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도 드시겠습니까?"
정장 차림의 아름다운 여인이 공손히 물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보다 혼자 있고 싶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필요하거나 시키실 일이 있으면 언제든 호출해주세요."
꾸벅
여인은 허리숙여 인사한 뒤 그대로 뒤돌아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끼이이익
쿵
이내 경첩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완전히 닫혔다.
"하아아.."
그리고 문이 닫힘과 동시에 용사의 입에서는 깊은 한숨이 내뱉어졌다.
그들이 편의를 봐주면 봐줄 수록 이루 말할 수 없는 죄책감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설마 이렇게 문명이 발달된 곳이였을 줄이야.'
막상 건너와보니 지구는 녹스의 기록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곳이었다.
원시 인류가 부족사회를 이루며 살고 있는 곳이 아닌
판테시아와 동등
아니 기계나 과학적인 부분에 있어선 오히려 판테시아와는 비교조차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된 차원이었다.
'....그런 곳에...마왕군을 떠넘겨버리다니...'
죄책감이 들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판테시아 대륙으로 인해 지구의 평화가 완전히 뭉개지게 되어버렸으니
'....듣기로 수십억에 다다르는 인구의 절반이 죽었다고 했지.'
가슴이 미어질듯 아파왔다.
판테시아의 섣부른 판단에 의해 죄없는 이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다니
평화를 지키기위해 다른 이들의 평화를 짓밟다니
그렁 그렁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하였다
이기심에 의해 재앙을 맞이하게 된 이들에 대한 동정심과 안타까움이 그녀의 눈물샘을 자극한 까닭이었다.
주르르륵
곧이어 투명한 물줄기가 고운 뺨을 타고 그대로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부끄럽고 무지한 선택을 방치한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회한의 눈물이었다.
'.....판테시아는 지구에게 큰 빚을 졌다...이 빚은 어떤 형태로든 갚아야해...인간으로서 도리를 안다면..반드시.'
그리고 굳게 다짐하였다.
지구측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몸이 부숴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 빚은 꼭 갚고 돌아가겠다고
그렇게 굳게 다짐하며 반성과 회한의 눈물을 흘리던 그때였다.
흠칫
그녀의 몸이 잘게 떨리기 시작하였다.
거대한 마력의 유동을 느낄 수 있던 까닭이었다.
'......북쪽..'
방향을 유추한다면 북쪽
정확히는 차원 연결진이 그려진 장소였다.
'.....지배자급이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정도 마력을 유동시킬 수 있는 존재는 흔치 않으니
'잘 되었어.'
현재 지구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베이거스와 세라스 두 지배자들일 것이다.
그들의 무력은 사천왕을 제외한 여타 마왕군과는 궤를 달리할 정도로 막강하기 그지없으니
'지배자들을 돌려보내는 것부터 시작하자.'
꽈아악
검을 움켜쥐고 몸을 일으켜세웠다.
용사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
*************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천지가 크게 뒤흔들렸고 굉음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얼음대륙을 반으로 쪼갰던 필멸기.
블리자드 버드의 여파가 대륙 전체에 퍼져나간 까닭이었다.
펄럭 펄럭 펄럭 펄럭
-망할.
어느새 창공으로 치솟은 세라스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최대 공격을 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문은 지워지지 않았으며 주문이 그려진 땅 또한 너무나 멀쩡하였다.
얼음대륙을 쪼갰던 블리자드 버드를 그대로 버텨낸 것이다.
절로 욕지거리가 내뱉어질 수밖에 없었다.
'......쪽팔리게.'
요근래 블리자드 버드의 위신이 말이 아니였다.
북궁연에게 막혀
장선우에게 막혀
정통으로 적중당한 베이거스마저 죽이지 못하고 오히려 틈을 내주고 말았다.
얼음대륙을 쪼갰다는 명성이 아까운 활약만 선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한낱 마법진조차 제대로 부수지못하였다.
어찌 쪽팔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무리 여신이 직접 만들었다고 해도 그렇지.'
이정도면 일곱 지배자의 체면이 말이 아니였다.
만약 베이거스가 이 광경을 봤다면 배꼽을 잡고 크게 비웃었으리라
'장선우를 불러야하나?'
그라면 손쉽게 부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이미 초월하여 신적이 경지에 다다른 존재였으니
'......아니..안돼...그렇게 큰소리치고 나왔는데.'
하지만 이내 도리질쳤다.
일임해달라고 큰소리 뻥뻥치고 나온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대로 다시금 기어들어가 도움을 청한다면 분명 자신을 우습게 보고 말 것이다.
'몇 번만 더해보자..몇 번만.'
다행히 먼젓번 장선우의 마력을 공유받아 상당수 마력이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지금이라면 블리자드 버드를 두어번 정도는 쓸 수 있으리라
그렇게 다짐하고 하늘 위로 치솟으려는 그때
"이노오옴!!! 감히 중화인민공화국 영토를 침범해!? 가만두지 않겠다아아아!!"
시선을 내리니 무리짓고 있는 이들 몇몇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그새 헌터들을 불러온듯 싶었다.
"철혈무신 노화평! 네놈의 몸에 4천년동안 갈고 닦은 무공의 정수를 꽂아주마아아!!"
"화산검신 가릉겸! 복원시킨 매화검술로 네놈에게 검의 극의를 느끼게 해주마!"
"무극창신 악천진! 무의 극에 다다른 산동악가의 초월적인 창술을 맛보거라아!!"
"흑염살천 조소도! 5천년간 이어온 암살의 극예를 선보여주마아아!!"
철혈무신, 화산검신, 무극창신, 흑염살천
별호 하나하나는 실로 거창하기 그지 없었다.
-잔챙이는 관심없다니까.
펄럭
"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크으으으윽!...으으그!
"강하다...지금까지...상대했던..그 어떤 괴수보다....강해에에!..끄아아악!!"
하지만 거창한 별호에 비해 그들의 실력은 비루하기 그지없었다.
그저 날개짓 한번으로 그대로 날아가 바닥에 처박혀버릴 정도로 말이다.
-방해야.
세라스는 혹한의 냉기를 담아 가벼이 날개를 펄럭였다.
쩌저저적
쩌저저적
곧이어 헌터들은 저항할 새조차 없이 일제히 얼어붙고 말았다.
거창한 등장치고는 허무하기 그지없는 퇴장이었다.
'그럼 어디 다시 해볼까.'
귀찮게하는 방해꾼도 사라졌으니 말이다.
펄럭 펄럭 펄럭 펄럭
그렇게 다시금 창공 위로 날아오르려던 그때였다.
흠칫
세라스의 몸이 잘게 떨렸다.
마력
그것도 기존의 잔챙이들과는 비교조차 안되는 거대한 마력이 전신을 옥죄었기 때문이었다.
휘익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볼 수 있었다.
태양처럼 찬란한 빛과 함께 강림하고 있는 한명의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너...너는?!
세라스의 눈이 휘둥그레지기 시작하였다.
그녀를 모르지 않았다.
아니 모를 수가 없었다.
십여년 전
베이거스를 필두로 한 화산지대의 용족들과 32번째 전쟁을 일으키려던 그때
무력을 앞세워 전쟁을 강제로 중지시켰던 존재였으니
-.....용사.
그렇다.
여인의 정체는 용사였다.
고작 열네살의 나이로 자신과 베이거스를 중재할 정도의 무력을 지니고 있었던 초월적인 존재이자
라트렐과 녹스를 비롯한 판테시아 여신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성자.
마왕과 대적할 수 있는 인류의 유일무이한 희망.
용사.
세실리아 디올 슈페리얼
인류 최강의 용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오랜만입니다. 세라스."
용사, 세실리아는 세라스를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네가 어떻게 이곳에?
세라스는 떨리는 어투로 입을 떼었다.
설마하니 그녀를 마주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까닭이었다.
"차원이동진에 휘말린 당신을 데리러왔습니다."
세실리아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나를?
"힘의 균형이 무너졌습니다. 이대로라면 판테시아는 멸망을 금치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네가 직접 나선 건가?
"당신들을 동등한 존재는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이제 이해가 되는군, 너 정도 존재가 차원을 넘으려면 차원을 연결하는 수밖에 없었을테니.
세라스는 이해한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세실리아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자신들을 중재할 정도의 무력을 지닌 천재 중에 천재였다.
아마 십여년이 지난 지금이라면 그보다 훨씬 더 높은 경지를 이룩했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차원을 넘기 위해선 차원의 통로를 만드는 것외엔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해도 방법이 너무 과격했다. 용사여, 자칫 잘못하면 차원이 붕괴될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라트렐과 녹스의 보증이 있었습니다. 지구와 판테시아의 동조율이라면 차원이 붕괴되는 일같은 건 절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차원 붕괴만이 문제가 아니다! 차원이 연결된 지금이라면 그 마왕조차 제약없이 지구로 넘어올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게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인지 못하는 것인가!
"그럴 일은 없을 것입니다. 차원의 통로가 있는 곳은 라트렐 교단 가장 깊숙한 곳에서 여신의 가호를 받으며 보호를 받고 있으니까요, 마왕이 그곳을 침범할 리는 없을 것입니다."
세실리아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마왕이 제아무리 강대하다해도 여신의 가호를 꿰뚫 수는 없었다.
격이란 단순히 힘만으로 넘어설 수 있는 게 아니였으니
"물론 그렇다고해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균형이 깨진 걸 알아차리는 즉시 마왕군은 인류를 향해 진격해올테니"
만약 마왕군이 인류를 멸망시키고 차원통로의 존재를 알게된다면 지구조차 위험할 수 있었다.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판테시아로 되돌아가야합니다. 세라스."
-거절하지.
세라스는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생각할 가치조차 없다는듯이 말이다.
"....마왕군이 진격한다면 당신의 영토인 얼음대륙도 멀쩡하진 못할 것입니다. 당신을 숭배하고 있는 무수한 생명들이 죽어나갈 것입니다."
-그렇다해도 난 갈 수 없다.
장선우와의 계약으로 인해 지구에 그대로 묶여있는 상황이었다.
200조를 전부 상환하기 전까지는 어디도 갈 수 없는 것이다.
계약 위반은 곧 죽음을 의미하였으니
"어째서죠?"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고만 알아두도록 하라.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얕보던 인간에게 개패듯 처맞고 굴복하여 애완동물이 되었다는 소리는 말이다.
"어떤 사정인지는 모르지만 곤란합니다....당신이 없다면 판테시아는 위험하니까요."
-그건 내 알바가 아니잖는가? 멸망하던가 말던가
당장 자신의 목숨이 위험한 판국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판테시아가 멸망하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부탁드리겠습니다. 얼음대륙의 신조시여"
세실리아는 허리 숙여 공손히 부탁을 하였다.
여신의 선택을 받은 인류의 희망이라는 용사가 한낱 몬스터에게 고개를 숙인다는 것
교단에서 본다면 난리가 날 상황이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자존심보단 대륙의 평화가 훨씬 더 중요하였으니
-노력은 가상하나 거절하지, 이쪽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란게 있어서 말이야.
이쪽은 목숨줄이 잡혀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찌 돌아갈 수 있겠는가
"정녕 안되겠습니까?"
-안된다
"후우우우.."
세실리아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거친 방법을 쓰고 싶진 않습니다. 세라스."
그리고 검을 천천히 치켜들기 시작하였다.
-무력으로 강행할 속셈인가?
세라스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그리 할 것입니다."
세실리아는 올곧은 눈빛으로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날 제압할 수 있다고 보는가?
"십년, 당신과 같은 지배자들에게 찰나와 같은 시간이겠지만 인간에게 십년의 세월은 무척이나 긴 시간이지요."
우우우우우우우웅
그녀 주위로 어마어마한 마력이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격차가 벌어질만큼 말입니다."
-십년의 세월동안 날 뛰어넘었다고 생각하느냐?
십여년 전 그녀는 자신과 베이거스를 중재할 수준의 무력을 갖추긴 하였지만 압도하진 못하였다.
영겁의 세월동안 힘을 쌓아온 자신들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저런 오만한 말을 하다니
실로 건방지기 짝이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제가 구태여 차원을 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크하하하하! 실로 재밌는 말을 하는구나! 건방진 꼬맹이가!!
세라스는 우습다는듯 너털 웃음을 터트렸다.
지배자로서 위신이 말이 아니였다.
인류최강이라고는 하나
한낱 인간따위에게 이리도 무시를 당할 줄이야.
-좋다! 어디 한번 마음껏 날뛰어보거라! 나 또한 최선을 다해 널 상대할테니!!
이내 세라스는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혹한의 마력이 담긴 거대한 얼음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
"밀리언 썬즈Million Suns!"
그리고 세실리아는 거대한 마력 폭풍을 향해 태양신의 성검 솔라레오를 거침없이 휘둘렀다.
이내 태양의 검과 얼음폭풍이 정면으로 충돌하였고 그 여파로 천지가 뒤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재앙이나 다름없는 절대자들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
-원인불명의 마력 폭발로 인해 황산의 절반이 소멸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중국은 가장 아름다운 산이라고 불리우며 역사적인 찬미가 끊이지 않았던 세계유산, 황산이 소실된 뼈아픈 일을 겪게 되었습니다....현재 원인을 파악중이지만....어떠한 흔적도 없는터라....
"별일이 다있네."
뉴스를 보던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살다보니 별일이 다있었다.
중국의 명산인 황산이 없어지는 일이 있는 걸 보면 말이다.
'나름 추억이 있는 곳인데.'
워낙 절경이 아름다워 주소양이 무척이나 좋아하던 장소였다.
그런 곳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니 괜스레 상실감이 들기도 하였다.
그렇게 잡생각을 하던 그때였다.
"아바아~"
아장 아장 아장
연우가 자신을 애타게 부르며 걸어오기 시작하였다.
"아이고, 우리 연우~"
선우는 헤벌쭉 웃으며 연우를 들어올렸다.
총각시절엔 몰랐는데
자식을 낳고나니 알 수 있었다..
어째서 아들바보 딸바보가 되는지
이렇게 부르기만해도 행복한데 어찌 바보가 되지 않을 수 있으랴
"펭두! 펭두!"
"펭두 보고 싶어? 틀어줄까?"
도리도리
연우는 고개를 도리질치기 시작하였다.
"틀지마?"
"펭두! 펭두! 빵빵!"
"펭두를 타고 싶어? 아아아..세라스."
연우가 말하는 펭두가 무엇인지 인지할 수 있었다.
펭귄으로 변한 세라스
그녀석이 보고 싶은듯 보였다
'그러보니 얘가 안보인지 꽤 됐네.'
호기롭게 출발하더니
일주일째 연락두절이었다.
이정도면 그녀석을 그리워하는 연우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되리라
"알았어, 아빠가 금방 찾아서 데리고 올게."
"꺄하아~ 아바아아~ 조아아아~!!"
쪽 쪽 쪽 쪽 쪽
연우는 행복한 미소를 지은 채 연신 뽀뽀를 갈겼다.
"헤헤헤...흐헤헤헤."
선우의 입가는 더욱더 헤벌쭉해지기 시작하였다.
어쩜 이리 애교도 많다는 말인가
"빠빠~!"
이내 연우를 바닥에 내려놓자 작달막한 손을 흔들기 시작하였다.
아장 아장 아장
그리고는 친할머니인 권순분 여사를 향해 아장 아장 걸음을 옮겼다.
'귀여워.'
선우는 그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무척이나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로 말이다.
"용자야."
그리고 연우가 사라지자 슬그머니 용자를 불렀다.
-넵!
용자는 빠릿하게 움직이며 앞쪽으로 대기하였다.
"세라스가 안돌아온다."
-멋대로 가출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참에 심장을 터트려 본보기로 삼는 게 어떠신가요?
콩
-아악!
선우는 용자의 머리통을 쥐어박았다.
같은 애완동물끼리 못하는 말이 없었다.
"위치나 파악해봐, 데리러가게."
-네엡!
용자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력을 집중시키기 시작하였다.
세라스 특유의 마력을 찾기 위해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번쩍
곧이어 용자의 눈을 번쩍하고 뜨여졌다.
"어디야?"
선우는 곧바로 물었다.
-...그게..모르겠는데요?
용자는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
-...마력이 안느껴져요..
"설마 판테시아로 돌아간건가?"
-그건 아닐거에요...계약서가..멀쩡한 걸 보면..
용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채무 관계가 해소되지 않고 판테시아로 돌아간다면 계약서는 파기되고 세라스는 심장이 터져죽었을 것이다.
애초에 그런 계약이었으니
하지만 계약서는 너무나 멀쩡하였다.
이는 세라스가 계약을 준수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였다.
".....그렇다면..어째서?"
-그건..저도 잘...
용자는 난감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원인을 모르는 건 용자 또한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지금껏 이런 경우는 단한번도 없었으니
"흔적도 찾을 수 없는거야?"
-어느 위치쯤에서 흔적이 끊겼는지는 알 수 있어요.
"그 위치가 어딘데?"
-잠시만요...지도로 보여드릴게요
톡 톡 톡 톡 톡 톡
용자는 스마트폰을 무척이나 익숙하게 다루며 지도앱을 켜기 시작하였다.
꾸욱
그리고 이내 정확히 한 곳을 가리키기 시작하였다.
"중국?"
-정확히는 여기..안휘성에서 마력의 흔적이 끊겨져있습니다...마스터.
"안휘성이라...."
선우는 슬며시 TV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붕괴되어있는 황산을 비추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황산은 안휘성에 위치해있는 곳이었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기긴 생긴 것 같네.'
선우는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라는 조약조차 어긴 채 저 난리를 피운 걸 보면 말이다.
'한번 가봐야겠어.'
선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하였다.
직접 발걸음하여 진상을 한 번 조사해봐야겠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