 돌아갔다.

소파에 앉아 내 검지를 자세히 살펴보던 세화는, 슬쩍 속눈썹을 위로 올렸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욕먹는 게 싫으니까 이런 거지?”

“내가 뭘 했는데?”

“모르는 척하지마.”

나는 어깨를 으쓱여 애매한 답을 보냈다.

그러자 세화의 입술이 떨려오더니, 그녀가 돌연 이런 말을 해온다.

“.... 나쁜 새끼...”

방금 나한테 욕한 거야?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아?

세화야, 욕은 내가 아니라 유승현한테 해야지.

“내가 왜 나쁜 새끼야?”

“승현이가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날 꼬셨잖아. 일부러 그랬지?”

어떻게 알았지?

근데 부끄러우니까 말을 이런 식으로 돌리네.

예전의 너라면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했을 텐데.

“착각하고 있네. 네가 먼저 날 꼬신 거야. 강화도에서 기억 안 나? 여우같은 몸짓으로 날 홀렸잖아.”

“닥쳐. 너 때문에 난 쓰레기가 됐어.”

식당에서의 일 때문에 자신을 쓰레기라 말하는 게 아니다.

남자친구가 있는데도 나와 바람을 폈기에, 이런 나를 마음속 깊이 사랑하고 있기에 이러는 거다.

“마음대로 책임전가해라. 난 끄덕도 없다.”

퍽!

세화가 주먹으로 내 가슴팍을 쳤다.

아양을 떠는 게 아니다. 진심으로, 온힘을 다해 강하게 때렸다.

식당에서의 일 때문에 감동해서 이러는 거지?

이래서 내가 널 떠밀어 직접 해결하라고 한 거야. 날 더 사랑하라고.

난 태연한 기색으로 세화의 꿀주먹을 받아주었다.

그러자 세화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더니 내게 검지를 치켜세운다.

“너도 쓰레기야. 알아?”

알아. 아주 잘 알아.

근데 어쩌냐? 이 쓰레기 노릇이 재미있어서 돌아가시겠는데.

감정을 잘 절제하던 네가 이렇게 변한 게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래서 우리가 잘 어울리는 건가보다.”

“사랑해.”

눈에 힘을 주고 나에게 고백을 해오는 세화.

나 또한 세화처럼 눈을 부릅떴다.

말했다. 세화가 신성시 여기는 그 키워드를, 내 눈치를 보지 않고 말했다.

들린다. 레오나가 세화의 마음속에 생성한 장벽이 조금 허물어지는 소리가,

아이테르의 일부가 시꺼멓게 변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는 소리가.

보인다. 세화의 전신에서 거뭇한 기운이 피어오르는 것이,

지금까지 내가 꾸준히 넣어놓았던 악의가 일시에 분출되면서, 그녀의 배꼽 안으로 슬며시 들어가는 것이.

내가 침을 꿀꺽 삼키고 세화를 바라보고만 있자, 그녀가 다시 한 번 말한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널 사랑해. 그러니까 떠나지 마.”

“.... 안 떠나.”

짧고 진중한 대답.

세화가 양팔을 벌려 다가와 내 허리를 꽉 안는다.

이 틈을 탄 나는, 세화의 배를 만지는 척하며 은밀하게... 아주 은밀하게 그녀의 하복부에 생성된 음문을 지웠다.

내 것이라는 증표. 이건 지금 보여선 안 된다.

누가 봐도 불길해 보이는 문양이니까.

지금 생성된 음문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미할 것이다.

하지만 나와 관계를 갖거나, 배덕한 일을 행하면 행할수록 점점 색이 진해지겠지.

이 음문이 완전히 진해지는 날이야말로 세화가 타락하는 날이다.

다음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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