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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33화 (33/471)

EP.33 세화는 유승현이 창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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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윙클 계정을 살핀 내가 껄껄댔다.

이야... 어제 밤에 올리고 10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팔로워 수가 이렇게나 늘다니.

역시 원초적인 사진이 최고라니까.

DM과 댓글이 잠겨있어 반응을 보진 못하지만, 좋아요 수를 보니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자극적인 제목도 한몫했겠지.

“지혁아, 나 머리 마사지.”

화장실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민 세화의 말이었다.

닦아달라는 뜻.

난 시큰둥한 얼굴로 대답했다.

“선반에 수건 있잖아.”

“아 빨리!”

빼액 소리친 그녀.

노트북을 덮은 내가 침대에서 일어나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세화에게 다가갔다.

화장실 선반에서 수건을 꺼내 세화의 머리에 올린 나는, 그녀의 두피를 살살 주물렀다.

“응석 좀 그만 부려. 언제까지 애처럼 굴래?”

“내 맘이야.”

“받아주지를 말던가 해야지.”

혀를 끌끌 차며 정성을 다해 머리를 닦아주고 있는데, 녹아내린 표정을 하던 세화가 또 응석을 부린다.

“나 아랫배도 아파. 어제 너무 심하게 했어.”

아아... 이렇게 귀여운데 안 받아줄 수가 있겠는가.

“네가 트윙클로 자극하니까 그렇지. 머리 다 닦고 만져줄게.”

“머리는 내가 말릴 테니까 지금 만져줘.”

세화가 양손을 올려 수건을 잡는다.

거울을 통해 그녀의 완벽한 허리라인과 매끈한 겨드랑이, 봉긋한 가슴이 보인다.

이대로 찍어서 트윙클에 올려도 괜찮겠는데? 라고 생각하는 찰나, 세화가 한손을 내려 세면대 옆에 놓은 휴대폰을 들고 카메라를 켠다.

마음이 통했구나. 아주 좋아.

난 그녀의 가슴에 한손을, 아랫배에 남은 한손을 올리고 사진이 찍히길 기다렸다.

찰칵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진을 찍은 세화가 앨범을 확인해보더니 실실 웃는다.

“이거 트윙클에 올릴래.”

“그래라. 근데 가슴이랑 아래는 모자이크로 처리하려고? 아니면 그냥 자르게?”

“아니. 그냥 블러만 살짝 넣을 건데?”

“괜찮겠어?”

“어제 네 거도 그대로 올렸고, 얼굴도 안 보이는데 무슨 상관이야.”

상당히 과감해졌군.

노출증이 점점 물이 오르고 있다.

여기서 유승현을 갖고 노는 것에 대해 쾌락을 느낄 정도까지 발전하면 딱인데... 조금만 더 키워놓자.

세화의 아랫배를 주물럭거리던 난, 그녀의 어깨에 턱을 올렸다.

“이제 괜찮아졌어?”

그녀가 내 짧은 윗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한다.

“응. 오늘 저녁에 같이 갈 거지?”

축제를 말함이었다.

내가 곤란한 얼굴을 하니, 내 표정을 살핀 세화의 얼굴이 구겨진다.

“설마 일 있다고 하는 건 아니지?”

“미안해서 어떡하지? 최근에 새로 인수한 회사에서 문제가 생겼어.”

“어딘데?”

“요식업 프랜차이즈.”

“아... 거기? 왜? 무슨 일로?”

“인수 건 때문에 임원들 반발이 심해서 저녁에 긴급회의가 잡혔거든. 네가 씻고 있는 동안 문자 오더라. 보여줄까?”

세화가 한숨을 푹푹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정말 미안해.”

“최대한 일찍 끝낼 수는 없어?”

“그러려고 노력해볼게.”

노력도 안 할 거다. 왜냐? 유승현이 휴무를 받을 테니까.

남자친구랑 축제에 가줘야지. 나랑 가면 쓰나.

세화는 거절하기 힘들 것이다.

간만에 유승현을 보는 데다, 요새 문자나 전화도 뜸하게 해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터였으니.

너희 둘의 모습, 내가 잘 관음해줄게.

“오늘 학교는 쉬나?”

“응. 축제 때문에 쉬어. 진짜 아쉽다... 오랜만에 동기들도 보고 하면 좋을 텐데... 박다영 선배님도 계란말이 서비스 준다고 하셨는데...”

박다영은 또 누구람.

“그거 아쉽네. 대신 재미있게 놀다와. 나갈 때 서랍에서 현금 꺼내가고.”

“현금은 왜?”

“대학 주점은 대부분 현금만 받잖아.”

“음... 알았어.”

친근한 대화를 나누는 사이, 세화의 휴대폰이 우웅! 하며 진동을 내뱉었다.

올 게 왔구나.

문자를 확인한 세화가 제법 놀란다.

“어...?”

“왜? 누군데?”

“승현이인데... 오늘 휴무 받아서 같이 축제 가자는데... 지금 잘 테니까 저녁에 만나자고...”

“뭐야, 유승현이 오늘 한국대에 축제 있는 거 알아?”

“저번에 내가 지나가는 식으로 말했거든. 같이 못 가서 아쉽다고...”

“그래? 그럼 같이 다녀와. 걔랑 축제 구경하고 다니면 되겠네. 혼자 두기 그랬는데 잘됐다.”

유승현은 그저 세화가 외로울 때 그냥저냥 같이 있을 만한 장난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뉘앙스를 은연중으로 풍겼다.

이런 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그녀가 힘없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응... 안 그래도 미안했는데... 이참에 만나지 뭐.”

좋아, 세화가 유승현을 깔볼 수 있도록 여기서 조금 더 나가보자.

“경비견 산책시켜준다고 좋게좋게 생각해.”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유승현의 행동을 봐. 너만을 바라보는 순애보잖아. 그런 애가 경비견이지 아니면 뭐야.”

“.... 그럼 넌 뭔데?”

“난 네 주인이지. 걔랑은 근본부터가 달라.”

“.....”

세화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갔다.

어제 트윙했던 게시물이 생각난 듯하다.

그래도 나쁜 기분은 아닌 모양인지 희미하게 웃는다.

이후 그녀는 뭔가 생각난 듯, 화장실을 나와 침대에 누워 노트북을 켜고, 사진을 보내 편집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얼굴을 싹 지우고, 자신의 유두와 하복부 부근에 블러를 먹인 세화가 포스트를 올렸다.

[주인님이 예뻐해 주시는 아침이♡]

그렇게 제목을 짓고는 자랑스러운 듯 노트북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어때?”

“잘 썼네. 다음 포스트는 동영상으로 가볼까?”

“그건... 생각해보고 결정할래. 근데 언제 나갈 거야?”

“저녁까진 시간 있으니까 같이 영화라도 한 편 보자. 경비견이 자고 있는 동안 너랑 있어야지. 일어나면 짖어댈라.”

세화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켠다.

하지만 화난 표정은 아니다.

네 남자친구를 이리도 비하하고 있는데 가만있을 거야?

오늘 저녁이 기대되는데...

**

그날 저녁, 잘 다려진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있던 난, 세화의 투정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축제는 너랑 가고 싶었는데... 오늘 애들한테... 아니다.”

말을 하다가 마는구나.

애들한테 우리가 커플이라고 소개하고 싶었나?

세화야, 난 천천히 널 떨어뜨리는 걸 선호하는데, 네가 그렇게 악셀을 밟아버리면 어떡하니.

“가을축제가 있잖아. 그땐 꼭 나랑 가자.”

그 말에 세화의 표정이 조금이나마 풀렸다.

“꼭이다? 약속해.”

“약속할게. 그땐 회사가 망하더라도 같이 가는 걸로. 그리고...”

세화의 전신을 훑어보니 옷차림이 마음에 안 들었다.

긴 청바지, 그리고 줄무늬 스프라이트 티셔츠, 그 위에 걸친 얇은 야상.

구려도 너무 구리다.

예쁜 살결을 죄다 가려버리잖아. 그래서야 유승현이 꼴리겠어?

아직 동기들 앞에선 과감한 코디를 꺼리는 건가본데... 뭐, 마음대로 해라.

내 눈빛이 음흉했는지, 세화가 이렇게 물어온다.

“왜 그래?”

“다리 정도는 드러내면 좋겠다 싶어서.”

“너랑 가게 됐으면 갈아입었을 텐데... 그냥 나갈래.”

그리 말한 세화는 내가 입을 정장 재킷의 어깨부분을 잡고 앞으로 내밀었다.

뒤로 몸을 돌린 내가 소매에 양팔을 넣자, 세화가 어깨를 툭툭 털어준다.

심지어는 내 곁으로 와 넥타이가 잘 매어졌는지 확인도 해줬다.

시중 한 번 제대로 받네. 마치 현모양처가 챙겨주는 것 같다.

와이셔츠의 소매까지 살짝 앞으로 빼준 세화가 입술을 연다.

“멋있다. 일 잘 보고 와.”

“그래. 아, 오늘은 특별히 손이랑 포옹까지는 허락해줄게.”

유승현과의 스킨십 허용범위를 말함이었다.

세화가 어깨를 으쓱였다.

“난 상관없는데? 창피하다고 하고 빼면 돼.”

“유승현이 다짜고짜 포옹을 하거나 손을 잡아버리면 네가 한 약속을 어기게 되는 건데?”

“그건 그렇지만...”

“그 정도는 해줘. 불쌍하잖아. 대신 그 이상은 절대 금지야.”

“알았어...”

“이만 나가볼게. 늦겠다.”

신발장으로 가 구두를 신으려고 하니, 세화가 날 붙잡는다.

“잠깐... 잠깐만!”

내가 몸을 돌리자, 세화가 다가와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췄다.

그러더니 배시시 웃으며 말한다.

“잘 다녀와.”

나는 씨익 웃어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채 문을 열었다.

**

강남에 있는 고층 빌딩.

그 중간층, 고풍스런 분위기의 사장실에 앉은 내가 탁상에 다리를 올렸다.

여긴 나와 마르셀라가 실제로 인수한 회사고, 한국의 유명한 요식업 프랜차이즈 본사였다.

난 여기서 추적용 마물을 통해 세화와 유승현을 볼 생각이었다.

기지에서 봐도 되는데 왜 회사까지 왔느냐? 사실 별 다른 이유는 없다.

이렇게 생색이라도 내야 재미있으니까.

의심도 덜 받고, 인간들 틈에 잘 섞인 것 같아서 분위기도 살고, 남극 비밀기지는 마물이 가득한데다 칙칙하기까지 하니 꺼려졌다.

어쨌건 여긴 임원의 반발은커녕 스무스하게 인수된 회사였다.

실권은 마르셀라가 쥐고 있고, 난 그저 바지사장.

덕분에 난 편하게 여기서 내 할 일을 할 수 있었다.

마르셀라가 쓸데없는 업무량이 많아진다고 돌려 말하긴 했지만 뭐... 꼬리를 살짝 깨물어주는 것으로 보상을 해줘서 괜찮았다.

똑똑!

재킷을 아무렇게나 던져버린 순간, 사장실 문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난 인자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를 냈다.

“들어오세요.”

기름칠이 잘 된 문이 조용히 열리면서, 승무원들이나 할 법한 쪽머리를 한 젊은 여자가 고급 쟁반을 들고 들어와 인사한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나와 마르셀라가 인수하기 전부터 이 회사에 붙어있던 비서였다.

예쁘장하고, 목소리 좋고, 몸매 좋고, 유능한.

그런 사박자를 갖춘 미녀였다.

이름이 뭐랬더라... 기억이 안 나네. 다시 물어봐야지.

탁상에 올려놓은 발을 뺀 내가 웃는 낯으로 물었다.

“무슨 일이세요?”

“차를 타왔습니다. 어디 놓으면 될까요?”

난 말없이 내 앞을 가리켰다.

그러자 비서가 긴장한 표정으로 탁상에 차를 놓았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보이차. 제대로 우려냈구나.

찻잔을 들고 차를 홀짝인 내가 만족스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네요. 잘 우리셨네.”

“감사합니다...”

“성함이 어떻게 된다고 하셨죠?”

“최아람이에요.”

“차는 감사히 마실게요. 아람 씨는 이만 퇴근해보시고.”

그 말에 아람의 표정이 밝아진다.

그래, 금요일 저녁인데 빨리 퇴근하면 좋지.

그녀가 고개를 꾸벅 숙인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해봅시다.”

“네, 사장님.”

그녀가 구두소리를 최대한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사장실을 나갔다.

보니까 약지에 반지가 있던데... 결혼했나? 아니면 커플링?

얼굴도 예쁘장하니 식후 겸 간식 용도로, 비스트 슬레이어들을 꼬시다가 지루해지면 한 번 맛봐봐야겠다.

세화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굳건한 장벽을 허물어뜨리는 용도로 쓰기에도 좋고.

우웅-!

휴대폰에 진동이 울린다.

발신자는... 유리아로군.

[태곤 아저씨, 뭐하세요?]

[그냥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조만간 만납시다. 할 이야기가 있어요.]

[무슨 이야기인데요?]

[이상한 꿈을 꿨는데... 만나서 이야기하죠. 다음 주 평일 저녁에 만나요. 오늘부터 주말까지 바쁘니까 연락은 자제해주셨으면 합니다.]

[살짝만 알려주면 안 돼요?]

궁금해서 엉덩이가 달싹거리지? 당장 찾아오고 싶지?

하지만 만나서 알려주마.

감칠맛만 팍팍 넣어둘 거다.

[만나서 할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알겠어요... 꼭 만날 거죠?]

[예. 꼭 만납시다.]

휴대폰을 탁상 옆에 놓은 내가 서류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냈다.

화면을 터치하니 유승현의 곁에서 맴도는 추적용 마물이 그를 비춰주는 게 보인다.

위치는 한국대 앞이군. 세화와는... 지금 만났다.

-세화야!

반갑게 손을 흔드는 유승현.

세화가 대충 웃어주면서 그에게 걸어간다.

-오랜만이야 승현아. 살이 좀 쪘네?

-응. 주점 이모님 요리솜씨가 일품이라... 계속 먹게 되더라. 조만간 운동하려고. 많이 쪘지?

-아냐, 보기 좋아. 들어갈까?

-그 전에...

유승현이 말을 흐리고는 세화에게 다가갔다.

양팔을 벌리는 모습이 포옹이라도 하려는 모양.

머뭇거리던 세화가 유승현과 짧게 포옹했다.

‘흠...’

마침 유리아에게 문자도 왔겠다, 유승현도 봤겠다, 난 이런 생각을 해봤다.

유리아의 성벽은 도미넌트 쪽이다.

원래는 그걸 받아주다가 떨어뜨릴 생각이었는데... 마왕인 내가 체면이 있지, 왜 그딴 짓을 해야 할까?

그녀의 성벽을 만족시킬 수 있는 아주 좋은 기니피그가 눈앞에 있잖은가.

유리아의 저 성향은 유승현이 죄다 받아주도록 해야지.

예전에도 유승현은 유리아의 성벽을 잘 받아줬으니, 이번에도 다르진 않을 터다.

내게는 굴복하도록, 하지만 유승현에게는 가학적인... 그런 모습으로 만들어봐야겠다.

부모님을 죽인 원수인 나 타이라트를 진심으로 받들어 모시는 노예. 이 얼마나 좋은 울림인가.

일단 이건 나중에 생각하고, 세화와 유승현의 데이트부터 보자.

다음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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