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356화 (1,357/1,419)

"참나, 어이없어, 대체 뭘 잘했다고 울어."

그 광경은 지켜보던 명우맘은 비아냥을 대기 시작하였다.

"명우엄마, 아직 어떻게 된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애한테 그렇게 윽박지르시면 어떻게 하나요!"

권순분 여사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상황은 이미 다 나온 거 아닌가요? 우리 명우가 친해지려고 했다가 봉변을 당했는데!"

"아직 명우의 말밖에 듣지 못했잖아요!"

"지금 우리 명우가 거짓말을 한다는 말인가요!"

"정확한 진상을 확인해야한다는 말이에요!"

"그럼 물어보죠! 소영아! 아줌마 봐봐."

이내 명우맘은 근처에 있던 소영이를 불렀다.

"......네에."

"명우말이 사실이지? 그치?"

"저...전..그러니까...모르겠..어요."

"왜 몰라! 곁에 있었으면 봤을 거 아니야!"

명우맘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명우가..가까이 갔다가...넘어지는 것 까진 봤는데....연우가..우유를 붓는 건..못봤어요.."

"저도..잘 못봤어요.....명우..등에 가려져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요.."

이내 다른 아이들 또한 너도나도 의견을 피력하기 시작하였다.

공통된 의견은 모르겠다였다.

연우와 명우 사이가 너무 근접한 탓에 자세한 상황을 볼 수 없던 까닭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연우 잘못이 분명하다고 피력하던 명우맘의 입장이 난처하게 되었다.

누구 하나 명우의 말을 증명해줄 아이가 없던 까닭이었다.

"우리 명우가 거짓말할 리 없어요! 이건 전부 연우 잘못이 분명하다구요!"

"우리 연우는 그럴 아이가 아니에요!"

"그럼 우리 명우가 거짓말을 했다는 말인가요!"

"아직 어리니까 착각을 할 수도 있죠!"

"연우 할머님, 제발 억지 좀 부리지마세요. 사과 한마디면 끝날 일을!"

"억지는 명우 어머니께서 부리는 게 아닌가요? 만약 우리 연우가 결백하다면요? 잘못도 없는데 사과를 한다면 연우의 억울함은 누가 풀어주죠?"

"연우가 확실하다니까요!"

이야기는 끝끝내 제자리 걸음이었다.

명우외에 상황을 설명한 아이가 없으니

마땅히 상황을 종결지을 수 없던 까닭이었다.

"엄마가 없어도 그렇지! 기본적인 교육은 시켜야할 거 아니에요!"

그리고 지루한 말싸움 끝에 명우 맘은 기어이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어서고 말았다.

엄마가 없다는 말.

입밖으로는 내서는 안될 불편한 진실을

"...뭐..뭐라구요?"

권순분 여사는 넋이 나간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수위를 넘나드는 패륜적인 말에 자신이 잘못들은 건 아닐까 착각이 든 까닭이었다.

"........제가 틀린 말 한건 아니잖아요!"

명우맘은 순간 아차싶었지만 이내 밀고나가기로 결정을 하였다.

자신을 틀린 말을 한 것도 없을 뿐더러

애미가 없어 인성 교육이 덜된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여기 엄마 없는 애는 연우밖에 없어요! 연우만 비정상이라구요! 비정상인 애가 정상인 우리 명우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게 더 설득력 있지 않겠어요?"

"....당신 정말 천박하네요."

권순분 여사는 분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사실을 말하는 게 천박한 건가요? 이해할 수가 없네요. 그리고 이런 말을 듣기 싫으면 며느리가 도망가지 않게 잘대해주셨어야죠. 하는 꼴을 보니까 왜 도망갔는지는 상상이 되네요, 저도 할머님같은 시어머니 밑이라면 백번 천번 도망갔을 것 같네요."

명우맘은 되려 뻔뻔하게 쏘아붙이기 시작하였다.

그녀와 연우가 받을 상처따위는 아무렇지 않다는듯이 말이다.

"여기 다른 엄마들도 말하진 않았지만 다들 내심 무시하고 있을 걸요? 엄마없는 애가 잘나봤자라고, 결국 가정 교육 못받고 평생 불행하게 살게 뻔하다고. 지금도 보세요! 멀쩡한 애한테 이렇게 민폐를 끼치고 있잖아요? 될성 부른 잎은 떡잎부터 다르다고 연우는 앞으로도 평생 남한테 민폐 끼치며 살 거예요."

".............더는 말을 섞고 싶지 않네요."

벌떡

곧이어 권순분 여사는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찼다.

더는 저 천박하고 저열한 여자를 상대하고 싶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리고 연우를 데리고 그대로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흥, 어딜 까불고 있어."

그 광경을 지켜본 명우맘은 되려 코웃음을 쳤다.

온갖 패륜적인 욕설을 내뱉었음에도 불구하고 반성따윈 전혀 없는듯한 모습이었다.

**********

푸우우욱

권순분 여사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서럽게 베갯잎을 눈물로 적시기 시작하였다.

온갖 모욕적이고 상처받는 말을 들었음에도 반박조차 하지 못했던 스스로가 너무나 한심하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여보, 무슨 일인데...말을 좀 해봐."

장광효는 그런 부인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언제나 괄괄하던 아내가 눈물을 보이는 광경을 보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였던 까닭이었다.

"아니에요....정말 별일...아니에요."

"별일 아니긴, 이렇게 서럽게 펑펑 우는데.....데리러오라고 하지 않고 먼저 택시까지 타고와놓고선."

"............"

"말해봐, 내가 걱정이 돼서 그래."

장광효는 부드러이 설득을 하기 시작하였다.

"사실은.."

눈물로 베갯잎을 적시던 권순분 여사는 이내 스튜디오에서 있었던 일들을 차근차근 말하기 시작하였다.

"뭐야!!! 그 여편네가 미쳤나!"

벌떡

장광효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고함을 내질렀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누군가의 아픔을 공격을 위한 조롱거리로 삼다니

실로 천박하고 저열하기 그지없는 짓이었다.

어찌 배울만큼 배운 사람이 그런 막말을 지껄인다는 말인가

"그걸 가만히 뒀어?, 머리 끄댕이라도 잡고 흔들었어야지!"

"애들이 많아서 그럴 수가 없었어요."

마음같아선 머리끄댕이를 잡고 이리저리 흔들며 분풀이를 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리 할 수 없었다.

혹시라도 몸싸우는 과정에서 연우를 비롯한 아이들이 다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래서 자리를 피한 거야?"

"네에...그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도 연우도 도저히 촬영을 할 수 있는 기분이 아니였다.

그 천박한 여자와 한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으니

"고생 많았어..여보....속을 부글부글 끓었을 텐데."

토닥 토닥 토닥

장광효는 아내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를 하였다.

자신이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결코 참지 못하였을 것이다.

분노하였을 것이고 그대로 머리 끄댕이를 잡고 마음껏 분풀이를 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아내는 그 치욕스러움과 분노를 꾹꾹 눌러담고 끝끝내 품위를 지켰다.

실로 현명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속풀이 내가 직접 풀도록 할게."

장광효는 이내 몸을 돌렸다.

덥석

"아니, 어디가게요!"

"어디가긴? 그놈의 여편내 머리채를 쥐어뜯어버리게!"

"누군지도 모르잖아요!"

"명우맘이라면서? 아웃스타인가 뉴튜버치면 나오겠지!"

"일커지는 거 보고 싶어요!"

"키우라고 그래! 내 마누라랑 손자한테 모욕을 줘? 난 안참아! 아니 못참아아!!!!"

"연우 깨요! 조용히 좀 해요오!!"

그렇게 한창 두부부가 옥신각신하던 그때였다.

딩동

갑자기 알림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누구지? 혹시 나 몰래 치킨 시켰어?"

"한창 울고 있는데 그걸 시킬 시간이 어딨어요."

권순분 여사는 도끼눈을 뜨며 말을 내뱉었다.

사람 속도 모르고 장난을 치는 장광효에 대한 짜증이 섞인듯한 모습이었다.

"....그건 또 그렇네, 크흠."

장광효는 민망한지 헛기침을 가벼이 하였다.

그리고 슬며시 대문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오도도도도도도

그때 갑자기 마룻바닥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고개를 돌리니 대문쪽으로 쾌속하게 기어가는 연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뭐여, 언제 깼대?'

분명 재웠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의문을 품던 찰나.

팡 팡 팡 팡

"마! 마! 마! 마!"

연우가 조막만한 손바닥으로 철문을 연신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어서 열어달라는듯이

"알았다, 알았어."

장광효는 못말리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연우를 안아들고 천천히 문을 열어젖히기 시작하였다.

그 순간

장광효의 동공은 미친듯이 확장되기 시작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까닭이었다.

백설처럼 새하얀 눈썹과 긴 머릿결

깊고 깊은 바이칼호수를 연상케하는 푸른 눈동자.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만든 명검처럼 날서있는 콧대.

겨울에 피는 매화처럼 붉디 붉은 고집스러운 입술.

연예인 빰치게 조그만한 얼굴과 잡티하나 없는 새하얀 피부결

여인.

그것도 경악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평범한 소시민 입장에선 당혹스러움과 경악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창 넋이 나가 있던 그때였다.

"마..마...마...음마...움마...움마아...엄마.."

연우가 잔뜩 울먹이며 엄마를 연호하기 시작하였다.

"엄마!?"

순간 장광효는 귀를 의심하였다.

연우는 아무에게나 엄마라고 하는 아이가 아니였다.

그말인즉슨 눈앞에 여인이 바로.

"우리 아들, 그동안 잘지내고 있었어?"

연우의 하나뿐인 친모.

북궁연은 글썽이는 눈빛으로 연우를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흐아아아아앙!!!! 엄마아아아!!"

곧이어 연우는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장광효의 표정이 한층 더 경악스럽게 바뀌기 시작하였다.

**************

"연우쪽은 연락이 돼?"

"아니요,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하아..미치겠네, 일정도 얼마 없는데.."

김상섭 PD은 무척이나 곤란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시간이 촉박하기 그지없건만 메인 모델인 연우쪽과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은 까닭이었다.

이러다간 광고고 뭐고 완전히 어그러질 수 있었다.

"대체 어디서 삔또가 나간거지? 이해가 안되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혹시라도 심기를 거스르지 않게 최선을 다해 최상의 대우를 하였다.

그런데 이리 갑작스럽게 연락이 두절되다니

실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뭐 아는 거 없어?"

"글쎄요..애엄마들도 모르겠다고 하니..원."

"미치겠네...."

김상섭 PD는 한층 더 난감해지기 시작하였다.

스튜디오를 한 번 움직이는데만 수백이 들어간다.

제대로 스탠바이가 안된다면 수백이 그냥 깨지게 되는 것이다.

실로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안되겠다...일단 연우 분량을 몇개 빼고 다른 대역을 써야겠어."

"다른 대역이라면.."

"거..누구냐..그 있잖아..명우."

"아아아..명우야."

"그나마 짬밥도 높고 얼굴도 귀여운 편이니까. 걔라도 써야지. 어쩌겠어?"

"하지만....연우랑 비교하면...워낙 손색이 있어서.."

"어쩔 수 없잖아? 오늘 일 공칠 수도 없고."

김상섭PD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는 프로였다.

상황이 안된다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프로 중에 프로

연우의 분량이 빠지는 건 실로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유연한 대처를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기껏 잡은 일정을 공칠 수 없었으니

"명우엄마한테 전해줘, 연기할 수 있겠냐고."

"알겠습니다!"

.

.

.

.

.

.

"호호호호 당연히 되고 말구요."

명우맘은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며 입을 떼었다.

엑스트라에서 분량이 있는 조연이라니

실로 어마어마한 신분상승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등신바보 호구 소리를 듣기 딱 좋으리라

"그럼 이 옷 입히고 바로 준비해주세요."

조감독은 의상을 건네주고 곧바로 이동을 하였다.

"명우 엄마 부러워요."

"단독 분량도 따내고."

"역시 감독님도 명우의 스타성을 알아보시나봐요."

곧이어 주위에 있는 엄마들을 부러운 내심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같은 엑스트라에서 조연으로 신분상승을 이룩한 명우의 신세가 무척이나 부러운 까닭이었다.

"호호호호, 자주와서 눈에 띈 덕분인가봐요, 이렇게 기회를 얻네요."

명우맘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나도 명우엄마네 소속사로 옮길까봐요."

"저도요, 저도! 저희 소속사는 영 촬영 일정을 못잡아서."

"나중에 유명해져도 모른 척하기 없기예요."

칭찬성 짙은 아부가 오고가기 시작하였다.

"호호호호, 물론이죠, 제가 왜 모른척을 해요, 저희는 다같은 동료인데."

명우 엄마는 코끝이 한껏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다른 이들보다 높은 고지에 섰다는 우월감이 그녀로 하여금 허영을 극에 달하게 만든 까닭이었다.

'그래..이렇게..시작하는 거야!..명우의 스타인생은 이제 시작이야!'

명우맘은 생각하였다.

이 한 걸음이 스타가 될 명우의 위대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행복한 상상을 하던 그때였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귓가로 또각거리는 구두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그 거슬리는 소리에 자연히 고개를 돌렸다.

"아.."

그 순간 명우맘을 비롯한 촬영장 내 모든 사람들의 넋이 나가고 말았다.

인세에 강림한 여신과도 같은 아름다운 여인이 촬영장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던 까닭이었다.

'연..연예인?'

'모델?'

'외국인인가?'

'너무..예뻐..셀럽일텐데..몇천만..팔로워일까.'

여인의 정체에 대해 온갖 추측들이 난무하기 시작하였다.

너무 아름다워

셀럽이 아니라는 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던 까닭이었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곧이어 여인은 명우맘 앞에 걸음을 멈춰섰다.

"당신이 명우 어머니인가요?"

여신과도 같은 여인은 청아한 목소리로 물음을 던졌다.

생김새는 외국인과 흡사하지만 유창하기 그지없는 한국어였다.

"네에..제가 명우 엄마에요."

명우맘은 화색을 띈 채 얼른 고개를 주억거렸다.

초월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눈앞에 여인이 알아봐준다는 생각에 절로 기쁨이 차오른 모습이었다.

짜아아아악

하지만 그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아아아악!!"

대답이 끝남과 동시에 뺨을 후드려맞은 까닭이었다.

철푸덕

이내 명우맘은 바닥에 꼴사납게 나자빠지게 되었다.

뺨을 통해 전해진 충격을 도저히 견뎌낼 수 없던 까닭이었다.

"...대체.......어째서.."

꼴사납게 나자빠진 명우맘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듯 여인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연우의 어미다."

아기 천사라고 불리우는 연우의 친모

북궁연은 싸늘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명우맘을 내려다보며 입을 떼었다.

"왜 뺨을 맞았는지는 네년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곧이어 그녀 주위로 서슬퍼런 살의가 흩뿌려졌다.

"감히 하늘같은 시부모님과 보옥같은 내 자식을 건드려?"

살의가 한층 더 진해지기 시작하였다.

덜 덜 덜 덜 덜 덜

그리고 그 살의에 노출된 명우맘은 쉴새없이 몸을 떨기 시작하였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절대 건드려서는 안될 존재를 건드렸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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