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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393화 (1,394/1,419)

짜아아악

맨처음 엉덩이를 가격당한 순간

키르케는 더할나위 없는 수치심을 느꼈다.

부정의 기운을 한톨의 낭비없이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수백년이 넘는 세월동안 완전한 순결을 유지해왔던 그녀였다.

손만 닿아도 불쾌하고 끔찍스럽건만

냅다 엉덩이를 후려쳐버리다니?

절로 굴욕감이 치솟아오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생명을 가진 이가....나를 만지다니.'

오랜 학대의 영향으로 생명체에 대한 혐오를 가지고 있는 그녀였다.

죽은 언데드가 아닌 생자와 접촉하는 게 기꺼울 리 만무하였다.

불쾌감과 혐오스러움이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자신을 압도했다지만 이런 추악스러운 짓을 하다니

당장에라도 호통을 치고 싶었다.

어서 놓으라고

그 엉덩이는 네놈따위에게 허락된 엉덩이가 아니라고

생자生者따위가 자신을 만질 자격따윈 없다고

"끄으으윽...으으윽...."

하지만 의도와 달리 그녀의 입에선 옅은 신음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독기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한 독기가 물밀듯 차올라 전신을 휘감은 까닭이었다.

근원지는 다름아닌 엉덩이.

엉덩이를 움켜쥔 채 독기를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다.

'......비열한 놈.'

이가 갈렸다.

수치심을 주는 건 물론이고 이런 비열한 술수를 쓰다니

어찌 분하지 않을 수 있으랴

'...얌전히 당해줄 생각따윈 없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이내 키르케는 마력을 집중시키기 시작하였다.

비록 흑익을 잃어 상당수 마력을 소진하긴 하였지만 육신에는 여전히 강대한 마력이 살아숨쉬고 있었다.

한낱 독기따위를 몰아내지 못할 리 만무하였다.

'역으로 독을 되돌려주마! 인간!'

키르케는 강맹한 마력을 집중시켜 서서히 육신으로 침입하는 독기를 몰아내기 시작하였다.

독기가 지독하긴 하지만 그녀의 어둠의 마력마저 초월할 정도는 아니였던 것이다.

'좋아...잘되고 있어.'

그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대로라면 독을 되돌려주는 것도 어렵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퍼어어억

"아아아아아아악!!!!!!!!"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녀의 계획은 완전히 무산이 되고 말았다.

선우가 발끝으로 그녀의 은밀하고 중요한 부위를 정확히 가격해버린 까닭이었다.

갑작스러운 고통에 집중력을 완전히 흐뜨려지며 마력이 흩어져버렸다.

그리고 그 틈을 타 내부로 파고든 독기들은 순식간에 육신 전체로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키르케의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

'하아...아아..'

독기가 퍼져나간 직후 느낄 수 있던 건 따스함이었다.

어미 품속처럼 아늑하고 따스한 온기가 전신을 감싸기 시작한 것이다.

'이게..독기?'

의아함이 들었다.

자신이 알던 독기와는 궤를 달리한다는 느낌인 든 까닭이었다.

그렇게 의문을 품고 있던 그때

온도가 점점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어미 품속처럼 따스하고 안락한 온기가 아닌 후덥지근한 열기가 느껴졌다.

'.....하지만...못참을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고 못버티겠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였다.

뜨거워졌다고는 하지만 기껏해야 초여름 수준의 열기에 불과하였으니

그때 또다시 온도가 올라갔다.

초여름 수준이 아닌 한여름의 뙤약볕 아래서 태양을 정면으로 마주하는듯한 뜨거운 열기.

'.....뜨거워.'

슬슬 버터는 게 버거워졌다.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이 가빠왔다.

더불어 불쾌감까지 올라가 정신을 괴롭게 만들었다.

그렇게 열기가 얼마나 지속되었을까

"크으윽...으으읏...으으윽...으으윽."

이내 키르케의 입에서 옅은 신음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이제 열기는 한여름 더위 수준이 아니였다.

명백한 불꽃의 열기.

수천개의 성냥에 불을 붙여 전신을 콕콕 찌르는듯한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고통스러웠다.

너무 고통스러워 신음을 도저히 참아낼 수 없었다.

'.....괴로워..어떻게든...어떻게든..해야해..이대로 있다간..돌이킬 수 없어...'

시간이 갈수록 열기는 더해지고 있었다.

이이상 퍼져나간다면 필시 상상조차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에 시달릴 게 뻔한 것이다.

질끈

키르케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리고 치솟는 고통을 참아내며 또다시 마력을 집중시키기 시작하였다.

내부에 파고든 모든 독기들을 전부 소멸시키기 위해

퍼어어어억

물론 그 꼴을 두고 볼 선우가 아니였다.

낌새를 알아차린 그는 한치의 망설임없이 발을 뻗어 그녀를 배를 차올렸다.

"아아아아아아악!!!!!!!"

곧이어 키르케의 입에선 끔찍스러운 비명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이중고

내장을 뒤틀려지는듯한 끔찍스러운 복통과 전신이 서서히 타오르는듯한 작열의 고통이 동시에 치솟으며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이중고를 선사하였기 때문이었다.

"아아아악...아아악..아아아아악!!"

열기가 더해져 이제는 산채로 불태워지는듯한 끔찍스러운 고통을 느껴졌다.

"아아아아아아아악!!!!!!"

바둥 바둥 바둥 바둥

본래의 이성적이고 냉정한 그녀였더라면

어떻게든 마력을 끌어와 고통을 억눌렀을 것이다.

하지만 작열의 고통으로 정신이 반쯤 나간 그녀에게 그런 여유따윈 존재치 않았다.

발작을 하듯 끊임없이 바둥거리며 비명소리를 내지르며 고통을 호소할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비명성을 내질렀을까

짜아아아악

이내 선우가 손을 뻗어 그녀의 토실한 엉덩이를 가벼이 후려쳤다.

우우우우우웅

그리고 주입해둔 독기를 다시 빨아들이기 시작하였다.

추우우우우욱

"하아아아아아아...."

그러자 키르케가 기나긴 한숨을 내쉬며 추욱 늘어지기 시작하였다.

끊임없이 치솟는 끔직스러운 고통에 심신이 지칠대로 지쳐버린 것이다.

"어때? 이제 좀 독기가 빠진 것 같아?"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

그 물음에 키르케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선우를 죽일듯이 노려볼 뿐

"역시 이정도로는 안되나보네."

어느정도 예상한 바였다.

권능을 통해 수백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온 존재인 만큼 정신적인 방호가 일반적인 인간보다 우월한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으니

"잔재주 피우지말고 죽이거라, 고통따위로는 나를 굴복시킬 수 없을테니."

키르케는 독기로 가득한 눈빛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결코 굴복치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건 곤란해, 너한테 물어볼 게 많거든."

선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마왕에 관한 것부터 시작해

음흉한 여신들에 관한 것들까지 여러모로 물어볼 게 많았다.

알고 있는 것들을 전부 실토하게 만들 때까지 영원한 안식을 선사할 생각따윈 추호도 없었다.

"내겐 그 어떠한 대답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아가"

"그거야 두고봐야 아는 일이지."

선우는 히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앙칼지고 표독스러운 모습을 보니 주소양이 떠올랐다.

그녀도 처음엔 키르케처럼 굳은 저항의 의지를 내보였다.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차라리 죽여버리라며

'하지만 결국 고통 앞에 굴복했었지.'

키르케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은 단단한 신념조차 완전히 꺾어지게 만드니

우우우우우우우웅

곧이어 선우의 주변으로 묵빛의 독기가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스으으윽

선우는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칠흑과도 같은 짙은 독기들이 손 안에 모여들더니 그대로 검게 물들이기 시작하였다.

작열독 개改

기존의 작열독을 몸속에 저장된 독기들과 고통의 의지를 담아 지독하고 끔찍하게 개량한 독중지왕.

이것이라면 제아무리 불사의 마녀라해도 도저히 버텨낼 수 없을 것이다.

이 끔찍스러운 독에는 마음의 묘리조차 담겨져있으니

"키르케, 네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선우는 키르케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내게 굴복하라, 만약 그렇게 하지않다면 네 육신은 물론 마음조차 끔찍스러운 고통에 시달리게 될터이니"

경고.

이건 하나의 자비였다.

독중지왕

고통의 의지를 담아낸 이 끔찍스러운 독은 자신조차 처음으로 재현해낸 미지의 물질이었으니

"곧 죽어도 마왕의 종자, 인간따위에게 굴복해서야 어디 면이 서겠느냐?"

키르케는 당당히 거절하였다.

두려움이 없는 건 아니였다.

하지만 고작 인간따위에게 굴복하고 싶지 않았다.

죽음조차 초월치 못한 연약하고 하찮은 인간따위에게만큼은 말이다.

"좋아, 뜻대로 하지."

선우는 검게 물들여진 두터운 손바닥을 쫘악 펼쳤다.

짜아아아아아악

그리고 거침없이 키르케의 토실한 엉덩이를 후려쳐저버렸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그녀의 아랫도리 부근에서 우렁찬 물줄기가 속옷을 뚫고 분수처럼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더불어 귀를 찢는듯한 비명성이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불사의 마녀, 키르케.

그 오만하고 도도한 여자가 괴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 같던 그녀가 고통을 호소하며 발광하듯 몸부림을 치기 시작하였다.

"흐와아아아앙...흐아아아아앙...흐아아아아아앙!!!!!!!!!!"

바늘로 찔러도 눈물 한방울 안나올 것 같던 그녀가 갓난아이처럼 서럽고 서럽게 울어젖히기 시작하였다.

그야말로 이변.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습이었다.

수백년의 세월동안 정신을 단련시킨 최악의 마녀가

셀수조차 없이 많은 죽음으로 인해 고통에 너무나 익숙해져있을 불사자가

육신조차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채 이런 끔찍스러운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이변이라는 말외에 무어라 표현할 수 있겠는가

"아아아아아아아아악!!!!!!!!!!!!"

곧이어 키르케의 끔직스러운 비명성이 도시 전체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아파아아..아파아아아..아파아아..아파아아..아파아아..'

개량된 작열독에 중독된 키르케는 극한의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피부가 태워지는 고통

곧이어 피부 속이 힘줄, 뼈, 내장이 순차적으로 태워지는 고통.

그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극강의 고통이 육신을 지배하였다.

'하아아..살려주세요..아버지..아버지..제발..때리지마세요..아아아..어머니..어머니...다락방에..절 가두지마세요..저..얌전히 있을 게요..착한 아이가 될게요..아아아.....알버트..오빠..죽이지마...제발..엘리자벳을 죽이지마아아..제발아...안돼에에에!!!!!.......엘리자뱃...엘리자뱃.....죽지마아아...죽지마아아..날 두고 가지마아아..제발..제발...제발..'

고통이 가해지는 건 육신만이 아니였다.

고통의 의지가 담긴 독기는 정신적으로 미숙하던 시절에 겪었던 모든 트라우마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불길한 마력을 품고 있다는 이유로 아버지로부터 폭행당했던 기억.

세상밖에 내보일 수 없는 부끄럽고 창피한 존재라며 다락방에 가둬졌던 기억.

의지할 수 있었던 유일한 친구, 작은 토끼 엘리자뱃이 눈앞에서 배다른 오빠, 알버트에게 짓밟혀죽었던 기억.

'전...그저...엘리자뱃을 살리고 싶을 뿐이에요..제발...모른 척해주세요...안돼...유골함은 안돼요..제발..제발....아아아아아!.......전 그저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에요...저는....그저....모두가 행복하길 바랬을 뿐이에요...아니에요! 저는 괴물이 아니에요! 아니야! 아니야!!..아니야아아아!!!!!!!!!!.'

기피마법인 사령술을 익혔다는 이유로 자신을 마녀로 몰며 엘리자뱃의 유골함을 짓밟는 마을사람들.

진격하는 마왕군에 맞서 마을을 지켰지만 사령술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괴물이라 불리우며 마을 밖으로 내쫓기게 되었던 과거까지

모든 트라우마가 떠올려지며 그녀의 내면을 철저하게 붕괴시키기 시작하였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마음 아주 깊은 곳에서 고이고이 감춰두었던 끔찍스러운 정신적인 외상들이 불타오르듯 거침없이 치솟아 내면을 갉아먹기 시작한 것이다.

"흐아아아아앙...아아아앙...흐아아아아아아앙...흐아아아아아앙!!!!!!!"

그녀는 울었다.

너무나 서럽게 울고 또 울었다.

어째서 자신이 이런 꼴을 당해야한다는 말인가

어째서 이런 끔찍한 고통을 느껴야한다는 말인가

날 때부터 지옥같은 삶

성장하면서 겪게된 차별, 구박과 비난, 모함, 따돌림

결국 세상에 절망해 인간이길 포기하고 마녀가 되었다.

모두가 원하는대로

모두가 바라던대로

진정한 괴물이 된 것이다.

자신은 괴물이 되어 괴물다운 행동을 한 것 뿐이었다.

자신은 그저 모두가 원하는대로 행동한 것 뿐이었다.

그런데 어찌 이런 죗값을 치뤄야한다는 말인가

어찌 이런 끝없는 지옥 속에서 고통받아야한다는 말인가

억울했다.

너무나 억울했다.

인간이었을 때도

괴물이 되었을 때도

왜 항상 고통에 시달려야한다는 말인가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저 목 놓아 울 수밖에 없었다.

자신에게만 가혹한 이 세상을 저주하면서 말이다.

.

.

.

.

.

.

스으으으윽

선우는 손을 뻗어 독을 거둬들였다.

본능적으로 인지할 수 있던 까닭이었다.

더 내버려두었다간 정신이 완전히 나가 실성해버리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흐아아아아아아앙...하아아아아아아앙..하아앙!"

독기가 거둬들여졌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더 목놓아 울어제낄 뿐이었다.

"이봐, 키르케."

선우는 애써 진정시키기 위해 말을 걸어보았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앙~..아아아아아앙!!"

하지만 그녀는 대답대신 울음을 내보일 뿐이었다.

대화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작열독 개改가 내면에 무언가를 자극한 것 같은데.'

그게 트리거가 되어 그녀를 이성을 완전히 날려버린듯 보였다.

'곤란한데..'

선우는 난감함을 느꼈다.

이런 상태라면 굴복이고 뭐가 성립이 될 수 없었다.

이성이 완전히 날아간 상태에서 뭘 어찌 할 수 있으랴.

'....그렇다고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녀는 엄연히 마왕의 직속 수하.

마왕은 물론이고 음흉한 여신에 관한 사실까지도 모조리 빼낼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존재였다.

이대로 죽이는 건 아까워도 너무 아까웠다.

'후우우우.........어쩔 수 없군.'

이내 선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뜩치 않았지만 최후에 최후까지 아껴두었던 방법을 사용해야할듯 싶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곧이어 선우는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자연기들이 선우의 몸속으로 스며들더니 일주천을 하며 음양조화기로 변환되기 시작하였다.

무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색공이 현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너의 이성을 되찾아주겠다. 키르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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