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414화 (1,415/1,419)

〈 1414화 〉 무안들외전 171. 볼기를 때리겠다.

* * *

중남해

베이징 시의 중심부인 시청 구에 있는 옛 황실정원으로

현재는 중국공산당 중앙우원회 총서기, 국가주석과 총리의 집무실이 있는 소재지.

그곳에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작은 회의실.

그곳에 두명의 이방인들이 무척이나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검은 피부를 가진 정복을 입은 사내와 새하얀 피부를 가진 금발벽안의 여인.

미군 최고 통수권자, 국방장관 레이지 오스틴과

SSS급 히어로, 금사자의 레오나가 그 주역들이었다.

천인이라 불리우는 이계인을 만나기 앞서

제대로 된 사정청취를 위해 중화인민공화국의 총서기 수석비서장 정수원과 비공식적인 회담을 가진 것이다.

"그 말이 정녕 사실인가?"

곧이어 오스틴 장관은 믿기 힘들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의 말이 도저히 신뢰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치의 거짓없는 사실일세. 오스틴 국방장관."

중화인민공화국의 총서기 섭군평의 최측근

수석비서장, 정수원은 떨림조차 없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거짓따위는 일푼조차 없다는듯이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도무지 믿기지가 않는군, 대륙무쌍 항적을 비롯한 국가 주전력급 헌터들을 포함해 1억이 넘는 인구를 홀로 몰살시켜버렸다니 말이야."

1억이라는 숫자는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였다.

세계 최강국이라는 미국조차 3억이 약간 넘지 않던가

그런데 그 1억의 인구를 고작 사나흘만에 몰살시켜버리다니?

그것도 국가전력급 헌터마저 포함되어있는 상태로 말이다.

아메리카 최강의 히어로

홀랜더조차 이런 압도적인 위용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어찌 쉽사리 믿을 수 있겠는가

"압도적인 힘 앞에선 숫자따윈 무의미하더군."

정수원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

하지만 그 말에도 오스틴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불신만이 가득한 것이다.

"믿기지 않나보군, 뭐 이해하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할 일일테니."

정수원은 이해한다는듯 말을 이었다.

"이쪽 화면을 봐주게, 내 직접 그 위용을 보여주도록 하지."

그는 뒤편에 있는 커다란 스크린을 가리키며 입을 떼었다.

그리고 품속에서 작은 리모컨을 꺼내 그대로 눌렀다.

그러자 화면에서 무언가 비추기 시작하였다.

[콰아아아아아아]

"저..저건..."

"드래곤?"

오스틴과 레오나의 눈빛이 휘둥그레지기 시작하였다.

화면 속에 찬란한 금빛 비늘을 가진 동양풍의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낸 까닭이었다.

"보름 전 천안문쪽에 출현했던 대괴수일세, 당국에선 이 대괴수를 황룡이라고 지칭하였고 SSS급..그러니까...대재앙급이라는 등급을 매겼지."

정수원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다음 리모컨을 눌러 화면 전환하였다.

그러자 찬란한 빛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대천사가 드래곤을 추락시키는 모습이 화면에 띄워지기 시작하였다.

"그러고 이계인은 저 대재앙급 괴수를 홀로 토벌하였지."

".....그럴 수가.."

오스틴은 믿기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대재앙급은 최소 SSS급 헌터가 두명이상 있을 때 토벌시도 해볼 수 있는 최악의 괴물이었다.

그런 괴물을 홀로 토벌하다니

어찌 쉬이 믿을 수 있으랴

"저 드래곤이 크기는 하다만...대재앙급이라고 하기엔 근거가 부족치 않습니까?"

그때 잠자코 경청하고 있던 금사자, 레오나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대재앙급

두명이상의 SSS급 헌터가 존재할 때

비로소 토벌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최강의 존재.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하긴 하지만 대재앙급이라고 판정하기에는 그 근거가 부족하다 느낀 까닭이었다.

"동방육룡???이 당했네."

그 말에 정수원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동방육룡이라면 설마!?"

레오나는 눈을 부릅 뜬 채 되물었다.

동방육룡???

중화인민공화국의 주전력이자

최고의 인민헌터 집단.

그들의 명성은 미국까지 널리 알려져있었다.

아메리카 최고의 슈퍼스타 세븐 스타즈와 은근한 라이벌 기믹을 가지고 있는 SS급 헌터 집단이었기 때문이었다.

"자네가 아는 그 동방육룡이 맞네, 권왕무적도, 불패검존도, 지옥명왕도, 비천만리도, 혼천만제도, 합마금괴도 전부 저 황룡에게 패해 불귀의 객이 되버렸지."

"....그럴 수가.."

레오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그들은 세븐 스타즈와 마찬가지로 SS급에 도달한 중화인민공화국 최고 전력들이었다.

전세계를 놓고 봐도 적수가 많지 않은 진짜 중에 진짜인 것이다.

그런 그들이 맥을 못추고 당했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떤가? 이제 근거는 충분한가?"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요...저 드래곤이...대재앙급이라는 사실을...그리고..그 이계인이..최소 SSS급에 해당하는 전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레오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여섯의 SS급 헌터조차 감당못한다면

이는 SSS급 헌터외에는 막을 수 없다는 뜻이었으니

"이제야 믿어주는군, 그래."

정수원은 말에 뼈를 담아 내뱉었다.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가주석

섭군평의 최측근이자 수석비서장인 자신의 말을 그리 못믿냐는 타박이 섞여있었다.

"이곳은 중국이니까."

레오나는 곧바로 반박을 하였다.

거짓이 일상이나 다름없는 중국에선 모든 걸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교통, 취식, 일상적인 대화나 농담, 외교

심지어 수석비서장의 말까지 말이다.

"어쨌든 이계인이 가지고 있는 힘은 대재앙이상의 위험성을 지니고 있네, 만약 미리 제거하지 않는다면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될거야."

"그래서 미국에게 직접 도움을 청했다는 말인가?"

"총서기께서는 이계인의 위험성은 비단 중국에게만 통용되는 문제가 아닌 인류의 문제이라고 하셨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중화인민공화국의 위대하신 주석께서 그런 말을 했다니 꽤나 당혹스럽군."

"당혹스러울 것까지야 있네."

"아니, 충분히 당혹스럽네, 내가 아는 섭군평은 그렇게 인류애가 넘치는 인간은 아니였으니 말이야."

오스틴은 싸늘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꽤나 무례한 태도였지만 그는 거침없었다.

대륙무쌍 항적은 물론이고

SS급 인민헌터 집단

동방육룡이라는 국가전력마저 잃게된 중국이었다.

이제는 더이상은 미국과 대등한 관계가 아닌 것이다.

자연히 오스틴의 태도가 무례해지고 강경해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건 어디까지나 서로의 무력이 동등했다는 전제하였으니

으드득

바뀐 그의 태도에 정수원은 이를 갈았다.

한낱 국방장관따위가 국가원수를 모욕하는 무례를 선보이다니

평소라면 호통을 치며 크게 꾸짖었을 것이다.

주제파악을 하라면서 말이다.

"....허허허....본디 사람은 겉만 봐선 모르는 법이지."

하지만 중국이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된 지금은 그저 낮추고 허허실실 웃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의 몰락으로 명실상부 세계최강국으로 우뚝 선 그들을 감히 거스를 수는 없었으니

"어쨌든...결론은...이계인을 죽여야한다는 말일세! 그게 지구의 평화를 위한 유일한 길이야!"

정수원은 한차례 더 강조하였다.

어떻게든 천인과 미국을 싸움을 붙이기 위해서

"그에 관해선 차후에 결정토록 하겠네."

물론 오스틴은 그런 수작에 순순히 넘어가지 않았다.

"뭣이!?"

"이런 중대사를 어찌 한쪽 말만 듣고 결정하겠는가?"

"지금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말인가!"

정수원은 세상 억울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어느 정도는 믿네, 이계인이 SSS급에 준하는 무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라던가...대륙무쌍 항적과 동방육룡이 죽었다는 말, 1억이 넘는 중국인을 죽였다는 말 같은 건 말이야."

"그런데 어째서 당장 싸우지 않겠다는 말인가!"

"내 당신 말을 전부 믿는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네만?"

오스틴은 새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말을 이었다.

"다짜고짜 쳐들와 지구의 정복이라는 포부를 밝혔다는 부분이 꽤나 미심쩍어서 말이오, 나라면 그런 음흉한 의도를 결코 드러내지 않았을테니 말이오."

"그..그건...그년이..수준 낮고..미개해서.."

"그러니까 그걸 직접 확인할 생각이오, 정녕 당신말대로 수준이 낮고 미개한지 말이오."

오스틴의 태도는 단호하기 그지 없었다.

애초에 정수원의 뜻대로 움직일 생각따윈 추호도 없었다.

중국에 온건 어디까지나 미국의 의지였으니

으드득

그리고 그 태도에 분노한 정수원은 이를 갈았다.

저 능구렁이가 같은 놈이 좀처럼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흑인새끼가..꼴같지 않게..머리를 굴리다니.'

학살된 시민들의 시체와 황룡을 토벌하는 천인의 위험성을 강조하였음에도 전혀 말려들지 않다니

난감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는 미국과 천인간의 싸움을 붙일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하지..대체..어떻게..'

정수원은 머리를 최대한 열심히 굴려보았다.

어떻게든 저들을 싸우게만들 명분을 만들기 위해

"뭔가 숨기거나 거짓말을 한 게 있다면 지금 말하는 게 좋을 걸세."

그렇게 한창 머리를 굴리던 찰나

귓가로 오스틴의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미국은 꽤나 관대한 곳일세, 득실만 맞는다면 거짓을 일삼았던 거짓말쟁이들과도 훌륭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 있지...그러니 숨기거나 거짓말을 한 게 있다면 속히 말하게. 수석비서장."

".............."

오스틴의 말에 정수원의 동공이 쉴새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최악의 경우

미국까지 함께 나서서 중국을 해체시킬 수도 있었다.

세계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에게

이계인과의 약속한 소수민족 독립은

중국을 합법적으로 해체시킬 수 있는 좋은 명분이 될테니

때문에 그의 제안이 너무나 매혹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에게 사실대로 고하고

비즈니스 파트너쉽을 맺을 수 있다면

중국의 보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니

'어떻게..해야..대체..어떻게.'

내적 갈등이 시작되었다.

어떤 선택이 가장 최선인지 머릿속을 굴리며 재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도와주십시오."

쿠웅

이내 결정을 마친 정수원을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결국 미국에게 정식으로 도움을 요청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일어나게, 얘기가 길어질듯하니."

그 모습을 본 오스틴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이제 중국측에서 꼭꼭 숨겨왔던 진실에 대해 들어볼 차례였다.

********

천궁??

불현듯 나타나 중국을 구원한 위대한 영웅

천인?人이 기거하는 곳.

[아아악! 아아악! 아아아악!!]

그곳에 고통으로 가득한 비명성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아파아! 아파아! 아프다고! 이 용대가리새끼야!!]

푸른색 펭귄의 형태를 띄고 있는 절대자, 세라스는 자신의 배때지를 물고 있는 아기용, 용자를 노려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아흐하으하호 무흔거하!!]

배때지를 문 용자는 당당히 말을 내뱉었다.

안아프게 물거면 애초에 물지도 않았다.

배때지를 내줬을 때부터 이미 고통을 감수해야하는 게 아니던가

[놔아! 놔아! 놓으라고! 안놔아!!]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세라스는 조막만한 양날개로 용자의 머리통을 쉴새없이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있다간 배때지에 구멍이 날 것만 같았다.

꽈아악 꽈아아악 꽈아악 꽈아악

용자는 발버둥이 심해질 수록 더욱더 강하게 물기 시작하였다.

이번 기회에 저 건방지기 짝이 없는 세라스와 제대로 서열정리를 할 참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아아아아아악!!!]

그렇게 세라스의 비명성이 천궁 전체에 가득 메워지던 그때였다.

"시끄러워!"

퍼어어어억

[꺄울~!]

[께에엑!!]

두 절대자의 몸이 바닥을 나뒹굴며 쉴새없이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놀거면 나가서 놀아!"

세라스와 용자의 난동에 짜증이 난 선우가 그대로 발길질을 가한 까닭이었다.

[싸우는 게 아니에요! 세라스가 일방적으로 달려들었다구요!]

[서열정리했던 겁니다! 마스터! 이 건방진 새새끼가! 일등급 애완동물도 못알아보고 개겼다구요!]

두 애완동물을 억울하다는듯 항변을 하였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소동이었다.

그런데 어찌 이런 무자비한 폭력으로 대응을 한다는 말인가

"그래서 안닥치겠다고?"

선우는 흉흉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그러자 억울하다는듯한 항변했던 용자와 세라스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마스터의 무시무시한 눈빛에 간담이 쪼그라든 연유였다.

"사이좋게 지내, 알았어?"

선우는 흉흉한 살의를 내비치며 입을 떼었다.

[저희 친해요~ 그치 베이거스?]

[맞아맞아! 완전 베스트 프렌드야~ 그치?]

세라스와 용자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서로 팔짱을 끼기 시작하였다.

서로가 역겹긴 하였지만

그렇다고 무자비한 폭력을 당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 어디까지 말했지."

이내 그들의 상태를 확인한 선우가 고개를 돌려 입을 떼었다.

"아, 네에, 판테시아 인류를 멸망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에 관해 말하고 있었어요."

몸도 마음도

완전히 종속된 암컷

불사의 마녀 키르케가 공손히 말을 이었다.

"그런 이유따윈 없어!"

그러자 맞은편에 앉아있던 인류최강의 용사, 세실리아가 고함을 내질렀다.

"그걸 판단하는 건 주인님 아닌가? 왜 너 따위가 판단하지?"

키르케는 짜증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소중한 주인님께 말을 전하는 중이건만 어딜 감히 버릇없게 끼어든다는 말인가

"들어보나마나한 이야기야!"

세실리아 또한 분노 가득 눈빛으로 그녀를 마주하였다.

"그러니까 그걸 판단하는 건 주인님이라니까? 너 바보야? 내 얘기 이해 못해?"

"어차피 마왕군 입장에서 멋대로 날조된 망상을 지껄일 게 뻔하잖아? 그런 걸 들어줄 이유가 있을 것 같아?"

"난 주인님께 거짓말따윈 하지 않아! 완전히 종속되었다구!"

"혹시 모르지! 무슨 꿍꿍이를 숨기고 있을지!"

"지금 내 진심을 모욕하는 건가!?"

키르케의 눈빛이 싸늘하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진심을 모욕하는 그녀의 언행에 분노가 치밀어오른 것이다.

"발끈하는 걸 보니 찔리나봐?"

세실리아는 조롱기 어린 어투로 입을 떼었다.

"용사...한마디만 더하면 아가리를 찢어버리겠다."

키르케는 흉흉한 살의를 내비치며 무시무시한 협박을 하였다.

"한마디."

물론 세실리아는 그런 협박따위에 굴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가만 안둬어어어!"

키르케는 곧바로 대낫을 들어올렸다.

"바라던 바야!"

세실리아 또한 지지않겠다는듯 성검 솔라레오를 치켜세우기 시작하였다.

칼부림이 난무할지도 모를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만."

쿠우우우웅

"으에에엑!"

쿠우우우웅

"하으으윽!"

일촉즉발의 상황은 말 한마디로 정리가 되었다.

선우가 건곤대나이를 이용해 그녀들을 머리를 강제로 땅에 처박아버린 까닭이었다.

"분명 싸우지 않겠다고 약속했을텐데?"

선우는 골치아프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첫만남부터 개와 고양이처럼 끊임없이 싸우던 걸

간신히 중재했건만

말짱 도루묵이었다.

어쩜 이렇게 눈 한번 돌리면 곧바로 전투 태세를 취한다는 말인가

"주인님, 억울해요! 이 싸가지가 주인님을 향한 제 진심을 모욕했다구요!"

"선우님! 현혹되지 마세요! 선우님을 마왕군편에 서게 만들려는 수작이에요!"

두 여인은 억울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항변을 하였다.

"결국 약속을 안지켰으니까 둘다 똑같아."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손바닥 서로 맞부딪혀야 소리가 법이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두사람 모두 약속을 어긴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죄에 대한 벌을 받아야겠어."

"벌이요?"

"무..무슨?"

두 여인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볼기를 때리겠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예에!?"

"볼..볼기를요!?"

그러자 두여인 모두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말을 안듣잖아? 그럼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하지 않겠어?"

"....후우...어쩔 수 없죠..제 잘못이니까..달게 받을 게요."

"말도 안돼! 선우님이 제 볼기를 왜 때려요! 전...전 다큰 성인이라구요!"

두 여인의 반응은 극명히 갈렸다.

얌전히 수긍한 키르케와 달리 세실리아는 언성을 높이며 항변을 하였다.

다큰 처자의 볼기를 때리다니

그녀의 상식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던 까닭이었다.

"지금 나한테 둘다 여자가 아니라 말 안듣는 애들로 보여, 그러니 직접 볼기를 때리도록 하겠다."

선우는 당당하게 내뱉었다.

조금의 사심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알겠어요, 선우님...어서 와주세요오.."

"싫어요! 안돼요! 하지마세요오!"

"일단 세실리아부터 때리도록 하지, 들어보니 먼저 시비를 걸었던 건 너인 것 같으니까."

저벅 저벅 저벅

선우는 땅에 처박혀있는 세실리아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싸울게요..제발...그러지마세요!"

세실리아는 곧바로 용서를 빌었다.

정인도 아닌 외간남자에게 이런 수치스러운 일을 당하고 싶지 않던 까닭이었다.

"이미 늦었어."

물론 이미 마음을 굳힌 선우는 그 사과를 받아줄 마음따윈 전혀 없었지만 말이다.

저벅 저벅 저벅

"싫어어어어!!!!!!!"

이내 선우가 코앞까지 다가오고 세실리아의 비명성이 방안을 가득 메우던 그때였다.

어느순간 선우의 걸음걸이가 멈춰섰다.

더불어 한창 소리를 내지르던 세실리아 또한 비명을 멈췄다.

그리고 조용한 침묵이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아무래도 손님이 온 것 같군."

이내 선우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천궁쪽으로 접근하는 인기척을 느낄 수 있던 까닭이었다.

"상당한 기운이 느껴져요, 항적과 비슷한 수준의..."

세실리아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죽일까요? 주인님?"

키르케는 살벌하기 그지없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으며 물었다.

"아니, 섣불리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어떤 의도인지 모르는 이상

구태여 죽일 필요는 없었다.

"일단 맞이하도록 하자구, 이 먼곳까지 찾아온 손님을 말이야."

선우의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기 시작하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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