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동성
북쪽으로 하북성
서쪽으로는 하남성
남쪽에는 강소성과 안휘성과 인접해있는 성급 행정 구역.
인구는 대략 1억명 정도로 광동성의 두리를 이어 2위의 인구를 자랑하는 거대한 행정구역.
"흐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악!!"
"살려줘어어!!!..죽기 싫어어! 죽기 싫어!!"
"아아악! 아아악!"
평소라면 수많은 이들의 활기로 가득 차야할 할 그곳에 처절하고 끔찍스러운 비명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황산을 넘어
안휘성을 넘어
몰려든 불사의 존재들을 인민들을 무참히 학살을 하기 시작한 까닭이었다.
그들에게 자비따위는 없었다.
그저 생기가 느껴진다면 남녀노소는 물론 짐승조차 서슴없이 죽여버렸다.
-크허어어어..
-흐어어어어..
-끼에에에에...에에에.
-까드득 까드드득 까득
그리고 죽임을 당한 인민들은 사자死者로 부활하여 불사의 군단에 합류해 똑같이 인민들을 학살하기 시작하였다..
그야말로 악순환의 연속
그 도저히 끊어낼 수 없는 악순환 속에 죄없는 인민들은 그저 무력히 희생될 뿐이었다.
초월적인 힘을 지닌 불사의 군단을 감당할 여력따윈 없었으니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크롸롸롸롸롸롸롸롸롸
창공을 뒤덮은 수많은 본 드래곤들은 애시드 브레스를 쏘아보내 닿는 모든 것들을 소멸시켜버렸다.
[하하하하하하, 피의 자식들이여! 만찬을 즐겨라!!]
뱀파이어 로드, 카라큘라는 한껏 웃으며 만찬을 즐겼다.
[두려움에 떨어라, 나약한 자여!]
아크 리치, 굴란은 어둠의 마법으로 학살를 주도하였다.
[네 영혼에 고통을 안겨주마!]
레이스퀀, 피리스는 인간의 영혼을 뜯어내 유령으로 만들어버렸다.
[초파괴권超破壞拳]
새롭게 만들어진 로드 데스나이트, 항적은 거침없이 돌덩어리같은 주먹을 휘둘러 건물을 붕괴시키고 인민들을 폭사시켜버렸다.
그렇게 산동성 전체는 생지옥으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그래, 그래, 곧 잘하고 있구나, 나의 아가들아."
도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초고층 빌딩 위에 선 여인.
불사의 마녀, 키르케는 흡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막힘없이 세를 불려나가는 불사의 군단의 모습에 흡족스러움을 느낀 까닭이었다.
판테시아에선 이렇게까지 빠르게 세를 불릴 수가 없었다.
인구가 이렇게 밀집되어있지도 않을 뿐더러 언데드의 출현시 각 교단의 성기사들은 물론이고 군세가 심각할 정도로 팽창할 경우 지배자급 강자가 나서서 언데드의 토벌을 감행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인구가 개미새끼들마냥 밀집되어있고 언데드들을 견제할 성기사도, 힘의 균형을 조율할 지배자급 강자도 없지.'
그야말로 군세를 불리기 최적의 환경이라고 볼 수 있었는 것이다.
자연히 흡족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군세가 늘어난다는 건 곧 자신의 힘 또한 그만큼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하였으니
"더욱더 많이 죽여다오~ 더욱더 많은 친구들을 만드려무나~ 이 어미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다오~ 나의 아가들아~"
그렇게 키르케의 광기 어린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쿠와아아아악!!
-케에에에에엑!
-콰아아아아악!
창조주의 광기에 전염된 사자死者들은 더욱더 흉폭해지고 잔악하게 변하였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고
이빨에 닿는 모든 것들을 물어뜯고 물어뜯고 또 물어뜯고
손에 닿는 모든 것들을 찢어버리고 찢어버리고 또 찢어버렸다.
"아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불사의 마녀, 키르케는 광기로 가득한 학살을 내려다보며 웃고 또 웃었다.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을 지은 채로 말이다.
그렇게 한창 힘박웃음 터트리던 그때
오싹
별안간 등골이 오싹해지기 시작하였다.
짜릿하면서도 소름돋는 느낌이 전신을 스쳐지나간 까닭이었다.
휘익
키르케는 웃음기를 거두고 재빨리 시선을 창공쪽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
먹구름을 뚫고 새어나오고 있는 찬란한 태양빛을
'..태양빛이라고?'
그녀는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망자亡者의 마력으로 만들어낸 어둠은 태양빛조차 초라하게 만들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먹구름 속의 어둠을 뚫어버리다니?
당혹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태양신의 가호가 있지 않는한 불가능....설마!?'
순간 키르케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지기 시작하였다.
불길하기 그지없는 예감이 머릿속을 스치고 간 까닭이었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때 찬란하기 그지없는 태양빛이 중앙 광장쪽을 비추기 시작하였다.
-끄으으으으윽!
-으에에에에엑!!
-하으으윽...으으아아아!
그러자 태양빛에 비춰진 언데드들이 괴로운듯한 비명성을 내질렀다.
더불어 전신이 녹아내리기 시작하였다.
'...성력이 담겨있다.'
그 모습을 본 키르케는 확신할 수 있었다.
머릿속에서 상정한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솨아아아아아아아
이내 찬란한 태양빛 속 누군가 강림하듯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태양빛처럼 풍성한 금발
창공을 연상케하는 푸른 눈동자
백옥과도 같은 새하얀 피부
찬란하면서도 고귀한 분위기
".....세실리아 디올 슈페리얼."
태양신에게 직접 선택받은 성스러운 사도.
마왕을 대적할 수 있는 인류의 희망이자 구원자.
인류 최강의 용사.
세실리아 디올 슈페리얼의 등장이었다.
"역시 당신이었군요, 키르케."
중앙 광장에 강림한 세실리아는 고층빌딩 위 키르케를 올려다보며 입을 떼었다.
"하아, 나인 줄 알았어? 이거 영광인데."
키르케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모를 수 있나요, 이렇게 역겨운 시체냄새를 풍기는 건 세상 천지 당신밖에 없을텐데."
"너무하네, 역겹다니, 우리 아가들이 얼마나 귀여운데? 너도 언데드가 되면 날 이해할 수 있을 걸? 어때? 데스나이트가 되어보지 않을래? 너라면 최고의 데스나이트가 될 것 같은데...응? 내가 잘해줄게....세실리아."
키르케는 광기 어린 눈빛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소재에 환장하는 그녀에게 있어서
세실리아는 최상의 소재였다.
자연히 흥분하고 환장할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악취미로군요."
"본성이라는 게 쉽게 바뀌진 않는 법이잖아? 안그래."
"다행입니다, 당신이 여전히 쓰레기라서."
세실리아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망설임없이 벨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태양신의 성검, 솔라디오를 들어올려 그녀를 겨누었다.
"날 베려고?"
"못 벨것도 없죠, 당신은 제 적이니까."
"하하하하하, 농담도, 너 나 못이겨, 알잖아, 세실리아, 아니면 먼젓번처럼 갈비뼈 몇대를 부러뜨려야 깨닫겠니?"
5년 전 세실리아는 불사의 마녀, 키르케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었다.
끝없이 부활하는 언데드들과 극한으로 단련된 키르케의 체술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던 까닭이었다.
"5년은 긴 시간입니다. 미숙했던 용사 지망생이 어엿한 용사가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지요."
"글쎄? 그럴려나? 난 모르겠는데."
키르케는 히죽거리기 시작하였다
명백히 비웃음이었다.
"그렇다면 확인시켜드리죠, 제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말입니다."
"하아아, 이런 불타는 전개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야...난 좀더 음습하고 슬픈게 좋아, 가슴 아픈 새드엔딩 취향이거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신의 목숨은 새드엔딩으로 끝날테니까요."
"어머, 한 마디를 안지네, 우리 꼬맹이."
키르케는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어디 실력도 입담만큼 늘었나볼까?"
그리고 이내 거대한 낫을 앞쪽으로 내밀었다.
-크와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
-키에에에에엑!!
-크와아아아아아아아!
그러자 억단위가 넘어가는 언데드들이 일제히 세실리아를 주목하며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5년 전보다 군세가 더 강할 거야, 이곳에서 많이 보충했거든."
황산부터 안휘성, 산동성까지
대다수 인민들이 언데드가 되었다.
그 단위가 억단위가 넘어가니
5년전보다 군세가 강한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리라
"확실히 그런 것 같군요."
세실리아는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들이 내뿜는 사기만으로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
지금껏 겪었던 그 어떤 군세보다 강력하다는 사실을
"어때? 감당할 수 있겠어? 무섭다면 지금이라도 항복해도 좋아, 아주 어여쁜 데스나이트로 만들어줄테니까."
키르케는 해맑은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망자가 될 생각따윈 추호도 없으니까요."
세실리아는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혼자선 많이 힘들텐데, 괜찮겠어?"
"혼자가 아닙니다."
"뭐어?"
"1억 군세 보다 든든한 조력자가 있거든요."
세실리아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게 무슨.."
-아이스 블라스트Ice blast!!!!
휘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키르케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하였다.
갑작스레 불어닥친 거대한 설풍이 도시 전체를 휘감은 까닭이었다.
쩌저저적
쩌저저적
쩌저저적
이제 막 부활한 하급 언데드들은 반항조차하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강력한 설풍을 버텨내기엔 그들은 몸은 너무나 연약한 까닭이었다.
-크하하하하! 별거 아니구만! 더러운 언데드새끼들!!
펄럭 펄럭 펄럭 펄럭
곧이어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창공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새 한마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세라스."
그 모습을 본 키르케는 읊조리듯 중얼거렸다.
얼음대륙을 지배하는 위대한 신조.
판테시아 대륙 위에 군림하는 일곱 지배자들 중 하나.
혹한의 세라스.
설마 저 괴물까지 모습을 드러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하였다.
-반갑다! 빌어처먹을 네크로맨서 계집!
세라스는 키르케를 노려보며 언성을 높였다.
그녀와는 나름대로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베이거스의 농간으로 인해 피치 못하고 그녀와 싸웠던 전력이 있으니
'설마 세라스마저 넘어와있었을 줄이야.'
키르케의 눈이 가늘어지기 시작하였다.
설마하니 세라스마저 등장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어떤가요? 이만하면 1억의 군세보다 든든하지 않나요?"
그때 귓가로 세실리아의 의기양양한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확실히 세라스라면 틀린 말이 아닌 것도 같군, 1억의 군세보다 세라스 하나가 더욱더 강대할테니 말이야."
"항복해도 좋습니다, 대신 단번에 목을 베어드리지요."
세실리아는 키르케의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었다.
"이긴 것 마냥 건방을 떠는구나, 아가."
키르케는 차가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혹한의 세라스가 1억의 군세보다 막강한 건 사실이지만 군단장급이 합류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키르케는 싸늘한 미소를 띈 채 입을 떼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곧이어 발소리와 함께 그녀 뒤편에 군단장들이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밤의 귀족들을 제왕, 뱀파이어 로드, 카라큘라.
생전 대마도사로 추앙받았던 위대한 리치, 아크 리치, 굴란.
성불하지 못한 모든 악령들의 여왕, 레이스퀀, 피리스
이계인의 육신으로 최강의 자리에 오른 로드 데스나이트, 항적
하나같이 교단 하나쯤은 가뿐히 멸망시킬 수준의 무력을 갖추고 있는 괴물들의 등장이었다.
'강하다.'
세실리아는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을 마주하는 순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들이 일반적인 언데드들과는 차원이 다른 무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저기에 키르케의 무력까지 더해진다면.....오히려 이쪽이 위험할 수도 있다.'
키르케는 언데드의 도움없이 홀로 드래곤마저 잡아낼 수 있는 실력자였다.
그런 그녀가 저들과 합을 맞춘다면 오히려 이쪽이 위험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창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때
-용사 계집.
잠자코 있던 세라스가 그녀를 불렀다.
"..말씀하세요."
-쫄지마라, 처음 기고 들어가면 이길 싸움도 못이겨.
"죄송합니다, 살짝 압도되었던듯 합니다."
-넌 구원의 운명을 타고난 인류 최강의 용사다, 네가 스스로를 믿지 않으면 판테시아의 인간들은 대체 누굴 믿으라는 것이냐?
"감사해요, 세라스님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세실리아는 올곧은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였다.
일말의 망설임은 사라진듯한 모습이었다.
-감사할 필요없다, 워낙 멍청해서 쓴소리한 것뿐이니
세라스는 툴툴대며 말을 내뱉었다.
감사 인사가 꽤나 어색한 까닭이었다.
-전 군단장이라는 녀석들과 불사의 군세는 내가 맡도록 하겠다. 너는 저 빌어먹을 네크로맨서 계집을 맡아라.
"혼자서 괜찮으시겠어요?"
군단장과 억이 넘어가는 군세를 홀로 떠맡겠다니
제 아무리 세라스라도 버거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내가 누군지 모르는 것이냐? 혹한의 세라스다! 저딴 언데드들따윈 한 날개짓거리도 안된다는 말이다!!
물론 괜찮을 리 없었다.
군세정도는 상관없지만 군단장급 언데드의 힘은 자신조차 경계할 수준이었으니
하지만 일부러 호기를 부렸다.
자신이 그들을 떠맡지 않는다면 애초에 승산자체가 없었으니
-넌 잔말말고 저 빌어먹을 계집을 처죽일 생각만해라, 저년만 죽이면 언데드들은 무용지물이 될테니!
"그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세라스님."
세실리아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최대한 빨리 처리토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태양과도 같은 눈동자를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흥, 마음대로 하거라.
세라스는 괜스레 퉁명스럽게 대답하였다.
그리고 날개를 펄럭이며 더욱더 높게 치솟기 시작하였다.
"작전 회의는 다 끝난거야? 더 안기다려도 되지?"
그러자 잠자코 있던 키르케 입을 열었다.
"그럼 시작한다?"
그리고 거대한 낫을 정면을 향해 내밀었다.
그러자 뒤편에 시립해있던 군단장들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본격적인 전투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