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28화 (28/471)

EP.28 디바이스 수정 작업

[아침이]

[20대 초반, 165cm]

[초보 트윙커/일탈/남자친구 있어요/심심할 때 올려요/DM, 리트윙 차단 중/오프 안 해요.]

[0 팔로우 중, 0 팔로워]

“.... 지혁아...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새로이 만든 계정 소개란을 보던 세화의 말이었다.

“왜? 너도 해본다고 했잖아.”

“너랑 같이 하는 건 좋다고 했지, 나 혼자는 아니야...”

아, 그걸 원하는 거였군.

난 노트북을 조작해 소개란을 바꾸었다.

[아침이와 저녁이]

[20대 초반, 165cm, 184cm]

[초보 트윙커/일탈/커플/심심할 때 올려요/DM, 리트윙 차단 중/오프 안 해요.]

“됐어?”

세화는 ‘커플’ 이라는 소개란을 빤히 바라보다가 배시시 웃었다.

아침이와 저녁이라는 급조한 닉네임도 마음에 든 것 같다.

“응...”

“자, 개설한 기념으로 사진 한 번 찍자.”

“그... 얼굴은 꼭 가릴 거지?”

일탈에 대한 거부감은 없구나.

아니, 오히려 묘한 흥분을 한 것 같다.

유승현이 있기에 대놓고 우리 관계를 드러내지 못하니, 여기에서 티를 내는 것만으로도 기뻐하는 모양이리라.

또 세화는 아직 자신이 유명한 공인이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지금 이 때 노출증을 좀 키워놓아야 한다.

팔로워가 좀 늘면 유승현에게도 익명으로 주소를 보내놔야지.

“당연하지. 내가 왜 네 얼굴을 SNS에 까발리겠어? 그것도 속옷차림을.”

“그럼 어떻게 찍을 건데?”

“원하는 포즈 있어?”

“음... 이렇게...?”

세화는 침대에 누운 상태로 자신의 목 뒤에 양 손바닥을 놓고 위로 올렸다.

매끈한 겨드랑이가 드러나는 포즈.

머리카락마저도 거사를 치르기 직전의 산발처럼 되어 매혹적으로 보였다.

벌써부터 이걸 즐기려는 것 같구나.

그래,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지.

“그거 괜찮네. 잠깐만...”

나는 세화의 얼굴 라인과 내 얼굴 라인을 맞춰 복근에 잔뜩 힘을 주었다.

그 상태로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고, 노트북으로 옮겨 얼굴을 잘라낸 뒤 트윙클에 첨부했다.

[초보 트윙커 커플, 오늘 시작했습니다!]

[#아침이와 저녁이] [#일탈]

이렇게 쓰인 문장 아래 우리 사진이 떡하니 있었다.

시스루 속옷을 입은 세화의 환상적인 바디라인과 탄탄한 내 몸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가 올린 트윙에 하트가 하나 달리더니, 댓글이 생겼다.

=와... 둘 다 몸매 지리네. 눈 호강 감사요. 사진이랑 동영상 자주 올려주세요. 팔로우합니다.

[0 팔로우 중, 1 팔로워]

세화와 난 순식간에 달린 리플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요염한 포즈를 잡던 세화는 불안한 듯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이... 이거 진짜 괜찮은 걸까?”

“일상적인 트윙클로 바꿔도 돼. 정 불안하면 바로 삭제할게.”

“.....”

세화가 잠시 고민하더니 무언가를 결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상적인 사진도 올리자. 요런 거랑 같이...”

“알았어. 음?”

나는 눈살을 슬며시 찌푸린 채로 청각을 집중했다.

세화의 디바이스에서 희미한 소리가 난 것 같아서였다.

착각이었나 싶었지만, 자세히 들어보니 맞았다.

세화는 지금 미세하게나마 흥분을 하고 있었다.

‘놀랍군.’

이런 걸로도 충전이 가능해?

아니, 잠깐... 아이테르는 좋아하는 사람과의 성적인 일로 힘을 얻는다.

트윙클에 나와 함께 일탈 사진을 올리는 것을 세화가 성적인 일로 치부한다면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왜 그래?”

눈을 똘망똘망하게 뜬 채 나를 올려다보는 세화.

허... 내 예상보다 더하네.

“아냐. 오늘은 이 정도로 끝내고... 학교 쨌으니까 피크닉이라도 하러 갈까?”

“난 좋아. 돗자리 챙겨서 한강공원 갈래.”

“그럼 그러자.”

“그 전에...”

“하고 싶다고?”

세화가 고개만 천천히 주억거린다.

트윙클로 흥분했을 때부터 이럴 것 같긴 했다.

“갑자기 흥분하는 게 변태가 따로 없네?”

“아니... 디바이스 충전이 다 되려면 아직 남았으니까...”

“그래, 그렇다고 치지 뭐.”

내 말이 끝나자마자 세화가 수줍게 몸을 끌고 오더니 자신의 손으로 내 가슴을 살살 만져대기 시작했다.

나 또한 그녀가 좋아하는 부위를 만져주면서 천천히 달궈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린 아침바람부터 짐승들이나 낼 법한 교성을 내뱉었다.

**

며칠 후,

“마... 마왕님!!”

마르셀라가 호들갑을 떨며 왕좌에 앉은 내게 달려온다.

문턱에 걸려 넘어지기까지 하니 참... 천박하다고 해야 할지.

난 근엄한 얼굴로 그녀가 다가오길 기다렸다.

마르셀라의 입에서 나올 말은 대충 예상이 갔다.

아이테르 분석이 끝났나보군.

허겁지겁 달려와 내 발치에 무릎을 꿇은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아이테르... 아이테르의 분석이 모두 끝났어요!”

“알고 있다.”

“네...?”

“네년이 신나게 달려오는데 모를 수가 있겠느냐.”

“아... 죄송해요...”

“고생했다.”

이건 진심이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난 마물의 졸개 1보다 못한 허접 쓰레기였을 테니까.

마르셀라는 내 진중한 말투에 감격했는지 엉덩이 뒤에 달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감사... 감사합니다!”

“보고해라.”

“네. 아이테르는...”

난 마르셀라의 길고 긴 설명을 들으면서, 얼굴이 점점 희열로 가득 찼다.

이제 우린 아이테르를 수정할 수 있게 됐다.

복제하거나 하는 초월적인 수정은 불가능.

하지만 아이테르를 교묘하게 속여 여러 특성을 바꿀 정도는 가능하다.

절대악인 내 대척점에 서있는 아이테르를 드디어 만지작거릴 수 있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큰 수확.

만족에 겨워한 내가 낮은 웃음을 흘렸다.

“후후후... 으하하하!!”

아니, 그냥 대소를 터뜨렸다.

마르셀라 또한 희귀한 내 반응에 덩달아 기뻐하며 방방 뛰었고.

한참을 마왕답게 웃던 내가 표정을 굳혔다.

“바로 시작해라.”

내 머릿속에 아이테르에 대한 모든 것들을 우겨넣으라는 의미.

마르셀라가 곧바로 대답했다.

“네, 마왕님! 이쪽으로...”

나는 마르셀라를 따라 기지 한켠에 마련된 바이오리액터 안에 들어갔다.

온갖 오버 테크놀로지로 떡칠된 기계들이 내 머릿속에 미세한 침을 박아 넣고 얼마 후,

찌릿!

내 전신이 전류의 격통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그건 찰나의 순간뿐이었다.

고통은 금세 멎었고, 육신이 드넓은 우주를 유영하는 것 같은 편안함이 찾아왔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마르셀라가 연구한 아이테르의 모든 정보가 흘러들어왔다.

‘보인다... 다 보인다.’

아이테르라는 지고지순한 힘.

사람으로 따지자면 선인(善人) 그 자체, 장난꾸러기 같은 순수한 아이의 모습도 보인다.

이걸 내가 수정할 수 있게 되다니. 큰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푸쉬익!

[이전이 완료되었습니다.]

칙칙한 연기를 내뿜으며 열리는 바이오리액터.

그 안에서 나온 내가 한쪽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그러자 마르셀라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감격에 겨워한다.

내 웃음이 너무나도 사악했기에 경외심을 느끼는 모양이다.

“마, 마왕니히익!”

마르셀라가 숨을 삼켰다.

그녀의 새빨간 입술에 내 손이 닿았기 때문이다.

아래로 뾰족하게 튀어나온 마르셀라의 송곳니를 살살 만지작거리던 난, 그녀의 공을 치하했다.

“수고했다, 마르셀라.”

금세 몽롱해지는 마르셀라의 눈빛.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곧 무릎을 꿇을 것 같은 모습을 보니 내 손길로 느끼는 것 같다.

좋아, 포상이라도 좀 주지.

손을 내려 그녀의 꼬리를 잡은 내가 끝부분을 살짝 물었다.

까득!

“햐아악...!”

살쾡이마냥 하악질을 한 마르셀라.

그녀가 입은 정장바지 사이로 푸슛! 하는 소리와 함께 조수가 뿜어져 나오더니, 다리를 타고 바닥을 적셨다.

이건 뭐, 만져주니 그냥 가는 수준. 천박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어울린다. 마치 음마 처럼 보여서.

애액이 분출되는 모습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던 내가 말했다.

“앞으로도 충심을 다해 날 받들어라.”

“네, 네혜에...♡ 저 마르셀라느은... 마왕님의... 충실한... 권속입니다아...”

꼬리를 놓아준 나는, 마르셀라가 바닥에 철퍼덕 쓰러지는 것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그 마음 변치 말도록 해라.

“파락스를 준비시켜라. 놈의 수하들도 함께. 언제든 내보낼 수 있게 만들어라.”

“네... 네엣...!”

**

[얼마 전, 러시아군과 함께 이블리언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온 괴물 군단을 처리한 비스트 슬레이어 레오나의 명성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태까지 나온 사진에 의하면……]

[제니퍼 캐시 박사라고 자신을 지칭한 세계연합이사회의 비밀이사는……]

[비스트 슬레이어 레오나의 곁엔 그녀를 도와주는 두 명의 사이드킥이 있다고 합니다. 한 사람은 세계연합이사회의 특별이사 직책을 받은 제니퍼 캐시 박사지만, 얼굴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한 사람은……]

어느 뉴스 채널을 돌려도 레오나와 마물들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예능 채널은 그나마 낫지만, 거기에서도 레오나를 소재로 써먹을 정도.

찍힌 사진들도 더욱 선명해지면서, 지금은 레오나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됐다.

거대한 검을 휘두르고 다니는 엄청난 미녀.

현실세계의 그녀가 누구일지 추측해보는 네티즌들의 수 또한 어마무시하다.

보통 이 정도라면 신상이 털리고도 남았을 텐데, 캐시 박사와 내 힘 덕에 레오나의 정체는 절대 드러나지 않고 있었다.

고귀한 지구의 수호신이라는 인상이 세계인들에게 딱 박혀있는 그녀지만, 지금 내 옆엔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성욕에 져버린 세화가 있을 뿐이었다.

“지혁아아... TV 끄면 안 돼...?”

요새 자주 콧소리를 내는데, 남들 앞에서 그랬다간 죽는다 진짜.

난 그녀의 배꼽 밑을 살살 긁어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세화가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후희를 해주니 여운이 느껴지는 모양.

난 한손으로 그녀를 애무해주면서 다른 한 손으론 휴대폰을 들었다.

그리고는 우리가 개설한 트윙클 계정을 살폈다.

[0 팔로우 중, 9332 팔로워]

개설한지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을 뿐이고, 사진도 단 세 장밖엔 없는데 순식간에 1만 가까이 되는 팔로워가 생겼다.

입소문을 타고 흘러들어온 것도 있고, 세화가 혼자 올린 두 장의 사진이 제대로 주효했다.

[아침이입니다! 이렇게 찍으면 어때요?] 라는 게시물과, [남자친구 기다리면서...] 라는 게시물.

둘 모두 세화 혼자 포즈를 잡고 찍은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각각 앞태와 뒤태. 앞태는 딱 달라붙는 검정 원피스를 입고 찍은 사진이었고, 뒤태는 검은 시스루 속옷을 입은 채 엉덩이 라인을 드러내는 사진이었다.

댓글들은 모두 잠겨있었는데, 세화가 이쪽 계열의 매운맛 댓글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스스로 잠가놓은 모양이었다.

그래, 그냥 감상만 하게 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나저나 한 번 배덕의 길로 빠져드니 너도 재미있지?

그런데 어쩌냐... 난 이 계정을 오래 사용할 생각이 없는데.

유승현만 조금 골려주고 폭파할 생각이었다.

“디바이스 충전량은 어때?”

“100퍼센트... 인데...”

좋아, 이젠 내 집에도 개조용 툴이 있겠다, 슬슬 조작질을 좀 할 때가 됐군.

새로 만들어둔 타락한 레오나용 장갑도 따로 보관해놔야겠다.

“줘봐. 용량 더 늘려놓게.”

“지금...? 나중에 하면 안 돼...?”

“틈 날 때마다 늘려놔야지. 충전량도 100%니까 지금 줘. 괴물들과 싸우는 도중에 변신이 풀려버리면 큰일 나잖아.”

“응...”

세화는 아무런 의심 없이 디바이스의 귀속을 잠시 해제하고 내게 건네주었다.

그것을 가지고 다른 방으로 간 난, 새로이 구매한 연구용 탁상에 앉아 디바이스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우우웅... 우웅...

내 눈앞에 나타난 아이테르의 확대 화면.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내 손길을 피하려는 듯 몸을 떠는 것 같다.

잘 대해줄게. 걱정하지 마라.

아이테르를 먹잇감 보듯 응시하던 난, 본격적으로 개조에 돌입했다.

가장 먼저, 지금 이 세화의 아이테르가 고비 사막에 잠든, 주인이 없는 아이테르에 반응하도록 만든다.

이는 유리아에게 귀속될, 가장 가까운 아이테르였다.

다른 건 아직 찾아내지 못하도록 탐색 범위를 좁히자.

‘됐고... 다음은...’

그리고 새로운 특성을 추가한다.

난 손가락을 아주 살짝 따서 검붉은 피를 내도록 했고, 초소형 스포이트로 빨아들였다.

이건 내 악의가 가득한 인자.

절대선 성향을 가지고 있는 아이테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아주아주 미세한 양을 넣는다.

이건 내 정액이 세화의 안에 들어갈 때마다 서서히 힘을 증대시키는, 잠복기가 무척 긴 바이러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세화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그녀의 도덕심을 서서히 붕괴시키면서 나에 대한 충성심과 절대적인 사랑을 키워가는 인자다.

아주 느린 속도로 세화의 정의를 침식해 새로이 고쳐 쓰면서, 아이테르를 서서히 악 성향으로 물들이게 된다.

종국에는 내가 원하는 것이 곧 자신의 정의라고 생각하게 될 테지.

이런 식으로 예속되어가는 거다.

‘사랑한다, 세화야.’

마음속으로 그녀를 향해 사랑을 고백한 내가 아이테르를 바꿔나갔다.

다음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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