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우웅 쿠우웅 쿠우웅 주르르르륵
안면에 무쇠같은 주먹이 꽂혀버린 키르케의 육신은 땅에 몇번이고 튕기지더니 그대로 처박혀 쭈욱 미끄러지기 시작하였다.
주먹에 담긴 거력에 맨몸으로 온전히 받아낸 것이다.
"손맛 좋네."
선우는 볼썽사납게 날아가는 키르케를 바라보며 히죽거렸다.
나쁜 년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꽤나 손맛이 좋았다.
이정도라면 꽤나 즐겁게 팰 수 있을 것 같았다.
"크아아아아!...빌어먹을 자식!!!!!"
그때 귓가에 괴악스러운 괴성이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시선을 돌리니 어느새 몸을 일으킨 키르케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꽤나 볼썽사납게 변했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키르케의 얼굴은 엉망진창이었다.
압력을 견디지 못한 눈알은 새빨갛게 충혈이 되어있었고
코뼈가 뭉개져 핏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으며
시퍼런 멍들이 얼굴 전체를 가득 메웠고
입술을 부르터지고 이빨은 몇개나 박살나있었다.
곱고 매혹적인 얼굴이 완전히 뭉개져 위풍당당하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다.
볼썽사납다는 말외엔 형용할 말이 없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리라
"숨쉬는 것도 힘들텐데, 괜찮겠어?"
콧대가 완전히 박살나 숨구멍을 짓눌러버렸다.
저정도라면 필시 호흡조차 힘겨워지리라
"이딴 상처따윈 내겐 아무것도 아니다!"
키르케는 반발하듯 언성을 높였다.
사사사사사삭
그리고 이내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압력에 의해 시뻘겋게 충혈되었던 눈알이 서서히 제 색을 찾기 시작하였고
뭉개졌던 콧대가 서서히 복구되어 오똑하고 날렵하게 변하였다.
얼굴을 가득히 메웠던 시퍼런 멍들이 전부 사라지고 혈색이 도는 새하얀 피부가 드러냈으며
부르터진 입술은 본래의 아름다움을 되찾았고 부숴진 이빨들 또한 새로 돋아나 새하얀 건치를 내보였다.
엉망진창이었던 얼굴이 순식간에 복구되어버린 것이다.
"재생력이 상당하군."
선우는 감탄했다는듯 입을 떼었다.
재생 속도는 놀라우리만큼 빨랐다.
과연 불사의 마녀라는 명성이 허명은 아닌듯 싶었다.
"겁이라도 먹은 것이냐?"
"그럴 리가."
선우는 그대로 부정하였다.
겁을 먹었을 리 만무하였다.
어떤 것이든 죽이는 검, 살검殺劍을 지닌 자신에게 불사성따윈 어떠한 위협조차되지 않았으니
"오히려 안심했다. 이정도 재생력이라면 마음놓고 패버릴 수 있을테니까."
선우는 히죽거리며 검을 늘어뜨리기 시작하였다.
당장에라도 베어낼듯한 날카로운 기세를 내뿜은 채로 말이다.
"광오한 필멸자여! 네놈의 오만한 면상을 죽음의 공포로 일그러뜨려주마!!"
우우우우우우우우웅
처절한 외침과 함께 그녀 주위로 진득한 사령의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그 전보다 훨씬 더 강대한 힘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해보던가."
선우는 어깨에 검을 걸치며 입을 떼었다.
일말의 두려움조차 찾아볼 수 없는 여유가 철철 넘치는 모습이었다.
"끝까지 건방지구나아아!!"
콰아아아아앙
그 여유로움에 발끈한 키르케가 강하게 발을 굴렀다.
그러자 그녀의 육신이 빛살과도 같은 속도로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휘이이익
그런 키르케를 바라보며 선우는 가벼이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아앙
이내 검과 대낫이 맞부딪혔고 그와 동시에 커다란 충격파가 대지를 뒤흔들기 시작하였다.
"낫이 더 무거워졌군."
대낫을 받아낸 선우는 담담히 입을 떼었다.
대낫에 담긴 힘이 한층 더 무거워졌다.
필시 치솟은 사령의 기운이 그녀를 더욱더 강력하게 만들었다는 증거이리라
"무겁기만 한게 아니다! 아가! 더욱더 빨라졌지!"
키르케는 빠르게 낫을 회수해 방향을 전환하였다.
사아아아아아악
그리고 망설임없이 허리쪽 향해 그대로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그야말로 섬전.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일섬이었다.
휘리릭
선우는 재빨리 검자루를 돌려 역수로 쥐고 방비를 하였다.
콰아아아앙
허리를 베어오던 대낫은 허무하리만큼 가벼이 진로가 막히게 되었다.
"확실히 빨라지긴 했네."
섬전과도 같은 일격을 받아낸 선우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확실히 전보다 빨라지긴 하였다.
"물론 못막을 수준은 아니지만."
"이이익!"
그 말에 모욕감을 느낀 것일까
콰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앙
키르케의 공격은 한층 더 매섭게 몰아치기 시작하였다.
**********
콰아아앙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천지를 진동시키는 굉음성이 울리며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쉴새없이 대낫을 휘두르는 키르케.
그에 맞춰 물샐틈조차 없이 방어하는 선우.
두 사람 모두 한치의 양보따윈 없었다.
최선을 다해 싸움에 임할 뿐
그렇게 얼마나 공방이 이어졌을까
'.......빌어먹을.'
키르케의 안면이 점점 구겨지기 시작하였다.
상대가 방어에만 전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승기를 잡을 수 없던 까닭이었다.
'.....고작 한손으로 여유롭게 막고 있다니.'
기본적으로 대낫은 회전력을 더해 휘두르거나 두손으로 휘두르는 무기였다.
일반적인 무기에 비해 강력한 위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런 대낫을 저 남자는 너무나 여유롭게 막아내고 있었다.
그것도 고작 한손만을 이용해서 말이다.
'.......완전히 가지고 놀고 있어.'
이런 힘차이를 보인다면 공격을 시도할 법도 하건만 남자는 방어에만 치중할 뿐
어떠한 공격도 감행하지 않았다.
명백히 자신을 얕보고 있는 것이다.
어디 마음껏 재롱을 부려보라며 가지고 놀며 즐기고 있는 것이다.
'감히...감히..네놈이..나를!.'
으드득
이가 절로 갈렸다.
자신이 누구란 말인가
판테시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죽음의 사신
죽지 않는 불사의 군단을 이룩한 최악의 네크로맨서
불사의 마녀, 키르케가 아니던가
그런 자신에게
이런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선사하다니
이런 끔찍스러운 굴욕감을 선사하다니
'용서할 수 없어...용서할 수 없어..용서할 수 없어어!'
콰아아앙
이내 키르케는 재빨리 발을 굴렸다.
후두두둑
후두두둑
후두두둑
그 순간 땅속에서 수많은 손뼈들이 튀어나오며 선우의 팔다리를 일제히 붙잡기 시작하였다.
옴싹달싹 못하게 강제로 고정시켜버린 것이다.
"인정하겠다! 네놈은 강하다! 그러니! 나 또한 최선을 다해 널 죽이겠다아!!"
얕보던 마음이 없지 않아 있던 그녀였다.
군단장을 죽이긴 하였으나
결국 필멸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라는 고정관념이 자리잡고 있던 까닭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고정관념은 완전히 타파되었다.
필생의 적수로 인정하고 최선을 다해 죽일 마음을 먹게 된 것이다.
"영혼을 수확하리라!"
사아아아아아아아악
이내 죽음의 대낫이 목울대를 향해 거침없이 휘둘러졌다.
당장에라도 목이 달아날지 모를 일촉즉발의 상황이 야기된 것이다.
"잔재우를 피우는군."
하지만 그런 다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선우는 태연스럽기 그지 없었다.
마치 위협따위는 전혀 없는 것처럼 말이다.
부우우우웅
곧이어 선우가 날아드는 대낫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꽈아악 꽈아아악 꽈아악 꽈아아악
바닥에서 튀어나온 손뼈들이 더욱더 강하게 움켜쥐며 그를 방해하려고 하였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초월하여 신선의 육신을 완성시킨 그에게 뼈밖에 남지 않은 망자의 힘이 통할 리 만무하였으니
콰아아아아아앙
대낫은 너무나 손쉽게 막혔고 다시금 굉음성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어쩌나? 잔재주가 쓸모 없게 돼서?"
선우는 도발적인 미소를 띄운 채 입을 떼었다.
조롱할 의도가 다분한듯한 모습이었다.
그 조롱에 분노한 키르케는 재빨리 왼손을 뻗었다.
저 거만하기 짝이 없는 면상에 당장에라도 마법을 쑤셔박아버릴 요량이었다.
"다크 스피...아아악!!"
서걱
툭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의 계획은 완전히 무산되고 말았다.
호기롭게 뻗었던 손목이 깔끔히 베어져 바닥에 떨궈진 까닭이었다.
"손 버릇이 나빠."
선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입을 떼었다.
이제 충분하였다.
이정도면 그녀의 전력이 어느 수준인지 대충 가늠이 되었으니.
더는 봐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개같은 자시이이익!!!!!!"
키르케는 분노하며 남아있는 손으로 대낫을 움켜쥔 채 그대로 휘둘렀다.
심장을 반으로 갈라버릴 심산이었다.
서걱
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그 뜻은 이뤄지지 못하였다.
눈으로는 도저히 쫓을 수 없는 빠르기의 쾌검이 남아있는 오른손마저 완전히 앗아가버렸기 때문이었다.
"아아아아아악!!!"
졸지어 양손을 잃어버린 키르케는 고통 어린 비명성을 내질렀다.
초월적인 재생력을 갖추고 있다고는 하지만 고통마저 지울 수는 없었다.
생살이 잘려나간 끔찍한 고통을 그대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한창 괴성을 내지르던 그떄
퍼어어어억
"커으으으윽.."
그녀는 순간 숨이 턱하고 막히고 오장육부가 뒤틀리는듯한 고통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양손목을 잘라낸 선우가 돌덩이같은 주먹을 그녀의 복부에 그대로 직격한 것이다.
"어으윽...으윽..어어어."
너무 고통스러워 비명조차 제대로 내지를 수 없었다.
절단되는 고통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극심한 고통이 전신을 휘감은 것이다.
퍼어어어억
곧이어 반대 주먹이 다시금 복부를 연타하였다.
"어어어어...어어어억..."
단 두방만에 자궁이 파열되었고 오장육부가 뒤집어졌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사망에 이를 정도로 극심한 내상을 입게된 것이다.
"우웨에에에엑!!"
결국 키르케는 참지 못하고 고개 숙여 핏물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퍼어어어억
선우는 고개 숙인 키르케를 향해 곧바로 무릎을 차올렸다.
퍼어어어어억
그러자 그녀의 안면이 사정없이 뭉개지며 고개가 그대로 들어올려졌다.
콰지지직
선우는 이번에 훤히 드러난 목울대를 사정없이 가격하였다.
울대뼈가 뭉개지고 소름끼치는 소리가 사방에 울리기 시작하였다.
뿌드드득
뒤이어 팔꿈치로 휘둘러 우측 쇄골를 함몰시켜버렸고
으드드드득
이번엔 발을 차올려 우측 늑골을 완전히 박살내버렸으며
콰아아아앙
턱을 가격해 날선 턱매를 둥그스름하게 바꾸었고
우두두두둑 우두두두둑
양 손날을 휘둘러 양어깨를 동시에 함몰시켜버렸다.
압도적이면서도 일방적인 폭력이 가감없이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아악...아아아아악..아아아악..아아아아악!!!!!"
키르케는 그 압도적인 폭력 앞에 저항조차 못한 채 그저 고통으로 가득 찬 비명을 내지를 뿐이었다.
재생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전신을 쉴새없이 두들기는 그의 공격은 재생속도마저 아득히 상회하고 있었으니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내 키르케의 끔찍한 비명성은 도시 전체에 울리기 시작하였다.
.
.
.
.
.
.
퍼어어어어어억
선우는 복부쪽을 향해 빠르게 발을 차올렸다.
부우우우웅
그러자 복부를 정통으로 가격당한 키르케가 허공에 부웅 뜬 채 그대로 뒤편으로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만신창이가 된 육신으로는 그 힘을 도저히 감당해낼 수 없던 까닭이었다.
콰아앙 콰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앙
그렇게 날아간 그녀의 육신은 수많은 건물벽들을 무너뜨리며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쿠우우우웅
그떄 뒤편에서 거대한 진동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창공에 떠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던 용자가 땅밑으로 내려온 것이다.
-대단합니다, 마스터, 저 미친년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압도해 완전히 골로 가게 만들어버리다니!
용자는 감탄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가 강하다는 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일곱 지배자인 자신과 세라스는 물론이고 인류최강이라고 불리우는 용사마저 맥을 못출 정도로 강맹한 무력을 소유하고 있는 존재였으니
어찌보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인식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인식하고 있음에도 지금의 광경은 실로 감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마왕에게 권능을 부여받은 사천왕.
불사의 군세를 지배하는 위대한 마녀.
불사의 마녀, 키르케를 이렇게 일방적으로 압도해버렸으니 말이다.
그렇게 한창 용자가 감탄하던 그때였다.
후드드드득
저 멀리서 누군가 돌무더기들을 헤치며 몸을 일으켜세우기 시작하였다.
불사의 마녀, 키르케.
전신이 가루가 되는 중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육신을 완전히 수복시켜버린 것이다.
-이야아아...진짜 끈질긴 년일세.
그 모습을 본 용자는 질린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중상이었다.
초월에 다다른 이가 한방 한방에 살의를 담아내지른 연격이었으니
그런데 저 바퀴벌레같은 년은 기어이 견뎌내고 제 몸을 수복시켜버렸다.
어쩜 저리도 끈질길 수 있다는 말인가
"뭐, 이정도는 예상했어."
선우는 태연스레 말을 내뱉었다.
손수 주먹질을 한건 순수하게 극심한 고통을 주기 위함이었다.
애초에 죽이려고했다면 살검으로 전신을 도륙하였을테니
몸을 수복시킨다고 해도 그다지 놀라울 게 없는 것이다.
-예상했다구요?
"초월자에게 권능을 나눠받은 년이 이정도로 죽을 리 없잖아?"
듣기로 그녀는 마왕으로부터 불사의 권능을 전해받았다하였다.
그런 그녀가 고작 주먹질에 생을 마감할 리 만무하였다.
-그것도 그렇네요.
용자는 동의하다는듯 입을 떼었다.
확실히 틀린 말이 아니란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런데 마스터, 왜 저년을 안죽이시는 거죠? 그 검게 물들인 검이라면 불사의 존재도 죽일 수 있잖아요?
"그냥 죽이기엔 괘씸하기도 하고 여러모로 물어볼 게 많거든."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시게요? 저렇게 멀쩡한데?
"굴복할 때까지 패야지, 뭐, 별 수 있나."
선우는 대수롭지 않다는듯 입을 떼었다.
-그게 쉽게 될까요?
"걱정마, 내가 이 방면에 나름 전문가니까."
선우는 자신 어린 표정을 지었다.
-헤에에...어떻게 굴복시키는 지 잘봐둬야겠네요.
용자는 기대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꽤나 좋은 구경거리였다.
콧대높고 오만한 불사의 마녀, 키르케의 굴복이라니
어찌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있으랴
"보긴 뭘봐, 넌 가서 잔챙이들 처리해야지."
아직 사방에 언데드들이 수두룩 하였다.
-에이, 그런 건 세라스한테 맡기면 되겠죠.
"쟤 죽어가는데?"
선우는 옆쪽으로 슬쩍 눈짓하였다.
-아아아아아아악!! 도와줘어어! 도와달라구!! 빌어먹을 불도마뱀 새끼야!!
시선이 머문 곳에는 세라스가 셀 수조차 없이 많은 언데드들에게 깔린 채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군단장을 상대하느라 체력이 전부 소진되어 하급 언데드들에게조차 저항할 수 없는 것이다.
-.......좀만 냅두면 안될까요?..보니까 버틸만 한 것 같은데.
용자는 슬며시 의견을 제시하였다.
저딴 놈때문에 이 재밌는 구경거리를 놓치고 싶지 않은 까닭이었다.
"안돼, 연우가 펭두를 닮았다고 세라스를 좋아하거든, 다치면 슬퍼할거야."
-제가 잘 아는데 저 새끼 생각보다 튼튼합니다...하급 언데드들이 물고 뜯어봤자 기스 하나...
"맞고 갈래? 그냥 갈래?"
-전속력으로 구출하겠습니다!
펄럭 펄럭 펄럭 펄럭
대답을 마친 용자는 망설임없이 날개를 펼쳐 날아오르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한다면 하는 남자였다.
만약 여기서 끝까지 안간다고 버텼다면
진심으로 두개골을 후려쳐버렸을 것이다.
-엿같은 새대가리 새끼야아아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내 날아오른 용자는 애꿎은 세라스에게 화풀이를 하듯 브레스를 쏘아보내기 시작하였다.
-으아아아악!! 도마뱀새끼야아아!!! 불조절 안하냐아아아!!!
뒤이어 세라스의 비명성이 도시에 가득 울리기 시작하였다.
"이제 구경꾼도 사라졌으니, 다시 시작해볼까?"
선우는 주먹을 푸는듯한 시늉을 하며 입을 떼었다.
몸을 일으켜세운 키르케를 향한 말이었다.
"..................."
하지만 키르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칠흑보다 어두운 눈빛으로 가만히 그를 응시할 뿐
"왜? 겁이라도 먹은거야?"
선우는 도발하듯 말을 내뱉었다.
"..............."
"하긴 그렇게 패죽일듯이 처맞았는데 정신이 멀쩡하면 그것도 그거대로 웃기긴 하겠네."
선우는 이해한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좋아, 특별히 마음에 들만한 제안을 하지, 항복하고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한다면 고통없이 죽여주마, 어때??"
"............"
키르케는 여전히 말없이 응시할 뿐이었다.
"삼초 안에 대답이 없다면 거절로 간주하고 다시 패겠다. 키르케. 3...2....1...0.."
"장선우."
그때 잠자코 있던 키르케가 선우의 이름을 불렸다.
"그대는 강하다."
그리고 차분한 어조로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지금의 나로선 그대를 감당할 수 없다."
힘과 속도는 물론이고 마력, 기술까지
무엇 하나 압도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지금으로선 도저히 감당해낼 수 없는 상대인 것이다.
"그래서 항복하겠다는 건가?"
절레 절레
그 물음에 키르케는 고개를 내저었다.
"말했지 않느냐, 지금의 나로선 감당할 수 없다고.....그러니..좀더 강해질 요량이다. 그대를 감당할 수 있을 수준으로"
"아직 더 남아있는 수는 없는 것 같은데?"
군단장이 죽고
그놈들의 마력까지 흡수해 힘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듯한 모양새였다.
그런데 대체 여기서 뭘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1억 2678만 3874."
"응?"
"내가 이곳에서 만들어낸 불사의 군세이다."
"징글징글하게도 많이 죽였네."
선우는 눈살을 찌푸린 채 입을 떼었다.
실로 경악스러운 숫자가 아닐 수 없었다.
설마하니 1억 2천만이 넘는 인간을 학살해버리다니 말이다.
"그들이 가진 사령의 기운을 흡수한다면 어찌 될 것 같은가?"
키르케는 소름끼치는듯한 미소를 띄운 채 말을 이었다.
"필시 네놈조차 상대할 수 있는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을터!"
그녀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지금으로선 이길 수 없다! 그러니 네놈을 이길 수 있는 힘을 갖추도록 하겠다!!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힘을 합쳐서어어어!!!!"
크와아아아아아아
곧이어 그녀를 중심으로 음울하고 지독하며 끔찍스러운 기운들이 폭발적으로 터져나왔다.
1억 2678만 3874명의 언데드들이 간직하고 있는 사령의 기운들을 일시에 흡수하여 그대로 내뿜기 시작한 것이다.
"끝까지 발악하는구만."
절레 절레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가벼이 내저었다.
쉽게 쉽게 갈려고하는데
좀처럼 도와주지를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이내 선우는 서서히 검을 늘어뜨렸다.
이미 상황은 벌어졌다.
여기서 취할 수 있는 행동은 하나뿐
재교육.
수준차이를 극명히 느낄 수 있도록
감히 대들 용기조차 가질 수 없도록
압도적인 무력으로 짓눌러버리는 것이다.
"어디 해보자구."
선우의 현묘한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