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8화 (8/471)

EP.8 레오나, 현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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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게 대체 무슨...”

“스... 승현아...!”

여태껏 상상하지도, 들어보지도 못한 괴물이 주변을 박살내고, 자신들을 마치 맛있는 먹잇감으로 생각하는 것 마냥 음흉한 눈으로 입에 침을 바른다.

이런 비현실적인 일이 일어난 상황에서 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푸슈웅! 콰앙!

“푸히히힝!”

괴물이 어디선가 나타난 레이저포를 맞고 쓰러진다.

하지만 이내 다시 일어나 허공에 대고 몽둥이를 휘둘렀다.

퍼어엉!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기계의 파편이 방 안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 파편에서 정전기가 튀어 오르며 파지직!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유승현과 세화는 생각했다.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고.

그들의 귀에 복도와 건물 밖에서 사람들이 내지르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도와줘야 해.

두 사람이 동시에 한 판단이었다.

무의식 속에 자리한 정의감이 일부 튀어나온 것이다.

이게 세화가 레오나가 될 수 있었던 이유였고, 유승현이 영원한 그녀의 반려자가 된 이유였다.

“세화야... 일단 여기서 나가야 돼!”

“응...!”

벌떡 일어난 두 사람이 현관으로 향하려 할 때,

푸쉬이이!

박살난 건물의 큰 틈으로 SF영화에서나 볼 법한 수송기가 올라왔다.

커다랗지는 않은, 대여섯 명이 타면 꽉 찰 것 같은 수송기였다.

콕핏이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열리고, 조종간에 있던 캐시 박사가 소리쳤다.

“어서 타! 괴물이 너희를 노렸어! 얼른 도망쳐야 해!”

둘은 저 지적인 미모의 여인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뜬금없는 상황에 튀어나왔으니 그럴 수밖에.

하지만 둘은 곧 방에 떨어진 기계의 파편 무늬, 그리고 수송기의 겉모습 무늬가 같은 것을 파악하고는 알아차렸다.

비행체에 탄 저 사람이 괴물의 어깨에 레이저를 발사한 사람이라는 것을.

유승현이 곧바로 소리쳤다.

“저흰 괜찮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구해주세요!”

세화 또한 마찬가지, 옆에서 유승현을 거들었다.

“맞아요! 다른 사람들 먼저 구해줘요!”

캐시 박사가 눈썹을 꿈틀했다.

말을 듣지 않아 답답해서 그런 게 아니라, 두 사람의 이타적인 마음에 놀라서였다.

죽기 직전의 급박한 상황.

이런 상황에서 구세주가 등장해 살 수 있는데도 다른 사람들을 살핀다?

보통 이타심으로는 행할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어쩌면 긴 연구 끝에 개발한 디바이스의 적합자일지도 모른다.

불치병으로 세상을 떠난 철없는 남편이 기초를 구상하고, 그의 염원을 따라서 마무리를 지어 만들어낸 디바이스는 지금 자신에게 있었다.

아랫입술을 꽉 깨문 그녀가 생각했다.

‘시도라도 해보면...’

어차피 시도해봐서 나쁠 게 없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경우 강제로 구출해 다시 회수하면 그만.

하늘에 있는 씹덕 남편에게 애정이 담긴 욕을 쏟아낸 캐시 박사의 결심이 섰다.

가운 안주머니를 뒤적거린 그녀가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의 네모난 무언가를 들고 세화를 불렀다.

“야! 거기 여자애!”

현관문을 열려던 세화는 캐시 박사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박사가 무언가를 던지자,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잡았다.

“그걸 아무 팔에나 대봐!”

“이... 이게 뭔데요!?”

“대기나 해봐! 빨리!”

후우웅!

“이익!”

박사가 조정간을 최대한으로 움직였다.

괴물이 휘두른 몽둥이를 간신히 피한 그녀가 세화를 재촉했다.

“빨리! 빨리 대보라니까!”

버럭 소리를 지르는 박사의 말투엔 간절함과 처절함이 담겨 있었다.

그 감정에 동화된 세화는, 결국 박사의 말대로 했다.

그리고 그녀가 디바이스를 오른쪽 팔목에 댄 순간,

파아아앗!

디바이스가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으며 세화의 전신을 감쌌다.

동시에 디바이스 안에 있던, 언제부턴가 지구에서 나오기 시작한 신비한 에너지인 아이테르가 반응하면서, 빛으로 둘러싸인 세화를 공중으로 솟구치게 했다.

콰앙!

천장이 박살나면서 세화의 몸이 높게 떠올랐다.

“무슨... 세화야!”

유승현이 크게 놀라 세화에게로 손을 뻗어보았지만... 그녀는 이미 멀찌감치 떨어진 상태.

하늘로 올라간 그녀는 우뚝 멈춰 저녁의 우중충한 서울에 빛을 내리쬐고 있었다.

그 누구도 쳐다보지 못할 눈부신 빛을.

사람들의 눈이 절로 감겨지고,

“프흐힝!”

암두시아스 또한 눈이 부신지 팔로 얼굴을 가렸다.

그 때,

우우웅!

세화를 둘러싼 빛이 신비한 소리를 냈다.

그러자 세화가 입고 있던 펑퍼짐한 후드와 추리닝을 비롯한 속옷까지 어디론가 쏙 사라지면서, 그녀의 나신을 드러냈다.

나올 데 나오고 들어갈 데 들어간, 굴곡진 완벽한 몸매.

쇄골 가운데엔 언제부턴가 하늘색의 크리스탈이 자리하고 있었다.

다음은 머리카락이었다.

그녀의 찰랑거리는 갈색머리가 강한 흰 빛을 내뿜더니, 허리까지 길어졌다.

웨이브가 살짝 들어간 기존의 머리스타일보다 여성스러움을 훨씬 더해주었다.

머리색은 쇄골 가운데의 크리스탈과 같은 하늘색.

이후 다리에 흰색과 하늘색이 조화를 이룬, 허벅지까지 오는 굽이 높은 하이부츠가 생겨났다.

팔 또한 다리와 비슷했다.

세화의 여리여리한 삼두근이 있는 곳을 제외한 팔 부위에 탄력적인 장갑이 생겼다.

다음은 몸, 흰색 레오타드가 생겨나 가슴부터 가랑이까지 착 달라붙는다.

살랑거리는 허벅지까지 오는 테니스 치마가 엉덩이를 두르고, 허리춤엔 어느새 만들어진 검집이 철컹! 하는 소리와 함께 장착됐다.

이후 전신 이곳저곳에 단단하고 작은, 그저 외형을 꾸며주는 용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악세서리가 붙었다.

마지막으로 머리카락 위에 통신기처럼 생긴 머리띠가 장착되면서 변신은 끝이 났고, 빛도 수그러들면서 서울에 아까의 어둠이 다시 드리워졌다.

“.....”

감았던 눈을 뜬 세화... 아니, 레오나의 홍채는 크리스탈, 머리카락과 같은 선명한 하늘색이었다.

은은한 빛을 내뿜으며 공중에 떠있는 그녀는 마치 전쟁의 신처럼 고고했고, 아름다웠다.

레오나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듯, 괴물을 묵묵히 주시하며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스릉-!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나타난 검은, 눈앞의 거대한 괴물을 두 동강내고도 남을 듯 거대했다.

무척 무거울 만도 한데 한손으로 검을 들고 있는 모습이 이질적으로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레오나의 기품은 그것마저도 어울리도록 보이게 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온몸을 잠식한 정의감과 초인적인 힘을 분출하고 싶어 근질근질한 상태였다.

현재 레오나의 머릿속엔 단 두 가지 생각밖에는 없었다.

[악을 처단한다, 이건 운명이다.]

레오나는 눈을 뜬 사람들이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도 신경 쓰지 않은 채, 괴물에게 달려들었다.

바야흐로 초대 비스트 슬레이어 레오나가 세상에 현신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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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환호성을 내지르고 싶은 심정을 간신히 참아내고 있는 상태였다.

‘이... 이거야! 이거라고!’

변신이 완료된 레오나는 모니터로 보는 것보다 훨씬,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게임처럼 첫 변신 그대로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도 마음에 쏙 들었다.

새어나오는 미소를 감출 수가 없는 수준.

“푸흐흐...”

지금은 모든 이목이 암두시아스와 레오나에게 쏠린 상태.

조금 쪼갠다 하더라도 들킬 일은 없으리라.

난 실눈을 뜨고 둘의 결투를 지켜보았다.

레오나의 팔에 푸른 기운이 일어나며 검을 둘러싼다.

그리고 그 검은 암두시아스가 휘두르는 몽둥이를...

스겅-!

동강낸다.

“푸워어어억!”

당황한 암두시아스가 괴성을 내지르며 반대쪽 팔을 뻗어 주먹을 날려보지만,

써걱!

레오나가 올려친 검에 의해 어깻죽지가 잘린다.

푸쉬익!

마물의 팔은 검은 피를 내뿜으며 바닥에 볼품없이 떨어졌다.

그리고 암두시아스가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프히히힝!”

나는 끓어오르는 흥분을 삼키고 또 삼켰다.

레오나야, 빨리 암두시아스... 저 일회용 소모품을 죽여.

그리고 날 발견해줘!

그나저나 레오나의 속도는 어마어마하게 빨랐다.

보통 인간 따위가 눈으로 쫓을 수 없을 정도로.

난 개조된 눈으로 따라갈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이라면 그냥 하늘색 섬광이 암두시아스의 전신을 휙휙 지나치는 것처럼만 보일 터였다.

스걱! 스거걱!

암두시아스의 몸은 점점 조각이 났다.

필살기도 아니고 그냥 칼질인데 저렇게 무력한 수준으로 당하다니.

하긴, 저래야 각성용 제물답지.

근데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 지금까지 널 각성시키기 위해 인내의 인내를 거듭해온 내 충실한 수하란 말이야.

그냥 모가지만 따고 곱게 보내주라고.

암두시아스가 너무 처량해지잖아.

“여기... 여기에요! 이쪽은 안 막혔어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내 귀에 유승현의 선명한 외침이 들려왔다.

저 정의로운 새끼... 하긴, 그게 너지.

여자친구가 초인이 되어 괴인을 박살내는 와중에도 경찰들과 함께 다른 사람들을 챙기는 게.

날 발견하지는 마라, 이쪽으로 오지 마.

“하아앗!”

하늘에서 레오나의 힘찬 기합소리가 들렸다.

이제 마무리를 지으려는 모양.

슬쩍 보니 레오나의 검이 암두시아스의 모가지를 파고들고 있었다.

... 칵!

두부처럼 부드럽게 들어간 검이 뼈에 살짝 막히더니,

써걱!

이내 목 전체를 깔끔하게 베어내며 암두시아스의 몸과 분리시켰다.

“푸히이...”

잡몹마냥 힘 빠지는 비명을 내지른 암두시아스의 머리가 내 근처로 떨어졌다.

이거 좋은데? 이제 정신이 든 척하자.

“사... 살려주... 세요...”

비스트 슬레이어로 변신하면 기존보다 훨씬 향상된 오감을 갖게 된다.

이 정도로 얕게 말하더라도 레오나는 분명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퍼엉!

하늘에서부터 파공성이 들리더니, 내 위에 떨어진 건물 파편에 사뿐히 땅을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레오나가 내 목소리를 듣고 내려온 것이 분명하다.

아아... 원래는 서울시민들을 챙겼을 텐데, 날 가장 먼저 도우러 오다니.

감개가 무량하구나 무량해.

내가 눈동자를 위로 굴리자,

화아악!

세화의 몸에서 엄청난 빛이 일어났다.

마치 변신을 하기 시작할 때처럼.

아... 눈부셔.

“크으윽...!”

눈을 질끈 감은 내가 한 차례 신음을 뱉고 다시 눈을 뜨니, 위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펑퍼짐한 후드와 추리닝 바지를 입은, 변신이 풀린 세화였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살펴보고 있었다.

원래 모습 그대로 돌아와서 신기하긴 하지? 근데 나 좀 도와줘야 되지 않아?

“세... 세화...?”

내 부름에 화들짝 놀란 세화가 그제야 건물 잔해 사이로 얼굴을 비췄다.

“앗! 지혁아!”

“이게... 대체 무슨 일...”

“움직이지 마! 너 지금 깔려있어! 잠깐만... 여기요! 여기 좀 도와주세요!”

아니, 레오나인 상태로 잔해를 치워졌으면 됐잖아.

벌써 변신 에너지를 다 쓴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냥 싸움이 끝났으니까 해제한 거라고 좋게 생각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캐시 박사가 탄 수송기가 내 쪽으로 오더니 후레쉬를 비췄다.

그리고는 기체에서 기계팔을 내려 잔해를 치워주기 시작했다.

좋아, 여기서 눈에 띄어야 한다.

나는 힘든 와중에도 미래과학에 미친 공돌이다움을 잃지 않기로 했다.

기계팔을 빤히 바라보던 내가 중얼거렸다.

“포... 폴리머스...? 아니... 합금... 합금인가...? 티타늄이랑...”

내가 이렇게 중얼거리자 콕핏이 열리더니 캐시 박사가 튀어나왔다.

놀라 자빠질 것 같은 얼굴이다.

젊은 내가 단박에 기계팔의 정체를 꿰뚫어보니 신기했던 모양이지?

그녀가 물었다.

“어떻게 알았지?”

“누구... 세요...?”

“대답해, 어떻게 저 팔이 폴리머스 합금인 줄 안 거야?”

“색... 깔... 하고... 광택으로...”

“그냥 보기만 한 것만으로 알아차렸다고? 폴리머스를 본 적이 있어?”

캐시 박사가 날 빼내지는 않고 질문만 해대자, 세화가 빼액 소리쳤다.

“아줌마! 일단 지혁이를 여기서 빼내주고 묻던지 해요! 죽어가는 거 안 보여요!?”

그 말에 박사가 세화를 째려본다.

“아줌마가 아니라 제니퍼 캐시 박사야. 네 이름은?”

“이세화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혁이를...”

“알았어, 알았다고. 바로 빼내주면 되지? 지혁이라는 애를? 그러니까 소리 지르지 마.”

“네...”

“너흰 나와 함께 내 연구실로 좀 같이 가야겠어. 이 녀석은 꼭 치료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여... 연구실요? 하지만...”

“날 못 믿는 거야? 난 너한테 내 소중한 디바이스를 넘겼다고. 이미 네게 귀속까지 된 상태지. 너도 느꼈을 텐데?”

“.... 넘긴 게 아니라 강제로...”

“넌 이미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어. 그러니 잔말 말고 얌전히 수송기에 타.”

우물쭈물해하던 세화가 기계팔 덕분에 점점 몸이 드러나고 있는 날 바라보았다.

걱정이 가득 담긴 눈빛.

그녀가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는 말했다.

“그... 미안한데 우리 좀 바빠질 것 같아.”

“뭔... 지는 모르... 겠지만... 알았어...”

내 힘없는 대답에 애써 방긋 웃어준 그녀가 박사에게 물었다.

“승현이... 제 남자친구도 데리고 가도 돼요?”

“여기로 불러와서 태워.”

원래대로라면 유승현은 연구실에 같이 가지 않는다.

경찰들과 함께 시민들을 구하느라 바쁘기 때문.

세화도 유승현의 의견을 존중해주면서, 그녀 혼자 연구실에 가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세화와 함께 나도 같이 갈 것이다.

캐시 박사는 연구실로 가면서 내 뒷조사를 할 터.

하지만 너는 일말의 의심도 못할 거다.

여기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마르셀라가 내 신분을 공고히 해줄 테니까.

‘일단 몰래 몸 좀 바꾸고... 난 지금 아파야 된다.’

내부와 외부를 일반인과 똑같이 바꾸는 거다.

스캔했을 때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없도록 하자.

완벽하게 스며들어가주마.

너흰 이제 내 손바닥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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