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톡 톡 톡 톡 톡 톡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소리가 쉼없이 귓가로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재밌어?"
선우는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갖고 놀라고 휴대폰 하나 구입해줬더니
어느새 조작법을 완벽히 숙지한 채 휴대폰 삼매경이었다.
대체 얼마나 재밌길래 저리 빠져든다는 말인가
"재밌다기 보단 유용해."
"뭐가 그리 유용한데?"
"이렇게 찰나를 기록할 수 있잖아?"
북궁연은 화면을 들이밀며 입을 떼었다.
화면에는 자신과 연우, 부모님이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담겨져있었다.
"이런 사진도 찍었어?"
"이것만 있는 게 아니야, 다른 사진도 많아. 봐봐."
북궁연은 신이 난듯 슬라이드를 옆으로 휙휙 넘기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수많은 사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연우가 아장아장 걷는 모습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는 부모님의 모습.
연우가 용자의 등에 올라타 하늘을 나는 모습.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자신의 모습.
연우가 세라스의 부리를 잡아당기고 있는 모습.
박수를 치며 연우를 응원하는 자신의 모습.
연우와 함께 잠들어있는 모습.
어머님 어깨를 주무르고 있는 자신의 모습.
어머니가 해주신 된장찌개와 불고기 모습.
아버지가 연우를 하늘 높이 들어올린 모습 등
실로 방대하기 그지없는 양의 사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무슨 사진을 이렇게 많이 찍었대?"
선우는 놀랍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하루종일 핸드폰만 붙잡고 있던 게 전부 사진을 찍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던 까닭이었다
"모든 날 모든 순간이 내겐 전부 소중하거든."
사랑하는 남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귀하고 사랑스러운 아들.
친딸처럼 자신을 아껴주는 시부모님까지
어릴적 가족을 잃은 북궁연에게는
새로운 가족이 되어준 이들과의 모든 날 모든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였다.
찰나를 전부 기록하고 싶을 정도로
온종일 사진을 찍어대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리라
"........SD카드를 좀 사놔야겠네."
"그건 뭔데?"
"휴대폰 용량을 늘리는 거야, 사진을 이렇게 찍어대다간 용량이 남아나지 않을테니까."
선우는 태연스레 말을 이었다.
"....나...자중할까?"
북궁연은 슬며시 눈치를 보며 입을 떼었다.
혹시라도 민폐를 끼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안그래도 돼, 너만 행복할 수 있다면 난 SD카드같은 건 수백 수천개라도 사줄 수 있으니까."
선우는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역시 우리 남편이 최고야!"
와락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북궁연은 그대로 선우의 넓은 가슴팍에 안겨들었다.
꾸지람보다는 이해를
자중보다는 권장을 하는 남편의 배려에 더할나위없는 감동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부비적 부비적 부비적
곧이어 그녀는 애교부리는 아기 고양이처럼 머리를 가슴팍에 연신 부비적거리기 시작하였다.
쓰담 쓰담 쓰담 쓰담
선우는 그런 그녀를 귀엽다는듯 바라보며 부드러이 쓰다듬었다.
타인 앞에서는 북풍한설처럼 냉혹하기 그지없는 그녀였지만 자신 앞에선 한마리 아기고양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이런 반전된 모습이 어찌 귀엽지 않을 수 있으랴
"그러고보니까, 연, 네 사진은 없더라?"
그때 문득 선우는 생각났다는듯한 어투로 입을 떼었다.
"..내 사진?"
"응, 전부 나랑 연우, 그리고 부모님 사진만 있더만."
심지저 용자와 세라스마저 버젓히 찍혀있었건만 유독 그녀의 모습만큼은 보이지 않았다.
의아함이 들 수밖에 없었다.
"나는.....안찍어도 돼서."
"그런게 어딨어, 같이 찍어야지, 너도 소중한 가족의 일원인데."
"진짜 괜찮은데.."
"내가 안괜찮아"
선우는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휘익
그리고 재빨리 그녀의 휴대폰을 잡아챘다.
그다음 셀카모드로 변경한 뒤 화면을 뚫어져라 보기 시작하였다.
"자아, 화면 보고 웃어봐."
"이..이렇게?"
"아니, 너무 어색한데?"
".....잘 안되는데.."
갑자기 웃어보라고 하니까 제대로된 미소가 지어지지 않았다.
"그럼 강제로 웃기는 수밖에 없겠네...에잇."
간질 간질 간질 간질
이내 선우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옆구리를 마구잡이로 간지럽히기 시작하였다.
"하읏....하아앗...으으읏..하핫...그만..그만해...나..괴로워어어...못참겠어."
"참지말라고 하는 거야, 어서 순순히 항복하시지."
선우는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진짜...한..계야....하아아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결국 북궁연은 빵 터지고 말았다.
옆구리를 공략하는 손길을 도저히 견뎌낼 수 없던 까닭이었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선우는 그 타이밍에 맞춰 쉴새없이 연사를 가하였다.
그렇게 북궁연의 휴대폰에는 해맑게 웃는 두 남녀의 사진 수십장이 잇따라 저장되게 되었다.
.
.
.
.
"...간지러워..죽을 뻔 했잖아."
어느정도 사태가 진정되고 북궁연은 매서운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았다.
너무 간지러워 숨이 넘어갈 뻔했다.
이는 전부 적당히를 모르는 둔탱이 같은 남편때문이리라
"미안...미안.....난 또 좋아하는 줄 알고."
선우는 머쓱한 표정을 지은 채 뒤통수를 긁적였다.
괜스레 오버해서 화를 돋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흥, 됐어."
북궁연은 토라졌다는듯 몸을 옆으로 휙 돌렸다.
'풀어달라는 거네.'
선우는 그 모습을 귀엽다는듯 바라보았다.
그녀는 진짜 화가 날 경우
냉기를 풀풀 풀린다.
천음빙백신공의 영향으로 감정이 격해질수록 강맹한 냉기가 뿜어져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냉기따위는 없었다.
그저 귀엽게 볼을 부풀릴 뿐
분명 빨리 화를 풀어달라는 그녀 나름의 어리광이리라
'귀엽네.'
귀여울 수밖에 없었다.
그 북해빙궁주의 어리광이라니
덥석
"화풀어어...연."
선우는 그녀의 등뒤에서 껴안으며 사과를 하였다.
"됐어...붙지마."
"진짜 붙지마? 이대로 연우방가서 잘까?"
"..........."
북궁연은 대답이 없었다.
그가 가는 걸 원치 않던 까닭이었다.
"으이구, 왜 이렇게 귀여워."
쪽
선우는 그런 그녀를 귀여워죽겠다는듯 바라보며 그대로 뺨에 입을 맞추었다.
입맞추진 않고는 도저히 배길 수 없는 귀여움을 느낀 까닭이었다.
스르륵
곧이어 선우의 손이 내려 가슴팍 위에 올렸다.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나름의 신호였다.
".............."
그 손길에 북궁연은 그저 얼굴을 붉힐 뿐
어떠한 저항도 하지 않았다.
이는 수락의 의미였다.
만지작 만지작
수락이 떨어지자 선우는 손을 더욱더 아래로 내려 북궁연의 거대한 젖통을 주물럭거리기 시작하였다.
"흐으응.....으읏...흐으읏...하아아..."
그러자 자연히 북궁연의 입에선 야릇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쿡 쿡 쿡 쿡
더불어 그 신음성에 흥분한 선우의 고기몽둥이는 그녀의 엉덩이를 쿡 쿡 찌르기 시작하였다.
어서 저 탐스러운 엉덩이에 박아달라고
어서 저 건강하고 우수한 암컷에게 우월한 씨앗을 뿌려 잉태시키라고
그렇게 한창 열락의 밤을 지새울 전희를 나누던 그때
-마스터어어!! 마스터어어! 마스터어어!!
다급하면서도 익숙한 음성이 귓가로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벌컥
"마스터어어! 속보입니다아!!"
곧이어 그 음성의 주인이 문을 벌컥 열고 모습을 드러내었다.
얼음대륙에서 숭배받는 신조
판테시아 대륙을 지배하는 일곱 지배자들 중 하나.
혹한의 세라스
그 새대가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물론 이번에도 노크따윈 없이 말이다.
-................
"............."
".............."
곧이어 방안에는 어색한 침묵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또다시 즐거운 시간을 방해해버린 세라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고
즐거운 시간을 방해받은 선우와 북궁연은 세라스를 어떻게 조질까 심히 고민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저...가볼까요?
세라스는 슬쩍 발을 뒤쪽으로 빼며 입을 떼었다.
"안되지."
"멈춰."
그러자 선우와 북궁연 모두 세라스를 만류하였다.
두 사람 모두 저 상습범을 그냥 냅둘 생각이 없던 까닭이었다.
"문닫고 들어와."
-네에..
끼이이익
세라스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와 같은 표정을 지은 채 천천히 문을 닫았다.
부디 자신이 살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쿵
-끄아아아아아악!!!!
곧이어 문이 닫혔고 세라스의 처절한 비명성이 방안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그러니까 거대한 마력의 유동이 느껴졌다고?"
-그렇습니다! 기존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거대했습죠!
"얼마나 컸는데?"
-엄청 거대했습니다!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세라스는 양날개로 과장스러울 정도로 크게 원을 그리며 말을 이었다.
"꼼수부리지말고, 날개 제대로 올려."
-넵!
번쩍
세라스는 저린 날개를 다시금 들어올렸다.
역시 눈치가 빨라 꼼수는 먹히지 않는듯 싶었다.
-마력이 요동치는 양만 보면 판테시아 내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의 힘을 갖춘 존재가 차원을 넘어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또 일곱지배자인건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판테시아에는 일곱 지배자들외에도 강맹한 힘을 지닌 이들이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모든 종족 위에 군림하는 존재.
파멸을 위해 만들어진 창조신의 실수.
마왕.
마왕을 보좌하는 네명의 총사령관
사천왕.
그리고 그들과 맞서기위해 선택된 인류의 희망
용사 등
현재 판테시아에는 일곱 지배자들과 동등 혹은 그 이상의 강자들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력이 크게 요동친다고 해서 일곱지배자라고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누군지는 모른다 이거군."
-그렇습니다! 역시 마스터! 하나를 알려드리면 열을 아십니다요! 헤헤헤!
"그런데 뭔가 이상한데? 그 정도 강맹한 힘을 지닌 존재라면 필시 어마어마한 차원에너지를 소모하게 될 게 분명할 텐데...지구에는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고 하지 않았어?"
차원에너지는 그 한도가 명확하다고 하였다.
과할 정도로 소모되었다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그 어떤 존재도 차원이동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게 바로 포인트라는 겁니다! 차원에너지가 명확히 부족한 상황에서 최소 일곱지배자급의 존재가 차원을 넘어와버렸으니까요!
세라스는 흥분한듯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분명 판테시아쪽에서 저희는 알지 못하는 모종의 술수를 이용했던 게 분명합니다! 차원에너지 고갈 상황에서도 차원을 워프할 수 있는 방법을 말입니다!
"호오..그래?"
선우의 눈빛이 흥미롭게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해서 제가 이 사건에 대해 단독으로 조사를 해봐도 되겠습니까?"
"단독 조사를?"
-만약 저들이 사용한 모종의 술수를 알 수만 있다면 다른 차원에 있는 마스터의 부인들을 데려오는 것 또한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흐음.."
-제게 맡겨주십시오! 마스터의 행복을 위해! 이 한몸 바스러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세라스는 비장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혼자 괜찮겠어?"
-충분합니다! 저만 믿으세요!
꾹 꾹
어느새 팔을 내린 세라스는 가슴을 꾹꾹 누르며 호언장담을 하였다.
"좋아, 그럼 믿고 맡기지."
-감사합니다! 마스터! 결코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세라스는 열정 가득한 눈빛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날개는 내리지말고, 아직 1시간 더 남았어."
선우는 그런 세라스를 기특하다는듯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넵!
번쩍
세라스는 다시금 날개를 번쩍 들어올렸다.
이번에도 어물쩍 넘어가는 건
실패를 한듯싶었다.
'아까비.'
세라스는 아깝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안전부
수많은 요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전조조차없이 생긴 초대형 게이트에 비상이 걸린 까닭이었다.
"제기랄, 게이트 크기는!"
갑작스러운 호출에 불려진 국가안전부 총경감, 류원청은 다급히 언성을 높였다.
상황파악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역대급 크기입니다! 이정도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나타났던 알파원을 뛰어넘는 크기입니다!"
"마력의 유동은!"
"측정불가 상황입니다! 측정기가 모조리 부숴졌습니다."
"미치겠군, 얼마나 괴물같은 게 나오려고!"
절로 욕지거리가 차올랐다.
본디 차원을 넘는 괴수의 힘은 게이트의 크기와 마력에 비례하는 법이었다.
역대급 크기에 측정불가 수준이라면 필시 어마어마한 존재가 나올 게 분명하였다.
"당장 각국에 지원을 요청하도록! 이건 중화인민공화국뿐 아니라 인류의 역대급 위기다! 모두가 힘을 합쳐야해!"
용암을 토해내는 역대급 대괴수
알파원으로 인해 미국은 1억명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괴수 한마리에 인구의 절반을 잃게 된 것이다.
만약 중화인민공화국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알파원 수준의 대괴수가 출현한다면
그 피해는 도저히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SSS급 헌터가 필요하다.'
오직 그들만이 대괴수와 맞설 힘을 보유하고 있으니
"게이트 너머에서 무언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때 게이트를 주시하고있던 요원이 언성을 높였다.
"최대한 확대해봐!"
"예엡!"
타타타타타탁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카메라가 쉼없이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순간
".......아."
총경감, 류원청은 넋이 나가고 말았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눈앞에 펼쳐진 까닭이었다.
올곧음과 청명함을 담고 있는 푸른 눈동자.
장인이 날을 세운 명검처럼 날카로운 콧날.
미의 여신을 연상케하는 매혹적인 입술.
성스러움과 기품이 흘러나오는 고귀한 분위기.
여인.
그것도 경국지색이라는 말이 절로 내뱉어질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대체...저 여자는..'
'어떻게..게이트 너머에서..인간이.'
'아름다워...너무...아름다워.'
'성스럽다..'
'.천사...인건가?...아니면 인간형 괴수?'
'저리 아름다울 수 있다니.'
'신의 축복인 것인가?'
'정체가 대체...무엇이지?'
그녀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안전부는 대혼란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