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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5화 (5/471)

EP.5 맘 놓고 있으면 안 돼

“너는 고작 생각한 게 돈까스야? 좀 비싼 걸 먹지...”

식탁에 팔을 괸 세화의 나무람이었다.

바보야, 비싼 걸 먹으면 네 지갑이 얇아지잖아.

아직 넌 내 것이 아니니까 사정 봐줘야지.

돈까스를 꼭꼭 씹어 먹은 내가 말했다.

“난 돈까스가 좋아. 하루에 한 번씩 먹어도 안 질려.”

“어쩐지 학식 먹을 때도 돈까스만 먹더라니...”

“말은 똑바로 해야지. 돈까스를 자주 먹었지 돈까스만 먹지는 않았다?”

“그 말이 그 말이지 뭘...”

“그나저나 잘 됐다니 다행이다. 보험사기가 맞대?”

“맞대. 증거가 없어서 완전히 독박 쓸 뻔했는데, 임 변호사님께서 잘 해주셔서 빚 조금만 갚으면 돼.”

“그것도 독박 아닌가?”

“그렇긴 한데... 이렇게 된 것만으로도 진짜 감지덕지지 뭐. 꼼짝없이 신용불량자나 범죄자가 될 수도 있었어.”

세상은 힘이 없다면 살아가기 힘들긴 하지.

마르셀라야, 잘해줬다.

고개를 끄덕인 내가 돈까스를 입으로 가져가며 물었다.

“그럼 이제 빚을 갚아나가면 되는 건가?”

“응. 남자친구가 어제 바로 일자리를 찾았어. 면접 보러가자마자 합격하고 바로 일하게 됐지. 돌아오더니 디비 잔다고 문자 보내더라구. 지금쯤 코골면서 자고 있을 거야. 대학생들이 많은 야간 주점이라고 하던데... 페이가 아주 좋대.”

역시 예상대로 변명했군.

아직도 세화를 잘 모르다니... 미련한 놈.

고맙다, 세화에게 더 가까이 갈 기회를 줘서.

“죽으란 법은 없나보다.”

“그러니까 말이야. 나도 알바를 하거나 모아둔 돈 좀 보태서 도와주고 싶었는데... 남자친구가 학교 공부에나 집중하래. 내 돈은 절대 쓰지 말라더라. 알바도 하지 말라네.”

“이야... 서로 진짜 사랑하나보다?”

그 말에 세화가 얼굴을 붉힌다.

“그냥 좀...”

말은 얼버무리고 있었지만 표정만 봐도 답이 나와 있었다.

왠지 모르게 질투심이 솟구친다.

애써 속내를 감춘 내가 돈까스를 마구 퍼먹기 시작했다.

세화가 그런 나를 보더니 피식했다.

“천천히 좀 먹어. 안 뺏어가.”

“다 먹고 네 것도 먹으려고. 아직도 안 먹고 있는 걸 보니까 탐이 나서 말이야.”

“그럼 안 되지.”

깔깔댄 세화가 돈까스를 자르기 시작했다.

점심식사 후, 내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세화는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있었다.

식당 문을 연 내가 머리를 긁었다.

“내가 사려고 했는데.”

“내가 쏜다고 했잖아.”

“돈 아껴야하는 거 아니야? 난 돈 엄청 많은데.”

“어우... 재수 없어.”

“그러라고 말한 거야. 어쨌든 잘 먹었어. 다음엔 내가 살게.”

“나는 싼 거 안 먹을 건데?”

“재수 없는 나한테 마음껏 얻어먹어라.”

세화가 아무 말 않고 희미하게 웃은 채로 고개를 끄덕인다.

세화는 날 물주라고 생각할 정도로 여우같은 기집애가 절대 아니다.

예전이었다면 그럴 필요 없다고, 이건 보답을 하는 거라고 딱 선을 그었을 터였다.

이는 관계에 발전이 있다는 증거.

아까의 그 사랑얘기 때문에 기분이 별로였는데, 다시 힘이 나는구나.

좋아, 이젠 유승현도 일하느라 바쁘고 밤낮도 바뀌었겠다, 가속도를 좀 붙여봐야지.

내가 말했다.

“영화라도 보고 갈래? 재미있는 거 개봉했다던데. 돌아가면 계속 집에만 있어야 되는데 좀 놀아주라. 영화표는 내가 살게.”

세화가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더니,

“음... 그럴까?”

고개를 끄덕인다.

속으로 쾌재를 부른 내가 방긋 웃었다.

그렇게 난, 오늘을 기점으로 세화와 무척 크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

“너네 요즘 딱 붙어 다닌다? 정분이라도 났냐?”

한 남자동기의 말이었다.

요 한 달간 세화와 나는 자주 단둘이 점심을 먹거나, 저녁에 도서관에 같이 가거나 했다.

이런 말이 나올 때도 된 것이다.

내가 손사래를 쳤다.

“정분은 무슨... 세화 남자친구 있잖아.”

“아무리 그래도 좀 수상한데...”

슬쩍 세화의 눈치를 보니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나 혼자 해결해주길 바라는 건가?

일단 세화가 곤란하지 않게끔 하자.

“오해하지 마라 좀... 나랑만 붙어 다녔냐?”

“그건 그렇긴 해. 근데 너 요즘 살찐 것 같다?”

단순한 새끼, 내가 말을 돌리려 했는데 오히려 지가 돌리네.

어서 대답하...

“운동한다더라. 확실히 살이 좀 찌긴 했어.”

세화가 나를 대신해 동기의 질문에 대답했다.

이건 뭐지? 이러면 오해만 더 받을 것 같은데...

“오오... 관심 보이는 거야? 뭔가 막 지혁이가 남자로 보이고 그래?”

이거 보라니까.

저 오지랖 넓은 새끼가 또 오해하잖냐.

아직 세화는 날 좋아하는 마음이 없고, 그냥 몹시 편한 친구로만 생각하는 중일 터.

아니, 잠깐... 아까 저놈의 곤란한 질문에 딱히 부정을 하지 않은 것을 보니까 호감은 있는 모양인데...

그게 친구로서의 호감인지 이성으로서의 호감인지 제대로 알 수가 있어야지.

그래도 이 질문에는 부정하겠지?

아... 여기서 선 그이는 건 싫은데...

띠리링!

‘시발, 살았다.’

타이밍 좋게 마르셀라가 문자를 보내왔다.

휴대폰 알림음이 엄청 커서 대화는 뚝 끊기고 말았다.

남자 동기의 등을 나무라듯 툭 친 내가 휴대폰을 보았다.

그리고는 정색을 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충격적인 문자를 받았기 때문.

끼기긱!

의자가 큰 소리와 함께 끌리면서 모든 이목이 내게 쏠린다.

하지만 난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뭔데? 뭐야?”

남자동기의 당황한 물음.

내가 가방을 챙기며 말했다.

“난... 난 먼저 가볼게.”

“엉? 곧 수업 시작인데?”

“자체공강... 그래, 자체공강이야. 나 간다.”

“네가 자체공강을 한다고...? 야! 책은 가져가야지!”

뒤에서 동기가 소리를 질렀다.

책? 씨발 지금 책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난 그의 말을 깡그리 무시한 채 문을 박차고 내달렸다.

오피스텔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난, 곧바로 TV를 켰다.

마르셀라가 심각한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인다.

날 발견한 그녀가 인사도 생략한 채 말했다.

“마왕님! 큰일났어요!”

“알고 있다. 유리아가 발견됐다고?”

“네!”

호들갑을 떤 마르셀라가 내게 화면을 보여주었다.

거기엔 짙은 금발머리를 한 몹시 아름다운 숙녀가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이 여자의 정체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바로 2탄의 히로인인 유리아 엘레나르였다.

비스트 슬레이어 유리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비스트 슬레이어의 히로인 다섯 중, 두 명은 지구인이다.

나머지 세 명은 다른 은하나 이세계에서 온 히로인이고.

만약 유리아가 지구인이었다면 내가 이렇게 호들갑을 떨지도 않았을 것이다.

세화와 같은 시간에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니까.

하지만 유리아는 에란델에서 왔다.

이세계 출신 히로인이라는 뜻.

그리고 에란델은 타이라트... 아니, 내가 정복한지 오래.

그녀의 왕궁은 불탔고, 부모님은 모두 재로 변해버렸다.

2탄은 그 불타는 왕궁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유리아가 오랜 시간동안 포탈연구를 한 끝에, 내가 지구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찾아오는 것으로 스토리가 시작된다.

1탄에서 세화에게 당해 간신히 부활한 나는 또 다른 시련을 겪고...

그게 비스트 슬레이어의 편당 흐름이자, 해피엔딩루트였다.

근데 이 흐름이 바뀌었다.

마르셀라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저도 도통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설마 과거로 돌아온 건 나와 너뿐만이 아닌 건가?”

“그것도 모르겠어요. 어떡하죠, 마왕님?”

마르셀라가 다급하면 다급할수록, 내 머리는 도리어 차갑게 식어갔다.

이건 내 잘못이다.

생각해보면 난 1 ~ 5탄의 스토리만 알지 6탄은 모른다.

6탄의 시작지점이 내 과거회귀라는 생각은 그저 예상일 뿐, 스토리의 시작점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고작 그런 예상을 사실로 치부하고 마음을 놓은 내 실책이 분명했다.

“지금 당장 그리로 가겠다.”

말을 마친 내가 안방에 자리한 포탈을 탔다.

**

유리아는 그저 평범한 시민처럼 거리를 돌아다녔다.

그것도 한국에서.

한국대가 있는 서울과는 다소 먼 대전이었지만, 나는 유리아가 캐시 박사를 만난다는 것을 안다.

물론 2탄의 시작지점에 만나게 되지만...

‘현재 나오면 안 되는 유리아가 나온 이상, 길은 이미 어긋났다고 봐야지.’

그러니 유리아가 언제 캐시 박사를 만나도 이상하지 않다.

이러면 좀 곤란...

“잠깐...”

곤란?

아니, 이건 내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분명 큰일은 맞다.

하지만 내가 처신만 잘 하면 된다.

스며들어가기만 하면 나머지는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다.

“마왕님...”

마르셀라가 시무룩한 말투로 날 부른다.

혹여 꾸중을 들을까 걱정하는 것 같았다.

걱정하지마라, 내 참모여.

“레오나에게 집중하느라 중요한 일을 생각지 못했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지. 우리 모두의 실책이니 너무 의기소침해있지 마라. 유리아에 대한 추적은?”

“이제부터 대전 주변의 모든 카메라가 유리아를 추적할 거에요.”

“그것만으로는 안 돼. 추적에 능한 마물을 붙여서 24시간 감시해라. 네가 개조하려던 게 있다고 저번에 그러지 않았나?”

“최근에 개조가 끝났어요. 붙일까요?”

“그래. 내 몸으로 정보를 보낼 수 있나?”

“위치정보는 확실하게 알 수 있어요. 더 개조하면 영상까지 보여드릴 수 있지만...”

지금은 급한 상황이니만큼 일단 있는 놈들을 다 내보내야겠지.

“당장 붙여라. 다른 비스트 슬레이어들이 더 있나 전 세계를 뒤져서라도 확인하거라. 특히 로제는 빠른 시간 안에 찾아내야 한다.”

마르셀라가 허겁지겁 고개를 끄덕였다.

“슬레이어들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겠지?”

“당연하죠.”

“바로 시작해.”

“네!”

비스트 슬레이어들의 현실 이름은 레오나부터 각각 이세화,

유리아 엘레나르,

스텔라 헤일리,

실비아 리즈,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델라인.

이중 세화와 스텔라 헤일리는 1, 3탄 히로인이자 지구인이다.

2, 4, 5탄은 이세계 출신이고.

일단 레오나와 유리아는 발견한 상태.

로제를 발견하는 것 또한 시간문제다.

미리 알아내지 않은 것이 천추의 한, 나는 다시금 스스로를 질책했다.

‘느긋하게 있으면 안 되겠어.’

당장 세화에 대한 계획을 모조리 끝마쳐두는 거다.

그 뒤에 암두시아스를 내보내자.

일단 비스트 슬레이어가 되는 과정부터 확인하는 게 맞다.

만약 세화가 성공적으로 레오나가 된다면 한시름 덜 수 있다.

어쨌건 유리아는 복수를 위해 왔으니, 당연히 내가 지구에 있다는 것을 아는 상태.

물론 내가 위장한 건 모르고 있겠지만, 만약 유리아의 움직임이 조금이나마 수상하다 싶으면... 아몬을 내보내 최면을 걸어야겠다.

자연스럽게 떨어뜨리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내가 좆 될 수는 없잖아.

띠리링!

[지혁아, 무슨 일 있어? 교수님이 너 어디 갔냐고 묻더라. 급한 일 생겨서 나갔다고 말해놨는데... 잘한 건가? 네 책은 내가 가지고 있어. 나중에 줄게.]

세화의 문자.

날 많이 걱정하는구나.

이 정도라면 빠르게 일을 진행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천장을 바라보며 앞으로의 일을 그려낸 나는, 한 시간 정도 텀을 둔 뒤 세화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때 네 남자친구의 사고 건으로 우리가 했던 거래 기억해?]

띠리링!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바로 온 답장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당연히 기억하지.]

[그거 오늘 쓸게. 저녁 7시에 우리 집 근처로 와줘. 부담스러운 건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말고.]

나는 휴대폰을 빤히 바라보다가 알겠다는 답장이 오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는 마르셀라에게 가서 유승현에게도 추적용 마물을 따로 하나 붙이고, 내가 위치정보를 얻을 수 있게끔 만들었다.

다음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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