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368화 (1,369/1,419)

"중국에 가시겠다구요!?"

김광운 실장.

통칭 김실장은 땀을 뻘뻘 흘리며 되물었다.

갑작스러운 중국행의 당혹스러움을 느낀 까닭이었다.

"아아, 그럴 생각이야."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태연스레 답하였다.

"....그..혹시 실례가 안된다면....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헌터 연수원도 수료했겠다...기분 전환이나 하려고."

선우는 장난스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미소에 김실장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러시아때처럼 감히 상상도 못할 짓을 저지르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국내에서도...,볼거리가 많습니다."

"아니, 중국가고 싶어, 사천요리가 먹고 싶거든."

"사천요리가 가능한 일류 쉐프와 오성급 호텔을 섭외해두도록 하겠습니다....좀더 고려해보시는 게 어떠신가요?"

"한국에서 중국요리를 먹어서야 기분이 나겠어? 본토를 가야지."

선우는 완강하기 그지 없었다.

그리고 김실장은 땀을 뻘뻘 흘릴 수밖에 없었다.

확고한 그의 의지를 느낄 수 있던 까닭이었다.

지금이라면 그 어떤 달콤한 말로도 설득되지 않으리라

'안좋아..이거 진짜..안좋아.'

블라디보스토크으로 떠난 이후 일어났던 러시아의 붕괴

그후 마누라까지 데리고 너무나 멀쩡히 귀국한 모습.

쉬쉬하고 있지만 자신을 비롯한 수뇌부들은 알고 있었다.

눈앞에 남자가 러시아 붕괴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때문에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 다음은 중국을 붕괴시키려는 게 아닐까하고 말이다.

"그럼....통역관과 가이드를 붙여드리겠습니다."

"아니야, 됐어, 내가 중국어는 좀 할 줄 알거든. 지리도 잘알고."

선우는 손사래치며 거절을 하였다.

러시아와는 달리 통역이나 가이드는 필요없었다.

중국어 실력은 모국어처럼 유창하기 그지없었고

지리는 눈감고 찾아갈 정도로  빠삭하였으니

".....하지만....그래도.."

"그냥 티켓만 준비해줘. 나머진 신경쓰지말고."

선우는 다시금 힘있게 말하였다.

더는 토달지말라는듯이 말이다.

"........알겠습니다..최대한 빠른 비행기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김실장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멋대로 가둘 수 있는 존재가 아니였다.

최고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압도적인 무력을 갖춘 존재

누구도 구속할 수 없는 언체인Unchain 그 자체였으니

"그럼 나야 고맙지."

선우는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저어..선우님."

"말해."

"중국 또한 멸하실 생각이신 겁니까?"

"아직은 그럴 생각은 없어."

선우는 손사래치며 부정을 하였다.

"아직은...말이죠."

김실장은 저의를 정확히 짚어내었다.

아직은 없다는 저 말

저 말은 언제든 멸할 생각이 들 수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수틀린다면 언제고 강행을 하겠다는 의지일테니

"그래, 아직은."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확답을 주었다.

"......한가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해."

"최악의 경우 ...중국내 거주하고 있는 한인만큼은....배려해주셨으면 합니다."

"걱정마, 만약 그럴 경우 러시아때처럼 한국으로 강제 소환시켜둘 테니까."

선우는 태연스레 말을 이었다.

"감사합니다."

김실장은 허리 숙여 정중히 감사를 표하였다.

"그럼 곧바로 준비토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내 문 바깥으로 완전히 나가버렸다.

"걱정도 팔자네."

그 뒷모습을 보며 선우는 중얼거렸다.

러시아 붕괴는 무척이나 특수한 경우였다.

다름아닌 가족들을 인질로 삼으려는 만행을 저질렀기에

석기시대 회귀라는 합당한 벌을 받게된 것이다.

그런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무력적인 충돌을 강행할 생각이 추호도 없는 것이다.

'중국이 아무리 미개해도 그런 짓을 하겠어?'

기껏해야 애완동물 찾으러가는 일이었다.

큰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말이다.

**********

"진짜다! 진짜가 왔어!!"

"와아아~!"

"장선우다아아!!"

"위대한 중화인민공화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환호성과 함께 수많은 오성홍기들이 시야를 가득 메우기 시작하였다.

"뭐냐."

선우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럽게 맞닥뜨리게된 환영 인파에 당혹스러움을 느낀 까닭이었다.

별안간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연우는 어디있나요!"

"아기천사는 어디있나요?"

"뒤에 오는 건가요?"

"정말 중화인민공화국에 귀화시험을 치르려고 온게 맞으신가요?"

"어느 호텔에 머무를 생각이신가요?"

"통역은 없는 겁니까?"

질문세례들이 귀가 따가울 정도로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연우때문인가.'

아무래도 연우의 유명세가 자신의 행적까지 주목받게 만든듯 하였다.

그저 입국을 했을 뿐인데

이렇게나 많은 환영인파가 몰려든 걸 보면 말이다.

"연우는 함께 오지 않았습니다."

"귀화시험을 치르려고 온게 아닙니다. 단순히 관광 목적입니다."

"호텔은 아직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보다시피 중국어를 할 줄 알기에 통역은 필요없습니다."

선우는 일단 저들의 오해를 풀기위해 나름대로 상황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그 차분한 상황 설명은 오히려 저들을 흥분케하고 말았다.

"와아아아!! 장선우가 중국어를 할 줄 안다!"

"그것도 엄청나게 유창해!"

"분명 귀화시험을 앞두고 연습을 했던 게 분명해!"

"귀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사실인가봐!"

"아니, 역시 중국인 소생이라는 거짓이 아닌가봐!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유창할 리 없지!"

"과연 아기천사는 본국에 품으로 돌아오는건가!"

"중화인민공화국의 자랑! 장선우! 장연우! 북궁연!!"

"와아아아아아!"

너무나 유창한 중국어에 환영인파가 한껏 들떴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중국어는 성조의 영향을 극도로 받기 때문에

외국인 어색하지 않게 유창하게 발음을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중국에 수십년을 산다던가

본토 출생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때문에 흥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장선우의 중국어는 같은 중국인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유창하기 그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악수해주세요오!"

"안아주세요오!"

"사인해주세요오!"

"사진 한장만 찍어주세요!"

이내 환호는 더욱더 격렬해지기 시작하였다.

'난감하네.'

자연히 선우는 당혹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예상치 못한 환영이었다.

설마하니 이렇게 요란스러워질 줄이야.

뚜벅 뚜벅 뚜벅

그때 멋들어진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하였다.

"반갑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 문화관광부 소속의 왕청입니다."

남자는 가벼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아, 예에."

선우는 손을 맞잡으며 악수를 하였다.

"지금부턴 불편함없도록 저희쪽에서 직접 케어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선우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인파를 전부 따돌리는 것보단 도움을 받는 편이 나을 것이란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럼 저를 따라오시죠."

왕청은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그를 중심으로 우락부락한 경호원들이 나서서 인파들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무슨 꿍꿍이려나.'

그 뒷모습을 보던 선우는 의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고작 외국인 하나 입국하는 것에

중국 정부기구가 직접 나서는 꼴이 상당히 의심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뭐, 따라가보면 알겠지.'

깊게 고민하지 않기로 하였다.

어차피 시간이 지난다면 자연스레 알게될테니

그렇게 선우는 그 뒤를 여유롭게 따라가기 시작하였다.

*********

"이렇게 인파가 몰려들 줄은 몰랐습니다."

리무진에 올라탄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하하하, 많이 당황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쪽도 이렇게 많은 인파를 예상치는 못했으니까요."

운전대를 잡은 왕청은 너털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이게 전부 장선생께서 본국에 관심과 애정을 받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좋게 생각하시지요."

"뭐, 딱히 싫은 건 아닙니다, 그저 난감할 뿐입니다, 과분할 정도로 관심과 애정을 받고 있으니."

"과분하다뇨, 당치도 않은 말입니다. 세상에 강림한 아기천사 장연우의 친부이자 양귀비의 환생이라고 불리우는 북부인의 남편이 아니십니까? 세상에서 가장 부럽고 잘난 남자에게 어찌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어불성설이지요 하하하."

왕청은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좋게 봐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접대할 줄 아는 남자였다.

과연 문화관광부 소속 인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 중국어가 무척 유창하시군요, 따로 배우신 것입니까?"

"아, 예에, 우연히 배울 기회가 생겨서요."

"하하하, 아무래도 장선생께선 중국어에 재능이 있는듯하군요, 설마 이렇게 유창할 줄이야, 이정도 수준이라면 중국 본토인이라고 해도 믿을 것입니다."

왕청은 기분 좋은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보다 중국에는 관광 목적으로 오셨다구요?"

"그렇습니다."

"그럼 저희 관광부측에서 도움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말씀은 감사하지만 이왕이면 혼자서 편하게 둘러보고 싶어서요."

"혼자라면 불편함이 가중되실 겁니다. 아무래도 유명인사인지라."

"불편함이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습니까?"

"하하하하, 그것도 틀린 말이 아니군요."

완곡한 거절이었지만 왕청은 유쾌하게 웃으며 넘길 뿐이었다.

"그럼 오늘 머무를 호텔만이라도 저희가 잡아드릴 수 있겠습니까? 마침 장선생을 만나고 싶다는 분도 계시기도 하고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오늘 하루만 신세지도록 하겠습니다."

나름 호의를 보내온 상대였다.

하루정도야 타협할 만하기도 하였다.

"하하하, 과연 듣던대로 호탕하시군요."

왕청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선우의 결정이 꽤나 마음에 든듯한 모습이었다.

"그럼 곧바로 호텔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예에, 부탁드리겠습니다."

**************

털썩

"하아.."

객실 소파에 앉은 선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상당한 고단함을 느낀 까닭이었다.

-마스터, 괜찮으십니까?

그러자 곁에 있던 용자가 투명화를 풀고 물음을 던졌다.

상상이상으로 힘들어하는 것처럼 느껴진 까닭이었다.

"안 괜찮아."

괜찮을 리 없었다.

문화관광부 장관이라는 작자가 찾아와 끈덕지게 질척거린 까닭이었다.

-그럴 것도 같습니다...설마 그렇게 같은 말을 쉴새없이 반복할 줄이야.

그들의 대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엿들었던 용자는 이해한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문화관광부 장관이라는 작자는 끊임없이 중국의 위대함을 설파하고 또 설파하였다.

역사가 어떻고

문화가 어떻고

민족이 어떻고

국력이 어떻고

더불어 이런 위대한 중국에 편승할 수 있는 기회라며 노골적으로 회유를 하기까지 하였다.

귀화시험이라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고

이정도로 유창한 중국어라면 곧바로 합격할 것이라고

귀화만 한다면 수많은 명예와 돈이 뒤따를 것이라고

귀화생각이 눈꼽만큼도 없던 선우에게 있어선

실로 번잡스럽고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이해할 수 있었다.

괜찮지 않다는 저 말이

-이렇게 귀찮게 할 줄 알았으면 그냥 거절할 걸 그랬어요.

이정도면 호의가 호의가 아니였다.

그저 회유를 위한 밑작업일 뿐

"뭐, 대충 예상은 했어."

선우는 태연스레 대꾸를 하였다.

애초에 꿍꿍이가 있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호의를 베풀리 없다고 생각하였다.

저들은 다름 아닌 중국인이니까.

-그럼 왜 따라오셨어요?

용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귀찮을 걸 알면서 따라붙은 선우의 마음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알리바이가 되니까."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알리바이?

"공식적으로 난 이 호텔에 머물고 있는 거잖아, 그말인즉슨 무슨 깽판을 쳐도 들키지만 않는다면 중국 정부 공인의 완벽한 알리바이가 생긴다는 말 아니겠어?"

선우는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구태여 알리바이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귀찮게 군다면 그냥 다때려부수면 되잖아요.

용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듯 입을 떼었다.

드래곤마저 때려잡는 인간이

미개한 국가의 눈치를 본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난 싸우러 온게 아니야, 애완동물을 데리러온거지, 수틀리는대로 때려부수면 그게 정신병자지, 사람이냐?"

닥치고 깽판을 치는 건 어디까지나 최후의 방법이었다.

수틀리는대로 때려부순다면 그게 짐승이랑 뭐가 다르겠는가

-마스터도 충분히 수틀리는대로...살고 있다고..생각합....아아아악!

콰아앙

용자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였다.

선우의 돌덩어리같은 주먹이 머리통을 정통으로 가격한 까닭이었다.

"장난 그만치고, 세라스가 실종된 곳으로 안내나해."

-장난 아닌데..

용자는 억울하다는듯 입을 떼었다.

지금도 이렇게 충분히 수틀리는대로 살고 있지 않은가?

"한대 더 맞고 싶다고?"

-아..아닙니다! 바로 안내할게요!

용자는 재빨리 고개를 내저었다.

저 무자비한 주먹에 또다시 노출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인비저블invisible!

파닥 파닥 파닥 파닥

곧이어 투명화한 용자가 작은 날개를 연신 파닥거리며 이동을 하였다.

그리고 선우는 무형잠영술을 쓴 채 그 뒤를 느긋히 따라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두 절대자는 남몰래 호텔에 빠져나와 황산으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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