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01화 〉 무안들외전 158. 날조를 하다.
* * *
펜타곤.
그 크기는 60만 제곱미터에 달하고 그중 34만 제곱미터에 해당하는 구역이 실질적인 오피스로 사용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오피스 건물 가운데 하나.
23000명의 군사 및 민간인 직원들과 3000명의 비방위 지원 인력이 일하고 있는 미합중국의 국방부 청사이자 미군의 상징.
"뭐라고?"
그곳의 총책임자이자 미합중국 국방장관, 레이지 오스틴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혹시나 잘못들은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중국측에서 대격변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를 찾았고 이에 관해서 대담을 나누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러자 수행비서 다이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
오스틴은 한치의 망설임도없이 곧바로 부정을 하였다.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대격변이후 원인규명을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부은 미군조차 알아낼 수 없었거늘! 어찌 중국따위가 원인을 규명할 수 있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소리일세!"
미국의 정보력은 세계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었다.
그런 미국측에서 알아낼 수 없는 걸 중국따위가 알아낼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진지하게 들어줄 가치조차 없네! 보나마나 블러핑일테니! 뭔가 뜯어내기 위해 수작을 부리는 것이란 말이네!"
대한민국이나 일본 혹은 대만측에서 그런 소식을 전해왔다면 사실관계부터 확인하였을 것이다.
미개하고 더럽고 천박한 중국과는 달리 그들은 국가의 품위라는 것을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는 국가들이었으니
하지만 출처가 중국인 이상
사실관계를 확인할 가치조차 없었다.
그들은 염치라는 걸 모르는 더러운 바퀴벌레같은 족속들이었으니
"하지만 오스틴 장관님."
"뭔가?"
오스틴은 눈살을 찌푸린 채 되물었다.
"총서기의 비서실장이 직접 요청한 사안입니다.이대로 거절하신다면 여러모로 외교적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비서실장? 범군청이 직접 그 헛소리를 지껄였다는 말인가?"
"아뇨, 범군청이 아니였습니다, 그는 스스로 새롭게 임명된 비서실장, 정수원이라고 소개하였습니다."
"물갈이가 됐다?"
오스틴 장관은 눈을 반짝이며 되물었다.
"아무래도 그리 된 것 같습니다."
"....흐음...뜻하지 않게 흥미로운 이야기군, 그 범군청이 물갈이가 되다니 말이야."
오스틴은 흥미로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대격변에 원인을 규명할 증거를 찾았다는 건 말도 안되는 거짓이기에 상대할 가치도 없었지만 비서실장의 물갈이는 달랐다.
최측근인 범군청이 물갈이됐다는 건 그만한 사건이 터졌다는 증거일테니
"아무래도 중국내에서 꽤나 큰 사건이 터진듯 합니다."
"내 생각도 같네. 분명 무언가 생긴 거겠지."
오스틴 장관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일단 연결해보게, 내 직접 확인해봐야겠네. "
"알겠습니다. 곧바로 연결토록 하겠습니다."
삐빅
말을 마친 다이앤은 곧바로 리모콘을 만지작거렸다.
드르르르륵
그러자 앞쪽에 커다란 스크린이 서서히 아래쪽으로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파아아앗
그리고 화면이 펼치며 중년의 동양인이 모습을 비추기 시작하였다.
[반갑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총서기를 보좌하는 비서실장, 정수원이라고 합니다.]
비서실장, 정수원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반갑소, 미합중국의 국방장관 레이지 오스틴이라고 하오."
오스틴은 화면을 응시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중국에 큰일이 있었던 것 같소, 분명 먼젓번에 봤던 비서실장은 다른 이였는데 말이오."
이내 오스틴은 떠보듯이 슬쩍 입을 떼었다.
[맞습니다, 아주 큰일이 있었습니다, 최측근이 물갈이 될 정도로 큰일이 말입니다.]
정수원은 순순히 인정을 하며 말을 이었다.
".....인정이 빠르군."
그의 인정에 오스틴은 꽤나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살짝만 건드려볼 요량으로 내뱉은 말을
즉각적으로 인정하니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까닭이었다.
[사실이니까요, 아니 애초에 미합중국의 국방장관이라면 대격변의 원인을 규명할 증거를 찾았다는 소식보다 비서실장이 바뀌었다는 소식에 흥미를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미국측에선 중국을 신뢰하지 않을테니까요.]
"꽤나 똑똑하군."
[비서실장이란 자리는 똑똑치 않으면 쟁취할 수 없는 자리니까요.]
최고의 엘리트 중에서도 고르고 고른 인재였다.
이정도 유추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리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솔직히 말해 난 중국측에서 주장하는 대격변의 원인을 규명할 증거를 찾았다는 말을 믿지 않네, 세계 최고의 정보력을 가진 미국조차 알아낼 수 없는 걸 한낱 중국따위가 알아낼 수 있을 리 만무할테니 말이야."
오스틴은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군인인 그에게 정치인과 같은 뱀과 같은 말솜씨는 없었다.
그저 뜻하는 바를 가감없이 드러낼 뿐
"내가 궁금한 건 그저 비서실장이 바뀐 이유뿐일세, 최측근이 범군청이 숙청됐다면 보통 심각할 사안이 아닐테니 말이야. 그러니 시간낭비 말고 알려주게, 범군청이 물러난 이유가 무엇인가?"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면 대격변의 원인부터 들을 수밖에 없을듯 싶군요, 연관이 없지 않으니.]
"말했을텐데? 중국측의 망상따윈 듣고 싶지 않네, 그저 간단히 설명하면 된다는 말일세, 쿠데타인가? 아니면...."
[게이트 너머로 이계인이 넘어왔습니다.]
정수원을 오스틴의 말을 그대로 끊고 제 할말을 지껄였다.
"뭣...뭣이!?"
그 순간 오스틴은 눈에 뛰게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귀가 그리 좋지 않은듯하군요, 다시 말씀드리지요, 황산에서 발생한 게이트 너머로 저희와 똑같은 외형을 지니고 있는 이계인이 넘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이계인을 통해 대격변의 원인에 대해 들을 수 있었지요.]
"말도 안되는 소리!"
오스틴 장관은 곧바로 부정하였다.
대격변 이후 게이트 넘어온 존재들 중 대화가 가능한 지성체따윈 존재치 않았다.
그런데 별안간 인간의 외형을 한 이계인이 넘어왔다니.
이 무슨 말도 안되는 개소리란 말인가.
[의심이 많으시군요.]
"지금껏 게이트 너머에선 지성체따윈 넘어온 적이 없네!"
[과거에 그리 되었다해서 현재까지 그리될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
"날 설득하려면 말이 아닌 증거를 가져오게! 말뿐이라면 어떤 주장도 믿지 않을테니!"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나름의 증거를 내보일 수밖에.]
말을 마친 정수원이 화면 속에서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파아앗
그다음 영상 하나가 그대로 스크린에 띄워지기 시작하였다.
천안문 광장을 헤집고 다니는 거대한 황금빛의 드래곤.
찬란한 빛과 함께 강림하듯 내려오고 있는 성스럽고 고귀한 한명의 천사.
성스러운 빛 앞에 사멸하는 난폭한 괴수
마치 영화속에 한장면과 같은 모습들이 그대로 펼쳐진 것이다.
".......아아.."
오스틴 장관은 그 압도적인 광경에 입을 벌린 채 그저 가만히 응시할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파앗
영상이 사라지고 정수원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이..이건..대체.."
오스틴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전승절 당시 천안문에서 일어났던 대괴수의 침공과 이계인의 모습이 담긴 영상입니다.]
그러자 정수원은 곧바로 설명을 덧붙였다.
[어떻습니까?...이제 믿음이 가시는지요?]
"......믿을 수 없네."
하지만 오스틴은 여전히 완강히 부정을 하였다.
[이런 확실한 증거영상을 보고도 못믿겠다는 말씀입니까?]
"영상이야 언제든 조작할 수 있지 않은가? 그게 자네들 전문일테니!"
[직접 검증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조작따윈 없는 진짜니까요!]
"지금껏 등장한 적없는 드래곤과 이계인이 동시에 나타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조작도 정도껏해야지!"
[오스틴 장관께서는 실로 꽉 막히신 분이로군요. 이리 뻔한 증거를 앞에 두고 끝까지 부정을 하다니.]
"이런 영상으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네! 좀더 제대로 된 증거를 가져오란 말일세!"
[항적이 죽었습니다.]
"......뭣이!"
순간 화등잔만하게 커지기 시작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당혹스러움이 물밀듯 치솟은 까닭이었다.
[중화인민공화국 최고의 헌터이자 대륙무쌍이라고 불리우는 최초의 SSS급 헌터, 항적이 죽었다는 말입니다.]
".....말..말도 안되는.."
항적이 누구란 말인가
지상최강이라는 화두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이자 명실상부 중국에서 가장 강한 남자가 아니던가
그런 그가 죽었다니
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란 말인가
[예에, 말이 안되지요, 하지만 엄연한 사실입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자랑이자 대륙 최강의 남자는 흔적조차 없이 소멸하였습니다. 이계인에 의해서 말입니다.]
"..........그럴..수가.."
[설마 제가 항적을 두고 그런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지껄였다고 생각지는 않으시겠지요?]
"........."
오스틴은 반박치 못하였다.
항적이라는 존재가 중국에서 갖는 위상은 어마어마하아였다.
우상화된 섭군평마저 초월하여 신격화마저 되고 있는 인물인 것이다.
그런 항적을 두고 비서실장이라는 작자가 거짓을 지껄일 리 없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이계인은 정말..존재했군."
이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대격변의 원인을 규명할 증거를 찾았다는 중국측의 주장을 말이다.
[이제야 제 말을 믿어주시는군요.]
".....자네가 대륙무쌍을 두고 거짓을 지껄이진 않을테니."
SSS급 헌터의 존재는 곧 국력을 의미하였다.
제정신이 박힌 인간이라면 그 국력이 깎아졌다며 거짓으로 지껄일 리 없었다.
국력의 약화는 곧 막심한 외교적인 손실을 자아내었으니
"자세히 말해보게...이계인이 말한 대격변의 원인이 무엇인가? 그리고 중국에선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인가?"
이내 오스틴은 꽤나 진중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장관.....그러니까..]
곧이어 정수원은 각색과 날조로 범벅이 된 설명을 읊조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설명을 듣는 오스틴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지기 시작하였다.
설명을 들으면 들을 수록 사태의 심각성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던 까닭이었다.
"......그러니까..대격변이 일어난 이유는 타차원의 이계인들이 지구를 정복하기 위한 계략때문이라 이건가?"
[그렇습니다. 덧붙여 이번엔 전승절날 대괴수를 이용한 자작극을 벌여 인민들의 호감을 사고 더 나아가 대륙무쌍 항적을 죽이고 시체를 일으키는 마녀를 불러들여 1억에 넘는 인민들을 학살하기까지 하였지요. 본격적으로 침공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겁니다.]
정수원은 태연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세실리아를 세상에 다시없을 최악의 악당으로 날조하기 시작하였다.
[지금 상황은 더할나위없이 심각합니다, 오스틴 장관, 지구 전체가 힘을 합쳐야할 때입니다.]
정수원은 간절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었다.
"..............."
오스틴은 그런 정수원을 말없이 응시하였다.
"......확실히 위험한 상황이겠군. 항적마저 못 당해낼 수준이라면 SSS급 헌터를 보유한 나라조차 승부를 장담치 못할테니."
그리고 이내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하였다.
[맞습니다! 그러니 전세계가 힘을 합쳐....]
"물론 자네말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말이야."
오스틴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기 시작하였다.
[지금..저를 못믿겠다는 말씀입니까!?]
"자네 주장은 무척이나 노골적으로 편향적인 것처럼 느껴져서 말이야. 중국측의 잘못따윈 전혀 없다는듯이 말이야."
[저희는 피해자입니다! 잘못 같은 게 있을 리 만무하지 않습니까!]
"본래 분쟁이라는 건 양쪽의 말을 전부 들어야알 수 있는 법이지."
오스틴 장관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내 이계인을 직접 만나도록 하겠네. 그리고 사실관계를 확인토록 하겠네."
[어리석은 판단입니다, 그 이계인은 대륙무쌍 항적조차 죽인 괴물입니다! 섣불리 독대를 했다간 장관의 머리가 날아갈지도 모릅니다.]
"콧대높은 비서실장이 미합중국의 국방장관의 안위를 걱정한다라....재밌구만."
[공공의 적을 두고있는 사이가 아닙니까? 안위를 걱정하는 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공공의 적인지 아니면 말도 안되는 날조의 피해자인지는 모를 일이지."
[.......중화인민공화국은 장관의 안전을 약속드릴 수 없습니다.]
"걱정말게, 내 안위를 책임질 녀석들은 따로 있을테니."
[최초의 SSS급 헌터인 항적조차 못당해낸 괴물입니다, 일개 경호인력이 안위를 책임질 수 있을 리 없습니다.]
"SSS급 헌터 한명이 못당해낸 존재라면 두명을 쓰면 되는 게 아닌가? 간단한 산수일 뿐일세."
[그..그 말은..설마!?]
"금사자 레오나와 최고의 슈퍼히어로 홀랜더를 대동하겠네. 그들이라면 이계인따위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을테니."
오스틴 장관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레오나와 홀랜더
두 사람 모두 미국이 자랑하는 SSS등급의 헌터들이었다.
세계최강국이라는 명성을 유지시키고 있는 미국최고의 전력인 것이다.
그들과 함께라면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았다.
대륙무쌍 항적은 물론이고 항적마저 패퇴시켰다는 이계인마저 말이다.
'상대가 누가됐든 미국은 절대 패하지 않는다! 미국의 무력은 세계제일이니!'
그의 눈빛이 자신감으로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