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안
"하아, 뭘 그리 호들갑을 떠는지, 원."
강소성, 절강성, 안휘성, 강서성, 복건성 등 중국 동부 전체를 아우르는 군사작전 구역.
동부전구의 사령원, 임교한 상장은 귀찮음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라면 골프나 치고 반반한 계집들 궁둥짝이나 매만지며 시간을 죽치며 완벽한 휴가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완벽한 휴가 계획은 완전히 물건너가게 되었다
안휘성을 행정을 책임지는 영도원, 사두병의 다급한 호출에 헬기까지 타고 직접 나서게 된 것이다.
어찌 한숨이 안나올 수 있으랴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 늙그막이 망령이 든 것도 아니고'
대충 전해듣기로는 사자가 부활에 세상을 멸망시켜려고한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지껄였다고 한다.
그러니 진압을 위해선 동부 전구 전체 병력이 필요하다고
'말도 안되는 개소리지.'
무슨 좀비영화도 아니고 죽은 놈이 어떻게 부활해 산사람을 공격한다는 말인가
늙그막에 치매가 들어도 단단히 든게 분명하였다
그렇게 한창 속으로 영도원을 씹어대던 그때
"..상장님!"
헬기조종사가 다급히 임교한을 불렀다.
"뭔가?"
상념에서 깨어난 임교한 상장은 곧바로 물음을 던졌다.
조종이나 똑바로 할 것이지 별안간 무슨 일이란 말인가
"잠..잠시 앞쪽을 좀 보셔야할 것 같습니다."
"앞쪽?"
임교한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곧바로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아니!?"
그 순간 임교한 상장의 눈이 휘둥그레지기 시작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경악스러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 까닭이었다.
흉악스럽게 돋아난 날카로운 이빨
목부터 꼬리까지 길게 이어진 척추뼈
그 사이 자리잡고 있는 갈비뼈
좌우로 펼쳐져있는 커다란 날개뼈
뼈로 이뤄져있는 거대한 도마뱀이 초고층 빌딩을 감싸고 있었다.
-크롸아아아아아아아아아~!!!
풍압이 일어날 정도로 거대한 포효를 내지르면서 말이다.
"저..저게 대체 뭐야!"
임교한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고함을 내질렀다.
압도적으로 거대한 괴물의 형상에 경악을 금치 못한 것이다.
"아무래도...괴수가 튀어나온듯 합니다!"
"빌어먹을! 그럼 내가 아니라 인민헌터를 불렀어야지! 저딴 걸 나보고 어떻게 감당하라고!"
임교한 상장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언성을 높였다.
대괴수는 군대의 영역이 아니였다.
현대 병기로는 마력으로 전신을 감싸고 있는 대괴수 퇴치자체가 불가능하였으니
"당장 돌아가! 그리고 인민 헌터들에게 연락해! 당장 진압하라고!"
"저....상장님."
"뭔가!"
"아래쪽도 봐주셔야할 것 같습니다."
"...아래?"
임교한은 불안감을 느끼며 슬며시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되살아난 망자亡者들의 모습을
머리 반절이 날라간 채 걸어다니는 시체.
내장을 해집어진 채로 걷는 시체
양다리가 떨어져나가 기어다니는 시체.
뼈밖에 남지 않은 해골들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괴물들
칠흑의 갑옷을 입으며 검을 휘두르는 기사들.
창궐.
영화에서나 볼법한 언데드들 창궐하여 온세상을 뒤덮고 있는 것이다.
".......거짓이 아니였어."
임교한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도원이 노망난 게 아니라는 것을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망자들이 산자를 죽이고 그 수를 불려나가고 있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위협적인 속도로
그야말로 재앙
멸망을 야기시킬 수 국가적 재앙이 발생한 것이다.
"빨리 헬기 돌려! 당장 돌아가야한다! 당자앙!!"
이내 임교한은 고함을 내질렀다.
"알..알겠습니다!"
헬기 조종사는 재빨리 헬기를 돌렸다.
'어떻게든 막아야한다....이대로 있다간 중국은 멸망할 것이야!'
임교한의 눈빛이 더할나위 없이 심각해지기 시작하였다.
********
"뭐라!? 안휘성이 완전히 소멸했다고!? 그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보고를 들은 섭군평 주석은 언성을 높이며 되물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멀쩡히 있던 안휘성이 멸해지다니
"보고에 따르면 죽은 자들이 몰려들어 인민들을 죽이고 다시 부활시켜 그 숫자를 불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 말같지 않는 소리를 나보고 믿으란 말이던가!"
죽은 자가 부활하다니
예수도 아니고 그런 게 가능할 리 만무하지 않은가
"...여길...봐주십시오..주석."
이내 비서실장, 정수원이 리모컨을 조작하였다.
드르르르륵
그러자 스크린이 펼쳐지고 화면을 비추기 시작하였다.
-크롸롸롸롸아아아~!!!
-아아아아악!! 살려주어어!
-괴물..괴물이다아!!
-어머니..저예요.저..첫째아들..아아악!!
-아빠아아!! 물지마아..아파아..아파아..흐아앙
-끄아아악 끄아아악
영상 속에서는 안휘성의 끔찍한 상황이 그대로 비춰지기 시작하였다.
온갖 비명성들
공포에 질려 벌벌 떠는 인민들
괴물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인민들
부활하여 제 가족을 잡아먹는 시체들까지
"................"
한창 성을 내던 섭군평을 말을 잃고 말았다.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던 까닭이었다.
멸망마저 야기시킬 수 있는 국가적 재앙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실장."
"말씀하십시오."
"....창궐의 근원지가 어디지?"
"황산 부근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황산이라면.......설마.."
"그렇습니다...차원 통로가 있는 곳입니다."
"말도 안된다! 그곳에는 대륙 무쌍 항적이 파견된 곳이란 말이다! 이런 괴물들이 튀어나왔다면 모조리 죽여버렸을 것이란 말이다!!!"
섭군평은 맹렬히 부정을 하였다.
항적이 이 괴물들을 가만히 내버려둘 리 만무하였다.
오만하기는 하나 그는 중국을 너무나 사랑하는 호걸이었으니
".....항적은....아무래도 차원 통로에 넘어온 존재에게 패배를 한듯 싶습니다."
"정수원! 감히 네놈따위가 항적을 모욕하는 것인가! 그는 대륙 무쌍! 아니 세계 제일의 헌터이다! 패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머리나 굴리는 네놈이 감히 그딴 개소리를 지껄여!?"
섭군평은 잔뜩 흥분한 채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항적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수호신과 같은 존재였다.
패해서도 안되고 패할 수도 없는 절대적인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어찌 저런 모욕적인 말을 지껄인다는 말인가
삑
정수원은 말없아 리모컨을 눌렀다.
그러자 화면이 전환되며 한 남자를 비추기 시작하였다.
풀어헤쳐진 봉두난발의 머리
짐승처럼 흉흉한 눈빛.
돌덩어리같은 가슴근육
쇠줄을 꼬아낸듯한 팔근육
통나무를 연상케하는 다리근육
"항적!?"
섭군평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화면 속 남자가 항적이라는 사실을
-항적 정신차리십시오! 저희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인민입니다! 당신의 적이 아니란 말입니다!
-정신 차리세요! 제발
-우리를 지켜주세요 부디..제발..
[초파괴권超破壞拳]
퍼어어어어어엉
화면 속 항적은 인민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소형 미사일과 맞먹는 위력을 갖췄다 전해지는 대륙무쌍 항적의 주력기
초파괴권超破壞拳을 이용해서 말이다.
".............항적...."
섭군평은 믿기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최초의 SSS급 헌터로서 중국의 위상을 전세계에 알렸던 중화인민공화국의 자존심.
항우의 환생이라고 추앙받으며 대륙 무쌍이라고 불리우던 최고의 수컷.
오만하지만 걸맞는 실력을 갖췄고 누구보다 인민과 조국을 사랑한 남자.
항적
그가 학살을 저지르고 있었다.
괴수들을 박살내던 돌덩이 같은 주먹으로 인민들의 머리통을 터트렸다.
중화인민공화국의 평화를 지탱하던 굳건한 두다리로 인민들을 짓이겼다.
재해급 대괴수마저 한번에 격살시켰던 초파괴권으로 너무나 사랑하던 인민들을 폭사시켰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항적 또한 다른 인민들과 마찬가지로 죽임을 당한 뒤 부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곧이어 정수원이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천천히 말을 이었다.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
곧이어 섭군평의 절규가 온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
.
.
.
"항적..항적..항적!!"
섭군평은 머리를 쥐어뜯고 책상을 마구잡이로 두드리며 분통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최고의 전력이 이제는 적으로 돌아섰다는 절망감이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던 까닭이었다.
"주석! 정신차리셔야합니다! 주석!"
정수원은 그런 섭군평을 진정시키기 시작하였다.
"지금 진정하게 생겼는가! 항적이! 항적이! 저리 되었는데!"
"이미 벌어진 일입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정수원은 나름의 소신발언을 하였다.
두려움이 앞섰지만 더이상 지체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불사의 괴물들은 황산을 중심으로 대륙에 퍼져나가며 세를 불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대로 있다간 대륙은 망자의 땅이 될 것입니다! 어떻게든 막아야합니다!"
"..........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천인天人에게 도움을 요청해야합니다."
와락
섭군평의 표정이 있는대로 구겨졌다.
그녀에게만은 결코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 않은 까닭이었다.
도움따윈 필요없다며 온갖 모욕을 다주었는데 이제와서 도와달라니?
도저히 면이 서지 않았다.
"힘든 결정이라는 거 잘알고 있습니다...하지만 결단을 내려야합니다....항적이 감당할 수 없다면...지구의 그 어떤 헌터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정수원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
섭군평은 무어라 답하지 못하였다.
그 또한 답을 잘알고 있던 까닭이었다.
천인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그녀의 도움만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유일한 구제라는 것을
자존심을 굽힐 수밖에 없다는 것을
"대국적인 선택을 하셔야합니다, 주석."
정수원은 다시금 힘있게 강조를 하였다.
".........."
섭군평의 얼굴이 한없이 복잡해지기 시작하였다.
**********
"도와주십시오."
섭군평은 머리를 숙인 채 입을 떼었다.
결국 자존심을 굽히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무엇을 말입니까?"
세실리아는 차분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망자들이 부활하여 인민들을 죽이고 세를 불리고 있습니다......이대로 있다간 대륙은 죽음의 땅으로 변모하고 말 것입니다. 부디 도와주십시오."
"의문이로군요, 중국 스스로 감당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자랑스러운 항적이 있는데 어찌 저를 찾으시는 겁니까?"
세실리아의 반응은 날카롭기 그지 없었다.
".....항적은 죽었습니다..."
섭군평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안타까움과 슬픔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죽은 자가 되어 인민들을 학살하고 있지요...세상 천지에 그를 감당할 수 있는 이는 당신 밖에 없습니다...부탁드립니다..부디..부디...무고한 인민들을 지켜주십시오......"
"..........흐음."
세실리아는 침음성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무언가 고민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로 말이다.
"만약 당신이 나서지 않는다면 인민들은 전부 죽어버릴 겁니다! 살수 있는 이들까지 모조리 죽는다는 말입니다! 위대한 태양신의 사도께서 그런 끔찍한 학살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양신께서 그리 가르치진 않았을테니까요."
와락
그 말을 들은 세실리아는 고운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부탁하는 처지에 태양신마저 모욕하는 그의 태도에 노기가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지금 무슨.."
그렇게 한마디하려던 그때
-지랄하고 있네, 병신새끼가.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세라스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뭣..뭣이!?"
-너 병신이야? 곰새끼 닮았다고 대가리도 곰새끼로 퇴화한 거야? 너 주제 파악 못해?
세라스는 시니컬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너 지금 부탁하는 입장이야, 대가리 박고 살려주세요 애원해도 모자랄 판국이라고, 그런데 태양신을 들먹이는 것도 모자라서 죄책감까지 씌우려고 해? 네가 사람새끼냐? 짐승 새끼지.
"크으윽....그런 게 아니다..난 그저."
-지랄하고 있네, 아니긴 개뿔, 속이 뻔히 보이는 구만, 병신 짱개새끼. 원수가 이런 빡통대가리니까 착짱죽짱이라는 말이 생기는 거야.
세라스는 수많은 커뮤니티에서 단련된 말빨을 실력을 여과없이 발휘하기 시작하였다.
"착짱죽짱?"
-착한 짱개는 죽은 짱개라고, 너도 좀 뒈져야 착해질 것 같네.
세라스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부들 부들 부들 부들
그 말을 들은 섭군평은 전신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였다.
모욕적인 언사에 분노가 미친듯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야, 잘된 거 아니냐? 짱개새끼들이 뒈져서 망자가 되고 있다며? 그럼 다들 착해지고 있는 거 잖아? 이거야말로 옳은 짱개국이 되는 게 아닐까 싶네. 크헤헤헤헤헤헤
"뭣이!!! 이런 빌어먹을 새새끼가!
-왜 아니꼬와? 그럼 덤비던가, 내가 힘은 봉인당했었도 너 새끼 두툼한 배때지 뜯어서 내장 파먹는 것쯤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거든.
"크와아아아아악!!!"
섭군평은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그쯤이면 되었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세실리아가 적당히 중재를 하였다.
속이야 시원하긴 했지만 더이상의 다툼은 무의미하다 느낀 까닭이었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니 말이다.
"도와드리겠습니다. 주석."
그리고 이내 참전의사를 밝혔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용사시여! 과연 자애로운 태양신의 사도다운 결단입니다!"
섭군평은 허리를 몇번이고 숙여 감사를 표하였다.
"대신 두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뭐가 되었든 제가.."
"첫번째는 소수민족의 독립입니다. 과반수 이상이 독립을 원한다면 독립을 허해주셨으면 합니다."
"그건..아니될 말이오! 어찌 중화인민공화국을 분단시켜버린다는 말이오!"
"그들은 강제로 구속하는 건 욕심입니다. 주석"
"안되오! 다른 조건을 제시하시오!"
"다른 조건을 제시할 생각따윈 없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도움을 주지 않겠습니다."
그녀는 단호하게 말을 내뱉었다.
"크으윽.."
섭군평은 분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좀더 대국적으로 생각하시는 게 권유드립니다."
".....알겠소, 내 그 안건에 대해 건의를..."
"아니요, 전 확답을 원합니다, 주석."
으드득
"알겠소...내 책임지고 추진토록 하겠소."
결국 섭군평은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국토 몇개 잃는 것보단 나라를 지켜내는 게 훨씬 더 대국적인 선택이였으니
"좋습니다, 그럼 마지막 조건을 말씀드리지요."
세실리아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제대로 된 사과를 받고 싶습니다."
".......사과라면?"
"지난 날 저와 태양신을 직접적으로 모욕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에 대한 사과를 받고 싶습니다."
"물론입니다! 사과하지요! 그땐 제가 성급했습니다!"
섭군평은 즉각적으로 대답을 하였다.
그녀를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사과따윈 대수롭지 않았다.
"제대로 된 사과라고 말씀드렸을텐데요?"
"그럼..대체.."
척
세실리아는 말없이 엄지로 바닥을 가리켰다.
"무릎을 꿇고 머리는 박아야 제대로된 사과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그런!"
섭군평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하니 저 순해빠진 계집이 이런 굴욕적인 요구를 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못하시겠습니까?"
"난 중화인민공화국의 주석일세...최고 권력자라는 말이야...그런 내가 머리를 박는다건.."
"..못하겠다면 저 또한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주석."
"지금 무고한 인민들보다 그대의 자존심이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그대로 말씀드리고 싶군요, 국가원수로서 자존심이 인민보다 중요하다는 말씀이신가요?"
"..........."
"강요치는 않습니다."
세실리아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으드득
섭군평은 이를 갈았다.
털썩
그리고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내 그대와 태양신을 모욕한 것에 대한 사과를 하겠소! 부디 중화인민공화국을 도와주시오!"
쿠우웅
그다음 머리를 땅에 처박은 채 간절히 애원하였다.
결국 자존심을 내던져버린 것이다.
"좋습니다, 직접 나서도록 하지요."
세실리아는 흡족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얻을 건 전부 얻었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으드득 으드득
그에 반해 섭군평은 쉴새없이 이를 갈기 시작하였다.
굴욕감과 수치심이 분노를 불러일으킨 까닭이었다.
-새꺄, 이빨 다 갈리겠다, 살살 갈아.
세라스는 히죽거리며 그런 섭군평을 조롱하였다.
부들 부들 부들 부들 부들
섭군평은 차마 반박치 못하고 전신을 부들거릴 뿐이었다.
씻을 수 없는 치욕스러움과 모멸감을 느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