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399화 (1,400/1,419)

아주 오래전

판테시아 동부에 위치한 군사강국에 한명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윤기가 흘러넘치는 흑발

호수처럼 고요한 진청색의 눈동자.

장인이 만든 명검처럼 날서있는 콧날

만개한 봄꽃을 연상히키는 매혹적인 입술

우윳빛깔의 새하얀 피부색

더불어 폭발적인 몸매까지 갖춘 인세 다시없을 절세미인이 말이다.

자연히 그녀는 군사강국의 유명인사가 되었고 수많은 남자들이 구혼을 청하였다.

유명한 사냥꾼

부를 쌓은 장사꾼

콧대 높은 귀족들

심지어 일국의 왕까지 나서

구혼을 망설이지 않았다.

모두가 나라조차 기울일 정도로 아름다운 그녀에게 매료가 되었으니

하지만 그녀가 그 어떤 누구의 구혼조차 수락치 않았다.

그저 한적한 곳에 조용히 살기를 원할 뿐

그리고 문제가 발생하였다.

구혼 거절에 자존심이 상한 군사강국의 왕이 그녀를 마녀라 선포한 것이다.

부패한 이단심판관들은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왕에게 동조하였고 성기사들은 심판이라는 명목하에 그녀를 단죄하려들었다.

여인은 억울함을 항변하였다.

마녀따위가 아니라고

그저 조용히 살고 싶은 것 뿐이라고

하지만 그 누구도

어떤 누구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그저 이단이라는 말만 반복적으로 내뱉을 뿐

결국 그녀는 화형대 오르게 되었고 유리구슬같은 눈물을 뚝 뚝 흘리며 말하였다.

인간이라는 종족을 끝까지 믿은 자신이 어리석었노라고.

역시 너희들은 살려둘 가치가 없는 존재일 뿐이라고

그리고 그녀의 말에 분노한 이단심판관이 볏짚에 불을 지르려던 찰나

이변이 일어났다.

거대한 울림과 함께 땅이 쉴새없이 뒤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 땅 속이 갈라지며 거대하기 짝이 없는 위대한 존재가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순백색의 거대한 머리

셀 수조차 없이 많은 뼈들로 조합되어있는 도마뱀형상의 거대한 몸뚱아리

뼈대만 남아있는 커다란 양날개.

최상위 언데드, 본드래곤이 말이다.

위대한 존재의 등장에 성직자들과 군중들은 혼비백산하였다.

감히 맞상대할 생각조차 못하고 도망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본드래곤은 그런 군중들을 곱게 보내주지 않았다.

오리하르콘마저 녹여버리는 에시드 브레스를 쏘아보내  그녀를 모욕한 모든 군중들을 학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소란 속에 화형대에서 스스로 풀려난 그녀가 허공에서 대낫을 꺼내들고 그대로 들어올렸다.

그리고 대낫을 들어올린 순간

이형의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뱀파이어들의 시조.

뱀파이어 로드, 카라큘라.

생전 흑마술의 정점에 다다랐던 현자이자 모든 리치들의 스승격인 존재.

아크 리치 굴란

유체로 이루어져있는 모든 언데드의 여왕

레이스 퀸, 피리스

최고의 기사로 불렸던 기사왕의 육신을 통해 만들어낸 대륙 최악의 기사.

로드 데스나이트 라시드.

군단장들을 위시한 불사의 군세가 땅속에서 그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군세를 일으킨 여인은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다.

인간따위는 살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모조리 죽여버리라고

그 명을 들은 불사의 군세는 군사강국 내 모든 이들을 죽여 망자로 만들어버렸다.

여자 남자, 어른, 아이, 평민, 귀족, 왕족

가릴 것없이 모조리 말이다.

그렇게 동부에서 명성을 떨치던 군사강국은 단 한명의 여인에 의해 주춧돌 하나 남기지 않고 완전히 멸망하게 되었다.

그리고 대륙인들에게는 비인간적인 학살을 저지른 여인을 불사의 마녀라는 이명과 함께 부르며 두려워하였다.

판테시아 대륙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대재앙.

냉혹하고 비인간적이며 결코 타협따윈하지 않는 최악의 마녀.

불사의 마녀, 키르케는 그렇게 탄생하게 되었다.

'....분명 그럴진대.'

머릿속으로 키르케의 탄생비화를 떠올렸던 세실리아는 이내 실로 심각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은 까닭이었다.

인간따위는 살가치 없다고 선언한 비인非人의 존재가

피도 눈물도없는 무정한 학살자가

인간에게 실망하고 혐오감을 품고있는 불사의 마녀가

무릎을 꿇었다.

더 나아가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은 채 복종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어째서?'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저 세상이 잠깐 반짝인 것 뿐이었다.

눈깜짝할 새 지나간 찰나에 시간이 흘렀을 뿐이었건만

그 불사의 마녀가 키르케가 복종의 자제를 취하고 있다니

어찌 쉽사리 믿을 수 있겠는가

-이거..꿈이냐?

-.......꿈이 아닐까?

상황은 용자와 세라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두 애완동물 모두 눈앞에 광경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것이다.

키르케가 누구란 말인가

마왕에게 권능을 부여받은 사천왕 중 하나이자 일곱 지배자들조차 어찌할 수 없는 광기로 가득 찬 괴물이 아니던가

그런 그녀가 굴종의 자세를 취하다니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베이거스야.

이내 세라스가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왜?

-한대만 때려줄래? 꿈인지 아닌지 확인해보게.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사양치 않지.

-그래, 고마...

쿠우우우우웅

말이 끝나기도 전에 커다한 앞발이 세라스를 짓눌러버렸다.

-꾸아아아아아아악~!!!!!!!

별안간 앞발에 짓눌리게 된 세라스가 비명성을 내질렀다.

전신을 짓누르는 압력이 개같은 고통을 선사한 까닭이었다.

-케에엑.....아파아! 아프다고! 빌어먹을 도마뱀새끼야!

세라스는 앞발에 깔린 채 발버둥치기 시작하였다.

펭귄의 몸으로는 베이거스의 앞발로부터 도저히 벗어날 수 없던 까닭이었다.

-때려달라며?

-그만! 그만해! 이새끼야! 충분해! 충분하다고!

-제멋대로인 놈.

절레 절레 절레

용자는 고개를 절레 절레 내저었다.

그리고 짓누르고 있던 앞발을 서서히 들어올렸다.

-....하아...하아...하아...저주받을 도마뱀새끼..

앞발에서 벗어난 세라스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였다.

압박감에 벗어난 해방감이 일시에 몰려온 까닭이었다.

-....어쨌든 꿈은 아닌 것 같네.

이내 호흡을 진정시킨 세라스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아아, 굴복시킨 거다, 저 불사의 마녀를

용자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눈앞에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믿을 수 없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판테시아의 대재앙 중 하나를 굴복시켰다는 사실을

-대체 마스터의 한계는 어디까지인 거야?

세라스는 질린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판테시아 대륙에 군림하는 일곱지배자인 자신과 베이거스를 강제로 복속시켜 애완동물로 만들고

인류 최강 용사이자 대륙의 희망이라고 불리우는 세실리아 디올 슈페리얼을 압도하며

판테시아의 대재앙으로 꼽히는 국가전력이자

죽음의 광기로 가득 찬 불사의 마녀조차 굴종시켜버리다니

대체 저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란 말인가

-모르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니까

자신들로는 그 깊이를 감히 측량할 수 없었다.

본래 깊이라는 건 수준이 얼추 맞아야 파악할 수 있는 법이었으니

-분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군.

세라스는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존심 상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의 주인이 가진 힘이 아득히 높은 하늘에 닿아있다는 사실을

그렇데 두 절대자는 마스터의 위대함을  긍정을 한 채 그들을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나저나 저년도 애완동물로 들어오는 걸까?

곧이어 세라스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눈치없냐? 딱보면 몰라?

용자는 그런 세라스를 바라보며 핀잔을 주기 시작하였다.

-자세를 봐봐 딱 봐도 짐승같은 자세잖아? 당연히 애완동물이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처박고 있는 모양새는 어떻게봐도 짐승 그 자체였다.

애완동물로 들어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리라

-나도 알아! 그냥 혹시나해서 물어본 거 뿐이라구!

-알기는 개뿔, 눈치없는 새대가리 새끼.

-어쨌든 내 직속 후임가 들어온다는 거잖아? 안그래?

-뭐, 말하자면 그렇지.

-그렇단 말이지..흐흐흐흐.

세라스는 음흉한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직속 후임이 들어온다는 말

그말인즉슨 지긋지긋한 막내생활도

이걸로 끝이라는 것을 의미하였다.

저 비만도마뱀새끼처럼 짬을 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웃음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주 예뻐해주마...키르케..흐흐흐'

세라스의 웃음이 한층 더 음흉해지기 시작하였다.

**********

"일어서."

선우는 아래쪽을 내려다보며 입을 떼었다.

"아니예요...제가 어찌 감히 선우님께.."

키르케는 차마 그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은인이었다.

어둡고 축축하고 우울하고 마음 속에 한줄기 광명을 비춰 여인으로서의 행복을 느끼게해준 은혜를 베푼 남자인 것이다.

그런 남자와 동등한 시선을 공유하다니

너무 황송스러워

도저히 행할 수가 없었다.

'과조교가 되버렸네.'

물론 큰 문제는 아니였다.

이런 케이스는 꽤나 익숙했으니

"명령이야."

선우는 가벼이 내뱉었다.

벌떡

그러자 키르케가 튕기듯 몸을 일으켜세우기 시작하였다.

그의 명령을 감히 거역하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까닭이었다.

"그래, 착하네."

선우는 흡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쓰담 쓰담 쓰담 쓰담

그리고 그녀의 칠흑같은 머릿결을 부드러이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화아아악

그러자 키르케는 얼굴을 붉혔지만 그 손길을 거부치 않았다.

손이 닿는 것만으로 형용할 수 없는 기쁨과 흥분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그렇게 한창 머리를 쓰다듬던 그때

"선우님."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세실리아가 그를 불렀다.

"아아, 세실리아."

선우는 곧바로 손을 떼어내고 태연스레 아는체를 하였다.

"대체..이게...어떻게 된건가요?...키르케가...불사의 마녀가..어째서...선우님에게.."

세실리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길들였어."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예에!?"

순간 세실리아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되물었다.

저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길들였다니?

"요컨대 이제 목숨을 걸고 싸울 필요가 없어졌다는 소리다."

"말도 안돼요!"

세실리아는 단호하게 부정하였다.

"그녀는 마왕에게 권능을 부여받은 사천왕이자 수많은 왕국을 멸망시킨 불사의 마녀예요! 그런 그녀가 굴복할 리 없어요!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요!"

"꿍꿍이 있어?"

그 말에 선우는 키르케를 돌아보며 물음을 던졌다.

도리 도리 도리

그러자 키르케가 고개를 좌우로 도리질치기 시작하였다.

"없다는데?"

이내 선우는 다시금 세실리아쪽을 쳐다보며 입을 떼었다.

"거짓말이 분명해요! 지금은 선우님의 무력 앞에 굴복하지만 분명 나중에는 뒤통수를 칠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해요!"

하지만 세실리아의 태도는 완고하기 그지 없었다.

키르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다다라 무슨 말을 해도 믿지 못하는듯 보였다.

'어쩔 수 없이 완벽히 굴복했다는 증거를 내보일 수밖에 없겠군.'

그리한다면 그녀도 완고한 태도를 고칠 수밖에 없을테니

"키르케."

"말씀하세요, 선우님."

키르케는 꿀이 떨어질듯한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며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엎드려."

철푸덕

키르케는 망설이지 않고 몸을 날렸다.

"좌로 굴러."

데굴

"우로 굴러."

데굴

"좌우좌우좌우좌우좌우"

데구르르르르 데구르르르르

"엎드려."

벌떡

"짖어."

"와앙~! 와앙~! 와앙~!"

키르케는 최선을 다해 개흉내를 내며 짖어대었다.

너무나 소중한 주인님이 만족할 수 있도록

"..............아...아아..아.

그리고 그 광경을 마주한 세실리아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잇지 못하였다.

개처럼 짖는 키르케의 모습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 까닭이었다.

그 오만하고 도도한 불사의 마녀가

불사의 군단을 지휘하던 광기로 가득 찬 괴물이

납작 엎드린 채 개처럼 짖어대다니

어찌 당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때? 이제 좀 믿겠어?"

"...연기..연기가..분명해요...훗날을 기약하기 위해 잠시 굽힌 것 뿐이에요.....후환을 없애려면 당장 죽여야해요."

"죽일 수 없어, 마왕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볼 게 많거든."

"결코 발설하지 않을 거예요, 그녀는 마왕에게 권능을 부여받을 정도로 충성심이 깊은...."

"키르케, 마왕은 몇살이지?"

"창세기때부터 존재해온 존재라 나이는 정확히 알 수 없어요, 죄송해요. 선우님."

"그럼 지금은 어디에 있지?"

"마왕성 지하에서 힘을 비축하고 있어요."

"무력만 따진다면 판테시아에서 감히 압도할 이가 없다면서 왜 당장 나서지 않고 힘을 비축을 하고 있는거지?"

"주신이 걸어둔 제약 때문이에요, 너무나 강대한 힘을 가진터라 마왕성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결계를 쳐두었거든요."

"그럼 판테시아는 안전한 건가?"

"아니요, 머지않아 마왕의 힘이 결계의 힘을 뛰어넘게 될 거예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마왕은 풀려나게 될 거고 판테시아 대륙에 있는 대다수 종족들은 멸족하게 될 거예요."

"그렇군, 말해줘서 고마워, 덕분에 궁금증이 풀렸네."

"뭐든 물어봐주세요, 선우님, 제가 알고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말씀드리도록 할게요."

키르케는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행복감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어때? 이제 믿음이 좀 가?"

곧이어 선우는 세실리아를 바라보며 다시금 물었다.

끄덕 끄덕 끄덕

그 물음에 세실리아는 멍한 표정을 지은 채 그저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었다.

부정하기엔 그녀의 배신은 너무나 철저하였으니

"좋네."

그 모습에 선우는 흡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북경 중남해

자금성 근처에 있는 옛 황실 정원으로 중국공산당의 최고 집무실.

딱 딱 딱 딱

그곳에 최고 지도자, 섭군평이 쉴새없이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하였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전해들은 까닭이었다.

"고작....1시간만에 모든 상황을 정리했다고?"

섭군평은 믿을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습니다."

수석비서, 정수원은 진지한 어투로 입을 떼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인민 최고의 헌터들과 강맹한 군사들마저 패퇴할 수밖에 없었던 최악의 사태일세! 그런데 고작 한시간만에 모두 정리가 되었다니!"

".....저희도 믿기지 않아 드론을 보내 몇번이고 확인해보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습니다....발원지인 안휘성은 물론이고 강서에 산동까지 망자의 흔적따윈 보이지 않았습니다."

".........빌어먹을...이건 예상못했건만.."

섭군평은 있는대로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바였다.

못해도 한달은 걸릴 줄 알았다.

그리고 그 한달새 그녀의 요구를 거절하기 위한 나름의 명분을 만들어낼 심산이었다.

그런데 하루도 아니고 고작 한시간만에 상황을 정리시켜버리다니

어찌 난감하지 않을 수 있으랴

'.....빌어처먹을.'

이대로는 꼼짝없이 소수민족을 분리할 수밖에 없었다.

도무지 거절할 명분조차 없는 것이다.

그러니 자연히 욕지거리가 터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안그래도..억에 가까운 인구가 줄어들었다..여기에..소수민족까지..분리시켜버린다면...'

상상만해도 끔찍하였다.

국력이 어마어마한 약세를 보일 게 뻔하였으니

'안돼..절대..안돼..어떻게든 막아야해!'

섭군평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가 내건 조건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거절해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대륙무쌍, 항적은 이미 소멸해버렸다.

그녀를 강제할 만한 존재는 대륙에 존재치 않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찌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고 강짜를 부릴 수 있겠는가

'...방법을..방법을 찾아야한다.'

궁구하고 또 궁구하였다.

중화인민공화국을 완벽히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정수원!"

이내 섭군평이 고함을 내질렀다.

"말씀하십시오!"

"당장 미국에 국방성에 연락하도록 하라!"

"예에!? 그게 무슨?!"

정수원은 당혹스러운듯한 어조로 되물었다.

저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별안간 미국 국방성이라니?

"그놈들에게 게이트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이계인이 찾았다고 전해라."

".....하지만 그 사실은 극비.."

"극비든 아니든 상관없다! 이정도 비밀이 아니면 그놈들을 끌어들일 수 없을테니!"

섭군평은 싸늘한 눈빛을 반짝이며 언성을 높였다.

"당장 가서 전해! 대륙무쌍 항적조차 이계인에게 당했다고 만약 생포할 목적이라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오라고 말이야!"

"알..알겠습니다!"

정수원은 다급히 언성을 높여 대꾸를 하였다.

후다다닥

그리고 곧바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주석의 명을 훌륭히 완수하기 위해

'대륙에 상대할 이가 없다면 또다른 대륙에서 불러오면 그만인 법이지.'

어차피 세실리아는 자신의 손을 떠난 지 오래였다.

더는 붙잡아둘 수도

그렇다고 쫓아낼 수도 없는 처지인 것이다.

차라리 미국을 끌여들여 그녀를 견제하는 게 백번 나은 상황이리라

'SSS급 두명이라면 너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세실리아.'

미국에는 SSS급 각성자가 두명이나 존재하였다.

그들이 동시에 나선다면 그 강대한 이계인조차 어찌할 수 없으리라

'모든 건 위대한 중화인민공화국을 위하여.'

그의 눈빛이 광기 어린 애국심으로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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