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주석
섭군평의 집무실
스피커에서 고전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와 방안에 울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섭군평은 고전 클래식을 음미를 하며 커피를 들어올렸다.
홀짝
그러자 진한 블랙 커피의 향이 입안 가득 맴돌기 시작하였다.
'얼마만의 여유인지 모르겠군.'
씨익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항상 소수민족 독립때문에 곤두서있던 섭군평이었다.
그런 그에게 오랜만에 즐기는 여유는 꿀처럼 달콤하기 그지 없었다.
'...역시 항적을 불러오길 잘했어.'
스스로 내린 결정이 무척이나 흡족스러웠다.
천인의 대항마인 항적이 없었다면 이런 여유를 부릴 수도 없었을 것이고
매번 천인을 막을 방법을 생각해내느라 신경이 곤두서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 흡족스럽지 않을 수 있으랴
홀짝
'좋군, 아주 좋아.'
그렇게 섭군평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지던 그때.
똑 똑 똑 똑
누군가 집무실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누구지?"
섭군평은 눈썹을 살짝 찌푸린 채 입을 떼었다.
우아한 클래식 속에서 즐기는
커피 한잔의 여유
이 소박한 여유를 방해지말라며 엄명을 내린 상황이었다.
그런데 기어이 문을 두드려 분위기를 망치다니
절로 짜증이 치밀어오를 수밖에 없었다.
"저 정수원입니다. 주석."
실종된 범군청 대신 비서실장 자리에 오른 정수원이었다.
"무슨 일이지? 내 분명 방해치말라고 했을텐데?"
섭군평은 기분 나쁜 티를 풀풀 내며 말을 이었다.
".....그..그게..꼭 좀...보고해야할 일이 생겨서."
정수원은 당혹스러운듯한 목소리로 답하였다.
그 또한 웬만해선 섭군평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고약한 그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은 까닭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만약 보고치 않는다면 오히려 더큰 화를 불러일으키게 될테니
"그럼 어디 한번 말해보게, 대체 무슨 일이길래 나의 명령조차 불복하고 찾아왔는가?"
섭군평은 가늘게 뜬 눈으로 문쪽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만약 말같지도 않는 개소리를 지껄이면 호통을 칠 요량이었다.
"...천인이 주석과의 대면을 원하고 있습니다."
"천인이? 그년이 왜?"
섭군평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천안문 진압 이후 두문불출하며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던 그녀였다.
그런데 별안간 자신을 왜 찾는다는 말인가
".....그게..저도 자세한 이유는 잘.."
"바쁘다 전하라."
섭군평은 단호하게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항적이 온 이상
딱히 아쉬울 것 없는 입장이었다.
구태여 그녀를 만날 필요성은 안느껴졌다.
"예에!? 하지만...."
"내 이언二言을 하는 걸 좋아하지 않네, 실장."
알겠습니다 한마디가 뭐가 그리 어려운지
저리 말대꾸를 한다는 말인가
실로 통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주석....그러니까....그게."
"내 이언을 싫어한다고 했을텐데!!"
섭군평은 안면을 와락 구긴 채 고함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아아앙
그 순간 굉음성과 함께 이변이 일어났다.
멀쩡하던 문이 갑작스레 무너져내린 것이다.
"섭섭하군요, 주석."
그리고 뻥 뚫린 문틈사이로 묘령의 여인이 걸어오며 입을 떼었다.
강림한 천사처럼 찬란하기 그지없는 존재.
이계 최강이라고 불리우는 여인.
세실리아 디올 슈페리얼.
고귀한 용사의 등장이었다.
"...천인天人"
그녀의 등장에 섭군평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그녀가 등장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일부러 절 피하시다니 말입니다."
세실리아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일부러 피한 게 아니오, 내 진심으로 일정이 있어.."
"글쎄요, 공식적으로 확인된 일정은 없던데요?"
"............"
섭군평은 말없이 정수원을 노려보았다.
네놈이 까발렸냐는듯한 눈빛으로 말이다.
덜 덜 덜 덜
그 눈빛에 정수원은 덜덜 떨며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실장님은 잘못이 없어요, 제가 억지로 본 거니까요, 주석."
"실로 무례하기 그지없군. 기밀사안을 강제로 들쑤시고 다니다니 말이야."
"그에 관해선 사과드릴게요,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어떻게든 주석과 자리를 마련했으니까요."
세실리아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런 무례를 범한 것이오?"
섭군평은 눈을 가늘게 뜬 채 그녀에게 물었다.
"황산에 있는 차원 통로에 무언가 강력한 존재가 넘어왔습니다."
세실리아는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에 관해서라면 이쪽도 충분히 파악하고 있는 사안이오."
이미 이변에 대해 눈치를 채고 대륙무쌍, 항적을 파견해둔 상황이었다.
그런데 왜 이제와서 뒷북이란 말인가.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왜 절 호출하지 않으신거죠?"
세실리아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내 말하지 않았던가? 당신의 도움따위는 더는 필요치 않다고 말이오."
섭군평은 거만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자신의 뒤에는 이제 대륙무쌍, 항적이 있었다.
더는 그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대륙 최강의 헌터를 황산으로 파견하였소, 걱정할 필요따윈 없다는 말이오."
"인간이 감당할 존재가 아닙니다."
세실리아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기운만으로도 인지할 수 있었다.
차원을 넘어온 존재가 최소 일곱지배자인 베이거스나 세라스와 동격인 존재라는 사실을
그런 존재를 한낱 인간따위가 감당할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항적은 인간이 아니오, 무신武神이지. 누가 넘어오든 능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고 모조리 분쇄해버릴 것이오, 그는 그런 남자니까."
섭군평은 자신 어린 표정을 지었다.
대륙무쌍, 항적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재고해보셔야합니다. 중국의 헌터로는 그 존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오직 저만이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중화인민공화국의 자랑을 무시하는 건가!"
섭군평은 발끈하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녀의 무시에 분노가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무시가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을 말한 것 뿐입니다. 항적으로는 무리입니다."
항적에 대해선 모르지 않았다.
천궁을 향해 은근한 투기를 흘려보냈던 존재였으니
그렇기에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그에 무리라는 것을
"웃기지마! 네년이 수작 부리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섭군평은 존대조차 잊은 채 막말을 짓거리기 시작하였다.
중화인민공화국으 자랑, 대륙무쌍, 항적에 대한 모욕에 분노가 치밀어올라 이성을 잃은 것이다.
"무슨 말을 하든 두번째 청을 거둬들일 생각은 없다! 네년은 평생 천궁에 구속되어있을 것이다! 세가지 청은 네년이 모시는 태양신의 이름을 걸고한 맹약이었으니!"
섭군평은 살벌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니 더는 귀찮게 하지말고 꺼져라! 하등한 이방인 계집!"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입니다."
세실리아는 모욕을 감수하면서도 거듭 그를 설득하였다.
태양신의 이름을 걸고한 맹약에 묶인터라
그가 청을 거둬들이기 전까지 멋대로 움직일 수 없던 까닭이었다.
"내 선택에 책임을 질 준비는 충분히 되었으니! 네년이 걱정치는 않아도 될 것이다!"
섭군평은 흉흉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언성을 높였다.
"그러니 두번 말하게하지말고 꺼져라! 본디 난 이언二言 싫어하니!"
그리고 곧바로 축객령을 내렸다.
더는 그녀와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자신의 마음을 단단히 굳혀졌으니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세실리아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휘익
그리고 그대로 몸을 돌려 뒤문밖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하였다.
"후회따윈 없다! 나에겐 항적! 대륙무쌍이 있으니!"
섭군평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현재 중국에겐 대륙무쌍이 존재하였다.
그가 존재하는 있는 이상
저년에게 아쉬운 소리할 리 만무하였다.
그는 세계 최강의 헌터였으니
**********
쓰담 쓰담
곱고 가느다란 손이 투박하고 두터운 근육을 부드러이 어루만지기 시작하였다.
"아주 좋은 소재야."
그리고 이내 진한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근육을 어루만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
축복받은 재능을 갖추고 있는 육신이 극한까지 단련되어있다는 사실을
"특수 능력도 꽤나 마음에 들고 말이야."
무한마력.
끊임없이 마력을 생성해낼 수 있는 사기적인 능력.
마음에 들 수밖에 없었다.
권능에 가까울 정도로 막강한 능력이었으니
"여기에 지치지 않는 체력과 제약이 풀린 신체능력 그리고 죽지 않는 불사성이 더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후후훗."
절로 웃음을 새어나왔다.
상상만해도 즐거움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스으윽
곧이어 그녀는 천천히 손을 뻗어 머리통을 움켜쥐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그다음 어둠의 마력을 주입시키기 시작하였다.
"데스 나이트로서 다시 태어나거라, 나의 아가."
그리고 이내 환한 웃음을 짓기 시작하였다.
.
.
.
.
.
안휘성 합비
수많은 공장들이 들어선 공업도시로 발달한 지역답게 활기차기 그지없는 곳.
"으아아아악!"
"아아아아악!!"
"살려..살려줘어어!!"
"괴물..괴물이다아아!!"
"해골들이 움직인다아아!!"
그곳에 끔찍한 비명성이 난무하기 시작하였다.
별안간 들이닥친 불사의 군대 앞에 모두가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린 까닭이었다.
-딱 딱 딱 딱 딱
새하얀 스켈레톤들은 낡은 무기를 휘두르며 인민들을 참살하였다.
"내게로 오라, 어리석은 인간이여!"
"내게 피를 바쳐라아아!! 열등종족들이여!"
밤의 귀족, 흡혈귀들은 기묘한 마술을 이용해 인민들을 현혹시키고 목에 피를 빨아 목내이로 만들어버렸다.
[다크 스피어!]
리치들은 흑마술을 이용해 온갖 건물들을 부수고 인민들을 깔려죽게 만들었다.
서걱 서걱 서걱
묵빛 흑갑의 데스나이트들은 죽음의 기운으로 만든 데스블레이드를 휘두르며 인민들을 일방적인 학살하였다.
-크롸롸롸롸롸롸롸!!
-크와아아아아아아아!!
하늘을 뒤덮은 본 드래곤들은 독기로 가득 찬 브레스를 쏘아보내며 닿는 모든 것들을 소멸시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죽임을 당한 인민들의 시체는 어둠의 마법으로 다시 일어나 불사의 군단에 합류하며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공격하였다.
그야말로 재앙.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끔찍스러운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으아아아!! 헌터! 헌터는 대체 어디있는 거야!"
"헌터도 당했어! 모두 잡아먹혔다고!"
"아버지! 저예요! 정신차리..끄아아악!!!"
"흐아아앙~!! 살려주세요!...제발 살려주세요!"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죽기 싫어어!!"
모두가 절망하였고 울부짖기 시작하였다.
희망조차 없는 끔찍한 현실에 커다란 공포를 느낀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한창 두려움에 떨던 그때였다.
쿠우우웅
무언가 굉음성을 내며 도시 중앙 광장에 그대로 착지를 하였다.
"항적이다!!!!"
그 모습을 본 인민 하나가 큰소리로 외쳤다.
"항적이라고?"
"대륙무쌍!? 항적!?"
"우릴 구하러 온거야!?"
"살았다! 살았다!! 살았다구!!"
"항적이 우릴 구하러 왔다아아!!"
모두가 환호를 하기 시작하였다.
대륙무쌍 항적.
끔찍한 현실을 타파시킬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어찌 환호하지 않을 수 있으랴
"감히 중화인민공화국의 국토를 침범한 저놈들 전부 죽여주세요!!"
"자랑스러운 인민들을 구해주세요!"
"대륙무쌍의 위엄을 보여주세요오! 항적!"
사람들은 항적을 바라보며 열렬한 응원을 보내기 시작하였다.
스으윽
그러자 항적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초점없는 눈으로 인민들을 가만히 응시하였다.
"이쪽이 아니라, 저쪽입니다!"
"뒤편을 보셔야죠! 항적!"
"적이 오고 있습니다!"
인민들은 다급히 언성을 높였다.
괴물들이 내달리고 있건만 너무나 여유로운 항적에게 경고를 주기 시작한 것이다.
꽈아아아악
그때 항적이 돌덩어리같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주먹을 뒤쪽 끝까지 보내 자세를 잡기 시작하였다.
"지금 뭐..뭐 하시는?"
"위치를 착각하신 거 아닙니까?"
"여기가 아닙니다! 반대라구요!"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은 인민들이 다급히 소리를 치기 시작하였다.
-초파괴권超破壞拳
쇄애애애애애액
하지만 애석하게도 주먹은 멈추지 않았다.
그저 강력한 마력을 내뿜으며 그대로 내질러질 뿐
퍼어어어어어어어엉
곧이어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살점과 핏물, 뼛조각들이 사방에 비산하기 시작하였다.
주먹 끝쪽에 서있던 수많은 인민들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터져나가버린 것이다.
고작 주먹질 한 방에 말이다.
"으아아아아아악!! 항적이 인민들을 공격한다아!!!"
"항적이 배신을 하고 괴물 편에 돌아섰다아!!"
"모두 도망쳐어어!!"
그 광경을 목도한 다른 인민들은 패닉에 빠지며 비명을 내질렀다.
유일한 희망마저 완전히 사라져버린 현실에 모두가 절망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초파괴권超破壞拳
그런 인민들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데스나이트로 다시 태어난 항적은 그저 주먹을 내지를 뿐이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가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그래, 잘하는구나, 아가, 잘하고 있어. 전부 죽이거라!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없애거라! 세상을 언데드로 물들이려무나!"
불사의 마녀, 키르케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진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자신이 만들어낸 걸작에 대한 뿌듯함을 느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