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389화 (1,390/1,419)

"뭐야!? 왜 이래!?"

키르케는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별안간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창공을 가득 메우던 본 드래곤들이 일제히 바닥에 처박혀버리다니!?

"창공을 뒤덮어라! 나의 아이들아!"

키르케는 마력을 담아 언령을 내뱉었다.

-크화아아아아아아아!!!

-크롸롸롸롸롸롸롸롸!!!

-크워어어어어어어어!!!

하지만 언령을 내뱉었음에도 불구하고 땅에 처박힌 본드래곤을  제자리에서 파들거릴 뿐이 어떠한 움직임도 내보이지 못하였다.

날개짓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동공이 떨리기 시작하였다.

지금껏 겪어본 적 없는 이변에 당황스러움을 느낀 것이다.

일시적으로 통제에는 벗어날 수는 있었다.

아무리 자신이 판테시아 최고의 네크로맨서라고는 하지만 억단위가 넘어가는 언데드들을 완벽히 제어하는 건 꽤나 버거운 일이었으니

하지만 언령을 사용했음에도 통제에 따르지 않는 건 지금껏 겪어본 적 없는 일이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어미의 말을 듣거라! 어서 일어나렴! 용족들의 군주를 내게 대령하라는 말이다!"

키르케는 몇번이고 소리 높여 고함을 내질렀다.

어서 일어나라고

날개를 펼쳐 창공에 솟구치라고

용족들의 군주, 베이거스를 제압하라고

하지만 무의미한 짓이었다.

본드래곤들은 여전히 바닥에 처박혀있을 뿐이니

"어미 말을 듣지 않을 셈이더냐!!"

키르케는 분노하며 고함을 내질렀다.

"쿨럭...소용없습니다."

그때 귓가로 미약한 음성이 파고들었다.

"뭐어?!"

휘익

키르케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더이상... 마음대로..할 수..없을 겁니다...키르케."

입가에 핏물을 흘리며 미소짓고 있는 세실리아의 모습을

"너, 뭔가 알고 있는 거지!"

키르케는 눈살을 찌푸린 채 그녀를 노려봤다.

"...알다마다요."

"말하거라!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 어떻게 된 것이냔 말이다!!"

키르케는 쪼아대듯 캐묻기 시작하였다.

"그분이 오셨습니다."

"그분? 그분이 대체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

"장선우."

지구 아니 어쩌면 판테시아를 포함한다고 해도 그 적수를 찾을 수 없을 지 모르는 절대자.

신기神技에 다다른 실력으로 라트렐의 권능조차 베어낸 진정한 강자.

모든 종족 위에 군림하는 정점.

"현 차원 최강자."

세실리아는 희망 어린 눈빛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절망으로 가득 찼던 때와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었다.

"그분께서 온 이상 키르케, 당신에게 승산따윈 없습니다."

"허세를 부리는구나, 고작 지구의 인간 따위가 전황을 뒤집을 수 있을 리 없지 않느냐?"

키르케는 코웃음을 쳤다.

인류 최강의 용사.

세실리아조차도

얼음대륙을 반으로 갈랐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판테시아의 절대자

혹한의 세라스조차도

불사의 군단 앞에 맥을 못추고 패배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런데 한낱 지구의 인간따위가 전황을 뒤집을 수 있다니

자신을 이길 수 있다니

절로 코웃음을 칠 수밖에 없었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허세란 말인가

필시 겁을 너무 집어먹어 정신이 어떻게 된 게 분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정신 나간 개소리를 지껄일 리 만무하지 않은가

"이곳에서 스스로 최강이라고 지껄이던 남자를 만난 적이 있다. 항적이라고 하더군, 꽤 강하긴 했지만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였다. 잘쳐줘봐야 군단장급 혹은 그 이하정도에 불과했으니"

대륙무쌍 항적.

그는 강하였지만 군단장이 나설 필요조차 없었다.

그저 본드래곤 몇기 앞에 무참히 패배할 정도로 나약하였으니

"장선우라는 자도 항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현 차원 최강자라는 타이틀이 무척이나 빈약하였다.

강해봤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항적과는 다를 겁니다."

세실리아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는 진정한 절대자니까요."

그녀의 눈빛에는 한치의 의심조차 서려있지 않았다.

무한한 신뢰.

장선우라는 남자에 대해 의심 한점없는 절대적인 믿음을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을 하는구나. 아가."

그 모습을 본 키르케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에게 잠식하고 있던 절망감과 좌절감이 씻은듯 사라져있던 까닭이었다.

그녀는 더이상 절망하지 않았다.

그녀는 더이상 좌절 하지 않았다.

희망에 찬 눈빛으로 눈을 반짝이며 생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마음에 안들어.'

곧은 신념을 가진 존재의 절망과 좌절이야말로 자신을 흥분시키는 원천이었다.

그 원천이 사라져버리니

불쾌함과 더불어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한창 좋을 때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넌 절망하고 좌절할 때가 가장 아름답거늘, 어찌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냐? 희망과 불굴이라니...하아아....실로 역겹고 끔찍하기 그지없구나, 아가."

결국 참지 못하고 탄식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차오르는 짜증과 비탄함을 도저히 제어할 수 없던 까닭이었다.

"....내 너에게 다시 아름다움을 되찾아주마, 또다시 절망하고 좌절할 수 있도록!"

키르케는 선언하듯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똑똑히 보아라! 너의 희망이 무참히 짓밟혀지는 모습을!!"

꽈아악 꽈아악

그다음 양손으로 대낫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러자 그녀 주위로 진득하고 음험한 사령의 기운이 일렁이더니 이내 대낫에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데스 사이드Death's Scythe]

부우우우우웅

얼마지 않아 한치의 망설임없이 그대로 휘둘렀다.

사아아아아아아아악

그 순간 칠흑보다 짙은 묵빛의 거대한 참격이 베이거스를 향해 빠르게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펄럭 펄럭 펄럭

하지만 베이거스는 어떠한 대처도 하지 않았다.

공격도

방어도

그렇다고 피하지도 않았다.

그저 참격을 가만히 응시할 뿐

"죽음을 수확하거라!!!"

이내 키르케가 쏘아보낸 죽음의 참격은 베이거스의 코앞까지 도달하였고 키르케는 확신하였다.

이것으로 베이거스는 물론이고 장선우라는 놈까지 소생불능의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결코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그렇게 장담하던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사아아아아아아아악

베이거스를 향해 날아가던 참격이 그대로 방향을 꺾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되려 이쪽을 향해 쾌속하게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뭐..뭐야!?"

키르케는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또 무슨 조화란 말인가

정면으로 쏘아진 참격이 방향을 전환하다니

'막..막아야해!'

이내 정신 차린 키르케는 빠르게 낫을 들어올렸다.

참격을 어떻게든 막아낼 요량이었다.

콰아아아아앙

주르르르륵

곧이어 귀를 찢는듯한 굉음성이 울려퍼졌고 그녀의 전신이 쉴새없이 뒤편으로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전력을 담겨있는 데스 사이드를 도저히 버텨낼 수 없던 까닭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밀려났을까

"..............."

이내 참격을 완전히 해소시킨 키르케는 더할 나위없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상대 가진 신기에 가까운 힘에 위기감을 느낀 까닭이었다.

'드래곤을 짓누르는 건 그렇다고 쳐도 설마하니 참격의 방향조차 전환시킬 줄이야.'

아무래도 대우를 달리해야 듯 싶었다.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지배자급 강자로서 말이다.

우우우우우우웅

이내 그녀 주위로 농후하고 진득한 마력이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쉐도우 바인딩.]

그리고 세라스를 향해 대낫을 뻗었다.

쑤우우욱 쑤우우욱 쑤우우욱 쑤우우욱

그러자 주변에 있는 모든 그림자들이 세라스를 옭아매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악!! 이거 놔아아아!!

세라스는 발광하듯 저항하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키르케의 권능에 가까운 흑마술을 감당하기엔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 까닭이었다.

"세라스는 어미가 묶고 있겠다. 너희들은 장선우와 베이거스를 맡도록 하라!"

세라스를 완전히 옭아맨 키르케는 군단장을 향해 명을 내렸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불사의 여왕이여!]

[명을 수행하겠습니다. 망자의 어머니여.]

[끼헤에에에에에엑!!!!]

[................]

곧이어 네 명의 군단장은 일제히 하늘로 치솟기 시작하였다.

창공에 위풍당당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베이거스를 향해서

"가거라, 나의 아이들아! 베이거스와 장선우를 죽음으로 인도하라!!"

키르케는 광기 어른 눈빛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

-아아악! 아아악 놓아라! 놓으란 말이다!!

아래쪽에서 세라스의 비명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용자야."

그 가만히 지켜보던 선우는 이내 천천히 입을 떼었다.

-말씀하십시오, 마스터."

"세라스 저 새끼, 원래 저렇게 약하냐?"

-약하진 않을 겁니다. 판테시아에선 맞상대할 적수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으니까요.

세라스는 판테시아 대륙을 군림하는 일곱 지배자들 중 하나이자 얼음대륙을 반으로 쪼개버렸다는 전설을 간직한 신조였다.

약하다는 말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그런데 왜 맨날 동네북처럼 처맞고 다니냐?"

북궁연에게 얼려지고

용자한테 가슴 뚫리고

자신에게 처맞고

용사한테 사로잡히는 건 물론이고

이제는 왠 그림자에게 잡혀 허우적대고 있었다.

항상 동네북처럼 여기저기서 처맞고 다니는 것이다.

자연히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저 새끼가 강한 게 맞는지

-그러게 말입니다. 일곱 지배자 망신은 혼자 다시키고 있네요.

용자는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따지고보면 대진운이 빌어먹을 정도로 안좋은 것 뿐이었지만 딱히 세라스를 위해 변론해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나중에 건의 좀 해봐, 저 새끼, 일곱 지배자에서 쫓아내자고."

선우는 장난스레 말을 이었다.

-진지하게 한번 건의해보겠습니다. 마스터, 저도 격이 떨어져서 같이 묶이긴 싫네요.

용자는 천연덕스럽게 대꾸를 하였다.

그렇게 시시껄렁한 농담을 따먹던 그때

[핏물이 낭자해 꽃잎처럼 흩날리니! 블레이드 토네이도!! ]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뱀파이어 로드, 카라큘라가 마법을 시전하였다.

그러자 핏빛의 칼날들이 소용돌이치며 그들을 덮치기 시작하였다.

[네 영혼에 고통을 안겨주마아아!! 다크 스피어!!]

뒤이어 아크 리치, 굴란이 어둠의 마력으로 거창을 만들어 그대로 쏘아보내기 시작하였다

[꺄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레이스퀸, 피리아는 지척까지 다가와 끔찍스러운 비명성을 내지르며 음파를 쏘아내보기 시작하였다.

[초파괴권超破壞拳!]

로드 데스나이트, 항적은 생전 소형 미사일과 맞먹는 위력을 지녔다고 전해지던 필살기를 가감없이 선보였다.

군단장급 언데드들이 일제히 필살기를 난사해버린 것이다.

"이새끼들, 깜빡이도 없이 들어오네."

그 광경을 태연스레 지켜보던 선우는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까딱 까딱

그리고 이내 검지 손가락을 가벼이 까딱였다.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선우와 용자를 향해 일제히 쏟아지던 군단장급 언데드들의 공격들이 서로를 향해 뱡향을 틀어버린 것이다.

[아아아아아악!!!]

퍼어어어엉

초파괴권을 직격당한 카라큘라의 몸통은 그대로 터져버렸다.

목만 남게 되어버린 것이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영혼마저 갉아내는 비명성을 직격당한 굴란은 괴성을 내질렀다.

파아아앙

[꺄아아아아아아악~!!!]

어둠의 마력으로 만든 거창, 다크 스피어를 직격당한 피리아는 영혼의 손상을 입었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블레이드 토네이도를 직격당한 항적은 전신이 갈기갈기 찢겨지기 시작하였다.

무방비 상태로 일격기에 적중당한 터라

군단장들 모두 대비조차 못한 것이다.

"다음부턴 자기소개부터 하고 들어와."

까딱

선우는 다시금 손가락을 까딱였다.

쿠우우우웅

쿠우우우웅

쿠우우우웅

그러자 영체인 피리스를 제외한 모든 군단장들이 일제히 땅에 처박히기 시작하였다.

그가 손가락을 까닥인 순간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중압감이 전신을 짓누른 까닭이었다.

"물론 다음 기회가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중압감은 더욱더 강렬해지기 시작하였고 군단장들의 몸은 서서히 뒤틀리기 시작하였다.

[아파아아!..아파아!..아프다구우우!!..인간새끼야!!]

[아아아아아악!!....대체..이 힘은..]

으드득

콰지지직 콰지지직 콰지직

살점이 짓눌려져 압축되기 시작하였고 압력을 견디지 못한 뼈가 박살나며 잘개 쪼개지기 시작하였다.

더할 나위없는 극심한 고통을 선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되었을까

콰지지지직 콰지지직

곧이어 세 명의 군단장은 완전히 찌부라져 핏물만 남긴 채 순식간에 소멸되어버렸다.

***********

"이상한데."

순식간에 군단장 셋은 소멸시킨 선우가 의아한듯 입을 떼었다.

-뭐가 말입니까?

"너무 약한데?"

-마스터가 너무 강한 거라고는 생각지 않으셨습니까?

"그렇긴 한데.....이게 세라스가 고전할 수준이 아니라서."

한껏 무시하며 조롱하긴 하였지만 세라스의 수준을 잘알고 있는 선우였다.

때문에 의아함이 들 수밖에 없었다.

고작 이정도밖에 안되는 놈들을 상대로 고전하였다는 것에 말이다.

-워낙 새대가리지 않습니까? 방심해서 승기를 내줬겠죠.

"흐음...그럴려나."

선우는 턱을 매만졌다.

확실히 그럴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렇게 나름의 의문을 품고 있던 차

우우우우우우웅

"응?"

별안간 아래쪽에서 거대한 사령의 기운이 일렁였다.

더불어 한줌의 핏물로 변했던 군단장들이 몸이 서서히 재조립되기 시작하였다.

뼈가 맞춰지고 살점이 채워지며 신체 전반이 수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헤에...저래서 고전했구만."

이내 깨달을 수 있었다.

부리 하나로 얼음 대륙을 쪼갰던 세라스가 고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무력때문이 아니였다.

핏물만 남긴 채 소멸시켜도 곧바로 신체를 수복시키는 언데드 특유의 불사성이 세라스를 고전시키게 만든 것이다.

-어떻게 합니까? 마스터.

"뭘 어떻게 해?"

-죽여도 죽여도 계속 부활하지 않습니까? 강하진 않아도 엄청 성가실 것 같은데.

용자는 짐짓 걱정 어린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저런 불사성이라면 자신들뿐 아니라 선우조차 성가실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죽여도 죽여도 부활하는 놈들을 어찌 상대할 수 있겠는가

-그냥 곧바로 불사의 마녀부터 잡죠?

"안그래도 돼."

-안그래도 되긴요! 네크로맨서가 죽지 않는 이상, 저 새끼들 계속 부활한다니까요! 제가 맡고 있겠습니다, 마스터께선 후다닥 마녀의 목을 베어주세요.

"안그래도 된다니까."

선우는 여유로이 말을 이었다.

-안 그러면 죽어도 죽어도 살아나는 놈들을 어떻게 상대하시려구요!?

용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듯 말을 내뱉었다.

현재로선 자신의 계획이 가장 실효성이 있었다.

그런데 왜 자꾸 저리 고집을 부린다는 말인가

"죽이면 돼."

선우는 대수롭지 않게 말을 내뱉었다.

"그러니까 못 죽인다니까요! 마스터! 네크로맨서가 멀쩡히 살아있는 한 몇번이고 부활할거라구요!

용자는 답답하다는듯 언성을 높였다.

"난 죽일 수 있어."

-에에?

순간 용자는 멍청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저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죽지 않는 놈들에겐 내가 극하드카운터거든."

선우는 히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서서히 마검, 흑야를 아래쪽으로 늘여뜨렸다.

사아아아아아아악

이내 선우 주위로 극한으로 농축된 살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곧이어 흘러나온 살기들은 서서히 흑야를 겹겹이 감싸더니 그대로 칠흑보다 더 짙은 묵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하였다.

베어낸 모든 걸 죽이는 살생의 검.

살검殺劍

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최악의 검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럼 어디 잘 드나 확인해볼까?"

휘이이익

살검을 완성시킨 선우는 가벼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묵빛의 참격이 허공에 떠있는 레이스퀸 피리스를 향해 그대로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꺄아아아아아아악!!]

피리스는 영혼을 깎아내는 끔찍한 비명으로 참격에 맞섰다.

쇄애애애애애액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죽이고자하는 의지가 담긴 참격 앞에선 영혼을 깎아내는 비명조차 무용하였으니

서걱

곧이어 레이스퀸, 피리스의 목을 잘라버렸다.

사라라라라락

그와 동시에 피리스의 투명한 전신이 그대로 흩어져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치 않았던 것처럼

일검에 완전히 소멸해버린 것이다.

"잘 드네."

선우는 흡족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제 남은 놈들도 정리해볼까?"

그리고 칠흑보다 진한 묵빛의 검을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주르르륵

그리고 그 광경을 멀찍이서 지켜보던 불사의 마녀, 키르케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하였다

무언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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