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들 부들 부들 부들
항적의 전신이 부들 부들 떨리기 시작하였다.
"하아...하아...하아..하아."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더불어 숨결이 거칠어지고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사방에 울리기 시작하였다.
"혹여 두려운 것이냐?"
불사의 마녀, 키르케는 그런 항적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언뜻 보기엔 겁을 집어먹은 것과 비슷한 반응을 내보였기 때문이었다.
"두려워? 지금 내게 두렵냐고 물었더냐?..크흐흐흐..흐흐흐...흐하하하하."
항적은 호쾌하게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내가 그런 열등한 감정따위를 느낄 리 없지 않느냐? 크흐흐흐."
두려움따위는 열등한 존재나 느끼는 감정이었다.
세상 그 무엇보다 우월하다면 두려움따위는 느낄 새가 없는 것이다.
마치 자신처럼
"난 대륙 최강, 항적이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란 말이다! 그런 내게 두려움을 줄 수 있는 것따윈 아무것도 없다!!"
항적은 자신 넘치는 목소리로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내게 마음에 드냐고 물었었지? 대답해주지, 마음에 든다! 모든 게 마음에 들어! 드래곤이 나타난 것도! 드래곤을 조종하는 네년의 존재도! 모두 말이야!!
드래곤.
항시 마주하기를 염원하고 있던 재앙급의 대괴수
그 존재를 마주하게 되었는데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으랴
흥분되었다.
드디어 염원이 이뤄졌다는 생각에
피가 끓어올랐다.
압도되지 않는 강맹한 괴물과 합을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더불어 기쁨이 차올랐다.
재앙의 괴물마저 멋대로 부리는 강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하하하하! 실로 기쁘기 그지없구나!"
우우우우우우우우웅
항적을 중심으로 거대한 마력이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SSS급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최초의 헌터.
중화인민국 최고의 전력
대륙 무쌍
초패왕 항적.
지상 최강의 남자가 전력을 다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력을 다해 분쇄해주지!!!"
콰아아아앙
항적은 마력을 폭발시키고 그 반탄력을 이용해 그대로 허공에 솟구쳤다.
그리고 곧바로 주먹을 내질렀다.
창공을 지배하고 있는 거대한 본드래곤을 향해
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그러자 본 드래곤은 어둠의 마력을 집중시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모여든 마력들을 독기로 바꾸었다.
미스릴마저 단숨에 녹아내리게 만들정도로 지독하기 짝이 없는 독기로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다음 한치의 망설임없이 모여든 독기들을 단숨에 내뱉기 시작하였다.
에이션트급 본드래곤만이 완전히 구현해낼 수 있다고 전해지는 비기.
시체독을 극성으로 끌어올려 만들어낸 최악의 독.
에시드 브레스Acid Breath
그 최흉의 필멸기가 달려드는 항적을 향해 그대로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크아아아아아악!!!"
차마 범위에 벗어나지 못한 항적은 고통 어린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전신을 파고드는 끔찍스러운 독기의 향연을 도저히 견뎌낼 수 없던 까닭이었다.
"이런...빌어먹을 뼛가루새끼가아아아아아아!!"
하지만 그런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항적은 피하거나 도망치지 않았다.
끔찍스러운 독기를 당당히 버텨내며 달려들 뿐
쇄애애애애애애액
곧이어 에시드 브레스를 버텨내며 본드래곤의 코앞까지 도달한 항적은 망설임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이내 거대한 굉음성과 함께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온세상에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항적의 무쇠같은 주먹과 본드래곤의 두개골이 충돌하고 그 여파가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부우우우우우우웅
콰콰콰콰쾅
얼마지 않아 본드래곤이 뒤편으로 쭉 밀려나더니 그대로 산에 처박히고 말았다.
그 산처럼 거대한 몸뚱아리도
대륙무쌍
항적의 주먹을 버텨내기엔 역부족이었던 까닭이었다.
"크하하하하!! 고작 이정도냐 드래곤!!"
항적은 호쾌하게 웃었다.
꽤나 아프게 한방 먹긴 했지만 고작 그뿐이었다.
자신을 버텨내기엔 역부족인 것이다.
"완전히 박살을 내주마아아!!"
콰아아아아앙
곧이어 항적은 산등성이에 처박힌 본드래곤에게 그대로 달려들었다.
콰아아앙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그리고 미친듯이 주먹을 내지르고 발로 짓밟으며 압도적인 폭력을 선보이기 시작하였다.
-크와아아아아아아!!
본드래곤은 발악하듯 괴성을 내지르며 몸부림을 치기 시작하였다.
꼬리를 휘두르고
다리를 휘둘렀으며
두텁고 날카로운 이빨로 위협을 가하기까지 하였다.
"소용없다아! 전부 소용없다는 말이다아아아!!!!!"
하지만 그런 위협스러운 발악도
항적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아무리 내리치고 찍어눌러도
꿈쩍조차 하지 않은 까닭이었다.
"더해보거라! 더해보란 말이다아아! 크하하하하!!"
항적은 호탕하게 웃으며 파괴하고 또 파괴하기 시작하였다.
본드래곤의 모든 뼈들을 분쇄시켜버리겠다는듯이
-크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본드래곤의 괴성이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
.
.
.
.
콰지지지지직
항적은 통나무같은 두터운 다리를 들어올려 마지막 남은 머리통을 분쇄시켜버렸다.
파스스스스스
그러자 완전히 분쇄가 된 드래곤의 머리는 뼛가루가 되어 허공에 흩날리기 시작하였다.
재생조차 못할 정도로 완전히 가루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실망이로군, 드래곤이라 하여 기대했건만 고작 이정도인가?"
항적은 흩날리는 뼛가루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적어도 재해급보다는 강한 존재였다.
자신에게 고통을 주고 상처를 입힐 수준은 되었으니
하지만 고작 그뿐이었다.
자신을 압도할 만한 전력은 아닌 것이다.
좀더 대등한 싸움을 바랬던 항적 입장에선 실로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창 실망하고 있던 차
짜악 짜악 짜악 짜악
귓가로 찰진 박수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스윽
항적은 그 소리를 따라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길고 가느다란 양손바닥을 마주하며 박수를 치고 있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여인
불사의 마녀, 키르케의 모습을
"대단하네, 그렇게 일방적인 싸움이 될 줄 몰랐는데 말이야."
키르케는 살짝 감탄했다는듯 입을 떼었다.
판테시아 대륙 최강의 종족이라고 불리우는 드래곤.
그것도 수천년은 묵은 에이션트급 드래곤으로 만든 언데드였다.
그런 본드래곤을 맨주먹으로 압도해버리다니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이쪽 차원 최강자라 이건가?"
허언이 아닌듯 싶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며 자신했던 게 말이다.
"고작 이정도로 놀라면 곤란하다, 아직 내 힘의 십분지 일정도밖에 보여주지 않았으니 말이야."
항적은 히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내가 널 너무 얕본 것 같네, 본드래곤 한마리 정도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키르케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깨달았으면 이제 네년도 전력을 다하거라, 고작 이정도가 끝은 아닐테니."
항적은 광기 어린 눈빛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전력까지는 아니겠지만...네 수준정도는 맞줘주도록 하지."
곧이어 키르케는 거대한 사신의 낫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본드래곤 한마리에 십분지일이라고 했던가?"
우우우우우우우웅
그녀 주위로 짙고 어두운 어둠의 마력이 일렁이기시작하였다.
"그렇다면 열마리라면 수준이 엇비슷해지겠네."
"뭣이!?"
순간 항적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게 별안간 무슨 소리란 말인가
열마리라니?
[나오려무나, 나의 귀여운 아이들아.]
이내 키르케는 광기 어린 미소와 함께 일렁이던 마력들이 땅아래로 잠식되기 시작하였다.
콰르르르르르
콰르르르르르
곧이어 땅 전체가 흔들리더니 돌무더기들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하였다.
쑤우우욱 쑤우우욱
쑤우우욱 쑤우우욱
그리고 무너진 돌무너기들 사이로 흉악스러운 드래곤의 머리뼈가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본 드래곤Bone Dragon
그것도 한두마리가 아니였다.
무려 열마리나 되는 본 드래곤들이 땅을 파헤치며 지상에 치솟아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
항적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저정도 되는 괴물을 한마리도 아닌 열댓마리나 부릴 수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어때? 이제 전력이 엇비슷해진 것 같아?"
키르케는 그런 항적을 바라보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
가시를 품은 장미처럼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미소를 말이다.
"네년은...진정 괴물이로구나.."
그 미소를 마주한 항적은 질린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괴물.
그외에는 그녀를 형용할 수 있는 단어따윈 존재치 않을 것이다.
그녀가 가진 전력은 국가의 존립마저 뒤흔들 정도로 강맹하기 그지 없었으니
"보통 겁을 집어먹은 녀석들이 날 그리 부르더라구."
불사의 마녀, 키르케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너도 겁을 먹은 거니? 아가."
그리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흘리기 시작하였다.
으드득
그 말을 들은 항적은 이를 갈았다.
그녀의 뼈아픈 말에
고고하기 그지없던 자존심에 금이 갔기 때문이었다.
겁을 집어먹는다는 건
스스로 열등하다고 인정하는 행위였다.
그런 행위를 항적이 용납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럴 리가."
본능은 당장에라도 도망치라고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
끊임없이 경고하고 또 경고하였지만 항적은 오기로 버텼다.
그에게 중요한 건 자존심이지
목숨따위가 아니였으니
"그래,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아가."
키르케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겁을 집어먹었거나 도망쳤다면 오히려 실망스러움에 맥이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눈앞에 남자는 그리 하지 않았다.
어찌 웃음짓지 않을 수 있으랴
"그럼 한번 놀아보자구나, 너의 전력을 내보이렴, 아가."
휘이이익
말을 마친 키르케는 그대로 커다란 사신의 낫을 휘둘렀다.
-크롸롸롸라라라라라라라!!!
-크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크에에에에에에에엑!!!
-크롸아아아아아아아아!!
그와 함께 열마리의 본 드래곤들이 커다란 날개를 펼치며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오직 한 사람.
대륙무쌍
항적만을 죽이기 위해
"오냐! 어디 올테면 와봐라!! 네놈들 전부 뼛가루로 만들어줄테니이이이!!!!"
항적은 마력을 극성으로 끌어올린 채 그대로 돌진하기 시작하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곧이어 항적과 본드래곤 무리가 정면으로 충돌하였고 그 충격이 굉음성과 함께 천지를 뒤흔들기 시작하였다.
.
.
.
.
.
"하아....하아....하아....하아."
항적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였다.
끝없이 이어지던 공방에 숨쉴 틈조차 제대로 확보할 수 없던 탓이었다.
주르륵 주르륵 주르륵
더불어 전신 곳곳에서 핏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누적된 데미지가 기어이 금강불괴나 다름없던 살갗을 뚫어내고 제대로된 상처를 내어버린 것이다.
덜 덜 덜 덜
더불어 전신이 부들 부들 떨리기 시작하였다.
재해를 넘어선 대괴수들과의 혈전에 의해 무한할 것 같았던 체력 또한 완전히 고갈되어버렸다.
팔을 들어올릴 힘도
다리를 움직일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나마 마력은 남아있군.'
불행 중 다행인지
무한 마력이라는 각성 능력덕택에
마력만큼은 건재하였다.
'시간만 있으면..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무한한 마력을 회복에 전념시킨다면 머지 않아 지쳐버린 육신도 원상복구시킬 수 있을테니
'게다가 저쪽도 충분히 지쳤을테니.'
본드래곤을 무려 열한마리나 부린 여자였다.
티는 안나지만 분명 상당한 체력과 마력이 소모되었을 게 분명하였다.
'회복해라..빨리..빨리!'
그렇게 희망을 품고 한창 회복시키던 그때였다.
"회복하려고?"
귓가로 장난스러운 음성이 파고들었다.
불사의 마녀.
키르케의 목소리였다.
".........."
순간 항적의 동공이 쉴새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모든 게 끝나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두려워하지마렴, 네 회복을 방해할 생각은 없으니까."
키르케는 장난스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게 무슨 뜻이지?"
"말그대로야, 회복할 시간을 줄게, 그러니까 다시 덤비려무나, 아가."
".......미쳤군...만약 내가 회복한다면 감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난 전력을 완전히 원상복구시킬 수 있다!"
"상관없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니까."
키르케는 태연스레 말을 이었다.
"아직 널 상대할 아이들은 많거든."
그리고 천천히 낫을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펄럭 펄럭 펄럭 펄럭 펄럭 펄럭
그 순간 귀를 찟는듯한 날개소리와 함께 거대한 강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
오싹
순간 오싹함을 느낀 항적은 재빨리 낫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커다란 뼈 날개를 펄럭이며 창공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수많은 본드래곤들의 모습을
열한마리가 끝이 아니였던 것이다.
"거..거짓말.."
항적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그는 지금 난생처음 공포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열한마리도 겨우 감당한 자신이었다.
그런데 하늘을 가득 메울 정도로 수많은 본드래곤들이라니
"저런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잖아아!!!"
항적을 악을 질렀다.
부조리하고 절망스러운 현실에 절로 악이 차오른 것이다.
주르르르륵 주르르륵
그리고 이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절망.
감히 대적할 수도
그렇다고 거부할 수도 없는 거대한 공포 앞에
결국 절망하며 눈물을 흘리게 된 것이다.
'.....나는 인간일 뿐이다.'
그리고 그는 크게 깨달았다.
자신은 아무리 난다긴다해도
결국 인간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인간은 괴물을 이기지 못한다.
괴물이란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해의 존재였으니
추우우욱
이내 회복에 전념하던 항적의 몸이 추욱 늘어지기 시작하였다.
압도적인 전력차 앞에
모든 걸 놓아버린 것이다.
"저런, 망가져버렸네."
그 모습을 본 키르케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오랜만에 갖고 놀만한 장난감이 생긴 것 같았건만
결국 공포 앞에 굴복해 모든 걸 놓아버리고 말았다.
완전히 망가져 재기불능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실로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이왕이면 좀더 즐기고 싶었는데 말이다.
"이곳도 판테시아랑 별반 다르지 않네."
절대적인 공포 앞에 그대로 무너져내리는 걸 보면 말이다.
"정복이 그리 어렵진 않겠어."
씨익
키르케는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근시일내에 마왕님께 타차원의 정복이라는 크나큰 선물을 안겨주게 될듯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