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 곧바로 직행해라! 너의 앞길은 내가 뚫어줄터이니!
전투가 시작되자 세라스는 곧바로 소리를 쳤다.
"알겠습니다!"
세실리아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곧바로 허공으로 치솟기 시작하였다.
저 드높은 빌딩 위에 있는 불사의 마녀, 키르케에게 닿기 위해
그러자 군단장들이 일제히 그녀에게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처음부터 킹에게 닿게할 수는 없던 탓이었다.
펄럭 펄럭 펄럭
세라스는 재빨리 상승기류를 일으켰다.
쇄애애애애액
그 기류를 탄 세실리아의 몸은 더욱더 빠르게 치솟기 시작하였다.
군단장들이 반응조차할 수 없는 속도로 말이다.
[빌어먹을!]
눈앞에서 세실리아를 놓치자 뱀파이어 로드, 카라큘라가 망토를 펄럭이며 재빨리 방향을 선회하였다.
어떻게든 끝까지 물고 늘어질 요량이었다.
-보낼 성싶더냐!
하지만 이를 얌전히 두고 볼 세라스가 아니였다.
날개를 펄럭여 재빨리 냉기를 모아 커다란 송곳을 만들었다.
그리고 카라큘라를 향해 망설임없이 내던졌다.
[빌어먹을! 블러드 필드!!]
카라큘라는 재빨리 핏빛의 영역을 전개하였다.
[커흐으윽!!]
푸우우욱
하지만 얼음송곳은 핏빛 영역을 그대로 뚫어 카라큘라는 복부를 쑤셔버렸다.
-뒈져라! 역겨운 모기놈아!
곧이어 세라스는 날개를 치켜들기 시작하였다.
단번에 목을 잘라 무력화시킬 요량이었다.
콰아아아앙
-크으윽!
하지만 아쉽게도 그 뜻은 이루지 못하였다.
어느새 달려든 로드 데스나이트, 항적이 무쇠같은 주먹으로 그의 날개를 그대로 튕겨버린 것이다.
-방해치마라!
솨아아아아아아
세라스는 입을 벌려 얼음 숨결을 내뱉었다.
쩌저저저적
그러자 항적의 몸이 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애애액
곧이어 세라스는 그 상태로 빠르게 쪼기 시작하였다.
얼어붙은 육신을 완전히 무너뜨릴 요량이었다.
[다크 스피어!]
콰아아앙
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그 뜻을 이룰 수는 없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아크 리치, 굴란이 공격을 감행한 까닭이었다.
-.........크으으윽...
그 공격이 꽤나 고통스러운 건지 세라스는 신음을 흘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때 귓가에 소름끼치는 비명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레이스퀸, 피리스가 마력이 담긴 음파공격을 가한 것이다.
-끄아아아악!!
고막을 강타하는 소름끼치는 비명성에 세라스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균형을 잃고 말았다.
[블레이드 토네이도!!]
그러자 어느새 회복을 끝마친 뱀파이어 로드, 카라큘라가 세라스를 향해 핏빛 칼날의 소용돌이를 날렸다.
퓨슉 퓨슉 퓨슉
그러자 핏빛 칼날들이 빠르게 회전하며 세라스의 육신에 생채기를 내기 시작하였다.
-크으으으윽...빌어먹을...
자연히 세라스의 입에선 고통 어린 신음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치명적이진 않았지만 더럽게 따가웠다.
비명이 절로 나올만큼 말이다.
'빨리 벗어나야한다.'
어떻게든 흐름을 가져와야했다.
이대로 있다간 더욱더 수세를 몰릴 게 뻔하였으니
우우우우우웅
그렇게 빠르게 마력을 집중시키던 그때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굉음성과 함께 강렬한 충격이 머리통에 뒤흔들기 시작하였다.
어느새 얼음을 깨고 나온 항적이 무쇠같은 주먹으로 머리통을 후려쳐버린 까닭이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악!!!
결국 세라스는 그 충격을 해소시키지 못하고 그대로 중앙 광장에 추락하고 말았다.
쿠우우우우웅
곧이어 굉음성과 함께 대지가 진동하기 시작하였다.
[쿠에에엑!]
[쿠와아아아악!]
[쿠웨에에에엑!]
[끄아아아악!]
그리고 그런 세라스를 향해 셀 수조차 없이 많은 언데드들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생명의 기운을 물어뜯어버리기 위해
-크아아아악!....빌어먹을 놈들...저리 안꺼져!!
세라스는 언데드들을 떨쳐내기 위해 몸부림치며 발광을 하기 시작하였
[고기! 고기! 신선한 고기!]
[생명! 생명! 거대한 생명!]
[나도줘 나도줘! 고통을 잊게해줘어!]
[뇌를 다오! 뇌를 먹게 해줘!]
하지만 그럴 수록 언데드들은 더욱더 득달같이 달려들 뿐이었다.
거대한 생명의 기운을 탐하기 위해
-끄아아아아아악!!
이내 세라스는 언데드들에게 완전히 뒤덮히고 말았다.
[끝이로군.]
뱀파이어 로드, 카라큘라는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클클클...용사를 잡으러가자.]
아크 리치, 굴란은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흐윽..흐으윽..흐으윽..흐윽..]
레이스퀀, 피리스는 그저 울부짖을 뿐이었다.
[..............]
로드 데스나이트, 항적은 침묵을 지켰다.
그렇게 모든 군단장이 승리를 자신하던 그때였다.
-블리자드 포스Blizzard Force
쩌저저저저저저저적
세라스가 뒤덮혀진 곳을 중심으로 거대한 냉기가 퍼지더니 지상에 있는 모든 언데드들이 순식간에 얼어붙어버렸다.
후두두두둑
후두두두둑
곧이어 세라스가 얼어붙은 언데드들을 바스라뜨리며 서서히 몸을 일으켜세우기 시작하였다.
-까불었겠다.
세라스는 분노 어린 눈빛으로 군단장들을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과연 일곱 지배자 중 하나라 이건가?...대단한 저력이로군]
아크 리치, 굴란은 감탄하듯 입을 떼었다.
[흐흐흐흐, 그래, 쉬우면 재미없지, 고난 끝에 먹는 핏물이야 말로 극도의 쾌락이니 말이야.]
뱀파이어 로드, 카라큘라는 음흉한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그 건방진 놈! 네놈부터 죽여주마!
세라스는 커다란 날개를 펼쳤다.
펄럭
그리고 크게 펄럭이더니 창공으로 치솟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카라큘라를 향해 신속迅速에 가까운 속도로 돌진하기 시작하였다.
[소용없다니까! 블레이드 토네이도!!]
카라큘라는 주문과 함께 핏빛의 칼날들이 소용돌이치며 그대로 세라스에게 직격하였다.
피슉 피슉 피슉 피슉
곧이어 핏빛의 칼날들이 세라스의 전신을 거침없이 베어내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애애액
하지만 그런 노력에 불구하고 세라스의 속도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상승기류를 타며 더욱더 속력을 높일 뿐
[위험하겠군, 다크 스피어!!]
콰아아아앙
곧이어 어둠의 마력이 거대한 창을 만들더니 세라스에게 직격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세라스의 속도를 줄지 않았다.
다크 스피어조차 그대로 버텨내버린 것이다.
[꺄아아아아아아악!!]
피리스는 세라스의 귓가쪽으로 달려들어 쉴새없이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고막이 터지고 뇌가 울리는 고통에도 세라스는 멈추지 않았다.
우직하게 나아갈 뿐
[젠장할 어떻게든 해봐!]
상황이 그렇게 되니 카라큘라는 다급히 고함을 내질렀다.
이대로 있다간 꼼짝없이 당하고 말 거란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곧이어 로드 데스나이트, 항적이 세라스의 머리통쪽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무쇠같은 주먹을 움켜쥐고 그대로 내지를 모양새를 취하였다.
초파괴권超破壞拳
소형 미사일과 맞먹는 위력을 가졌다는 필살기를 선사할 요량이었다.
-왔구나!
그 순간 세라스는 눈을 반짝였다.
사악
그리고 곧바로 날개의 진행방향을 바꿔버렸다.
그러자 수직으로 치솟던 몸뚱아리가 그대로 한바퀴 회전하여 궤도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부리가 카라큘라가 아닌 뒤통수쪽에 있던 항적을 향하도록 말이다.
-내가 노린 건 처음부터 너였다!
콰아아아아아앙
굉음성과 함께 무섭게 세라스의 부리가 항적에게 직격하였다.
콰지지직
곧이어 세라스의 부리 끝이 단단한 항적의 몸뚱아리에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애애애애애액
쿠콰콰콰콰콰콰쾅!!!
세라스는 항적을 부리에 끼운 채 그대로 땅과 정면충돌하였다.
이내 거대한 지진이 온 도시를 뒤흔들기 시작하였다.
.
.
.
.
-......질긴 새끼.
어느새 몸을 일으켜세운 세라스는 질린듯한 눈빛으로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아래쪽에는 상체가 뻥 뚫려버린 채 걸음을 옮기고 있는 항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거대한 충격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불사不死가 괜히 불사不死가 아니라 이건가?'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뒈질거면 곱게 뒈질 것이지
뭐 저리 끈질기다는 말인가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그래도 상체 반절을 소멸시켜버렸으니까..나머지도 차근차근 없애면..'
우우우우우우우웅
그때 항적을 중심으로 어둠의 마력이 일렁이더니 뻥 뚫려있던 상체에 새살을 돋아나기 시작하였다.
-빌어처먹을
세라스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
"분발해보렴, 아가"
쇄애애애애액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대한 낫이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콰아아앙
세실리아는 검을 들어올려 재빨리 방비를 하였다.
"어서 승기를 잡아야 세라스를 도울 수 있지 않겠니?"
키르케는 히죽거리며 다시금 횡방향으로 낫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굉음성과 함께 거대한 충격이 그대로 전해졌다.
"아니면 혹여 세라스가 죽길 바라는 거니? 그렇게 안봤는데 생각보다 음흉한 구석이 있구나, 아가."
키르케는 도발적인 언사를 날리며 끊임없이 자극을 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세실리아는 그 어떤 도발에도 묵묵부답이었다.
그저 침묵을 유지한 채 검을 내지를 뿐이었다.
"대화란 본디 원활한 소통의 창구이거늘, 그걸 잘 모르는듯하구나."
그녀가 반응이 없자 키르케는 실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
본디 박수라는 건 짝이 맞아야 소리가 나는 법.
혼자 주절대니 그 재미가 반감이 되었다.
"이리 재미없는 아이로 자랐다니, 실로 실망이로구나."
키르케는 슬픈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분풀이하듯 더욱더 빠르게 대낫을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콰아앙 콰앙 콰아앙 콰아앙
이내 한치의 양보조차 없는 치열한 공방이 오고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니 지났을까
'승기를 잡기 힘들어'
세실리아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
상당히 오랫동안 공방이 오고갔음에도 좀처럼 승기를 잡을 수 없었다.
대낫을 이용한 고유의 체술
넘실거리는 거대한 흑마력
기이할 정도로 막강한 신체능력
모든 게 맞물려 그녀의 공략 난이도를 더할나위없이 높여버린 까닭이었다.
'게다가...핸디캡이 너무 심해.'
시간상 이미 정오가 지나고 저녁이 다가오는 상황이었다.
최대 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완전히 놓쳐버린 것이다.
'하지만...키르케는...나랑 달라.'
그에 반해 키르케는 어떠한 핸디캡조차 없이 온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판테시아에서보다 더욱더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을 것이다.
억단위의 사람들이 죽어나간 지구에선 그녀의 힘이 더욱더 강대할 수밖에 없었으니
'...큰일이야...시간이 없는데.'
시간이 지체되면 지체될 수록
승산은 희미해질 수밖에 없었다.
세라스가 아무리 막강하다고 해도 버틸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있을 수밖에 없었다.
상대는 무한한 체력과 끝없는 재생력을 지닌 언데드였으므로
'....무리해서라도 빠르게 끝내야해.'
그렇지 않으면 당하는 쪽은 오히려 이쪽이 될 것이다.
퍼어어억
"하으으윽..!"
발을 차올려 키르케와 거리를 강제로 벌렸다.
우우우우우웅
그다음 성검 솔라디오를 높이 치켜든 뒤 태양의 마력을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검끝에 작렬하는 소태양이 맹렬한 기세로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헤에, 저건 살짝 위험하겠는걸?"
그 키르케는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위험하다는 말과 달리 그 태도는 여유롭기 그지 없었다.
-크루엘 선Cruel Sun
곧이어 무자비한 소태양이 그대로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스르르르륵
쏘아지는 소태양을 가만히 응시하던 키르케는 이내 그림자 속으로 서서히 녹아들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쿠우우우웅
목표를 잃은 소태양은 그대로 옥상 바닥에 처박혀 건물을 뒤흔들기 시작하였다.
"아닛?!"
세실리아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경악성을 내뱉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듯이 말이다.
스르르르륵
그렇게 넋을 놓고 있던 차
그림자 속에 녹아들었던 키르케가 어둠을 타고 세실리아의 그림자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었다.
스르르륵
그리고 곧바로 현신하여 그녀의 뒤를 잡았다.
"어쩌지?...아무래도 내 승리인 것 같은데?"
대낫을 그녀의 목울대에 걸어버린 키르케는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뒤를 잡힌 이상
그녀가 이길 수 있는 방법따윈 어디에도 없었다.
허튼짓을 한다면 그대로 목을 베어버리면 그만이었으니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것 같구나."
여전히 미숙하였고
여전히 애송이였다.
"아가, 너의 패인은 충고를 새겨듣지 않은 거란다, 동작이 크면 그만큼 빈틈이 커진다고 5년 전에도 누누히 말했지 않잖니? 같은 실수를 반복하다니....이건 죽어도 할 말이 없는 짓이야."
키르케는 안타깝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자아, 그럼 일단 그 성가신 검부터 검집에 집어넣는 게 어때? 밖에 나와있으면 많이 거슬리는 녀석이라서 말이야."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검이었다.
아무렇게나 던져놨다간 멋대로 움직여 공격해올 지도 몰랐다.
그러니 검집에 얌전히 봉해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리 하겠습니다."
세실리아는 순순히 대꾸를 한 채 검을 역수로 쥐었다.
"착하구나, 아가."
그 모습에 키르케는 흡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협조적인 그녀의 태도가 무척이나 마음에 든 까닭이었다.
푸우우우욱
하지만 그 미소는 일그러지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별안간 복부에서 화끈거리는 통증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어...?"
키르케는 천천히 밑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세실리아의 몸통을 관통에 자신의 복부를 꿰뚫고 있는 성검 솔라디오의 모습을
"너...너어..."
순간 그녀는 깨달을 수 있었다.
용사가 파놓은 함정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살을 주고 뼈를 베어낸 것이다.
"말했잖아요, 5년전이랑은 다를거라고...쿨럭.."
세실리아는 입가에 핏물을 토해내며 말을 이었다.
그녀 또한 내장에 상당한 피해를 입은 까닭이었다.
"이제 끝입니다.....키르케."
우우우우우우웅
태양의 마력을 집중시키기 시작하였다.
"잠..잠깐! 잠깐!!"
키르케는 다급히 그녀를 만류하였다.
-크루엘 선Cruel Sun
곧이어 무자비한 소태양이 키르케의 내부를 불태우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아아아아악!!!!!!!!!!!"
이내 끔찍한 비명성이 온세상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
.
"쿨럭....쿨럭...쿨럭.."
세실리아는 연신 기침과 함께 핏물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복부를 관통한 검이 내장을 헤집어버린듯 싶었다.
'....하지만..그럴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사천왕인 키르케를 섬멸시킬 수 있었다.
그녀를 해치울 수 있다면 이정도 내상쯤이야 오히려 남는 장사이리라
'이제..언데드들은..전부...소멸되겠지.'
숙주인 키르케가 죽었다.
불사의 군단을 움직이는 유일한 동력원을 없어진 것이다.
어찌 소멸치 않을 수 있으랴
'.....다행이야.'
그렇게 그녀가 안도를 하던 그때였다.
[초파괴권超破壞拳!]
[다크 스피어!]
[블레이드 토네이도!]
[꺄하아아아아아아악!!]
-빌어먹을 새끼들!!! 블라자드 포스!!
멀지 않은 곳에서 격전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군단장?!'
순간 세실리아의 눈빛이 당혹스러움으로 물들었다.
군단장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던 까닭이었다.
'어떻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숙주가 죽었거늘
어찌 저들이 저리 멀쩡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 의문을 품던 차
또각 또각 또각 또각
귓가로 선명한 구두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설..설마?'
세실리아는 떨리는 눈빛으로 서서히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또각거리며 걸어오고 있는 매혹적인 여인의 모습을
"....키르케."
불사의 마녀, 키르케.
태양의 마력에 불태워져던 그녀가 너무나 멀쩡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시도는 좋았단다, 아가."
키르케는 히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마력이 부족했어. 작은 태양으로는 나를 죽일 수 없단다."
빈 말이 아니였다.
만약 시간대가 정오였거나 그에 가까운 시간대였다면 승자는 자신이 아닌 그녀였을테니
"............."
허탈함과 절망감이 차올랐다.
몸까지 희생하면서 성공시킨 일격이 수포로 돌아가다니
"아가, 그런 표정 짓지 마렴, 내가 너무 흥분이 되잖니..하아아."
키르케는 얼굴을 붉히며 뜨거운 숨결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용사의 얼굴에 차오른 허탈함과 절망감이 가슴을 미친듯이 두근거리게 만들고 아랫도리를 흥건히 달궈지게 만들었다.
어쩜 이리도 야릇할 수 있다는 말인가
"아가, 너는 최고의 데스나이트가 될거란다."
쓰담 쓰담
키르케는 손을 뻗어 용사의 뺨을 부드러이 쓰다듬었다.
평소라면 앙칼지게 반발하였을 용사였겠지만
절망감이 휘감겨진 지금 그녀는 어떠한 저항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얌전히 운명을 받아들일 뿐
"자아, 그럼 어디 우리 용사님의 뇌주름은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 볼까?"
키르케는 검게 물들인 손을 치켜들었다.
당장에라도 용사의 머리를 쑤셔버리겠다는듯이
질끈
세실리아는 약속된 죽음을 기다리며 그저 눈을 감을 뿐이었다.
펄럭 펄럭
그때 어디선가 강렬한 날개짓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세라스의 날개짓과는 전혀 다른 더욱더 폭력적이고 우렁찬 날개짓
"응?"
뭔가 익숙함마저 드는 날개짓
휘익
의아함이 든 키르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아닛?!"
그리고 그녀의 동공이 점점 확장되기 시작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낸 까닭이었다.
하늘에 치솟아있는 거대한 뿔들
용암이 서려있는 듯 붉게 빛나는 커다란 눈깔.
빌딩조차 귀엽게 만드는 커다란 아가리
아가리 사이에 박혀있는 투박하고 거대한 이빨.
산조차 씹어먹어버릴듯 발달한 거대한 턱
마치 강철 갑옷처럼 촘촘히 뒤덮혀있는 두터운 비늘
어찌 모를 수 있으랴
판테시아에서 가장 죽이고 싶었던 존재.
가장 먼저 본드래곤으로 만들고 싶었던 존재.
용족들의 군주.
분노의 베이거스를!!
"베이거스!! 베이거스라니!! 하하하하! 오늘은 운이 실로 좋구나!!"
키르케는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세실리아, 혹한의 세라스뿐만 아니라 염원하던 베이거스 마저 손에 넣을 기회가 찾아오다니
어찌 웃지 않을 수 있으랴
"나의 아가들아!! 당장 베이거스를 내 앞에 대령하거라!!"
키르케는 거대한 낫을 휘둘렀다.
-크롸롸롸롸롸롸롸롸롸!!!
-크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크레레레레레레레레레레!!
-크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그러자 뒤편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 많은 본드래곤들이 일제히 날아올라 창공을 뒤덮기 시작하였다.
창조주의 명을 훌륭히 완수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창공을 뒤덮은 모든 본 드래곤들이 베이거스를 향해 일제히 달려들려던 그 순간
쿠우우웅 쿠우우웅 쿠우우웅 쿠우웅
이변이 일어났다.
위풍당당하게 창공에 떠있던 모든 본 드래곤들이 일제히 추락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누군가 강제로 잡아끌어내린 것처럼
"에에?"
순간 키르케의 얼굴이 당혹스러움으로 물들기 시작하였다.
별안간 저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