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365화 (1,366/1,419)

'이곳이 지구인가?'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거목들과 바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과연 밤의 여신 녹스가 남긴 기록처럼 문명이 발달하기 보단 원시적인 생태계가 이루고 있는 곳인듯 하였다.

'다행이야.'

녹스의 기록이 워낙 오래된터라

혹시라도 문명을 이룰 정도의 지성체가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아무래도 기우였던듯 싶었다.

어딜봐도 문명의 그림자따윈 보이지 않으니

-서치search

이내 그녀는 마력을 집중시키더니 곧바로 탐색 마법을 펼쳤다.

화아아아아악

그러자 그녀를 중심으로 가상의 탐색망이 펼쳐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 있다.'

덥석

자연스레 검대에 손을 올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이곳을 주시하고 있는 존재를 감지할 수 있던 까닭이었다.

'마력은 소드 익스퍼트정도인가?'

위협이 될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긴장을 늦추진 않았다.

용사란 한낱 고블린을 상대할 때조차 최선을 다하는 존재였으니

그렇게 얼마나 대치가 이어졌을까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편 숲속에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시선을 집중시켰다.

처음 마주한 생명체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인간!?'

그리고 경악을 하였다.

눈앞에 드러난 존재는 인간이었다.

원시 인류라고 하기엔 너무나 깔끔하고 세련된 차림새를 한 인간말이다.

"난 중화인민국의 S급 헌터, 노화평이라고 한다."

스스로 노화평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넌 중화인민공화국의 적인가? 아니면 친구인가?"

그리고 눈을 가늘게 뜨며 묻기 시작하였다.

'저들만의 언어 체계를 갖추고 있는 건가?'

당연히 용사가 알아들을 리는 없었다.

그저 속으로 놀라워할 뿐

"대답치 않는다면 적으로 간주하겠다. 이계인."

그녀가 대답이 없자 노화평은 눈살을 찌푸린 채 입을 떼었다.

'녹스의 기록과는 전혀 다르다....대체..이게 어떻게...'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묵묵부답일 뿐이었다.

노화평을 무시한 채 저만에 생각에 빠져든 까닭이었다.

"감히 날 무시하다니! 큰 모욕이다!"

그 모습에 노화평은 얼굴을 잔뜩 붉히며 고함을 내질렀다.

자신을 무시한다는 것은 곧 자신뿐 아니라 가족, 형제, 가문을 무시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어찌 분노치 않을 수 있으랴

콰아아앙

빠르게 땅을 박차 마력에 담긴 권격을 내질렀다.

저 오만방자한 계집의 면상을 터트리기 위해

휘익

하지만 아쉽게도 권격은 너무나 손쉽게 빗나가고 말았다.

그저 고개를 살짝 옆으로 젖히는 것만으로 피해버렸기 때문이었다.

"한수재간이 있는 년이로구나!"

콰아아앙

노화평은 재빨리 진각을 밟아 균형을 잡았다.

그리고 오른주먹을 빠르게 회수한 뒤 왼쪽 팔꿈치를 그대로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퍼어어어억

곧이어 타격음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정통으로 직격한 것이다.

'이대로 몰아친다!'

노화평은 눈을 빛냈다.

"후으읍!"

그리고 호흡을 갈무리한 뒤 폭발적인 힘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그렇게 얼마나 주먹세레를 퍼부었을까

'..제기랄..쓰러져! 쓰러져 쓰러지란 말이다!'

노화평의 낯빛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주먹을 내질러도 상대가 쓰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정도로 일방적인 공방이 이어져다면 신체가 붕괴되든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나가든

무슨 반응이 있기 마련이건만

상대는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그저 묵묵히 주먹을 버텨낼 뿐이었다.

마치 모기새끼에게 물린 것처럼

'웃기지마! 대중화인민공화국의 위대한 무술을 견뎌낼 리 없어! 겉은 멀쩡하지만 분명 속은 어마어마한 내상을 입었을 것이다아!!'

노화평은 오기를 부리며 더욱더 거세게 주먹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온 마력을 양주먹에 집중시킨 채로

뿌드득

뿌가각

"끄아아아아악!!!"

결국 사단이 나버렸다.

혹사당할대로 혹사당한 노화평의 주먹이 그대로 부숴지고 만 것이다.

결국 비명을 내지르며 노화평은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치솟는 끔찍한 고통을 도저히 견뎌낼 수 없던 까닭이었다.

'아프다...너무..아프다..이런 끔찍한 고통이라니..제기랄..제기랄..제기라아알!'

S급 육체강화 능력을 각성한 이후

지금껏 단한번도 다쳐본 적 없는 그였다.

힘에 밀려 토벌에 실패한 경우는 있어도 상처를 입어본 적은 단한번도 없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이런 끔찍한 고통은 너무나 생소하였고 괴롭기 그지 없었다.

도저히 대범하게 견뎌낼 수 없을만큼 말이다.

"아아아아아악!!!"

그렇게 한창 고통에 몸부림치던 그때였다.

사락

부드러운 손길이 으스러져버린 양주먹을 감쌌다.

화아아아악

그리고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한 온기가 노화평의 주먹을 휘감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아아."

그 순간 고통을 호소하던 노화평의 표정이 점점 풀어지기 시작하였다.

따스한 온기가 주먹을 감싸니 고통이 사라지면서 바스라졌던 주먹이 서서히 회복되었기 때문이었다.

"당신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때 주먹을 움켜쥐고 있던 선녀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자애로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무척이나 유창한 중국어로 말이다.

"가능하겠습니까?"

끄덕 끄덕 끄덕

노화평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 자애롭고 성스러운 모습에 넋을 놓은 채로 말이다.

************

똑 똑 똑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들어오라."

그러자 머지않아 허락이 떨어졌다.

끼이이익

이내 문이 열리고 말끔한 정장차림의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국가안전부의 총괄책임자.

총경감

류원청이었다.

"주석을 뵙습니다."

류원청은 안쪽으로 들어오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중화인민국 위에 군림하는 위대한 지도자.

중화인민공화국의 주석.

섭군평은 향해서 말이다.

"그래, 반갑군, 총경감."

섭군평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보고는 이미 들었네, 게이트를 건너온 이계인의 신병을 확보했다지?"

"적극적인 협조덕택에 어렵지 않게 신병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류원청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하였다.

"다행이군, 괜한 불상사가 생기지 않아서 말이야."

보고받은 바로 S급 헌터 노화평마저 당해낼 수 없었던 강맹한 존재라고 하였다.

만약 그런 인물이 협조가 아닌 전쟁을 선언했다면 중화인민공화국 입장에선 희생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지, 그녀에게서 어떤 정보를 얻었는가?"

"게이트 열리고 괴수들이 지구로 넘어오게된 원인에 대해서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호오...그래?"

섭군평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게이트에 관한 건

전세계가 풀지 못한 난제였다.

이런저런 가설만이 난무할 뿐

실질적인 해답이 없는 불가사의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떡하니 해답이 나오다니

실로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어디 한번 말해보게, 총경감."

흥미가 돋은 섭군평은 그를 재촉하기 시작하였다.

"알겠습니다....그럼 일단 저 게이트 너머에 있는 또다른 차원, 판테시아 대륙에 관한 이야기부터 해드리겠습니다...그러니까.."

총경감 류원청은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하였다.

갑작스럽게 침공을 시작한 마왕군의 위협

멸망의 기로에 놓이게된 판테시아 대륙의 위기

멸망의 위기에 찾아온 여신의 조력 등

게이트 너머의 판테시아 대륙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소상히 전하기 시작하였다.

"이런 개같은!"

그리고 섭군평 주석은 분개하였다.

대격변이 일어난 이유는 실로 간단하기 그지없었다.

폭탄 돌리기

쟤놈들 살자고 차원 너머에 있는 지구에 폭탄을 돌려버린 것이다.

실로 분노가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진정하시지요, 주석."

"내 지금 진정하게 생겼는가!"

"그들은 지구를 원시 행성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지성체가 있으리라곤 상상조차 못하였다고 하더군요."

"아무리 그렇다해도 대격변을 일으켜 인류에게 피해를 입힌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네!"

섭군평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게이트로 인해 인류의 절반이상이 죽고 말았다.

지금 이순간에도 게이트로 넘어온 괴수들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 분노치 않을 수 있겠는가

"물론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셀 수조차없이 많은 중화인민국의 국민들이 게이트로 인해 죽어나갔으니까요."

류원청은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대격변 전

15억에 다다랐던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버렸다.

게이트 사태에 휘말려 모조리 북망산에 오르게된 까닭이었다.

"그러니 그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하지 않겠습니까?"

류원청은 차가운 눈빛을 반짝이며 입을 떼었다.

"보상?"

"공교롭게도 그녀의 무력은 S급 헌터조차 생채기 하나 낼 수 없는 정도로 강대하기 그지없습니다. SSS급 헌터라고 해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막강한 전력이라는 소리지요."

노화평이 오만하긴 하지만 그 실력만큼은 진짜였다.

SS에 가장 근접한 S급 헌터로 칭송받는 남자인 것이다.

그런 남자를 저리도 수월히 제압할 실력이라면 인외라고 불리우는 SSS급 헌터라고 해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으리라

"그런 막강한 전력이 중화인민공화국의 품으로 들어온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습니까? 헌터의 질이 국력을 대변하는 대헌터시대에서라면 더더욱이 말입니다."

"그녀를 영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섭군평은 미심쩍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영입할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대격변 이후 국력은 헌터의 질적 수준에 의해 결정되었으니

하지만 말처럼 쉬울 것 같지 않았다.

타차원에서 넘어온 이계인이 사탕발림에 넘어갈 것 같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크나큰 죄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명을 이룬  지구에 마왕군을 떠넘겼다는 죄책감을 말입니다, 그 죄책감을 자극하면 손쉽게 다룰 수 있으리라 판단됩니다."

"죄책감이라...그런 감정에 휘둘릴 것처럼 여겨지던가?"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희생적이고 헌신적이며 자애롭고 정의로운 존재더군요."

류원청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런 존재일 수록 하찮은 감정에 휘둘리기 마련이지요."

그리고 이내 비열한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그는 자신 있었다.

그녀를 마음대로 휘두르며 중화인민공화국만을 위한 병기로 만들 자신이 말이다.

".....확실히 올곧은 정의만큼 다루기 쉬운 것도 없는 법이지."

섭군평은 동의를 표하였다.

틀린 말이 아니라 느낀 까닭이었다.

그 또한 정의로운 이들을 희생시켜 권력을 더욱더 공고히 만든 잔학한 독재자였으니

"제게 일임해주신다면 중화인민공화국만을 위한 병기로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맡겨만주십시오."

꾸벅

류원청은 허리를 숙여 공손히 부탁을 하였다.

"좋다, 내 그대를 믿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내가 뭐 도울 건 없는가?"

"그녀의 정체에 대해선 철저한 함구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녀의 존재를 알게된다면 미국과 일본, 인도, 유럽 연합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존재는 이면 세계의 진실을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될테니

"그건 걱정말게, 나 또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나눠가질 생각은 없으니."

보상을 받는 건 중화인민공확국으로 충분하였다.

다른 나라에게까지 그녀를 공유하고 싶은 생각따위는 추호도 없는 것이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류원청은 다시금 허리를 숙였다.

모든 게 계획대로 였다.

이제 남은 건 그녀의 죄책감과 정의감을 가중시키는 일 뿐이리라

'넌 중화인민공화국만을 위한 충성스러운 병기가 될 것이다.....용사여.'

그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

펄럭 펄럭 펄럭 펄럭 펄럭

'여기쯤이군.'

창공에 치솟은 채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던 세라스가 움직임을 멈춰섰다.

거대한 마력의 유동을 느낄 수 있던 까닭이었다.

스으윽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꽤나 많은 인력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삼엄하네.'

아무래도 제대로 찾아온듯 싶었다.

저리 많은 인력들을 배치한 걸 보면 말이다.

파닥 파닥 파닥 파닥

곧이어 세라스는 투명화 마법을 풀고 작은 파랑새로 변모하였다.

좀더 수월히 정찰하기 위함이었다.

파닥 파닥 파닥 파닥

이내 세라스는 삼엄한 경계를 수월히 뚫어낼 수 있었다.

작은 새따위를 신경쓰는 이따위는 아무도 없었으니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다 온 것 같은데.'

이내 유동하는 마력의 근원지에 도달한 세라스는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하였다.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건 아닐까

정찰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내 세라스는 고개를 뚝 하고 멈춰섰다.

화아악

그리고 눈을 화등잔만하게 치켜뜨기 시작하였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 까닭이었다.

바닥에는 형이학적인 기호들이 쓰여져있는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져있었다.

'...............'

그리고 마법진을 읽어낸 세라스는 경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두 차원을 이어 하나로 만드는 초월의 마법.

자칫 잘못하다간 차원 붕괴의 리스크를 안고 있기에

주신에 의해 금기되었던 신들의 마법.

차원 연결 Dimension Link

그 최악의 마법이 눈앞에 펼쳐져있던 까닭이었다.

'녹스와 라트렐이 기어이 미쳤구나!'

그 마법진을 본 세라스는 확신할 수 있었다.

두 여신이 기어이 미친 게 분명하다고

'부숴야해!'

차원을 연결한다는 건 실로 위험한 일이었다.

균형이 흐뜨러지기라도 한다면 차원 자체가 붕괴되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저 상태로라면...마왕조차 제약없이 넘어올 수 있게 될거야.'

차원이 연결된다면 차원에너지의 제약은 사라지게 된다.

멸망의 좌.

마왕조차 제약없이 넘어오게 되는 것이다.

'절대 안되지.'

200조라는 빚을 갚을 때까지 지구는 멸망해선 안된다.

채무 관계가 해소될 때까지 어떻게든 지켜내야하는 것이다.

마왕 강림이라니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곧이어 세라스를 중심으로 거대한 마력이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곧이어 작은 파랑새의 모습을 하고 있던 세라스의 몸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였다.

얼음대륙의 지배자

혹한의 세라스로서 위엄과 품격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괴..괴수!"

"괴수가 나타났다아아!!"

"모두 사격 준비!! 쏴라아!!"

"통하지 않습니다!!!"

"노화평 헌터를 불러! 심상치 않습니다!"

그 모습을 목격한 인민 헌터들이 다급히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잔챙이따윈 관심없다.'

세라스는 그런 인민 헌터들은 가뿐히 무시하였다.

그리고 창공으로 치솟기 시작하였다.

그다음 하트를 맹렬히 회전시켜 냉기의 마력으로 몸을 두르기 시작하였다.

솨아아아아아아

곧이어 세라스의 전신이 푸르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얼음대륙을 반으로 쪼갰다고 전해지는 전설의 필멸기.

블리자드 버드blizzard bird

그 전설의 필멸기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부숴져라아아아아!!

세라스는 회전력을 더해 곧장 마법진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하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곧이어 거대한 진동과 굉음이 대륙 전체를 뒤흔들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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