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안면이 땅에 박힐 때마다 귀를 찢는듯한 굉음성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쩌저저적
쩌저저적
더불어 땅에는 균열이 파생되며 점점 범위를 넓혀가기 시작하였다.
그야말로 무자비
그 자체라해도 과언이 아닌 일방적인 폭력이 시작된 것이다.
'벗어나야해.'
세실리아는 위기감을 느꼈다.
끊임없는 폭력은 숨을 쉴 여유조차 앗아갔다.
이대로 호흡을 완전히 빼앗겨버린다면 양상은 일방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벗어나 기회를 만들어야했다.
덥석
손을 뻗어 팔목을 움켜쥐었다.
꽈아아악
그리고 있는 힘껏 쥐어짜기 시작하였다.
팔목을 으스러뜨릴 기세로
'...안부숴져!?'
하지만 이내 그녀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팔목이 으스러지는 느낌이 들지 않은 까닭이었다.
'어떻게!?'
주신의 가호를 받고 태어난 자신의 힘은 오우거조차 가벼이 으스러뜨릴 정도로 강맹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데 어찌 한낱 인간의 몸으로 자신의 힘을 이리도 멀쩡히 버텨낸다는 말인가
당혹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콰아아아아아앙
그렇게 당혹스러움을 느끼던 차
다시금 안면이 땅에 박혔다.
이번에는 그전보다 더욱더 강렬한 힘으로
더욱더 깊숙히 처박히고 말았다.
돌 파편들 특유의 까칠한 감촉이 안면에 그대로 전해지기 시작하였다.
파앗
그때 머리통을 움켜쥐던 압력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머리통을 움켜쥐고 있던 손아귀를 풀어버렸다는 사실을
'기회다.'
재빨리 땅에 손을 짚었다.
이 기회를 빌어 탈출할 심산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앙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녀의 계획은 시도하기도 전 그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일어나려던 순간
뒤통수에 강맹한 충격이 그대로 전해진 까닭이었다.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그것도 한번이 아니였다.
두번 세번....다섯번 여덟번 열번
셀수조차 없이 많은 충격이 뒤통수를 가격하기 시작하였다.
'짓밟고 있어..'
특유의 감촉으로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자신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있다는 사실을
어설픈 초짜따위가 아니였다.
제대로된 마무리를 지을 줄 아는 철저하고 냉철한 승부사인 것이다.
"으으윽...크으윽..으윽.."
입에서 점차 고통 어린 신음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슬슬 고통이 느껴졌다.
단순히 안면이 땅에 처박히는 것쯤은 문제없었으나 뒤통수를 직접적으로 짓밟히는 건 이야기가 달랐다.
경각심이 들 정도의 고통이 차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하지만 제대로 된 반항조차할 수 없었다.
그저 무자비한 공격에 그대로 순응할 뿐
그렇게 얼마나 짓밟혔을까
꾸우우우욱
발끝이 뒤통수를 지그시 즈려밟기 시작하였다.
"힘싸움은 사람봐가면서 해야지, 용사아가씨."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이미 신격에 걸맞는 육신을 완성한 자신이었다.
그런 자신에게 힘싸움을 건다는 건 실로 가소로운 짓이리라
화아아악
"응?"
그렇게 한창 훈계를 하던 차
갑자기 주위에서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수화불침에 다다른 육신조차 뚫어낼 정도로 강렬한 열기가
휘익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볼 수 있었다.
창공에 떠있는 수많은 태양들을
"밀리언 썬즈라고 했던가."
대륙을 군림하는 용족들의 군주조차 만신창이로 만들어버린 태양신의 가호
밀리언 썬즈
그 찬란한 파멸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재밌네."
선우는 히죽거렸다.
쇄에에에에에엑
그 순간 창공을 뒤덮고 있던 수많은 태양들이 일제히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천지를 뒤흔드는 폭음이 온세상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
.
.
.
.
밀리언 썬즈Million Suns
백만개의 태양을 창조하여 적을 섬멸하는 태양신의 위대한 권능
초월의 격을 얻은 마왕조차 위협을 느낀다는 최강의 필멸기.
그 위대한 권능 앞에선 그 누구도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었다.
필멸자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강대한 힘이었으니
'....분명...분명 그럴진대.'
인류 최강의 용사, 세실리아의 동공이 미친듯이 확장되기 시작하였다.
상식이 뒤엎는 경악스러운 결과가 눈앞에 드러난 까닭이었다.
"아프잖냐."
스스로 자격이 있다 말한 남자.
장선우
그 오만하고 강인한 남자가 태연스레 말을 내뱉었다.
'어..어떻게!?'
옷이 불태워져 너덜너덜해지긴 하였지만 신체에 화상의 흔적따위는 없었다.
피부가 녹아내린 자국 또한 존재치 않았다.
태양신의 권능이 담긴 최강의 필멸기를
너무나 멀쩡한 모습으로 감당해낸 것이다.
그런데 어찌 경악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쯧, 아주 걸레짝으로 만들어놨네."
선우는 너덜너덜해진 옷을 바라보며 가벼이 혀를 찼다.
간신히 중요부위를 가리고 있긴하지만 옷으로서 본연의 기능이 상당수 박탈된 모습이었다.
이정도라면 걸레짝이라고 칭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꽤나 마음에 드는 옷이였는데 말이야."
이내 눈살이 찌푸려지기 시작하였다.
짜증이 서린 것처럼 말이다.
"각오는 됐겠지?"
파팟
곧이어 선우의 신형이 완전히 사라졌다.
휘익 휘익
위기감을 느낀 세실리아는 빠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하였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그의 공격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뒷쪽이다."
빠아아아아악
이내 강렬한 충격과 함게 끔찍한 격통이 뒤통수에 그대로 전해지기 시작하였다.
콰아아아앙
곧이어 그녀의 안면은 또다시 땅에 처박히고 말았다.
애써 벗어났던 게 수포로 되돌아가버린 것이다.
선우는 그대로 발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거침없이 뒤통수를 짓밟기 시작하였다.
콰아앙 콰아아앙 콰아앙 콰아아앙
머리를 밟을 때마다 대포소리와 같은 폭음이 사방에 울려퍼졌다.
더불어 머리가 더욱더 깊숙히 처박히며 땅을 분쇄시키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오랫동안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꾸우우우욱
선우는 용사의 머리를 지그시 짓누르기 시작하였다.
이정도면 완전히 제압했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생각보다 약하네.'
인류 최강이라며 치켜세우기에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줄 알았다.
마왕에게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기에 무언가 색다른 힘을 보여줄 줄 알았다.
하지만 실상은 용자나 세라스보다 조금 더 강한 것에 불과하였다.
'이정도면 현경 중경도 간신히겠는데?'
실로 실망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초월자와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이리도 맥아리가 없다니 말이다.
'그냥 작열독으로 조져야겠다'
이정도 수준이라면
구태여 시간들여 상대할 가치는 없었다.
그렇게 결심을 마치던 그때였다.
쨍
강렬한 햇빛이 바로 머리 위에서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벌써 정오인가?'
싸움이 격렬했던 탓에 인지하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한참 지난듯 싶었다.
해가 이렇게 중천에 뜬 걸 보면 말이다.
'빨리 마무리하고 돌아가자.'
잘하면 저녁 전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그렇게 다짐을 마치던 그때
덥석
발목쪽에서 우악스러운 압력이 느껴졌다.
시선을 내리니 발목을 움켜쥐고 있는 용사의 아귀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아직 의식이 남아있던가?'
아무래도 완전히 기절하진 않은듯 싶었다.
이렇게 끝까지 발악하는 걸 보면 말이다.
꽈아악 꽈아악 꽈아아악
용사는 발목을 움켜쥔 손아귀에 힘을 더하기 시작하였다.
'소용없다니까 그러네.'
선우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미 명확한 힘차이를 경험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또다시 힘으로 자신에게 대항하려하다니
애처롭기도 하였고
어리석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이런 무의미한 발악이라니 말이다.
꽈아아악 꽈아아아아악
'응?'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신격에 걸맞게 재창조된 육신이
현존하는 그 어떤 것보다 단단한 자신의 육신이
고통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발목을 조여오는 우악스러운 악력이
자극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콰아아앙 콰아아앙 콰아앙
선우는 재빨리 발을 들어올려 그녀의 뒤통수를 짓밟기 시작하였다.
뭘하려는 지 모르겠지만 틈을 줘선 안된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든 까닭이었다.
꽈아아아아악 꽈아아아아아악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목을 쥐고 있는 손아귀는 떨어질 줄 몰랐다.
아니 오히려 더욱더 강하게 발목을 조여들 뿐
스으으윽
그때 용사가 갑자기 몸을 일으켜세우기 시작하였다.
짓밟힘따위는 아무렇지 않다는듯
가뿐히 무시한 채로
자연히 한쪽 발목이 잡혀있던 선우의 몸을 뒤로 넘어가게 되었고
그녀에게 붙잡힌 채로 대롱대롱 매달린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
".......그러니까..안녕?"
곧이어 몸을 일으켜세운 그녀와 눈을 마주친 선우가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었다.
콰아아아아앙
하지만 그녀가 선사한 건 인사가 아닌 땅과의 키스였다.
붙잡은 발목을 그대로 휘둘러 땅에 처박아버린 까닭이었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한번이 아니였다.
두번 세번 다섯번 여덟번 열번
무자비하게 머리를 짓밟아버린 것을 복수하듯이
휘두르고 또 휘두르며
땅에 처박고 또 처박아버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쓰으으윽
이내 세실리아는 발목을 그대로 들어올려 선우와 눈을 마주쳤다.
"......대체 어떻게 된거지?"
선우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돌변한 그녀의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분명 힘을 숨긴 것 같진 않았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갑작스러운 무력상승을 동반할 수 있다는 말인가
"태양은 정오에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법이죠."
세실리아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정오에 가까워질 수록 제 무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합니다."
그리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기 시작하였다.
"바로 지금처럼."
"시간한정..도핑이라 이건가...골때리는 힘을 가지고 있네."
기존의 배는 강한 것 같았다.
실로 골때리는 힘이 아닐 수 없었다.
고작 해좀 떴다고 몇 배나 강해질 수 있다니 말이다.
"그만큼 리스크가 크기도 하죠."
정오에 가장 찬란하다는 건
반대로 말하면 정오가 지난 순간부터 힘이 서서히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괜찮겠어? 그런 약점을 대놓고 말해도?"
선우는 태연스레 말을 이었다.
스스로 약점을 드러내다니
멍청한 건지 순진한 건지 알 수 없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신은 정오가 지나기 전 끝장이 날테니까요!"
'자신이 넘쳤던 건가?'
선우는 히죽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순진한 것도
멍청한 것도 아니였다.
스스로의 무력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만이 있을 뿐
콰아아아아아앙
곧이어 선우의 몸이 다시금 땅을 부수며 파고들었다.
예고도 없이 발목을 휘둘러 그의 몸을 처박아버린 것이다.
콰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앙
그렇게 얼마나 선우를 땅에 처박았을까
휘이이익
이내 세실리아는 선우를 창공을 향해 그대로 던져버렸다.
"내게로 오라, 솔라디오Soladio"
화아아아아아악
곧이어 그녀의 손에는 찬란한 태양신의 성검, 솔라디오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꽈아아악
검을 움켜쥔 뒤 재빨리 태양신으로부터 내려받은 성력과 마력을 성검에 집중시키기 시작하였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
곧이어 솔라디오는 하나의 태양을 품기 시작하였다.
"섬멸하라!"
이내 그녀는 한치의 망설임없이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압축되어있던 성스럽고 위대한 힘이 일시에 해방되기 시작하였다.
[프리미티브 선샤인primitive Sunshine]
태초 암흑만이 존재했던 판테시아에 광명을 가져다준 태초의 태양빛이 솔라디오에 재현되어 선우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저건 위험하다.'
그 빛을 마주한 선우는 읽어낼 수 있었다.
저 찬란한 빛 속에 담긴 흉폭하기 짝이 없는 거대한 신격을
저런 걸 맨몸으로 감당했다간 몸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쪽도 최선을 다해주지.'
선우는 재빨리 손을 뻗었다.
"오라, 흑야黑夜."
콰지지직 콰지지직 콰지지직
그 순간 공간이 찢어발겨지기 시작하였다.
스으으으윽
더불어 찢어발겨진 공간 속에는 칠흑보다 어두운 흑색과 빛보다 찬란한 백색이 조화롭게 이뤄진 한자루의 명검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수많은 소유자들을 파멸로 몰아넣었던 최악이자 흉악이며 극악의 마검魔劍
흑야黑夜
그 최흉의 마검이 제 주인의 부름에 응하여 공간을 찢어발기고 찾아온 것이다.
덥석
이내 선우는 곧바로 검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한치의 망설임없이 그대로 휘둘러 참격을 날렸다.
선기와 자연기
그 섞일 수 없는 두개의 거대한 기운을 강제로 혼합시켜버린 채로 말이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곧이어 거대한 참격과 파멸의 빛이 정면으로 충돌하였고 온세상이 뒤흔들리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