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톡 톡 톡 톡
용자는 빠르게 스마트폰을 터치하기 시작하였다.
-오오...으음...흐음...아아아.
그리고 연신 무언가 깨닫는듯한 제스처를 취하기 시작하였다.
"뭐 보냐?"
그 모습에 호기심이 든 선우가 물음을 던졌다.
뭘 보고 있길래
저리 감탄을 한다는 말인가
-베이두 백과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건 뭣하러?
베이두 백과라면 중국의 검색엔진이 아니던가
그걸 뭣하러 보고 있다는 말인가
-혹시라도 황산 붕괴 당시 세라스를 목격한 인간이 없을까 싶어서요!
"기특하네, 시키지도 않은 일도 하고."
쓰담 쓰담 쓰담
선우는 용자의 머리를 부드러이 쓰다듬었다.
눈치없는 세라스와 달리 척하면 척인 용자였다.
아무래도 새대가리보단 용대가리가 더 나은듯 싶었다.
-헤헤헤...
용자는 티없이 맑은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칭찬은 언제도 들어도 짜릿하였고 항상 새로웠다.
그런데 어찌 웃지 않을 수 있으랴
"그래서 뭐 좀 찾았어?"
-아뇨! 황산 붕괴에 대해선 사이트 전체에서 쉬쉬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관련기사도 적고 개인적인 추측같은 것도 전혀 올라오지 않고 있어요.
"수상한데."
황산은 중국의 가장 아름다운 산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가치가 높은 산이었다.
그런 곳이 붕괴되었는데 불구하고 전부 쉬쉬하고 있다니
실로 수상할 수밖에 없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정도 대규모 사건이라면 분명 관련 기사가 못해도 수천 수만개는 쏟아져야할 텐데 전부 입을 꾹 다물고 어떤 말도 안하고 있다니...이건 마치...
"일부러 감추고 있는 것 같다?"
-네에.....제 생각엔 중국 정부쪽에서 무언가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용자는 홍옥같은 눈빛을 반짝였다.
"그럼 한번 털어봐야겠네, 뭘 알고 있고 뭘 그리 감추고 있는지 말이야."
선우 또한 차분히 가라앉은 눈빛을 반짝였다.
윤곽은 대충 나왔다.
이제 좀더 디테일을 더한다면 진상을 파악할 수 있으리라
"근데 알아낸 건 없다면서 뭘 그리 감탄하고 있던 거야?"
-이런저런 검색하고 놀다보니까, 신기한 사실을 알게 됐거든요!
용자는 선우를 향해 스마트폰 화면을 들이밀었다.
[한국은 원래 중국의 일부이다!]
[삼계탕은 광동성 가정식 닭요리에서 유리되었다!]
[한복은 중국 조선족의 전통 민속으로 중국 국가급 무형 문화재이다!]
[세상에 강림한 아기천사, 장연우는 민족은 조선 민족이고 국적은 중화인민공화국이다!]
[충격 실화! 장씨 일가의 역사를 타고 올라간다면 그 뿌리는 중화인민공화국에 근간을 두고 있다!]
[장연우의 어미, 북궁연의 성씨가 북궁인 걸로 미루어보아 그녀의 고향은 중화인민공화국인 걸로 판단된다!]
[러시아 또한 역사적 관점으로 볼 때 중국의 복속된 약소국에 불과하였다!]
[이국적인 외모와 북궁이라는 성씨를 가진 북궁연의 존재는 러시아가 중국 아래 복속되었다는 증거이다!]
[장씨일가와 북궁연 모두 중화인민공화국을 뿌리로 두고있으니 그 핏줄을 타고난 아기천사, 장연우 또한 중화인민공화국의 자랑일 수밖에 없다!]
[장씨일가는 중국으로 귀화하고 싶어한다.]
[대한민국은 역사적 진실을 감추고 거짓선동하여 한민족설을 부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전통 음식인 김치는 사실 중국식 야채절임인 파오차이에서 유래된 것이다. 김치는 파오차이의 아류이다.]
[우리 중국은 고대부터 고기를 불에 구워먹었다. 그러므로 스테이크, 바베큐, 삼겹살은 중국의 5천년 문화이며 중국의 요리이다!]
"..허어."
마마고로 번역된 베이두 백과사전을 읽은 선우는 어이없다는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동북공정이 심하다는 건 알고있긴 하였지만 설마 자신과 연우, 북궁연까지 그런 정치적 공작에 써먹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설마 러시아까지 소수민족 취급할 줄이야.'
망했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우군이었던 곳인데 말이다.
-신기하죠? 한국이 사실은 중국이었대요!
"그거 거짓말이야."
-에에!? 하지만 백과사전에는..
"물론 제멋대로 날조한 거지."
-백과사전이라는 건...공식적으로 합의된 지식이 쓰여져있는 곳이 아닌가요?...그런데 어떻게 날조된 지식을 넣을 수 있죠!?
용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듯 되물었다.
백과사전이란 서로 합의된 지식이 쓰여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날조된 내용이 있다니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정치적 공작이지."
-정치적 공작?
"여러모로 이유가 많아, 한류에 편승에 이득을 취하려는 문화적, 상업적 영토를 늘리려는 이유도 있고 북한 내정에 손쉽게 간섭하기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한 이유도 있지."
선우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소수민족 분쟁의 단초제거야."
"소수민족 분쟁이요?"
"중국은 한족을 비롯한 다민족국가거든, 전체 인구의 대략 10퍼센트는 한족이 아닌 다른 민족들로 구성되어있지. 우리나라에 있는 조선족들도 그 중 하나고."
-....10퍼센트면...대한민국 인구에 두배는 되네요.
"맞아, 어마어마한 인력이지."
-그런데 그게 유지가 될 수 있을까요? 민족마다 문화와 종교가 다르잖아요, 분명 상충되는 게 많을텐데.
"당연히 유지가 안되지, 그래서 중국쪽에서도 상당히 골머리를 썩고 있어, 소수민족 대다수가 독립을 원하고 있거든."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하지만 독립은 안해줬겠네요.
"소수민족의 독립을 허용한다는 건 영토와 인구를 전부 잃는 일이니까."
국력의 소실
한창 서방국가들과 힘싸움을 하고 있는 중국이 그런 걸 받아들일 리 만무하였다.
"그래서 시작된 게 동북공정이야, 동아시아 국가들을 전부 중국에 편입시켜 모두가 한민족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분쟁의 단초를 제거하기 위해서지."
-그럼 묘하게 한국을 겨냥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영토로만 따진다면 수십배는 드넓은 중국이 어찌 이리 작은 나라를 견제한다는 말인가
"대한민국이 중국입장에선 엄청 성가신 곳이거든."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세계 10권의 경제 대국이자 중국의 동쪽을 견제할 수 있는 육군 기준 세계 4위 군사강국.
더불어 남북통일이라는 어마어마한 성장 포텐셜까지
중국입장에선 대한민국의 존재는 무척이나 성가실 수밖에 없었다.
"만약 남북이 통일이라도 된다면 중국을 견제할 정도 체급이 커지게되거든, 게다가 유사시 주한미군이 육로를 통해 중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게 되지."
선우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거기다 만약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미묘한 소속감을 가진 조선족들이 한국 쪽으로 붙겠다고 나설 경우 중국 입장에선 최악 중에서도 최악인 상황이 직면하게 될 거야, 조선족들이 들고 일어설 경우 다른 소수민족 또한 분리독립을 주장하면서 들고 일어설게 불보듯 뻔하니까."
최악의 경우
중국이라는 국가의 존속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었다.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간다면 중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갈가리 찢겨나갈테니
"그러니까 동북공정을 통해 대한민국의 역사를 필사적으로 왜곡하는 거겠지, 북한측 내정에 간섭해 통일을 저지하고 소수민족 분쟁의 단초를 제거할 수 있을테니까 말이야."
-...이해가 돼요..어째서 그렇게 대한민국을 주요 타겟으로 삼아 겨냥하는지.
중국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통일된 대한민국이 중국의 동쪽을 견제하는 강대국으로 성장하는 것을
대한민국이 소수민족 분리독립 운동의 단초가 되는 것을
때문에 주요 타겟으로 겨냥하고 역사적 왜곡을 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아무리 그래도 방식이 너무 치졸하네요. 제것도 아닌 걸 제것이라고 우기면서 뻔뻔히 밀고나가다니.
"원래 중국이라는 나라가 제것도 아닌데 제것이라고 우기고 불리한 사실을 숨기고 유리한 사실만 늘어놓거든. 동북아시아 문화를 편입시키려는 것도 그런 민족성이 한몫한 거겠지."
중국은 이득을 취할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않아도 된다는 민족성을 갖춘 곳이었다
때문에 불법적인 일이나 편법을 저질러도 양심의 가책따윈 느끼지 않았다.
당한 놈이 병신이라는 생각이 가득한 미개한 놈들이었으니
-의롭고 깨어있는 중국인은 없는 건가요?
"의롭고 깨어있던 중국인은 천안문 사태때 전부 죽었어. 이제 중국에 남은 건 세뇌되어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놈들뿐이지."
이제 중국에 협객따윈 없었다.
제 욕심만 그득한 소인배만 가득할 뿐
-중국은 정말 끔찍한 나라네요
"끔찍하지, 토악질이 나올 정도로"
-메테오라도 떨굴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대로 냅두는 것보단 멸망이 나은 민족 같았다.
이참에 메테오로 시원스레 정리해버리는 것도 지구를 위해서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민족성이 개같긴하지만 멸족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틀린다고 다 죽이면 그게 이재원하고 뭐가 다르단 말인가
'하지만 직접적인 피해로 다가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만약 이번 중국행에서 무언가 트러블이 생기고 직접적인 피해가 온다면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었다.
'부디 윗대가리가 현명하길 빌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중국은 러시아꼴을 면치 못할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테니.'
선우의 눈빛이 차갑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
-당장 열어! 열라구!!!
찰싹 찰싹 찰싹
푸른빛의 펭귄
세라스는 철창을 연신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두드려도 철장은 꿈쩍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제자리를 지킬 뿐
"좀더 얌전히 있는 게 어떻습니까? 세라스."
인류 최강의 용사
세실리아는 철창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너 같으면 얌전히 있겠냐! 이거 당장 안풀어어!
"풀어줄 수 없다는 거 잘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보구까지 써가며 기껏 잡은 세라스였다.
풀어준다는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으아아아아!!
쾅 쾅 쾅 쾅
약이 바짝 오른 세라스는 발광하며 철창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차오른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대로 터트린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철창을 두드렸을까
-비겁한 녀석.
이내 세라스는 적의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그녀는 정정당당한 승부가 아닌 여신의 보구라는 편법을 통해 자신을 사로잡았다.
정면승부가 아닌 비겁한 술수를 사용한 것이다.
어찌 욕지거리가 터져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비겁하다 해도 상관 없습니다."
세실리아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제 목표는 당신들의 척결이 아니니까요."
자신의 목표는 저들의 척결이 아니였다.
사로잡아 판테시아로 송환시키는 것
구태여 불필요한 무력충돌을 할 필요가 없었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용사라는 녀석이 외물의 힘을 빌리다니! 부끄럽지도 않더냐!
"부끄럽지 않습니다, 전 그저 최선의 선택을 할 뿐이니까요."
세실리아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빌어먹을 계집!
분통이 절로 터졌다.
저리 감정적 동요조차 없다니 말이다.
"그보다 이제 슬슬 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세라스"
-무엇을 말이냐!
"베이거스의 위치말입니다."
세실리아는 푸른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모른다!
"아니요,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세라스."
세라스의 몸 곳곳에는 베이거스의 마력향이 짙게 배어있었다.
필시 충돌이 있었다는 증거이리라
"판테시아에는 그리 시간이 많지않습니다. 부디 헤아려주셨으면 합니다."
-내 알바는 아니지!
"그리 비협조적이라면 저도 인도적으로만 대할 수는 없습니다."
-흥, 고문이라도 할 셈이더냐!
"못할 것도 없지요, 정의를 위해서라면 말입니다."
세실리아는 신념이 담긴 올곧은 눈빛으로 세라스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어디 마음대로 해보거라! 나 얼음대륙의 지배자! 혹한의 세라스! 숨지도 피하지도 않는다! 그저 당당히 맞설 뿐!
세라스는 가슴을 쭉 내민 채 당당히 소리쳤다.
어디 인간따위가 영겁의 세월을 살아온 자신을 협박한다는 말인가
우습지도 않았다.
"좋습니다, 그럼 일단 배식부터 끊도록 하겠습니다."
-뭐..뭣이!? 이런 비열한!
세라스는 발작하듯 고함을 내질렀다.
마력이 완전히 봉인된 지금 육체는 일반 펭귄가 다를 바가 없었다.
굶으면 굶을 수록 고통이 배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그런데 배식을 끊겠다니?
어찌 이리도 잔혹한 결정을 내린다는 말인가
"굶기 싫다면 순순히 실토할 게 좋을 것입니다, 세라스."
-날 이리 박하게 대하다니! 넌 후회할 것이다. 분명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야!
"그럼 쉬시지요."
쿵
곧이어 문이 닫히고 세실리아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개같은 년!! 밥을 굶기다니!!
세라스는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녀의 비인도적인 대우에 분노가 치솟은 까닭이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가장 중요한 밥을 굶기다니
-.....이 굴욕 잊지 않겠다..
세라스는 부리를 곱씹으며 복수를 다짐하였다.
몇배 아니 몇십배 몇백배로 되갚아주리라
'.....넌 네가 우위에 섰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용사!'
마스터.
장선우만 온다면 저 오만한 년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지금껏 겪었던 그 어떤 존재보다 강대한 존재였으니
'네년이 내게 준 수치를 안다면 마스터도 크게 분노할 것이다!'
소유욕 강한 마스터가 애완동물인 자신이 이런 험한 꼴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면 필시 크나큰 분노를 토해낼 게 분명하였다.
이런 말하긴 뭣하지만 자신은 나름대로 애정을 받고 있는 최애 애완동물이었으니
'마스터가 중국에 당도한다면 네년도 끝이다!'
세라스의 눈빛이 싸늘하게 빛나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